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너무 벅찬 그대
w. 미잉밍
0. 박우진은 말이 없다.
이번 년도만 해도 벌써 열 번째 고백이었다. 이 장면을 지켜 보고 있노라면 속이 터지다 못해 답답해 죽을 지경이었다.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오늘도 여전히 박우진은 그저 망부석에 불과했다. 이 년간 그만큼의 고백을 받았으면 삼 년째 되는 해엔 거절하는 법을 배워야 하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잠시 박우진은 그저 머리를 긁적이며 난감한 표정 밖에 짓지 않았다.
"너 3반 이은정 친구지?"
멀리서 지켜 보다 못해 결국엔 박우진 옆으로 가 고백을 하던 여자애에게 말을 거니 그제서야 펴지는 박우진의 표정을 보았다. 참 답답하게 산다 정말
"이은정이 차인 지 한 달은 됐니? 니들 친구 아니야? 돌아가면서 얘 좋아해?"
"..."
꿀먹은 벙어리처럼 박우진에게 고백한 그 애는 땅만 쳐다 보고 난 답답함이 더욱 더 밀려 들어왔다.
"내가 올 해만 열 번째 이야기 하는 건데 박우진 여자친구는 나야 제발 너희가 알아 줬으면 좋겠다. 2년을 사귀는데 너희는 어쩜 그렇게 한 명도 포기란 걸 못 하고 매일 그렇게 고백에 선물에 편지에 그런 걸 주는지 나는 이해를 못 하겠다."
평소에도 그랬다. 고백만 열 번째지 처음 3학년 반배정을 받고나선 박우진과 같은 반이 되었다고 이리저리 말을 걸고, 아 물론 말을 걸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게 친구로 지내자는 그런 의도가 아니니 문제인 거다. 발렌타인데이 때는 발렌타인데이라고 초콜릿을 한아름 받아 오고, 화이트데이에는 화이트데이라고... 사탕을 잔뜩 받는 박우진에 진절머리가 났다. 아니 박우진이 아니지 학교에 있는 모든 여자아이들에게.
"박우진이... 너 안 좋아하잖아 너도 그냥 네가 이렇게 고백해서 박우진이랑 사귀는 거잖아!"
그 애는 큰 목소리로 박우진과 내 앞에 황당한 말을 남기곤 뛰어가 버렸다. 항상 매번 이런식이다 내가 뭘 해명만 하려고 하면 입을 떼기 전 지들 마지막 말을 남기곤 도망가기 일수였다. 이정도면 나를 엿먹이자고 하는 게 아닌가. 슬쩍 내 손을 잡아 오는 박우진에 헛웃음 터졌다.
"열 번째야. 아니 왜 말을 못 해?"
"미안타..."
"내가 언제까지, 진짜 언제까지 이렇게 대신 말해 주고 저런 소리를 들어야 되는지 모르겠어 우진아. 정말... 난 정말 억울해."
그리고 오늘 여전히 마지막은 박우진에게 화를 내고 교실로 돌아왔다. 매번 저렇게 화를 내도 알려 주어도 변하는 건 없었다. 교실로 들어와 자리에 앉는 순간에도 짝궁인 은서는 벌써부터 울쌍을 지었고, 나는 그에 대답이라도 하는 듯이 한숨을 뱉었다.
"왜 또 박우진이 이번에도 아무 말도 안 했어?"
"언제는 했겠어?"
"걔도 진짜 징하다 정말 아니 어떻게 그걸 매번 어려워 하고 힘들어... 박우진 들어왔다."
박우진이 들어왔다는 은서의 말에 그대로 그냥 책상에 엎어졌다. 얼굴도 보기 싫다. 물론 정말로 보기 싫은 건 아니지만 분명 미안하다는 얼굴로 나를 계속 쳐다 보고 내가 약한 표정을 지을게 뻔하니 그냥 안 보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 만났을 때도 그랬다.
우진이로 처음 써 보는 글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