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에서 집으로 돌아올 때 너는 내 손을 조심스레 잡아왔다. 빈틈없이 깍지 껴 오는 네 손은, 내 손을 다 덮을만큼 컸다. 오랜만에 느끼는 든든한 느낌. 오랜 시간을 알았음에도 지금 잡고 있는 이 손은 낯설면서도 편안했다. 그렇게 집에 도착할 때까지 잡은 손은 떨어지지 않았다.
옆 집 동생
ㅡ띵동, 띵동
누가, 주말에 내 단잠을 깨우는 거지... 인상을 찌푸리며 몸을 일으켜 휴대폰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12시네... 12시... 12시?! 놀라 침대에서 벗어나 현관으로 나가자 문 밖에서 다니엘의 목소리가 들렸다.
" 누나, 아직 자요? 12신데... "
" 헐, 진짜 금방 준비할게! 미안, 진짜 미안! "
오늘은 나랑 강다니엘이 첫 데이트를 하는 날이다. 그래, 첫 데이트를 하는 날인데 보기 좋게 늦잠을 잔 거다. 내가 미쳤지ㅡ 자책을 하며 최대한 빠른 속도로 화장을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어제 옷을 미리 챙겨놨으니 다행이지, 아니면 더 시간이 걸렸을 거야. 머리를 덜 말린 채로 헐레벌떡 문을 열고 집을 나왔다. 바로 앞에 서서 휴대폰을 보다가 문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는 다니엘.
" 아, 진짜 미안해. 알람 진짜 몇 개나 맞춰놨는데ㅡ "
" ... 됐어요. 우리 첫 데이튼데... "
어떡해, 삐졌나봐. 입을 쭉 내밀고 있는 다니엘의 처음 보는 모습에 안절부절 못하고 가만히 서있었다. 그렇게 계속 다니엘의 눈치만 보고 있는데, 풉, 웃음 소리가 들려 고개를 들자 웃음이 터진 다니엘이 보였다.
" 누나 너무 귀여워서 더 놀리지도 못 하겠네요. "
" 와, 강다니엘... "
" 머리라도 말리고 나오지 그랬어요. "
덜 마른 내 머리 끝을 살짝 만지작거리는 다니엘. 이 놈한테 제대로 낚인 기분이다. 밉지 않게 다니엘을 노려보니 눈꼬리를 접어 환하게 웃으며 내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준다.
" 미안해요. 누나 반응이 너무 귀여워서. 우리, 그럼 갈까요? "
아무렇지 않은 척 손을 내미는 다니엘. 그래, 오늘은 내가 늦잠 자서 넘어가는거다. 모르는 척 다니엘의 손을 잡자 내 손을 꼭 잡아온다. 더운 날이지만, 이상하리만치 네 손은 시원하다.
*
" 아, 그러니까 내가 이거 먹지 말쟀잖아. 왜 내 말 안 들어. "
그러니까, 우리는 오피스텔을 빠져 나와서 점심을 먹으러 시내로 향했다. 첫 데이트니까, 뭘 먹어야 하나 끊임없이 고민을 하던 와중에, 강다니엘이 굳이, 매운 것도 더럽게 못 먹으면서 매운 떡볶이를 먹으러 가잔다. 내가 매운 걸 좋아하는 걸 아는 다니엘의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다른 음식이 더 좋을 것 같아 괜찮다고 몇 번을 말해도 굳이 먹으러 가겠단다. 못 이기는 척 따라와 매운 단계를 시키는 다니엘이 걱정되어 마다해도, 누나, 내 진짜 잘 먹는다니까요. 라며 고집을 부린다. 음식이 나오고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나는 평소처럼 잘 먹었지만, 역시나 다니엘은 귀까지 빨개지면서 헥헥댄다. 내가 못 살아 진짜...
" 자, 쿨피스 마셔. "
" 아, 평소에느은, 진짜, 잘 먹, 거드여.... "
" 그래그래, 오늘 컨디션이 안 좋다고? "
" ... 네에... "
헥헥대며 쿨피스만 끊임없이 마시는 다니엘이 안쓰러우면서도 너무 귀여웠다. 어찌 되었든, 나 때문에 여기 온 거니까. 자리에서 일어나 물 한 잔을 뜬 후 다니엘에 옆에 풀썩 앉았다. 의아한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는 다니엘. 아무렇지 않은 척 입가에 묻은 양념들을 휴지로 닦아주었다.
" 나 때문에 여기 온 거 알아. 나는 되게 고마운데, "
" ... ... "
" 너 매운 거 못 먹는 거 뻔히 아는데, 굳이 여기 오지 않아도 돼. "
" ... ... "
" 네 마음, 누나한테 충분히 전달됐어. "
아무 말 없이 나를 빤히 바라보는 다니엘. 다니엘과 눈을 마주치고 싱긋, 웃었다. 입가에 묻은 양념을 꼼꼼하게 닦아주고, 가지고 있던 립밤까지 조심스레 다니엘의 입술에 발라주었다. 예상하지 못한 행동이었는지 흠칫, 놀라다 멍하니 나를 바라본다.
" ... 왜? "
" ... 아니예요. "
" 자, 나가자. "
다니엘의 손을 잡고 가게를 나왔다. 티는 안 내지만 가게를 나와서도 입 안에 매운 기가 가시지 않아하는 다니엘을 위해 근처 디저트 가게로 들어왔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시키고 자리에 앉아있는데 계속 손장난을 친다.
" 내 손이 장난감이네, 아주. "
" 누나 손, 새삼스럽지만 진짜 작네요. "
" 니 손이 큰 거야. 나는 정상이고. "
손을 맞대어보며 손바닥을 간지럽히는 등 다니엘의 손을 괴롭혔다. 그렇게 한참 장난을 쳤을까, 진동벨이 울리고 다니엘이 벌떡 일어나 음료와 아이스크림을 가지고 왔다. 나온 음료와 아이스크림을 보니, 아이스크림이 굉장히 맛있어보이는 것이 아닌가. 열심히 빨대로 음료를 마시면서도 아이스크림을 빤히 바라보자 그 시선이 느껴졌는지 다니엘이 풋, 웃는다.
"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요? "
" 응ㅡ... "
" 한 입 줄까요? "
" 응응응! "
고개를 격하게 위아래로 흔들며 스푼을 달라는 듯 손을 내밀자 고개를 살짝 내젓는다. 뭐야, 아이스크림 준다며... 그 때, 아이스크림을 한 스푼 떠서 내 입 앞으로 가져다 대는 다니엘. 황당한 눈빛으로 다니엘을 바라보니,
" 자, 아ㅡ 해요. 아ㅡ "
아? 아ㅡ 라니. 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우리 부모님께도 들어본 적 없는 소리를 강다니엘에게 듣게 될 줄이야. 입을 안 벌리고 멀뚱히 바라보니, 스푼을 입 앞에 가져다대며 다시 한 번 아ㅡ 란다. 아, 내가 진짜 못 살아. 못 이긴 척 입을 벌리자 달달한 아이스크림이 입으로 쏙 들어온다.
" 아유, 잘 먹네. 우리 여주 누나. "
아이스크림을 한 스푼 더 떠서 또 먹여주는 다니엘. 그래, 맛있으니까 봐 줬다. 몇 입 계속 받아먹다가 다시 먹으라는 듯 눈빛을 주자 그제서야 아이스크림을 퍼 먹는다. 달달하다. 입 안에서 느껴지는 아이스크림보다 훨씬 더 기분 좋게, 달달하다.
*
언젠가부터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져서 혼자 있는 게 익숙했다. 특히, 집에 들어갈 때. 내 옆에 누군가 있는 게 상상이 잘 가지 않았는데 내 옆에 누군가가 있는 게, 다니엘이 있다는 게 신기하면서도, 좋았다. 바로 옆 집에 사니 집 앞까지 와서도 헤어질 일도 없을 것 아닌가. 사락사락. 손등이 스치는 느낌이 제법 묘했다. 오히려 손을 잡는 것보다 훨씬 더. 손등으로 온 신경이 쏠리는 느낌이었다. 아까도 계속 손을 잡고 있었음에도, 왠지 처음 손을 잡는 사람인 마냥 떨렸다.
" 시간이 너무 빨라요. 벌써 밤이야. "
" 그치? 주말이 벌써 끝나가네. "
" 와, 그런 의미였어요? 나는 누나랑 헤어지기 싫다는 건데. "
" 풉ㅡ 둘 다지, 둘 다. "
또 삐진 척 하는 다니엘의 표정에 가볍게 어깨를 툭 때렸다. 하여간, 귀여워. 오늘 아침부터 왜 저렇게 귀여운 거냐고. 아니다, 다니엘은 늘 귀여웠지. ... 내가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아무렇지 않았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니까. 그렇게 알콩달콩하게 걷다 보니 어느새 집에 도착했더라.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아쉽다. 그래도 첫 데이튼데... 나도 모르게 서운한 표정이 얼굴로 나왔나보다. 서로의 현관문 앞에 서서 들어가기 싫어서 손가락만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 누나, 나 봐요. "
" 응? 왜? "
고개를 들자 싱긋 웃으며 나를 꼭 안아주는 다니엘. 그 품이 내 마음과 같은 것 같아 어깨에 살짝 머리를 기댔다.
" 아, 들어가기 싫다ㅡ "
" ... 나도. "
" 누나 집에 들어갈까요? "
" 죽는다. "
몸을 살짝 떼어내더니 나와 눈을 맞추는 다니엘. 나는, 다니엘의 모든 것을 좋아하지만 이렇게 내 눈을 흔들림 없이 봐줄 때,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다니엘과 한참 눈을 맞추다 내가 먼저 배시시 웃어버렸다. 바라만 봐도 좋은 사람. 내 미소에 멈칫하던 다니엘. 곧 내 얼굴을 두 손으로 조심스레 감싸더니 얼굴이 점점 가까워졌다.그리고, 입술에 짧게 온기가 닿았다. 잠깐 닿은 입술이 떨어지고 눈이 마주치자 서로 미소가 번져갔다. 너와 내 첫 입맞춤은, 너와 나랑만 있을 수 있는 비밀 아닌 비밀 공간에서였다.
잠깐만요, 여러분! 0x0 |
안녕하세요, 댕뭉이입니다! 너무 늦게 왔죠ㅜㅠ 죄송합니다! E화를 쓰면서, 고치고 쓰고를 많이 반복했어요. 앞의 이야기도 마찬가지지만, 이번 화는 특히 더요. 그러다 보니 더 많이 늦어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다려주신 독자분들 감사합니다! 최대한 달달하게 써보려고 했습니다만, 혹시나 만족하지 못하신 독자님들은 실망하지 마세요! 아직 옆 집 동생은 남아있답니다...♡ 제가 옆 집 동생을 쓰고 다시 읽어보면 사실 너무나도 부족한데, 읽어주고 사랑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초록글도 늘 감사합니다!ㅠㅠ 늘 감동이예요 흑흑흑 오늘 워너원의 새로운 사진들을 드디어 보았어요!!!! 감동입니다ㅠㅠㅠ 기분 좋은 하루네요, 여러분 감사합니다♥ |
암호닉♡ |
슝러비, 졔졍, 깡구, 샐라인, 디눈디눈, 빵빰, 뿜뿜이, 남융, 기화, 아름정원, 괴물, ☆뉸뉴냔냐냔☆, 아무수빈, 꼬꼬망, 응, 녜르, 체크남방, 호앙이, 다녤쿠, 동태, 염염. 혹시나 빠지신 분 있으시면 꼭 말씀해주세요! 암호닉 없으신 분도, 제가 댓글 못 단 분들도 전부 제 사랑이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