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 김여주 김여주 나 집사됐다! "
" 전부터 키우고 싶다고 하더니 ㅋㅋㅋㅋ 결국 ㅋㅋ "
" 형이 사줬다 "
" 와.. 너희 오빠 짱이다 진짜 ㅠㅠ 뭐하고 있었어? "
" 씻고 고양이랑 놀고 있었어 너는 뭐하냐 "
" 그냥 ppt 수정 하고 있었지 아니 근데 의건아 우리 조에 ㅂ… "
의건이랑은 딱 이정도다. 딱 친구로서의 선.
거기까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였다.
***
" 여주야 왜 배아파? "
" 응... 아 왜이러지? "
" 아이씨... 체육시간에 늦으면 벌점이야 아 몰라 엽혀 "
" 에? 아니야 그정도는 "
" 빨리 엽혀 나 저번처럼 수행평가에서는 깎이면 안된다 "
의건이는 나를 업고 강당으로 갔고, 결국 나는 체육시간 내내 한쪽에 앉아 피구와 농구를 구경했다.
멍때리고 있다가 왼편에서 농구공 하나가 내 머리쪽으로 포물선을 그리며 오고 있었다.
놀라서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는데 큰 손 하나가 내 얼굴 앞을 막아 농구공을 쳐냈다.
" 바보냐 피해야지 뭐해 "
" 아... 미안 "
" 하여간 너 코 나갈뻔했다 꼬맹아 "
***
…… " 여자친구? "
여자친구가 생겼다고 했다. 의건이가.
자연스레 나는 가로등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 그럼... 이제 나 데려다 주면 안되겠네 "
" 왜 "
" 여자친구가 싫어 할거아니야 "
" 뭐야 너는 너고 여자친구는 여자친구지 "
" .... 그.. 그런가... "
또 바보같이 수긍해버렸다. 나는 널 좋아하는게 맞는 것 같다.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된 때부터 왠지 모르게 널 피하게 된다.
만나면 너에 대한 마음이 커져버릴 것 같고, 들킬 것만 같다.
유난히 같이 가달라고 조르던 친구를 따라 매점에 가는 길.
밥을 먹고 온 너와 마주쳐버린다.
화들짝 놀라 매점을 빠져 나가려는 나를 우두커니 바라보다가 짜증난 듯 내 팔뚝을 잡고
" 김여주 너 왜... "
" ............. "
" 내가 뭐 잘못한거있냐 "
" 아니야.. 그런거 나 요즘 공부해 바빠 되게. "
의건이를 뿌리치고 난 교실로 빠른 걸음으로 가버렸다.
***
야간 자율 학습이 끝나고, 일부러 뒷정리에 문단속도 자진해서 한 후 늦게 후문을 나가는데
의건이 너가 서있었다.
나는 요즘 너가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공부가 손에 안잡히고,
내 소중한 친구를 뺏긴 것 같고,
의건이가 참 괜찮은 애라 사귀는거 겠지만 그 친구는 참 좋겠다는 생각에 잠도 안오고,
마음이 이렇게 복잡한데.
넌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나에게 화가 많이 나있다.
미안하고 묘한 감정에 나도 모르게 울컥한다.
" 왜 피하는데 내가 뭐 잘못했어? 왜 사람을 피해다녀 "
" ............. "
" 말을 해 말을 김여주 "
" 너... 왜 나한테 니 여자친구 소개 안시켜줘 "
" 뭐? "
" 우리학교 아니라더만, 왜... 니친구가 내친구도 되잖아....서운하네..ㅎ "
난 끝까지 바보같고,
" 아 뭐야.... 그게 서운했던거야? 멍청이냐 말을 해야지 "
너도 참 바보같다.
" 내일 같이 볼래? "
" 아니... 내일은 좀... 나 되게 바빠 나중에... "
" 뭐야.. 그러던가 ㅋ "
또 의건이는 나를 자연스럽게 데려다 준다.
너희집이랑 우리집이랑 10분거리지만 매번 이렇게 데려다 주는거.
참 고맙기도 하고 기다려 지기도 해.
오늘은 이상하게도 유난히 어색한 길가.
말없이 가는 중에도 내 머릿속은 수학시간보다 더 복잡하다.
아, 모르겠다.
얘기를 해볼까. 좋아했었었다고?
장난식으로 말하면 괜찮지 않을까?
이렇게 아무말 없이 집에 들어가면 속이 터져 뭉게질 것 같았다.
" 아 맞다 여주야 너 좋아하는 남자애가 있대 "
" 응? "
" 너 몰라? 페북에 떴었는데 아 너 페북안하지 "
" 그래..."
" 왜 안좋아해? 너 좋아하는 남자애가 있대 우리학교에 대박이다 진짜 "
.......
" ... 강의건.. 난 널 좋아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