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너원/박우진] 짝사랑을 처음하는 그 남자가 고백하는 방법
+첫 글 좋아해와 이어지는 글 맞습니다.
아, 지금 내 상황을 정의하자면 왜 너랑 나랑 지금 정의 내릴 수 있는 단어는 친구라는 단어인지 이해가 가지 않아 어떻게든 이해를 해 보려고 연습장에 낙서질을 해대고 있었다. 아, 고백해서 차이면 그냥 회피하고 다녀도 될 그냥 친구 여자 사람 친구나 남자 사람 친구도 아닌 하필 소꿉친구지. 답답한 마음에 신경질적으로 종이에 펜에 힘을 줘 마구 휘갈겼다. 짜증나, 나는 왜 너를 좋아해서는 내 마음 하나도 고백을 못하는 건데?
짧게 진동이 두 번 울렸다. 이 시간 즈음이면 나에게 메시지를 보낼 사람도 없었을 뿐더러 너는 더군다나 이 시간부터 침대와 사랑에 빠질 거라며 침대에 찰싹 붙어 잠이나 청하고 있을 시간이었다. 뒤집어 놓았던 핸드폰을 들었다.
[박지훈: 솔직히 김선영 보다 너 오래 봐왔던 건 아니지만 나름 오래본 나도 너가 좋아하는 그 애가 누군지는 솔직히 모르겠는데 걔가 누구든 고백은 해봐. 소꿉친구여도 사이 틀어질 거 걱정하고 고백 안하고 있을 바에 나라면 그냥 사이 틀어져도 고백은 하겠다. 후회할 바에 지르고 봐]
역시나, 박지훈이라고 장문의 카톡에 고맙다는 말과 함께 내일 매점을 쏘겠다는 말을 덧붙여 답장을 보낸 뒤, 그래도 스멀스멀 풍겨오는 불안감에 나름 좋은 기분으로 현관에 있는 꽃병에서 꽃을 두 개 정도 빼와 다시 앉았다.
노란색 꽃잎의 꽃잎 개수는 10개정도 되어 보였으며 분홍색 꽃잎의 꽃잎 개수는 13개 정도 되어 보였다. 먼저 한 꽃을 집어 들어 하나하나 뜯으며 속으로 ‘안 좋아 한다, 좋아 한다’를 반복적으로 외쳤다. 마지막 두 개의 꽃잎이 남았을 때에는 숨을 크게 들이 마신 뒤, 크게 내쉬어 긴장을 푼 뒤 꽃잎을 또 뜯어 냈다.
“안.. 좋아 한다.”
마지막 꽃잎을 뜯어냈다.
“좋아 한다...”
첫 번째 꽃으로 한 꽃잎은 내게 김선영이는 나를 좋아한다, 라는 것이었다. 괜히 기분이 좋아져 다른 꽃을 또 하나 집어 들었다. 아까와는 달리 근본 없는 자신감에 이번에는 ‘좋아 한다’ 로 시작 해 다시 ‘좋아 한다, 안 좋아 한다’를 반복하며 꽃잎을 뜯어내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세 개의 꽃잎이 남자 알 수 없는 긴장감에 심호흡을 한 뒤 꽃잎을 하나 뜯어냈다.
“좋아 한다”
또 꽃잎을 뜯어냈다.
“안 좋아 한다”
모든 꽃들을 포함한, 정말 마지막 꽃잎을 또 뜯어 냈다.
“좋아 한다.”
괜히 좋아진 기분에 입꼬리가 슬슬 올라갔다. 이게 사실이 아니라고 해도 일단 고백해보겠다는 자신감을 또 얻은 것이 어딘가. 이 정도면 꽤나 만족스러운 결과라고 생각했다.
***
어제 꽃잎이 꽤나 긍정적인 답변을 내려준 덕에 기분이 좋아진 채 잠들어서 그런지, 알 수 없는 감정을 느낀 이후로 편하게 잠들어 기분이 좋은 등굣길이었다.
“야 오늘 모의고사 잘 본 사람 소원 들어주기 하자”
거울을 보며 앞머리를 정리하더니 입술에 틴트라는 것을 찍어 바르고는 거울을 집어넣으며 내 팔에 찰싹 달라붙어 말하는 너였다. 아, 나는 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모의고사 수학 가장 어려운 문항은 꼭 풀어내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교문을 통과했다. 아, 무조건 중간에 영어 해석 안 된다고 화나서 샤프 책상에 던지지 말고 머리나 굴려가며 해석할 것을 다짐했던 것도 포함해서.
수학 시간에 꿀잠을 자 부은 눈이 덜 풀린 것인지 퉁퉁 부은 눈으로 너와 나는 다시 교문 앞에서 마주했다. 퉁퉁 부은 눈과 긴 머리가 불편하다며 질끈 묶어 올렸을 게 분명한 머리를 하고 너는 내게 시험 잘 봤냐? 하고 물어왔다. 이 순간에도 나는 쟤가 예뻐 보이면 미친놈인가. 너의 질문에 답을 차마 하지 못하고 어버버, 거리고 있자 나의 옆구리를 쿡 하고 찔러오는 너였다.
“아, 아니. 국어 어렵더라. 너는?"
"나도, 국어 풀고 나니까 나사 하나 빠질 거 같던데. 수학 때도 나사 빠진 여운은 안 나아져서 얼빠져 있다가 영어 듣기도 제대로 못 들은 거 같아.“
오늘도 어김없이 매점에서 샀을 캔 콜라의 입구를 탁, 하고 따며 말해왔다. 아, 저 콜라처럼 오늘 내 바램이 시원하게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결과 어떤데, 너네 담임이나 우리 담임이나 점수 메기고 보내니 당연히 점수는 나왔을 거 아니야.”
“몰라, 망쳤어. 국어는 한 10점이나 떨어져서 63 나온 거 같고, 수학은 56? 정도. 영어는.. 얼마더라, 73인가? 몰라 이번에 너무 망쳤어. 사문이랑 생윤이랑 둘 다 45, 한국사가.. 43이던가 탐구는 그래도 나름 본 거 같더라 너는"
“국어는 너랑 똑같고, 수학은 78인가? 영어는 75, 한지가 47, 세지랑 한국사가 46. 나 소원 말한다?”
수학을 제외하고는 거의 차이도 나지 않는 점수였지만, 나름 이겨서 내가 소원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소원을 말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소원을 빌미로 잡아 너에게 내 마음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너는 승부는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뭔데? 하고 물어왔다. 이제는 또 어디서 났는지 모를 과자를 입에 묻히며 먹는 네 모습을 보며 웃음이 나왔다. 나도 단단히 미쳤구나, 스스럼없이 입에 무얼 묻히고 먹어도 낯간지러울 사이가 아닌 ##김선영을 좋아할 줄이야. 뭐야 너 소원 없어? 다시 물어왔다. 아, 박지훈이 그래도 지르고 보라고 했으니 잘 안되면 이건 박지훈 책임이야 하는 심정으로 꾹 다물었던 입술을 떼었다.
“너랑 사귀는거. 나도 내 마음 깨달은지 얼마 되지는 않았는데, 좋아해.”
나름의 사담 |
세상에 좋아해는 꽤나 잘 써놓고서 이 글은 왜이리 썼는지 모르게 너무나도 망쳐버린 글이네요. 독자님들이 만족하실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리 굴려도 제 머리는 여기서 한계라고 생각하며 써봤어요. 그나저나 우진이랑 여주 모의고사 점수 부럽네요. (막 친 숫자라지만 저 점수만 나와도 저는 여한이 없을 점수입니다.) 그리고 국어 6월 모의고사 대사에는 그 때의 제 심정을 담아봤어요. 와 정말 무슨 문학이 그래 어렵답니까. 평가원 부수고 싶게 어렵더라구요^^? 이 글에서 지훈이가 가장 큰 역할을 했던 것 같은데 지훈이에게 박수 한 번 쳐줘야겠어요. 지훈이 덕에 우진이가 마음을 깨달을 수 있었고, 고백을 할 수 있었다고 보니까요. 최대한 또 머리를 굴려 다음 단편으로 찾아 뵐 수 있도록 해볼게요. 이미 대충 윤곽은 잡아 놨으니 시험이 끝나고 나서 바로 올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늦은 밤인 새벽에 보시는 독자님들은 좋은 하루 마무리 하시길 바라며 아침에 보시는 독자님들은 좋은 하루 되길 바랄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