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태] 단순한 놈들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b/8/5/b8588254d5be134f6e91a9c3a87ef49d.jpg)
“야 스탑,스탑 너무 추워!“
결국 남태희가 먼저 항복의 백기를 들었다. 그렇다고해서 멈출 지동원은 아닌거 같은데.
아, 알았다 알았어. 지동원은 손을 흔들며 그만한다는 시늉을 하였다. 그리고, 남태희가 옷을 탈탈 털어낼때쯤.
남태희! 쥐색 방울모자를 달랑거리며 고개를 들은 남태희에게 정확히 눈덩이가 꽂혔다. 그것도 바로 오른쪽 눈에.
타이밍 한번 참….
“아!”
“오, 나이스”
“씨…발, 아프잖아 미친놈아! 아, 진짜 아파..”
남태희는 눈을 감싼채 빽- 소리를 질렀다. 남태희에게 눈두덩이가 꽂힐때 그 소리란 정말 말그대로 ‘퍽’이였다.
아직 상황파악이 안된건지 지동원은 배를 잡은채 깔깔 웃어넘기고 있었다. 눈치 한번 존나게 없다.
벤치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는 나로썬 꽤나 흥미있는 볼거리였지만, 지동원에게는 큰 파장이 일어나기 충분한 일이였다.
지동원은 꼼짝도 하지 않으며 눈만 어루만지고있는 남태희가 이제서야 걱정이 된건지 조금씩 발걸음을 옮겼다.
야, 진짜 아파? 그니까 너가 병신같이 내빼니까 그렇지. 지동원의 표정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야, 야. 남태희.”
“꺼져 병신아! 너 눈에 돌 넣었지? 아…”
“아니 난 너가 멍청하게 맞을 줄 몰랐지. 야 그러지말고 손 치워봐. 어떤지 보게”
“됐어 이제와서 약주냐?”
내 예상이 틀리지않았다면 지금 남태희는 단단히 삐졌다. 지동원은 눈을 가리고있는 남태희의 손을 끌어내렸다.
본인의 눈상태가 궁금한건 마찬가지인건지 남태희가 손을 떼고 지동원과 눈을 맞췄다.
푸, 푸흡. 워낙에 감정을 못 감추는 놈이라서 그런지 지동원은 남태희의 얼굴을 보자마자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나도 덩달아 웃음이 터져버렸다. 남태희는 파랗게 멍든 눈만 꿈뻑거리며 지동원을 바라봤다.
“왜 웃어 씨발아”
“야 태희야 내가 진짜 미안, 어? 진짜 미안해”
“됐거든? 미안하면 핫초코나 사와 얼어뒤지겠으니까”
“핫초코 먹고싶어? 알았어, 핫초코랑 약국 좀 다녀올게. 기다리고있어 도토리.”
“좆까”
지동원은 무릎을 탁탁 털고는 곧장 놀이터밖을 빠져나갔다. 아 진짜 존나 아프네.
남태희는 아직도 자신의 상황도 모른채 내 옆에 앉아 욕지거리만 중얼거렸다. 하지만 차마 눈을 맞추고 위로를 해줄순 없었다.
또 웃음이 터져버릴까봐. 남태희는 나를 보며 손을 내밀었다. 야, 나 거울 좀 보여줘.
“어? 아 맞다ㅡ 나 오늘 거울 안가져왔다.”
남태희를 위한 선의의 거짓말이라고 볼 수 있었다. 남태희는 괜찮다는듯이 손을 거두어 자신의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핸드폰 셀카기능으로 보면 돼, 요즘 화질도 끝내주잖아. 남태희가 핸드폰을 꺼냄과 동시에 든 생각은….
지동원 좆됐네. 이러다가 나한테까지 불똥이 튈 거 같아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일부러 남태희를 보지 않았다.
하지만 옆에서 남태희는 핸드폰을 든 채, 애써 괜찮은척하는건지 아니면 할말을 잃은건지 아무말도 없었다.
“후… 진짜… 이게…지금…, 눈에… 멍… 존나…”
“응? 태희야 화났…”
“씨발!! 지동원 죽여버려!”
지금 이 상황을 지동원에게 알려야 할거같아 sos를 치려는 순간. 놀이터에 지동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뭐가 그리 신이난건지 지동원은 약봉투를 팔랑거리며 우리에게 달려왔다. 넌 이제 뒤졌다.
“내사랑! 오래기다렸어?”
“뒤질래?”
“왜! 왜그래, 내사랑. 누가 화나게했어. 어? 누구야. 야, 너가 그랬어?”
“너말이야 너. 지동원 병신아.”
“내가 왜, 지금 너가 핫초코 먹고싶다고해서 핫초코사오고, 너 눈… 아! 아 씨발”
지동원은 보기좋게 정강이가 까였다. 남태희는 쭈그려앉아 정강이를 어루만지는 지동원 손에서 핫초코만 쏙-하니 빼내었다.
나 이거 눈 다 나을때까지 기어라. 남태희의 어깨가 에베레스트산만큼 올라가있었다.
이번일만큼은 자신의 잘못이 맞으니 지동원은 순순히 응하는듯했다. 내가 보기엔 둘 다 그냥 병신.
지동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약봉투안에 들어있는 연고를 꺼냈다.
연고를 보자마자 남태희도 홀짝이던 핫초코를 내려다놓고 지동원을 향해 얼굴을 들이내민다.
투닥투닥 싸워놓고서 화해는 1분이면되는 단순한 놈들.
“형님이 지금 눈이 많이 아프거덩? 살살 발라라”
“아, 예예.”
지동원은 길쭉한 손에 연고를 짜내어 남태희 눈에 치덕치덕 발라내었다. 아! 아파, 살살하라고!
화해한지 1분도 채 안되서 또 다시 티격태격. 지겹지도 않나보다, 물론 지켜보는 나도 매번 즐겁지만.
남태희의 눈을 어루만지던 지동원 표정이 조금은 어두워졌다. 이제서야 걱정이 되나보네.
“야 많이 아파? 이거 좀 오래갈거같은데”
“어. 존나 아파. 책임져.”
“알았어 맨날 약발라줄께, 내사랑 아프면 안되니까 내가 책임져야지.”
“응. 근데 나 배고파, 참치볶음밥해줘”
“우리집 가자. 해줄게.”
단기기억증에 걸린건지, 아니면 존나게 긍정적인건지. 저 둘은 항상 결과는 똑같다.
지동원은 알아서 남태희의 짐까지 챙겨들고 집에 갈 채비를 했다. 뒤따라 파란눈두덩이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도 갈래? 남태희가 나에게 먼저 물었다. 고개를 저으며 가라고 손짓을 했다. 데이트는 너희 둘이서 하셔요.
나의 대답을 듣고는 지동원이 먼저 걸음을 옮겼고, 남태희는 입술을 삐쭉이며 나를 바라봤다.
“남태희- 빨리 안오냐? 배고프다며”
“갈꺼야! 너 근데 어째 다시 건방져진거같다?”
“그럼 빨리 오든지”
“저게 미쳤나. 아 씨. 야, 우리 먼저갈게. 다음에 봐!”
잘가. 손을 두어번 흔든 채 남태희가 지동원을 향해 총총총 뛰어갔다.
남태희 병신, 지동원 표정에 ‘좋아죽겠다’라고 쓰여있는 걸 왜 모를까.
동태는 2013년에도 행쇼하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