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에 양아치가 있는데 걔가 요즘
(양아치 박지훈 갱생 프로젝트)
안녕... 내가 어쩌다 이런 데 글을 남기게 된 건지 내 처지 참 딱하다... 다름이 아니라 요즘 고민이 있는데 ㅠㅠ
친구들은 거의 빼박이다 뭐다 난리거든, 근데 난 잘 모르겠어. 내가 눈치가 없는 건지... 설레발인지 좀 봐 주라...
우리 반에 양아치가 한 명 있는데 아 물론 친구 막 때리고 그런 앤 아냐, 그냥 음 말이 조금 (많이) 거칠고 수업 듣는 꼬라지를 내가 한 번 본 적 없는 그런... 정도...
담배랑 술은 말 안 할게. 딱 얘기 들으니까 견적 나오잖아.
처음엔 나도 나름 고 삼이다 뭐다 이런 애가 분위기 망치는 거 되게 싫었거든? 근데 설상가상으로 같은 반에 짝까지 된 거야. 완전 자퇴하고 싶었는데 겨우 참았어.
그리고 짝된 다음 날인가 웬일인지 얘가 지각을 안 했더라고? 나야 솔직히 무섭기도 하고 모르는 척 휴대폰만 보고 있었는데
그 시선 느껴지는 거 알지? 누가 봐도 박지훈, 아 그냥 이름 밝힐게 ㅠㅠ 흔하니까 뭐. 아무튼 그 박지훈이 분명하잖아.
괜히 신경 쓰이는데 무시할 순 없어서 고개를 돌렸다? 그랬더니 얘가 하는 말이
"너 김여주."
"(뭐 어쩌라는 거지?) 응 맞는데 왜 ㅎㅎ..."
"나 알아?"
"너 박지훈이잖아..."
"어떻게 아는데?"
"어떻게 알긴, 우리 같은 반이고 짝이고..."
"나 작년 짝 이름 모르는데."
"그... 래...?"
어쩌라는 건지 감이 와? 솔직히 이때부터 이상하긴 했어. 괜히 막 이상한 말 뱉으면서 은근슬쩍 자기 어필 장난 아니게 하는 거 있지.
처음에는 허세인 줄 알았는데 보다 보니까 좀 다른 것 같기도 하고 ㅠㅠ
"헐 대박, 강아지 귀여워."
"강아지 좋아해?"
"(아 왜 말 걸어 ㅠㅠ) 응 ㅎㅎ"
"나 강아지 키우는데."
"(어 쩌 라 고) 와 정말?"
쫄려서 뭐라고 말도 못 하고 난 그냥 얘가 나랑 친해지고 싶어서 그러는 줄 알았거든? 근데 내가 여기다 글을 올리게 된 최초의 사건이 터졌지...
걔 친구들 중에 그나마 제일 착한 배진영이라는 애가 있단 말야, 걔가 걔 짝사랑녀 때문에 우리반 많이 들어오는데, 언젠가 한 번 이러더라구.
"야 박지훈 뭐냐?"
"뭐 새끼야."
"너 이거 바꾼 거지, 참사랑이네."
"아 좀, 애 듣잖아."
"이야 얼마나 짝이 하고 싶었으면."
"야"
"성공해라, 지훈아."
그냥 난 농담인 줄 알았는데, 애가 내 눈치를 보면서 막 표정이 굳는 거야 ㅠㅠ
배진영 이 눈치없는 애는 나 보더니 막 손도 흔들고... 나랑 말 안 해 봤으면서, 뭐 받아주긴 했지, 무섭잖아.
그 뒤로 박지훈 친구들이 우리 반 엄청 들락날락거리면서 내 얼굴 보고 가는 거 있지? 아... 힘들더라.
"야, 야 박지훈 숨은 쉬냐?"
"머리 막 이렇게 쳐야 정신 돌아올 것 같은데, 좋아 죽네."
"찌질이 새끼, 드디어 말을 걸고, 형 뿌듯해 죽겠다."
"뭐래 모쏠이."
"씨발, 안형섭."
우리 둘이 뭐만 하면 와서 다 들으라는 건지 배진영이랑 안형섭 둘이 엄청 크게 얘기를 하는데, 나도 사람이라 눈치가 있잖아.
처음에는 얘가 날 좋아하나? 싶다가도 계기가 전혀 없는거야...
아닌 줄 알고 잘 지내고 있었는데... (잘은 아니고 불편하게.) 어제 되게 고민되는 일이 생긴 거 있지.
"왜, 왜 그렇게 봐?"
"너 토끼 닮았다는 말 많이 듣지, 완전 빼박 토낀데."
"아니, 돼지는 많이 들었는데..."
"돼지?"
그러더니 막 웃더라고, 돼지 무시하는 거야 뭐야. 다시 생각하니까 기분 나쁘네. 아니 무튼, 그렇게 웃더니 얘가 내 머리에 손을 올렸다?
아 진짜 놀라서 심장 떨어질 뻔, 그래. 여기까지는 뭐, 내가 짝으로서 아주 마음에 들어서 그랬다 치자.
근데 그 다음에 얘가 손을 내렸는데 담배 냄새가 아니라 복숭아 냄새가 나더라고, 이게 무슨 의미냐면.
"무슨 냄새야, 이거."
"이거 복숭아 탈취제. 왜? 별로면 창문 열까...?"
"아니, 그냥. 잘 어울리네."
"다행이다. 나도 냄새에 되게 예민해서, 너 싫어하는 줄 알았어."
분명 내가 예민하다고 했던 말 기억한 거 맞지? 금연하는 것 같던데, 진짜 이 양아치 나한테 왜 이러는 걸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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