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민은 날 좋아한다. 3
그 때, 술집에서의 그 헤프닝을 제외하면 딱히 눈에 띄는 다른 사건은 없었다.
물론 계속해서 꾸준히 눈이 마주치기는 하는 상태다.
그럴 때마다 술집에서의 아저씨같았던 내 모습이 떠올라 너무 부끄러웠다.
아, 맞다. 목요일이던가?
다른과에서 성격 좋다고 소문 난 선배가 임영민한테 고백했다가 차였다는 소문이 돌며 우리 무리에서는 한차례 임영민의 철벽과 무뚝뚝함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사실 친구들이 얘기하는 임영민의 모습은 내가 느낀 임영민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나를 볼 때면 임영민은 거의 웃고있는 표정을 하고 있어서 나는 그 애가 무척 다정한 사람같다고 생각했다. 약간 부담스럽긴 하지만.
예를 들면, 바로 지금도.
임영민은 또 강의시간에 대각선 앞쪽에 앉아 자꾸만 뒤를 돌아보았다.
슬쩍 그런 임영민을 쳐다보다가 눈이 마주쳤는데, 이번에는 나도 평소처럼 화들짝 놀라거나 고개를 애써 다른 곳으로 돌리지 않고 가만히 임영민을 바라봤다.
임영민은 무슨 생각인지 그런 내게 이까지 보이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졌다. 나는 또 고개를 돌려버렸다.
사람이 저렇게 웃는건 반칙이라고 생각했다.
강의가 끝나자마자 옆자리에서 팔을 괴고 졸던 휘연이가 눈을 번뜩 떴다.
신기할 정도로 강의시간이 끝나는 때를 잘 맞춰 깬다.
"영민아, 수업 끝났냐?"
"어."
"오예."
본인 말로는 강의 시간에 푹 잤더니 너무 뿌듯하다고 했다.
정말 표정이 너무 뿌듯해보여서 그냥 아무 말도 안 했다.
우리는 강의실에서 나와 2시간 공강을 떼우기 위해 카페로 향했다.
카페에 가면 항상 공부라는 핑계로 책과 프린트를 늘여놓고 재잘재잘 떠들기 바쁘다.
오늘도 역시 우리는 허니브레드를 시켜놓고 재잘거리기 시작했다.
휘연이가 신난 얼굴로 내게 말했다.
"야, 영민아. 나 미팅할거야."
"왠 미팅?"
"공사 미팅 들어온 거 너 몰랐어?"
"아 미팅 들어왔구나."
어제 여자동기 단톡방이 왠일로 활발하다 했더니, 미팅 얘기가 한창이었나 보다.
"넌 안 나가? 물론 자리가 있을지부터가 문제긴 한데."
"난 부담스러워서 미팅은 별로인 것 같다."
"하긴, 약간 부담스럽긴 하지? 나 간다고 해놨는데 더 고민해볼까..."
휘연이가 턱을 괴고 한숨을 푹 내쉰다.
그 모습을 보며 뭐라고 말해줄까 고민하다가 진동벨이 울려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가져올게."
허니브레드를 먹을 생각에 신나 진동벨을 들고 카운터로 가는데 아뿔사, 카운터 근처 테이블에 익숙한 빨간 머리가 보였다.
약간 긴장하며 카운터로 가서 진동벨을 내밀고 허니브레드를 받았다.
일련의 과정이 이루어지는 동안 온 신경이 임영민이 있는 쪽으로 향해있었다.
만약 뒷통수에도 눈이 달려있었다면 나는 분명히 그 눈으로 임영민을 힐끔거리며 쳐다보고 있었을 것이다.
그 정도로 그쪽이 신경쓰였다.
허니브레드를 받아 임영민의 테이블을 지나며 제발 속으로 빌었다.
제발 쳐다보지 마라. 이 쪽 신경쓰지 마라.
하지만 내 바람이 반대로 이루어진건지 임영민은 내게 굳이, 말을 걸어왔다. 그것도 엄청 조심스럽게 말이다.
"저기..."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심장이 콩콩거리며 좀 빨리 뛰는것이 느껴졌다.
애써 못 들은체 하려했으나 왠지 그럴수가 없어 긴장으로 굳은 얼굴로 그 쪽을 쳐다보았다.
"왜?"
임영민이 그런 나를 보며 평소 눈이 마주쳤을 때처럼 작게 미소지으며 말한다.
"음...이 카페 자주 와?"
무작정 부른건지 잠시 고민하다가 생뚱맞은 질문을 던진다.
나는 대답하지 않고 가만히 임영민을 보았다. 솔직히 말하면, 긴장돼서 뭐라고 말할지 고민중이었다.
임영민은 대답을 조용히 기다리며 나를 지긋이 쳐다보고 있었다. 눈이 마주치고 있었다.
거의 말 없이 쳐다만 보던 관계라 그런지 이 상황이 너무 이상미묘하게 느껴졌다.
대답은 결국 고개를 끄덕이는 걸로 대신했다.
하지만 임영민은 그 대답에도 예쁘게 미소지었다.
"고마워."
나도 대강 웃어보이고 그 자리에서 급하게 벗어났다.
내가 발을 옮기자마자 있는지도 몰랐던 사람이 임영민에게 뭐라고 말하는 게 들렸다.
테이블에 도착해 허니브레드를 다 먹을때까지도 나는 조금 멍한 상태로 있었다.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이 그저 긴장일 뿐인지, 설렘인지,
아니면 그도 아닌 다른 감정인지 정말로 모르겠다.
흐이흥히읭ㅎ |
3화만에 노잼이 되어버린거같아켴ㅋㅋㅋㅋㅋㅋㅋㅋㅋ언능 자고 에너지 충전하고 오겠씁니다! 아 그리고! 2화는 일주일정도 전이고 3화는 이미 눈 마니 마주치고 하며 쪼오오끔 독자님들의 마음단계가 움직였어요!!!!!! 맞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