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tus Aroma :: 멜로디 향기
음악은 우리에게 사랑을 가져다 주는 분위기 좋은 음식이다.
- 셰익스피어,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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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는 이미 '음악' 이란 깊고도 황홀한 미지의 세계에 빠져 있었다.
w. 아로마
'나이팅 게일에게',' 가을에' 등의 명작을 쓴 영국의 천재 시인 존 키츠는 한 문장의 말을 남겼다. 음악을 들으면서 죽게 해준다면 더 이상의 기쁨이 없으리라, 란 명언을 말이다. 음악이란 박자 가락 음성 따위의 여러 가지 조합물들이 갖가지 형식으로 조화하고 결합하는 예술이며 또한 목소리나 악기를 통하여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하는 예술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음악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좋은 음악을 들으면 마음을 부드럽게 함으로써 이성을 설복시키는, 음악은 그런 진정제의 역활을 톡톡히 한다 할 수 있다. 그런데 음악을 들으면서 죽으면 그것만으로도 좋다니. 누가 그런 생각을 해? 음악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이런 말은 당연시 되는 논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음악을 들으며 심신의 안정 정도의 따위는 성취할 수 있지만 비생산적인 면이 있기에, 즉 음악은 세계과 인생으로 통하는 길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 만은 알아두자. 우리는 이미 완전하게 음악의 내부에 있다는 것을. 또한 음악이 이미 세계를 받아들였다는 것을.
Cantus Aro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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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준면이 너 이번에 학교 전임 교수로 발탁 됬다며. ”
“ 형 여긴 왠일이세요? ”
“ 니 공연 봤다 인마. 그나저나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하시죠. ”
뮤지컬 '세리카' 분장실 안. 하얀 분이 치덕치덕 묻혀진 약간은 얼굴을 물티슈로 북북 닦던 준면은 문이 열림과 동시에 들리는 반가운 목소리에 자연스레 고개를 돌렸다. 어, 형. 준면의 말에 상대방의 얼굴이 짐짓 진지해진다.
“ 형이 그걸 어떻게 아세요? ”
“ 나 좀 서운해질려고 한다? 너랑 몇년을 알아왔는데 그런 어정쩡한 대답이야 새끼야. ”
그냥 뭐. 당황함이 서려있는 준면의 얼굴에 사내는 준면의 어깨를 아프지 않게 툭 쳤다. 오늘따라 이상하다. 준면을 뮤지컬의 길로 인도해준 사내는 언제나 무슨 일이 있어도 준면의 편을 들어주는, 과장되서 말하자면 수호신이라 가히 부를만큼 깊은 관계가 있는 인물이다. 그런데 저런 떫은 감 같은 얼굴은 뭐람. 교수의 길로 갔다 하면 부모님 보다 기뻐할건 저 사내이다. 내가 너 이렇게 될줄 알았어 새끼야. 하며 어깨가 얼얼할 정도로 세게 치면서 말이다. 근데 뭐가 저렇게 불만인지. 준면은 이미 더러워질대로 더러워진 티슈를 화장대 위에 대충 올려 놓곤 의자를 팽그르르 돌렸다. '세리카' 의 뜻은 로마 또는 그리스 사람들이 중국 사람을 일컫는 호칭이라 정의 내려진다. 따라서 비단 세리카란 제목을 떡 하니 정한 뮤지컬에서 로마 사람을 대신할 인물이 나오는건 당연했다. 설마 내가 로마 사람 역활을 해서 그런건가. 사내는 유난히 로마, 란 나라를 싫어했다. 딱히 로마가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말이다.
“ 형 무슨일 있어요? ”
“ 너나 대답해. 갑자기 잘하던 뮤지컬은 왜 그만두고 전임 교수로 들어간다는 거야? ”
“ 그야.. 어차피 세리카 담당 뮤지컬 배우는 따로 있었고 저야 새로운 실력 있는 후배들이 제자가 되면 좋은거죠 뭐. ”
“ 지 밥줄이 끊기는 행동을 스스로 자처하고 있네 새끼가. 음악은 나의 생명이며 나는 연주하기 위해 살고 있다 라는 명언 읊고 다니던게 누구더라. ”
“ 무슨 교수 한다고 음악을 안하는건지 아세요? 그냥.. 마스터 클래스 수업 들어가고 가르치고 그런거죠. ”
김준면 너 안본 사이에 뻔뻔함이 많이 늘었다. 사내의 말에 준면은 어색하게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사실 교수가 해보고 싶었던건 준면 또한 아니다. 어렸을때 음악 선생님의 도움으로 음악에 어느정도 소질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냥 우연치 않게 굴러 들어온 기회를 잡아 봤는데 예술 고등학교에 들어온거고. 준면은 그렇게 누구보다 운 좋게 살아왔다. 성량 조금 좋고 목소리가 좋다는 이유로 솔로 가수로 활동 하며 앨범 몇개를 발매 했었고 결국 인생의 종착점은 뮤지컬 배우로 끝나는듯 했다. 분명히 그랬었다. 이러한 신념히 깨질거란건 준면 조차 상상할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조금 다를 것 같은 느낌이다.
“ 새끼야. 나도 교수 해봤으니까 잘 아는거 아냐. 너 그거 그렇게 쉽게 볼거 아니다? ”
“ 저도 알아요. 한번 해보고 싶었을 뿐이에요. 단지. ”
“ 너 그런애 아니잖아. 목적 없으면 안하는 성격인거 뻔히 아는데. 김준면 갑자기 왜 마음이 바뀐거냐? ”
“ 학생들한테 뭔가를 알려 주고 싶어요. 적어도 나처럼은 살지 말라는 그런식의 이야기요. ”
“ 니가 어때서? ”
“ 저 운좋은 놈인거 잘 아시잖아요. ”
“ 니가 다 재능이 있으니까 기회도 잘 잡은거지. 노련한거지 재수없는건 아니다. ”
저 재수 없다고 한적 없는데요. 들켰다. 멋쩍은지 뒷머리를 긁적이더니 얇은 후드티 주머니에 손을 넣고 한숨을 쉬는 사내의 모습에 준면은 끙. 골머리를 앓았다.너 혹시 걔 때문이냐? 사내의 말에 준면은 고개를 들었다.
“ 누구요? ”
“ 모르는척 하지마 인마. 세훈인가 그 천재적인 놈 있잖아. ”
“ 아.. ”
“ 걔 때문인거지? 걔 때문에 교수로 들어가는거지. 너가 그럴놈이 아닌데 해서 혹시나, 했는데 역시. 세훈이란 애 입학했더라. ”
“ 선배는 날 너무 잘 알아요. ”
“ 그러니까 몇년 형동생이지. 너 그 남자애 꼭 제자로 키우고 싶다 했잖아. 이제 실천하는거야? ”
사내의 걱정된다는듯 약간은 가라앉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준면은 굴하지 않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드디어 그 비싼 얼굴 한번 보는건가. 준면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잔잔히 맴돈다. 세훈은 생각만 해도 기분 좋은 상상을 하게 만드는, 또한 순진한 준면에게 소유욕을 들게하는 그런 존재이다. 세훈의 천재성은 대단했다. 세훈의 자작곡이 메스컴을 장기간 타며 외국 배우에게 노래의 저작권료를 상의하게 만드는 그 정도의 블록 버스터급 스케일 말이다. 15살 밖에 먹지 않은 아이가 그랬다면 이야기는 180도 달라진다. 그때 준면은 26살이었다. 한참 솔로 가수 생활을 하며 호화롭고 여유로운 생활을 지내며 나름대로 자신의 '천재성' 에 대해 자부하고 있던 준면의 사고가 와장창 깨져버린 시점이라 말 할수 있을 것이다.
내가 꼭 키우고 말거야. 당시 준면의 머릿속엔 이 생각 뿐이었더랜다. 누가 잡아채갈까, 하루 하루 노심초사 하며 세훈이 얼른 커서 대면할 수 있기를. 하루 하루 고대해오던 이 나날들. 이제야 보상을 받구나, 준면은 승천할듯 솟아오르는 광대에 진정이 안되는지 손을 파닥 거렸다.
“ 근데 걔 좀 성격 안좋단 이야기가 있더라. ”
“ 누가 그래요? 네? ”
“ 내 조카가 걔랑 같은 학교 다녔는데 무관심 하고 실제로 보니까 음악에 관심도 없다고 하던데? ”
“ 에이. 그거 다 괜히 음악에 음자도 모르는 애들이 열등감 폭팔해서 그러는거에요. ”
“ 아닐걸? 무튼 너 조심해라. 걔 그렇게 만만치 않다는거는 확실하다. ”
“ 알겠어요. ”
“ 그럼 나 간다. 남은 뮤지컬 잘 마무리 하고 학교에서 멋있게 생활하기를. 아, 꼭 오세훈인가 그 애 제자로 만들어라 화이팅. ”
알았어요 선배. 나중에 좋은 소식으로 찾아 뵐게요. 준면의 말에 대충 손을 흔들어 보인 사내는 웃는 얼굴로 분장실을 나섰다. 끼야호!! 텅 빈 분장실의 모습과 달리 내부는 한 사람의 목소리로 시끄럽기만 하다.
17세기와 18세기를 통틀어 음악이 무엇인지 온몸에 전율을 느끼게 해준 베토벤. '여섯 살의 어린 천재' 란 수식어를 달고 다니며 13살때 변주곡의 처녀 출판을 하기에 이르렀다는 '음악의 영웅' 이다. 아킬레우스나 오디세우스, 나폴레옹 등의 전쟁 영웅이 있듯 말이다. 베토벤 보다는 약간 늦은감이 있지만 17세기를 주름 잡았던 베토벤이 있다면 21세기엔 '세훈'이 있다. 준면은 킬킬 거리며 임명장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오늘 밤은 정말 잠 못드는 밤이다, 일컫으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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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아로마 처음으로 인사 올립니다 ㅎ.ㅎ
저의 첫 데뷔작은 ' 칸투스 아로마 ' 으로서 칸투스 아로마는 중편 정도로 이루어진 소설입니다. 커플링은 세준이고. 위 글이 횡설수설 한지라
확실히 이해하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짧게 말씀 드리자면 가수 활동을 중단하고 뮤지컬 배우를 직업으로 삼던 준면이가 예술 학교에 전임 교수로 들어가게 되고
또한 거기서 천재적인 음악적 재능을 지닌 세훈이와의 만남을 그린 소설입니다. 물론 음악이란게 전공이 아닌지라 서툰 점도 많고 자칫하면 진부해질 수 있는 스토리지만
열심히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럼 1편에서 뵈요 !
# BGM. 피아노 i - 캐논변주곡 (jazz 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