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에 멘토스!
03
3학년이 된지 얼마 안 된 여주가 다니엘을 보지 않을 거라고 굳게 믿었던 시간은 수준별 수업 시간이었다. XX고는 예산이라는 예산은 다 받아먹기 위해서 교과교실제 시범학교까지 돌입하기 시작했으며 수준별 수업 시간은 당연한 거였다. 닷새, 보름이 지날 수록 여주는 수준별 수업 명단이 나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렸고, 결과는 참혹했다. 아니 씨발. 강다니엘이 왜 A반이야?
반장이 교무실을 다녀오며 큰 목소리로 '수준별 명단 나왔어!'하는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여주는 개새끼 마냥 칠판 앞으로 달려나갔고, 얻은 거라곤 망연자실함과 좆같은 깨달음뿐이었다. 지금껏 다니엘과 여주가 수준별 수업에서 만나지 못했던 이유는 서로의 반이 너무 멀어서 수업 시간이 엮이지 않았던 탓이었다. 아마도 즐거운 3학년을 위한 하늘의 빅픽쳐가 아닐까.
"의웅아, 이거 실화야?"
"다니엘 말하는 거지? 다니엘, 공부 잘 해."
"그래 씨발, 왠지 걔만 징계란 징계는 다 피하는 것 같더라."
"하하, 꼭 그것만은 아닌데 …"
A반, 강다니엘, 김여주 … 나란히 붙어있는 이름에 여주는 순간적으로 머리를 칠판에 박아버릴 뻔했다. 하루이틀도 아니고, 이제 의웅은 그런 여주의 눈길을 보기만 하면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지 무슨 행동을 할지도 파악하는 건 식은 죽 먹기라 여주의 어깨를 붙잡아 말리며 자리로 이끌었다. 장담컨대, 십구세 이의웅 자처해서 등 터진 새우 자리 잡고있는 거다.
*
쓰레기통을 들고 소각장으로 향하는 여주는 목적지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 수록 인상이 찌푸려졌다. 너 나 할 것 없이 어느 고등학교든 소각장들은 소위 문제아라고 불리는 놈들의 성지였기때문이다. 무섭다기보단, 쫄린다기보단 간간이 배인 담배 냄새에 폐부가 썩어들어갈 것만 같은 느낌이 썩 좋지않아서. 분리수거 담당도 아닌 여주가 걸음을 빨리 옮기며 소각장으로 가는 이유는 다 의웅에게 있다. 근래들어 의웅에게 미안한 일만 잦은지라 뭐 하나정돈 도와야겠단 맘에 담당 청소를 도와주기로 한 것. 그러니까 김여주는 호의를 보이든지 아니든지 간에 악연과 꽤나 질긴 사이라는 걸 다시금 되새길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단 거다.
아. 혹시나가 역시나. 소각장 담벼락엔 다니엘의 뒷모습이 보였고 발소릴 놓칠 리가 없는 그가 여주의 움직임을 느긋하게 응시했다. 말없이, 빠르게 지나치겠다는 생각을 잔뜩 먹고 큰 소리를 내며 걷는 김여주의 어깨가 잔뜩 움츠러들었다. 남들과 같이 있을 땐 몰라도 둘만 남았을 때의 중압감은 정말.
"왜 모른 척 해 여주야."
"아는 체하는 사이는 못 되잖아."
"그렇다고 친구를 애인으로 팔아넘기는 건 좀 그렇지."
"박지훈 말하냐?"
"지훈이랑 너랑 애인일 리가 좆도 없는 거 내가 잘 아는데."
"…"
아. 씨발. 말없이 쓰레기통을 비운 김여주의 낯짝이 굴러다니는 낙엽만큼이나 떨린다. 속여야 할 놈이 떡하니 알고있다니. 실로 김여주와 박지훈이 사귄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버린지 이틀째. 학교에서 그 소문을 믿는 건 의웅과 지훈, 김여주를 제외한 모두였다. 심지어는 그날 하교 때까지 박지훈에게 알게모르게 싹싹 빌며 매점 셔틀까지 자처했는데. 꿩 대신 닭도 아니고, 크게 빗겨나간 노림수에 머리가 복잡해질 뿐이었다.
"아 - 모르는 척 해줄까? 그냥 둘이 사귀는 걸로 볼까?"
"뭘 말하고 싶은 건데 너는."
"미안한데, 난 그딴 개구라에 넘어갈 만큼 대가리가 비지는 않았어 여주야."
"여주야 여주야, 친한 척 이름으로 부르지 마라 너."
"모르는 척 해줄 테니까 계속 지훈이랑 사귀는 거 해 봐. 때 봐서 잘 헤어지고, 응?"
"씨발놈, 개양아치새끼."
이를 바득바득 갈며 다니엘을 노려보는 여주는 한낱 생쥐새끼. 그럼 다니엘은 고양이인가. 그것도 아니다. 고양이라고 하기엔 날쌨고 무뎠으며 다니엘의 무게는 상당했다. 심심하던 와중에 나타난 장난감 정도를 손에 익히는 맹수인가.
하하. 다니엘이 소리내어 웃는다. 게임을 하던 휴대폰을 주머니에 집어넣고 슬슬 일어서는 차림새는 말끔한 교복을 입은채로. 원래 쟤가 교복을 갖추어 입었던가. 여주가 생각했다. 그렇다. 우스울지 모르겠으나 다니엘은 언제나 교복을 말끔하게 차려입고 등교를 했으며 활보했다. 양아치라는 타이틀이 어마어마해서 그렇지. 탄식이 작게 흘러나온다.
"넌 진짜 싸가지 없다."
댕. 여주의 머리가 울렸다. 1대2. 어깨를 두드리며 지나간 다니엘의 마지막 한 방이 어퍼컷이 된 셈이다. 얼굴이 붉어진 여주가 매섭게 고개를 돌려 다니엘의 등판을 죽어라 쏘아봤다. 씹새끼, 두 번이나 엿먹인 거다. 지금 날.
암호닉 |
0226, 입틀막, 뿡뿡이, 아기어피치, qwerty, 달빛, 롱롱, 유자청, 남융, 세병, 일오, 다녤맘, 돌하르방, 선인장, 인연, 응, 넌내희망, 춥스, 고구마, 두둠칫, 녜리, 대니캉, 오월, 망개몽이, 쿠마몬 |
오애오입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보게될 줄은 몰라서 넘나 당황스러울 뿐인데요.
무엇보다 글에 나오는 의웅이가 안타깝게 더이상 티비에서 볼 수 없게 되었어요.
하지만 귀여운 의웅이는 계속 글에 나올 생각이고 맘에 들지 않으심 보시지 않으면 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