브금 필수 오늘을 끝으로 짝사랑을 끝냈어요. - 익명 게시판 안녕? 처음 글을 올려봐 그냥 바로 내 얘기 시작하면 되는 거지? 주변에 이런 얘기 할 곳이 없어서 여기에 올려 내가 정말 오래된 친구가 있거든 너희도 한 명씩쯤 다 있겠지. 그런 친구. 그냥 그 친구가 힘들어하면 나도 같이 힘들고 또, 그 친구가 좋은 일이 생기면 나도 같이 기쁘고, 집 앞이라고 잠깐 나올 수 있냐고 물으면 알겠다고 널려있는 코트를 걸치고 바로 나갈 수 있는 그런 친구 말이야. 내게 그런 친구가 지금까지 딱 두 명이 있어. 한 명은 여자애고 한 명은 남자앤데. 남자앤 나랑 같은 동네에 살아서 진짜 어렸을때부터 봐온 애고 여자앤 중학교 때 입학하고 처음 친해진 친구야 그래서 지금까지 이렇게 세명이서 성인이 돼서까지 친하게 지내고 있어. 그렇게 좋은 친구들이 있는데 문제가 뭐냐고? 문젠 나한테 있어. 그 남자애가 점점 남자로 보이기 시작했거든. 처음엔 설마 내가 쟤를? 10년 넘게 봐왔는데? 이제 와서 좋아졌다고? 말도 안 돼. 하고 부정했지만 정말 말도 안 되게 좋아지고 있었어. 야, 너 왜 전화 안 받냐 말 안했냐? 오늘 술자리 있었어. 근데 넌 왜 남의 집 앞에서 쭈그리고 기다리고 있어. 불쌍하게. 말했어, 연이가. 집에 얌전히 들어오는 거 확인하라고 그러길래. 괜히 걱정했네 집도 잘 찾아오고. 이날은 내가 회사에서 술자리가 있어서 좀 집에 늦게 들어간 날이었는데. 내 자취방 앞에서 신발 앞 코만 차면서 날 기다리고 있더라고 지민이가. 술도 좀 마신데다가 좋아하는 애까지 보는데 기분이 안 좋을 수가 없었지. 최대한 술 안 취한 척 가려고 노력해서 박지민 앞에까지 갔는데. 지민이는 연이의 부탁으로 왔는지 내가 멀쩡한 걸음과 멀쩡히 집을 찾아오는 걸 보고 괜히 왔다며 툴툴거렸어 이따가 네가 연이한테 전화 한 통 해줘. 너 전화 안 받는다고 걱정하더라. 어, 근데 너는 나 ㅁ...막 걱정 안 되냐? 지금 새벽인데. 그래서 왔잖아 이 바보야. 연이 때문에 온 거잖아 너. 연이 부탁으로 온 거잖아. 당연하지, 연이 반만이라도 좀 닮아라, 애가 맨날 조심성이 없어. 너무 유치한 걸 수도 있는데. 가끔은 저런 행동에 질투도 나기도 해. 연이의 부탁이면 껌뻑 죽으면서 내 앞에선 단호하게 구는 애가 미울 때도 있어. 집에 들렀다가 갈래? 안돼, 지금 집에 연이 혼자 있어. 가서 도와줘야 해. 걔는 뭐....너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냐. 요새는 휠체어도 잘 타고 적응도 했다며. 됐어, 혼자 두면 외로워해서 안돼. 너도 들어가서 쉬어라. 쌀쌀한데 밖에서 나랑 얘기하지 말고. 사실 아까 말 안 했지만 연이는 고등학교 때 갑자기 교통사고를 당해서 그 뒤로 걷지 못하고 휠체어를 타고 있거든. 처음에 연이가 그런 일 있는 뒤로 나도 너무 놀라서 연이 옆에 못 있어줬거든. 이 아이를 어떻게 위로를 해줘야 할지도 모르겠고 앞으로 내게 휠체어를 타고 올 연이의 모습을 볼 수가 없었어. 상상이 가지 않았고 믿기지도 않았고 그냥안쓰럽고 그렇게 만든 차 주인에게 미움만 쌓였어. 그때, 그 녀석이 연이 곁을 지켜주고 달래줬었지. 그리곤 그 녀석이 날 설득시키고 몇 날 몇 밤을 전화를 해서 병문안이라도 오라고 달달 볶았지. 포도? 포도 먹고 싶어?응.어떡하지..지금 연곳 없을 텐데. 일단 나갔다 와볼게. 여주랑 놀고 있어. 지가 차 사고를 낸 것도 아니면서 연이에게 그런 일이 있은 뒤로 지극정성으로 모시는 그 녀석이었어. 그 녀석은 연이가 뭐가 먹고 싶다고 하면 밤중이라도 뛰쳐나가 사다 받쳤고, 그런 그 녀석의 행동에 연이는 미안해하기도 하고 어느샌가 볼이 발그레해졌어. 야 넌 이 오밤중에 뭘 그런 걸 먹고 싶다고 그러냐. 애 막 뛰쳐나가게 그래도 먹고 싶은 걸 어떡해. 처음부터 그 녀석이 연이의 자잘한 부탁들을 들어준 것은 아니었어. 연이가 교통사고가 난 뒤로 병원에 한참 입원했을 때 우리는 수업이 끝나자마자 매일 병실을 찾아갔었지.연이는 처음에 재활운동도 적극적으로 하고 앞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을 거란 희망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원래로 돌아가기 힘들다는 것과 점점 말라가는 자신을 보고선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했던 때가 있었어. 그러더니 휠체어도 타지 않겠다며 지민이 앞에서 내팽개치기도 했고, 온갖 떼를 부렸어. 그때마다 나와 그 녀석은 연이의 떼를 모두 받아주고 안쓰러워하고 하나라도 더 먹이고 싶은 마음에 달래고 또 달래고 하다 보니 연이의 부탁은 거절도 못 하게 돼버렸지. 정말 우리들의 노력이 빛을 바랐고 또 연이도 그전보다 좋아져서 지금은 휠체어도 타려고 하고 마음도 많이 편안해 보이더라. 비가 오던 날, 우산도 없었던 터라 그냥 비를 맞고 가자 했는데 회사 앞에서 우산을 들고 금방 회사에서 끝났는지 정장을 입고 기다리는 그 녀석에 오랜만에 둘만 있는 거 같아서 내심 기뻤어. 어쩌면 내가 너무 나쁜 년인지 몰라. 연이는 지금 혼자 있을 텐데 말이야. 또 연이가 부탁했냐? 나 비 맞고 가지 않게 픽업하라고. 아니. 그럼 뭔데 비 맞고 갈 네 생각하니깐 왔다 인마. 왜 안 믿어. 당연히 안 믿지. 네 눈엔 연이만 보이잖아. 뭐래. 너도 다 보고 있거든? 너랑 나랑 얼마나 오래됬냐. 연이 보다 네가 더 애틋하고 편해. 질투하지 마. 참내 내가 언제 ㄸ,또 질투했다고 그래. 했어. 너 맨날 하잖아 차에 나를 태우고 질투를 했냐 안 했냐가지고 싸우자 내 이마를 안 아프게 콩 때리더니 했다고 결론을 짓는 그 녀석에 틀린 말이 아니라 조용히 입을 다물었어. 그래도 연이 보다 내가 더 편하다는 말에 이날 밤은 잠도 못 잤어. 그 말이 잠이 들 때까지 계속 귀에 맴돌아서 심장이 간질간질하고 달달한게 두근두근 거리기까지 했다니깐? 야 박지민 너 너무 핼쑥해. 연이도 중요하지만 네가 무슨 죄라고 너를 힘들게 하면서까지 그러냐. 너도 네 인생 살아. 이 자식아 나보고만 잔소리하지 말고 여기서 너만 바보야알아? 너 발목 붙잡힌 거야. 회사도 다니랴 밤엔 연이네 집에 가서 연이 돌봐주랴 몸이 두 개여도 모자란 그 녀석이었어. 그래서 그런지 자꾸 핼쑥해져 가는 그 녀석에 가슴이 아픈 건 나였어. 제 몸이 망가져 가는데 왜 몸 주인보다 내가 더 가슴이 아프냐고. 그래서 연이네 집에서 나와 날 집으로 데려다 주려는 그 녀석을 붙잡아 세워서 속에 있던 말을 화가 나서 흥분된 채로 말하자 그 녀석은 매번 이런 말을 하는 나에게 화를 내고 자신이 알아서 하겠다고 했지만, 이날 만큼은 나한테 그냥 기대더라 내 어깨 위에 머리를 기대고 몇 번 콩콩 자신의 머리를 내 어깨에 박더니 하는 말이 나 너무 힘들어, 여주야. 이러는데 내가 가슴이 안 아프냐고. 그러자 그 녀석은 내게 그날의 얘기를 자세하게 들려줬어. 몇 번이고 말을 뱉었다가 한숨 쉬었다가를 반복하면서 이어나갔던 그 녀석의 말들은 바보 같았어. 그 녀석이 하는 말은 그날 연이가 사고 날에 마지막까지 함께 있었던 게 자기였대. 그날 연이가 그 녀석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불러놓고 한참 동안 아무 말을 안 하고 가만히 있길래 무슨 일 있냐고 물었더니 갑자기 연이가 자기한테 고백을 해오더라는 거야. 그래서 녀석이 당황해서 생각해보고 다음에 알려주겠다고 하고 데려다 주지도 못하고 그냥 갔대. 정말 친구로 생각했던 애가 갑자기 고백을 해오니깐 당황을 했나 봐. 그래서 데려다 주지도 못하고 헤어졌는데 그날 연이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교통사고가 났다고 얘기를 해주는 그 녀석의 목소리엔 죄책감이 가득했어. 내가 그때 연이를 조금이라도 잡고, 몇 마디라도 더 나눴으면 그런 일은 없었을 거 아니야. ...야, 그래도...네가 사고 낸 거 아니니깐 이제 그런 죄책감은 씻을 때 됐어. 너 언제까지 그러고 살건데. 연이가 금방이라도 일어서서 너한테서 벗어날 수 있을 거 같아? 그날 그 녀석은 정말 지쳤는지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내가 하는 말들을 모두 듣기만 했어. 사실 내가 그 녀석을 걱정한 건 맞아. 연이의 인생도 중요하지만, 그 녀석의 인생도 중요하니깐 걱정돼서 한 말이 맞는데. 내가 정말 나쁜 게 뭔지 알아? 그 와중에 연이가 없었더라면 내가 그 녀석한테 내 마음을 고백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는 거야. 그리고 나는 그날 이후로 더는 그 녀석한테도 그리고 연이한테도 연락하지 않았어. 또 그렇게 시간은 무심하게 지나갔지. 거의 이틀에 한 번씩 연이네 집을 찾아가서 그 녀석과 함께 영화를 보고 또 뭐 해먹고 그랬는데, 일이 바빠지니깐 그런 거 안 해도 점점 바쁜 일상 속에 물들어가더라. 야, 김여주.왜.우리 둘 다 나중에 20대 후반이 돼서도 결혼 못 하고 있으면 우리 만나보자. 뭐래 싫어 내가 왜.뭐?! 고마운 줄 알아. 다 너 시집 못 갈까 봐 내가 또 걱정해주는 거잖아. 내가 안 데려가면 너 또 누가데려가냐. 고등학교 1학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네가 내게 장난인 듯 말했던 말들에 내가 얼마나 설렜는지 그 아인 모르겠지. 그 말이 어떤 의미일까 혼자 고뇌하고 혹시 그 아이도 나를 좋아하나 하는 마음에 가슴이 콩콩 뛰던 걸 아는지. 문득 고등학교 때 누가 보다도 가까웠던 우리 둘의 대화들이 떠올라 가끔 밤잠도 설치고 그랬어. 그 녀석은 그 약속을 기억할까? 그 녀석이 짝이 없으면 우리 만나보자고 말한 그 20대의 끝자락에 우린 지금 서 있는데. 우리의 사이는 변한게 없구나. 아무튼, 그렇게 연이와 그 녀석을 안 만난 지 1달 가까이 되어가는데 먼저 연락이 온건 그 녀석이었어. 회사라서 받을까 말까 하다가 팀장님 눈치를 살짝 보고 밖으로 나가서 받았는데. 할 말이 있어. 그니깐 이따가 연이네 집으로 와. 오랜만에 통화 하는데 바로 본론을 얘기하냐.. 뭐 잘 지냈냐 왜 그동안 연락없었냐 이런 것도 안 묻고... .......너야 워낙 알아서 잘하니깐 잘 지냈겠지 뭐.. 건강 잘 챙기면서 일하고. 이따가 연이네 집에서 보자. 그래도 난 그 녀석이 나한테 연락을 먼저 해줘서 사실 고마웠거든. 내가 먼저 연이와 지민이에게 연락을 안 한 거라. 다시 하기도 뭐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 하기 힘들어졌거든. 근데 먼저 이렇게 연락줘서 나름 기분이 좋았어. 그래서 퇴근 후에 연이네 집으로 들어가는 길에 케익 하나를 사서 들어갔지. 집을 들어가자 퇴근하자마자 바로 들어왔는지 이미 지민이도 연이네 집에 있더라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날 반겨주는 연이는 뒤에서 지민이가 휠체어를 끌어줬고 나는 연이에게 케익을 건넸지 그러자 그동안 바빴냐며 왜 안 왔냐고 이제 우리랑 인연 끊기로 한 거냐며 연이가 나를 장난으로 혼내기 시작했어. 그리고 받은 케익을 지민이에게 건네고는 연이는 휠체어를 끌고 날 거실로 이끌었어. 그리고 그 녀석은 연이에게 받은 케익을 식탁 위에 올려놓고 우리 둘을 따라 쇼파 앉았고, 자연스레 연이의 손을 맞잡는 그 녀석에 나는 입이 안 떨어졌어. 사실, 여주야 그렇게 됐어. 우리. 이것 때문에 나 부른 거구나, 이런 말 하려고 나 부른 거구나. 나는 또 이런 말을 들으려고 이곳에 왔구나 하는 마음에 눈물이 날뻔했지. 솔직히 연이가 지민이를 좋아한다는 건 나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어. 그 녀석이 연이를 챙겨줄 때마다 연이의 볼이 발그레 해지는걸 보곤 그냥 보통 감정이 아니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었지. 나도 연이의 마음처럼 지민이를 좋아했지만 나는 볼도 마음대로 발그레 해질 수 없었거든. 좋아하는 것을 들켜버리면 지민이가 안 그래도 힘든데 내 고백으로 인해서 힘들어질까 봐 그냥 꼭꼭 숨기고 또 꼭꼭 숨긴건데 타이밍을 놓쳐버린 것 같아. 마음을 표현 할 수 있는 타이밍. 그리고 한편으론 그런 생각도 들더라? 나한텐 연이 때문에 힘들다고 했으면서 왜 그런 선택을 한 것인지 그 녀석한테 화도 났어. 둘의 맞잡은 손을 보면서 부끄러워하는 연이를 보고 분명 축하한다고 보기 좋다고 잘 어울린다고 해줘야 하는데. 자꾸 눈물이 흘러내릴 것만 같아서 그런 말이 입에서 안 떨어지더라. 그 녀석은 눈이 동그래진 상태로 내 눈치만 보고 있었어. 그리곤 억지로 입을 떼서 축하한다고 박수도 쳐주고 웃어줬는데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줄 알았어.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려니깐 입꼬리에선 경련도 일어나는 거 같고. 그렇게 정신없이 있다 보니 내가 어떻게 그 집에서 나왔는지 몰라. 그냥 바쁜 일이 있다고 대충 핑계를 대고 옆에 있는 가방을 챙겨서 나와버린 거 같아. 그리고 집으로 가는 길 걷고 계속 걷는데 휴대폰에서 진동이 울리더라. 그래서 혹시 그 녀석일까 해서 폰을 열어봤는데 정말 그 녀석이더라고. 너 어디 아프냐? 아까 안색이 안 좋더라. 아프지 마라. 누구 때문에 아픈 건데. 길을 걸으면서 아까 참았던 눈물을 펑펑 흘리면서 집에 도착한 거 같아. 그 녀석은 너무 착해서 확실하게 선을 못 긋는 거 같아. 저 문자로 또 날 이렇게 흔들어 놓으니깐 말이야. 그 뒤로 그 녀석과 연이는 부모님 사이에서 결혼 얘기가 오가는 듯했어. 연이는 나한테 드레스 좀 골라달라고 보챘고, 그 녀석은 턱시도가 어색하진 넥타이만 만져댔고 그렇게 그 둘은 결혼 준비에 몰두하기 시작했어. 처음엔 이가 갈리도록 그 둘이 밉고 그랬는데. 어쩌면 내가 그 녀석을 좋아하니깐 그 녀석이 선택한 길과 그 녀석이 좋아하는 사람까지도 좋아해 줘야 되는 거라고 생각이 들더라. 하지만 하나 아쉬운 게 있다면 아직 그 녀석에게 한 번도 내 마음을 표하지 못한 게 좀 아쉬울 뿐이었어. 그래서 나는 처음으로 내 마음을 그 녀석에게 말하기로 결심했지. 그날이 그 녀석이 내게 청첩장을 건네는 날이었어. 연이가 재활치료 때문에 병원에 있을 때 잠깐 날 찾아왔더라고 그 녀석이. 그러면서 나한테 결혼 준비 도와줘서 너무 고맙다고 하면서 청첩장을 건네는데 그 청첩장에 박혀 있는 두 사람의 이름만으로도 내 마음은 무너졌지. 하지만 지금 아니면 내 마음을 못 전할 거 같아서. 받은 청첩장을 다시 그 녀석의 손에 쥐여줬어. 나 이거 필요 없어. 너네 결혼식도 안 갈 거야. 축복도 안 해줄 거야. 그러니깐 나 이거 주지 마. 정말 내가 못된 년인 거 아는데. 너 연이라면 끔벅 죽는 거 아는데.. 너 많이 좋아했었어, 내가. 그래서 축복 못 해줘. 그리고 박지민 넌 내게서 가장 못되고 나쁜 놈으로 기억될 거야. 행복하게 잘 살아. 박지민이 내 말을 끊고 자신의 말을 하기 전에 그리고 박지민이 날 붙잡지 못하게 누구보다도 빨리 그 자리를 떴어. 박지민의 표정을 보면 읽어버리고 내 마음대로 추측해버릴 것 같아서 얼굴도 안 보고 얘기했지. 그 뒤로 그 녀석한테서 몇 번 연락이 왔었어. 근데 받을 수가 없었어. 받으면 정리하기로 한 내 마음이 흔들려 버릴 것만 같아서 사실 이 글을 올리는 오늘이 얘네 결혼식 날이거든. 그래서 이렇게 글을 여기에 적음으로써 내 마음을 좀 정리하려고 올려. 이 글을 읽는 너희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나처럼 꼭꼭 숨기고 그러다가 후회하지 말고, 할 수 있는 만큼 하고 싶은 만큼 네 마음을 표현해. 혹시 알아? 그 아이도 너를 좋아할지.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먼 미래엔 그 둘을 편하게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무튼, 두서없는 내 이야기 읽어줘서 고맙다. 모두 좋은 하루 보내. 2004.12.18 / 19:50 너무도 추웠던 날 ------------------------------------------------------------------------------------------------------------------------------새로운 글이 올라왔습니다. 잘 지내고 있을까?보고싶다,애들아 그리고 내 청춘들아. 2016.10.15 / 23:50 익명게시판을 오랜만에 찾아와서... ---------------------------------------------------------------------------------------------------------------------------- 글에 대한 설명 아닌 설명 두글의 날짜를 잘 봐주세요. 하나는 04년 그리고 두번째 글은 12년이 지난 2016년에 올린 글이에요. 아직도 지민이를 잊지 못 했다는 의미가 담겨있어요.
브금 필수
오늘을 끝으로 짝사랑을 끝냈어요. - 익명 게시판
안녕?
처음 글을 올려봐 그냥 바로 내 얘기 시작하면 되는 거지?
주변에 이런 얘기 할 곳이 없어서 여기에 올려
내가 정말 오래된 친구가 있거든 너희도 한 명씩쯤 다 있겠지. 그런 친구. 그냥 그 친구가 힘들어하면 나도 같이 힘들고 또, 그 친구가 좋은 일이 생기면 나도 같이 기쁘고, 집 앞이라고 잠깐 나올 수 있냐고 물으면 알겠다고 널려있는 코트를 걸치고 바로 나갈 수 있는 그런 친구 말이야. 내게 그런 친구가 지금까지 딱 두 명이 있어. 한 명은 여자애고 한 명은 남자앤데. 남자앤 나랑 같은 동네에 살아서 진짜 어렸을때부터 봐온 애고 여자앤 중학교 때 입학하고 처음 친해진 친구야 그래서 지금까지 이렇게 세명이서 성인이 돼서까지 친하게 지내고 있어. 그렇게 좋은 친구들이 있는데 문제가 뭐냐고?
문젠 나한테 있어. 그 남자애가 점점 남자로 보이기 시작했거든. 처음엔 설마 내가 쟤를? 10년 넘게 봐왔는데? 이제 와서 좋아졌다고? 말도 안 돼. 하고 부정했지만 정말 말도 안 되게 좋아지고 있었어.
야, 너 왜 전화 안 받냐
말 안했냐? 오늘 술자리 있었어. 근데 넌 왜 남의 집 앞에서 쭈그리고 기다리고 있어. 불쌍하게.
말했어, 연이가. 집에 얌전히 들어오는 거 확인하라고 그러길래. 괜히 걱정했네 집도 잘 찾아오고.
이날은 내가 회사에서 술자리가 있어서 좀 집에 늦게 들어간 날이었는데. 내 자취방 앞에서 신발 앞 코만 차면서 날 기다리고 있더라고 지민이가. 술도 좀 마신데다가 좋아하는 애까지 보는데 기분이 안 좋을 수가 없었지. 최대한 술 안 취한 척 가려고 노력해서 박지민 앞에까지 갔는데. 지민이는 연이의 부탁으로 왔는지 내가 멀쩡한 걸음과 멀쩡히 집을 찾아오는 걸 보고 괜히 왔다며 툴툴거렸어
이따가 네가 연이한테 전화 한 통 해줘. 너 전화 안 받는다고 걱정하더라.
어, 근데 너는 나 ㅁ...막 걱정 안 되냐? 지금 새벽인데.
그래서 왔잖아 이 바보야.
연이 때문에 온 거잖아 너. 연이 부탁으로 온 거잖아.
당연하지, 연이 반만이라도 좀 닮아라, 애가 맨날 조심성이 없어.
너무 유치한 걸 수도 있는데. 가끔은 저런 행동에 질투도 나기도 해. 연이의 부탁이면 껌뻑 죽으면서 내 앞에선 단호하게 구는 애가 미울 때도 있어.
집에 들렀다가 갈래?
안돼, 지금 집에 연이 혼자 있어. 가서 도와줘야 해.
걔는 뭐....너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냐. 요새는 휠체어도 잘 타고 적응도 했다며.
됐어, 혼자 두면 외로워해서 안돼. 너도 들어가서 쉬어라. 쌀쌀한데 밖에서 나랑 얘기하지 말고.
사실 아까 말 안 했지만 연이는 고등학교 때 갑자기 교통사고를 당해서 그 뒤로 걷지 못하고 휠체어를 타고 있거든. 처음에 연이가 그런 일 있는 뒤로 나도 너무 놀라서 연이 옆에 못 있어줬거든. 이 아이를 어떻게 위로를 해줘야 할지도 모르겠고 앞으로 내게 휠체어를 타고 올 연이의 모습을 볼 수가 없었어. 상상이 가지 않았고 믿기지도 않았고 그냥안쓰럽고 그렇게 만든 차 주인에게 미움만 쌓였어. 그때, 그 녀석이 연이 곁을 지켜주고 달래줬었지. 그리곤 그 녀석이 날 설득시키고 몇 날 몇 밤을 전화를 해서 병문안이라도 오라고 달달 볶았지.
포도? 포도 먹고 싶어?응.어떡하지..지금 연곳 없을 텐데. 일단 나갔다 와볼게. 여주랑 놀고 있어.
지가 차 사고를 낸 것도 아니면서 연이에게 그런 일이 있은 뒤로 지극정성으로 모시는 그 녀석이었어. 그 녀석은 연이가 뭐가 먹고 싶다고 하면 밤중이라도 뛰쳐나가 사다 받쳤고, 그런 그 녀석의 행동에 연이는 미안해하기도 하고 어느샌가 볼이 발그레해졌어.
야 넌 이 오밤중에 뭘 그런 걸 먹고 싶다고 그러냐. 애 막 뛰쳐나가게
그래도 먹고 싶은 걸 어떡해.
처음부터 그 녀석이 연이의 자잘한 부탁들을 들어준 것은 아니었어. 연이가 교통사고가 난 뒤로 병원에 한참 입원했을 때 우리는 수업이 끝나자마자 매일 병실을 찾아갔었지.연이는 처음에 재활운동도 적극적으로 하고 앞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을 거란 희망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원래로 돌아가기 힘들다는 것과 점점 말라가는 자신을 보고선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했던 때가 있었어. 그러더니 휠체어도 타지 않겠다며 지민이 앞에서 내팽개치기도 했고, 온갖 떼를 부렸어. 그때마다 나와 그 녀석은 연이의 떼를 모두 받아주고 안쓰러워하고 하나라도 더 먹이고 싶은 마음에 달래고 또 달래고 하다 보니 연이의 부탁은 거절도 못 하게 돼버렸지. 정말 우리들의 노력이 빛을 바랐고 또 연이도 그전보다 좋아져서 지금은 휠체어도 타려고 하고 마음도 많이 편안해 보이더라.
비가 오던 날, 우산도 없었던 터라 그냥 비를 맞고 가자 했는데 회사 앞에서 우산을 들고 금방 회사에서 끝났는지 정장을 입고 기다리는 그 녀석에 오랜만에 둘만 있는 거 같아서 내심 기뻤어. 어쩌면 내가 너무 나쁜 년인지 몰라. 연이는 지금 혼자 있을 텐데 말이야.
또 연이가 부탁했냐? 나 비 맞고 가지 않게 픽업하라고.
아니.
그럼 뭔데
비 맞고 갈 네 생각하니깐 왔다 인마. 왜 안 믿어.
당연히 안 믿지. 네 눈엔 연이만 보이잖아.
뭐래. 너도 다 보고 있거든? 너랑 나랑 얼마나 오래됬냐. 연이 보다 네가 더 애틋하고 편해. 질투하지 마.
참내 내가 언제 ㄸ,또 질투했다고 그래.
했어. 너 맨날 하잖아
차에 나를 태우고 질투를 했냐 안 했냐가지고 싸우자 내 이마를 안 아프게 콩 때리더니 했다고 결론을 짓는 그 녀석에 틀린 말이 아니라 조용히 입을 다물었어. 그래도 연이 보다 내가 더 편하다는 말에 이날 밤은 잠도 못 잤어. 그 말이 잠이 들 때까지 계속 귀에 맴돌아서 심장이 간질간질하고 달달한게 두근두근 거리기까지 했다니깐?
야 박지민 너 너무 핼쑥해. 연이도 중요하지만 네가 무슨 죄라고 너를 힘들게 하면서까지 그러냐. 너도 네 인생 살아. 이 자식아 나보고만 잔소리하지 말고 여기서 너만 바보야알아? 너 발목 붙잡힌 거야.
회사도 다니랴 밤엔 연이네 집에 가서 연이 돌봐주랴 몸이 두 개여도 모자란 그 녀석이었어. 그래서 그런지 자꾸 핼쑥해져 가는 그 녀석에 가슴이 아픈 건 나였어. 제 몸이 망가져 가는데 왜 몸 주인보다 내가 더 가슴이 아프냐고. 그래서 연이네 집에서 나와 날 집으로 데려다 주려는 그 녀석을 붙잡아 세워서 속에 있던 말을 화가 나서 흥분된 채로 말하자 그 녀석은 매번 이런 말을 하는 나에게 화를 내고 자신이 알아서 하겠다고 했지만, 이날 만큼은 나한테 그냥 기대더라 내 어깨 위에 머리를 기대고 몇 번 콩콩 자신의 머리를 내 어깨에 박더니 하는 말이
나 너무 힘들어, 여주야.
이러는데 내가 가슴이 안 아프냐고. 그러자 그 녀석은 내게 그날의 얘기를 자세하게 들려줬어. 몇 번이고 말을 뱉었다가 한숨 쉬었다가를 반복하면서 이어나갔던 그 녀석의 말들은 바보 같았어. 그 녀석이 하는 말은 그날 연이가 사고 날에 마지막까지 함께 있었던 게 자기였대. 그날 연이가 그 녀석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불러놓고 한참 동안 아무 말을 안 하고 가만히 있길래 무슨 일 있냐고 물었더니 갑자기 연이가 자기한테 고백을 해오더라는 거야. 그래서 녀석이 당황해서 생각해보고 다음에 알려주겠다고 하고 데려다 주지도 못하고 그냥 갔대. 정말 친구로 생각했던 애가 갑자기 고백을 해오니깐 당황을 했나 봐. 그래서 데려다 주지도 못하고 헤어졌는데 그날 연이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교통사고가 났다고 얘기를 해주는 그 녀석의 목소리엔 죄책감이 가득했어.
내가 그때 연이를 조금이라도 잡고, 몇 마디라도 더 나눴으면 그런 일은 없었을 거 아니야.
...야, 그래도...네가 사고 낸 거 아니니깐 이제 그런 죄책감은 씻을 때 됐어. 너 언제까지 그러고 살건데. 연이가 금방이라도 일어서서 너한테서 벗어날 수 있을 거 같아?
그날 그 녀석은 정말 지쳤는지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내가 하는 말들을 모두 듣기만 했어. 사실 내가 그 녀석을 걱정한 건 맞아. 연이의 인생도 중요하지만, 그 녀석의 인생도 중요하니깐 걱정돼서 한 말이 맞는데. 내가 정말 나쁜 게 뭔지 알아? 그 와중에 연이가 없었더라면 내가 그 녀석한테 내 마음을 고백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는 거야. 그리고 나는 그날 이후로 더는 그 녀석한테도 그리고 연이한테도 연락하지 않았어. 또 그렇게 시간은 무심하게 지나갔지. 거의 이틀에 한 번씩 연이네 집을 찾아가서 그 녀석과 함께 영화를 보고 또 뭐 해먹고 그랬는데, 일이 바빠지니깐 그런 거 안 해도 점점 바쁜 일상 속에 물들어가더라.
야, 김여주.왜.우리 둘 다 나중에 20대 후반이 돼서도 결혼 못 하고 있으면 우리 만나보자. 뭐래 싫어 내가 왜.뭐?! 고마운 줄 알아. 다 너 시집 못 갈까 봐 내가 또 걱정해주는 거잖아. 내가 안 데려가면 너 또 누가데려가냐.
고등학교 1학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네가 내게 장난인 듯 말했던 말들에 내가 얼마나 설렜는지 그 아인 모르겠지. 그 말이 어떤 의미일까 혼자 고뇌하고 혹시 그 아이도 나를 좋아하나 하는 마음에 가슴이 콩콩 뛰던 걸 아는지. 문득 고등학교 때 누가 보다도 가까웠던 우리 둘의 대화들이 떠올라 가끔 밤잠도 설치고 그랬어. 그 녀석은 그 약속을 기억할까? 그 녀석이 짝이 없으면 우리 만나보자고 말한 그 20대의 끝자락에 우린 지금 서 있는데. 우리의 사이는 변한게 없구나. 아무튼, 그렇게 연이와 그 녀석을 안 만난 지 1달 가까이 되어가는데 먼저 연락이 온건 그 녀석이었어. 회사라서 받을까 말까 하다가 팀장님 눈치를 살짝 보고 밖으로 나가서 받았는데.
할 말이 있어. 그니깐 이따가 연이네 집으로 와.
오랜만에 통화 하는데 바로 본론을 얘기하냐.. 뭐 잘 지냈냐 왜 그동안 연락없었냐 이런 것도 안 묻고...
.......너야 워낙 알아서 잘하니깐 잘 지냈겠지 뭐.. 건강 잘 챙기면서 일하고. 이따가 연이네 집에서 보자.
그래도 난 그 녀석이 나한테 연락을 먼저 해줘서 사실 고마웠거든. 내가 먼저 연이와 지민이에게 연락을 안 한 거라. 다시 하기도 뭐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 하기 힘들어졌거든. 근데 먼저 이렇게 연락줘서 나름 기분이 좋았어. 그래서 퇴근 후에 연이네 집으로 들어가는 길에 케익 하나를 사서 들어갔지. 집을 들어가자 퇴근하자마자 바로 들어왔는지 이미 지민이도 연이네 집에 있더라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날 반겨주는 연이는 뒤에서 지민이가 휠체어를 끌어줬고 나는 연이에게 케익을 건넸지 그러자 그동안 바빴냐며 왜 안 왔냐고 이제 우리랑 인연 끊기로 한 거냐며 연이가 나를 장난으로 혼내기 시작했어. 그리고 받은 케익을 지민이에게 건네고는 연이는 휠체어를 끌고 날 거실로 이끌었어. 그리고 그 녀석은 연이에게 받은 케익을 식탁 위에 올려놓고 우리 둘을 따라 쇼파 앉았고, 자연스레 연이의 손을 맞잡는 그 녀석에 나는 입이 안 떨어졌어.
사실, 여주야 그렇게 됐어. 우리.
이것 때문에 나 부른 거구나, 이런 말 하려고 나 부른 거구나. 나는 또 이런 말을 들으려고 이곳에 왔구나 하는 마음에 눈물이 날뻔했지. 솔직히 연이가 지민이를 좋아한다는 건 나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어. 그 녀석이 연이를 챙겨줄 때마다 연이의 볼이 발그레 해지는걸 보곤 그냥 보통 감정이 아니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었지. 나도 연이의 마음처럼 지민이를 좋아했지만 나는 볼도 마음대로 발그레 해질 수 없었거든. 좋아하는 것을 들켜버리면 지민이가 안 그래도 힘든데 내 고백으로 인해서 힘들어질까 봐 그냥 꼭꼭 숨기고 또 꼭꼭 숨긴건데 타이밍을 놓쳐버린 것 같아. 마음을 표현 할 수 있는 타이밍. 그리고 한편으론 그런 생각도 들더라? 나한텐 연이 때문에 힘들다고 했으면서 왜 그런 선택을 한 것인지 그 녀석한테 화도 났어. 둘의 맞잡은 손을 보면서 부끄러워하는 연이를 보고 분명 축하한다고 보기 좋다고 잘 어울린다고 해줘야 하는데. 자꾸 눈물이 흘러내릴 것만 같아서 그런 말이 입에서 안 떨어지더라. 그 녀석은 눈이 동그래진 상태로 내 눈치만 보고 있었어.
그리곤 억지로 입을 떼서 축하한다고 박수도 쳐주고 웃어줬는데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줄 알았어.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려니깐 입꼬리에선 경련도 일어나는 거 같고. 그렇게 정신없이 있다 보니 내가 어떻게 그 집에서 나왔는지 몰라. 그냥 바쁜 일이 있다고 대충 핑계를 대고 옆에 있는 가방을 챙겨서 나와버린 거 같아. 그리고 집으로 가는 길 걷고 계속 걷는데 휴대폰에서 진동이 울리더라. 그래서 혹시 그 녀석일까 해서 폰을 열어봤는데 정말 그 녀석이더라고.
너 어디 아프냐? 아까 안색이 안 좋더라. 아프지 마라.
누구 때문에 아픈 건데. 길을 걸으면서 아까 참았던 눈물을 펑펑 흘리면서 집에 도착한 거 같아. 그 녀석은 너무 착해서 확실하게 선을 못 긋는 거 같아. 저 문자로 또 날 이렇게 흔들어 놓으니깐 말이야.
그 뒤로 그 녀석과 연이는 부모님 사이에서 결혼 얘기가 오가는 듯했어. 연이는 나한테 드레스 좀 골라달라고 보챘고, 그 녀석은 턱시도가 어색하진 넥타이만 만져댔고 그렇게 그 둘은 결혼 준비에 몰두하기 시작했어. 처음엔 이가 갈리도록 그 둘이 밉고 그랬는데. 어쩌면 내가 그 녀석을 좋아하니깐 그 녀석이 선택한 길과 그 녀석이 좋아하는 사람까지도 좋아해 줘야 되는 거라고 생각이 들더라. 하지만 하나 아쉬운 게 있다면 아직 그 녀석에게 한 번도 내 마음을 표하지 못한 게 좀 아쉬울 뿐이었어. 그래서 나는 처음으로 내 마음을 그 녀석에게 말하기로 결심했지. 그날이 그 녀석이 내게 청첩장을 건네는 날이었어. 연이가 재활치료 때문에 병원에 있을 때 잠깐 날 찾아왔더라고 그 녀석이. 그러면서 나한테 결혼 준비 도와줘서 너무 고맙다고 하면서 청첩장을 건네는데 그 청첩장에 박혀 있는 두 사람의 이름만으로도 내 마음은 무너졌지. 하지만 지금 아니면 내 마음을 못 전할 거 같아서. 받은 청첩장을 다시 그 녀석의 손에 쥐여줬어.
나 이거 필요 없어.
너네 결혼식도 안 갈 거야.
축복도 안 해줄 거야.
그러니깐 나 이거 주지 마.
정말 내가 못된 년인 거 아는데. 너 연이라면 끔벅 죽는 거 아는데..
너 많이 좋아했었어, 내가.
그래서 축복 못 해줘. 그리고 박지민 넌 내게서 가장 못되고 나쁜 놈으로 기억될 거야. 행복하게 잘 살아.
박지민이 내 말을 끊고 자신의 말을 하기 전에 그리고 박지민이 날 붙잡지 못하게 누구보다도 빨리 그 자리를 떴어. 박지민의 표정을 보면 읽어버리고 내 마음대로 추측해버릴 것 같아서 얼굴도 안 보고 얘기했지. 그 뒤로 그 녀석한테서 몇 번 연락이 왔었어. 근데 받을 수가 없었어. 받으면 정리하기로 한 내 마음이 흔들려 버릴 것만 같아서 사실 이 글을 올리는 오늘이 얘네 결혼식 날이거든. 그래서 이렇게 글을 여기에 적음으로써 내 마음을 좀 정리하려고 올려. 이 글을 읽는 너희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나처럼 꼭꼭 숨기고 그러다가 후회하지 말고, 할 수 있는 만큼 하고 싶은 만큼 네 마음을 표현해. 혹시 알아? 그 아이도 너를 좋아할지.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먼 미래엔 그 둘을 편하게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무튼, 두서없는 내 이야기 읽어줘서 고맙다. 모두 좋은 하루 보내.
2004.12.18 / 19:50 너무도 추웠던 날
------------------------------------------------------------------------------------------------------------------------------새로운 글이 올라왔습니다.
잘 지내고 있을까?보고싶다,애들아 그리고 내 청춘들아.
2016.10.15 / 23:50 익명게시판을 오랜만에 찾아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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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대한 설명 아닌 설명
두글의 날짜를 잘 봐주세요. 하나는 04년 그리고 두번째 글은 12년이 지난 2016년에 올린 글이에요. 아직도 지민이를 잊지 못 했다는 의미가 담겨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