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 누나. 진짜 오랜만이네요. 요즘 일 한다더니. 많이 바빴어요? "
옆 집 동생 강다니엘. 처음 봤을 때는 나랑 눈높이가 얼추 비슷했는데한 해가 가면 갈 수록 점점 커지더니 어느 순간 나보다 훌쩍 키가 커졌다. 키 좀 커졌다고 누나 머리에 손 올리는 것 봐라. 예전에는 얼굴도 못 보더니. 17살의 낯 가리던 어린 소년은 어느덧 24살의 복학한 대학생이, 21살의 대학생은 어느덧 28살의 신입 사원이 되었고, 7년의 시간은 아주 많이 친한 누나 동생 사이로 만들어 주었다.
" 야, 죽을 뻔 했어. 나 거의 3주 가까이 야근에 휴일 반납이었음. "
" 그렇게 일하면 사람이 살 수 있어요? "
" 죽지 못해 사는 거지. 프로젝트 내일 끝난다고 오늘부터 정시 퇴근하래. 아- 이제 휴일에도 쉴 수 있다. "
내 말에 눈을 접어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어쭈. 아주 이제 내가 니 동생이네? 머리 위에 올린 손을 한 대 때리려다 타이밍 좋게 맞춰 내려온 엘리베이터에 내가 참는다. 엘리베이터에 올라탔고, 뒤이어 다니엘도 올라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와 다니엘이 사는 층에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집으로 들어가기 전 인사를 해야겠다 싶어 몸을 돌렸다.
" 누나가 다음에 맛있는 거 한 번 사줄게. 하긴, 요즘 복학해서 학교 다니느라 정신 없겠지만. 누나 들어간다- "
집에 들어가서 뭘 시켜먹을까 고민하면서 들어가려는데 뒤에서 내 팔목을 잡아끄는 힘에 다시 뒤를 돌아봤다. 응?
" 왜? 할 말 있어? "
" ... 누나. "
잠깐 고민? 그래, 고민이 맞는 것 같다. 잠깐 고민하던 다니엘이 나를 조용히 부른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걸까? 뒤이어 나올 말을 기다리며 말하라는 듯 다니엘을 바라봤고, 곧 싱긋 웃으며 잡은 내 팔을 놓아주었다.
" 아니예요. 푹 쉬세요. 다음에 밥 쏘시는 거 잊지 마요. "
" 싱겁기는, 들어간다. "
난 또 무슨 얘기를 하려나 했더니. 다니엘에게 손을 가볍게 흔들고 대수롭지 않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빨리 샤워하고 쉬어야겠다는 생각에, 뒤에 서있는 다니엘의 표정을 전혀 보지도 못한 채로, 그냥.
*
그리고 한 달 후, 그 날 일은 자연스럽게 잊혀져갔다. 나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고 그 이후로는 다니엘을 만나지 못했다. 날짜를 보니 시험 기간이겠거니 싶었다.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고, 회사에서 부서 별로 회식비가 지급이 되었지만 미뤄졌고 드디어 회식을 하게 되었다.
" 모두 수고했어요. 내일 토요일이니까 먹고 싶은 만큼 먹고, 마시고 싶은 만큼 마셔요. 실수는 하지 말고. "
건배! 부장님의 건배 제의와 함께 회식이 시작되었다. 입사하고 처음 있던 회식이라 막내랍시고 예쁘다고 이래저래 술을 잔뜩 주신 탓에 당연히 술에 취했다. 더 마시면 정말 실수할 것 같아 마지막 정신력을 붙잡고 먼저 가보겠다고 말한 후 가게를 나섰다. 오랜만에 술을 마셔서 그런지 빨리 취한 것 같다. 겨우 버스 막차에 올라타 뒷자리에 앉아 집으로 향하는데, 아, 왜 이렇게 잠이 오지... 종점 가까이니까 괜찮겠지.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진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눈을 뜨니 누군가의 어깨에 기대어 자고 있었다. 화들짝 놀라서 머리를 들어올렸는데, 언제 탔는지 다니엘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순간 마음이 놓여 짧게 숨을 토해내며 손을 들어 다니엘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 아, 다니엘이- 언제 탔어? "
" ... 술 마셨어요? "
" 응. 오늘 회식이었거든. 술 냄새 많이 나? 더 취할까봐 그래도 빨리 나왔는데... "
혹시나 술 냄새가 많이 나나 싶어 팔을 들어 냄새를 맡아 보았다. 술기운이 남아 있어 아직 업된 기분에 베시시 웃으며 말을 거는데 처음 봤을 때부터 굳어 있던 다니엘의 표정이 펴질 생각을 안 한다. ... 왜 그러지. 안 좋은 일 있나? 두 손을 올려 상기되어 있는 다니엘의 양 볼을 감싸쥐었다. 내 손이 닿을 줄 몰랐는지 다니엘이 작게 움찔거렸다.
" 다니엘. 무슨 일 있어? 표정이 안 좋은데. "
" ... ... "
" 학교 시험 망쳤어? 아님 친구랑 싸웠... "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내 등허리를 강하게 끌어안는 다니엘. 갑작스런 행동에 눈만 깜빡이며 안겨 있었다. 화를 참는 건지, 억눌러 있던 숨을 내쉬는 게 느껴졌다.
" ... 누가 술 먹고 버스에서 그렇게 자래요. "
" ... ... "
" 내 술에 취했어요- 자랑하는 것도 아니고. 세상이 얼마나 흉흉한지 몰라요? 내가 우연히 보고 급하게 올라탔으니까 다행이지. 누나 자고 있을 때 앞에서 어떤 새끼가 쳐다보고 있었다고요. "
" ... ... "
" 누나, 앞으로 내랑만 술 마셔요. 이 누나 위험해서 안 되겠네... "
안고 있던 팔에 힘을 주어 나를 더 세게 껴안았다. 처음 보는 다니엘의 행동, 다니엘의 얼굴에 벙쪄서 안겨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버스 안에는 나와 다니엘, 둘 뿐이었고 버스 엔진 소리만 들려왔다. 이상미묘한 느낌이 들었다. 옆 집 동생인데, 7년이나 봤는데. 낯선 사람이 나를 안고 있었다.
잠깐만요ㅇxㅇ |
안녕하세요, 댕뭉이입니다. 글잡에는 처음 글을 써봐서 어떻게 올라갔는지, 분량은 어느 정도인지도 사실 감이 잘 안옵니다ㅠㅠ 내일이면 국프 강제 해고당하지만, 그래도 연하 다녤이의 모습을 적어보고 싶었답니다. 재미있게 읽으셨는지 모르겠어요. 찾으시는 분이 있으실까 모르겠지만 최대한 열심히 연재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읽어주신 모든 분,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