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민아! 많이 기다렸어? 더운데 안에 들어가 있지."
"됐다."
"파마한다더니 예쁘게 잘 됐네."
"......."
자신의 머리를 만지작 거리며 해맑게 콩콩 뛰어다니는 여주를 보던 영민은 무심하게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는 여주를 놔두곤 먼저 걸어감. 그런 그가 익숙한듯 여주는 영민의 팔에 매달려 애교부리기에 바빴음. 평소에도 잘 웃지않고 무뚝뚝한 영민과 애교 빼면 시체인 여주가 연애한지도 어느덧 2년이 넘어가는 중임.
"나 오늘 옷 어때? 어제 샀는데!"
"......."
안 예뻐? 나 안 예뻐?ㅡ 여주는 영민의 앞을 가로막고는 고개를 좌우로 까딱거리며 애교섞인 말투로 물었음. 여주가 새로산 하얀 원피스는 여주를 위해 만든 옷이라해도 될 정도로 정말 잘 어울렸고 그런 순수한 여주의 모습에 영민은 귀끝이 붉게 물들어감. 하지만 영민의 눈에는 짧은 치맛자락이 눈에 거슬렸음.
"짧다."
"이게 짧아? 여름 옷이라 그런가봐."
"니 옷은 뭐 전부다 반 토막 났노."
여주는 더위를 잘 타기 때문에, 여름이 다가오면 늘 반바지, 나시 등 노출이 심한 옷을 자주 입음. 그런 여주 때문에 영민이 가장 싫어하는 계절은 여름이 됨.
말은 툴툴거려도 자신이 매고있던 가디건을 풀어 여주의 허리에 둘러주는 영민임. 사귄지 2년이 넘어가지만 아직 여주에게 표현하는 것이 익숙하지않고 여전히 서투른 영민은 다른 남자들이 여주를 볼까 걱정이 되지만 역시나 입밖으로 꺼내지는 않음.
옷장을 다 불태우든가 해야지ㅡ 그저 여주가 모르게 조용히 다짐을 하는 영민임.
2.
"아…, 큰일났네."
여주는 선천적으로 워낙 몸이 튼튼해 감기에 잘 안걸리는 편이었음. 하지만 한번 아플때 3일을 꼬박 앓을 정도로 심하게 아프곤 함. 바로 지금, 개도 안걸린다는 여름 감기에 여주가 걸려버렸음. 약을 먹어야하는데 도저히 몸을 일으킬 수 없던 여주는 영민에게 전화를 걸기로 결심을 함. 감기 때문에 목이 쉬어버린 탓에 몇번이고 목을 가듬고는 애써 밝은 척을 하며 영민에게 전화를 검.
"영민아, 뭐해?"
"일하는 중이지."
"아…, 진짜? 밥은 먹었어?"
"어. 먹었는데 니 어디 아프나."
"아,아니. 어제 애들이랑 노래방 갔는데, 그래서 목이 좀 쉬었어."
"…알았다."
영민과의 전화가 끝나자마자 여주는 이불을 목까지 끌어올리고는 뜨거운 숨을 내뱉음. 아, 약먹기는 글렀네ㅡ 영민이 일하는 시간이라는 것을 까먹은 여주는, 일하는 중이라는 영민의 말에 차마 와달라고 얘기를 못함. 그리고 감기지 않는 눈을 애써 감으며 잠에 청함.
-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났을까 잠에서 깬 여주는 아직 내려가지않은 체온탓에 여전히 어지러운 머리를 부여잡고는 허리를 세워 침대에 앉음. 그리고 비몽사몽 눈을 뜨니 침대 옆 의자에 앉아 조금 화난 얼굴로 여주를 쳐다보는 영민이 보임.
"......."
"잘하는 짓이다."
한참동안이나 여주를 간호한 모양인지 그의 왼손에는 물에 적신 수건이 보였음. 여주는 열 때문에 살짝 상기된 얼굴을 숙이면서 영민의 눈을 피함.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던가. 뭐 좋다고 니 혼자 앓는데."
"…미안. 너 걱정 시키기 싫어서…."
영민은 자신에게 방해가 될까봐 솔직하게 말하지않는 여주의 행동이 속상했고, 그런 여주를 미리 알아채지못한 자신에게 화가났음. 그런 영민의 화난 표정을 본 여주는 자신에게 화가 난 줄 알고 차마 영민을 보지못하고 고개를 숙여버림.
"고개 들어봐."
"......"
"얼굴 좀 보자."
그리고 여주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올린 영민은 여주와 눈을 마주침. 영민의 손으로도 느낄 정도로 여주의 얼굴은 체온으로 달아올랐음. 그런 여주의 모습을 본 영민은 살짝 한숨 쉬더니 조심스럽게 여주의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정리해줌.
"화낸건 미안. 일찍 못 알아챈 내한테 화났었다."
"......"
"앞으로 아프면 아프다고 솔직히 얘기하자."
"…응, 미안해."
내한텐 니가 젤 중요하다ㅡ 여주의 머리카락을 정리하며 살짝 웃더니, 그대로 이마에 짧은 뽀뽀를 해주는 영민임.
3.
"영민아아 -"
돌겠네, 진짜ㅡ 영민은 여주의 모습을 보더니 한숨을 내쉬곤 자신의 머리를 헝클어버림. 여주는 술 마시는 것을 굉장히 좋아함. 하지만 주량은 한병도 채 안된다는게 큰 단점이었음. 하지만 그 똥같은 주량으로 이리저리 술자리에 끼이는 여주의 행동은 영민에게 골칫거리였음.
"얘 언제부터 이러고 있었는데."
"한 몇 십분전? 좀 됐을걸."
"영민아 -, 나 안보고싶었어?"
여주는 사랑받고 자란 티가 날 정도로 유난히 스킨십하는것을 좋아했음. 평소에도 영민에게 갑작스럽게 안기던가, 뽀뽀를 하는 돌발 행동을 많이해 영민을 당황시킴. 그러나 술을 마시면 그런 행동이 더욱 심해짐.
그리고 그런 여주의 행동이 영민이 가장 걱정스러워하는 부분이었음. 물론 자신에게 하는 것은 상관없으나, 남녀불문 가리지않고 스킨십을 해대는게 문제인거지. 자신에게 다가오는 영민을 본 여주는 그대로 그에게 안겨 강아지처럼 머리를 부비적 댔음.
"으응, 영민이다. 영민이…."
"정신 좀 차려라. 적당히 마시랬다이가."
"진짜 쪼-끔 마셨어, 나."
"퍽이나 그랬겠다."
말을 퉁명스럽게해도 행여나 여주가 다칠까봐 어깨를 감싸고는 조심스레 자신의 등에 업히는 영민이임. 자신의 셔츠로 여주의 치마를 가려주는것도 잊지않은채.
그렇게 여주를 업은 채, 늦은 밤 인적이 드문 길을 걷고 있었음. 여주는 영민의 등에 업힌게 좋은지 다리를 흔들며 콧노래를 부름.
"영민아, 영민아아 -"
"왜."
"조아, 진짜."
"뭐가 그래 좋은데."
내는 니 술마실때마다 피 말려서 죽을거 같은데ㅡ 그런 영민의 퉁명스런 말에 여주는 기분이 좋은지 베시시 웃더니 영민의 목을 감싸안음.
"너 냄새. 너무 조아. 뭐 뿌려써?"
"시끄럽다."
영민은 자신의 목을 꼭 안는 여주의 행동과 애교스런 말투에 살며시 올라가는 입꼬리임. 그렇게 한참이나 영민의 등에 업혀 조잘대던 여주는 어느새 말수가 적어지더니 색색거리는 숨을 내뱉으며 잠에 듬. 여주가 자는 것을 눈치 챈 영민은 행여나 여주가 깰까봐 발걸음을 조금 더 늦춤.
"이거 진짜 어떻게 데리고 사냐."
그리고 남몰래 허공에대고 한숨을 뱉으며 혼잣말을 하는 영민임.
첫글에 열띤 성원 감사드려요.
저 진짜 댓글 하나하나 다 읽고 있어요. (그리고 혼자 눈물흘리는 (´;ω;`)....
신알신 해주시면 감사하겠읍니다, 따흐흑.
그리고 제가 감히 암호닉 신청을 받아도 될만한 사람인지 모르겠지만
암호닉 신청 원하시는 분들이 더 늘어나면 언젠간 암호닉 신청 글을 올릴게요.
제 글 읽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