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semary
W.몽상
01
"과팅이고 뭐고 난 안 한다 했지?"
"아 이름아눈 한번만 딱 감고 진짜 이번만"
"나 남자에 관심없다 했어- 박지훈 너도 알잖아"
"아 알지, 근데 이번만 나가라고 이번만"
"싫어, 내가 누구 좋으라고? 안 나가, 야 나 간다?"
"아 박우진 나온다고 박우진! 좀!"
"뭔 우진?"
"박우진, 박우진. 너가 아는 그 박우진"
거짓말인줄 알았다.
아니, 거짓말이여야 했다.
왜 박지훈 입에서 너의 이름이 나오는지, 과팅에 너가 나오는지, 너가 왜 여기에 있는지
갑자기 날아온 축구공에 머리를 맞은 것 같았다.
***
교수님이 하시는 말은 하나도 집중이 되지않았다. 필기 한다고 가져온 노트에는 박우진이라는 세글자 밖에 쓰여있지 않았다. 집중이 안 될 만도 하지, 3년이라는 시간동안 그 어떤 연락도 하지 않은 애가 뜬금없이 과팅에 나온다 그러지. 그것도 같은 학교라니, 왜 난 몰랐을까. 박우진은 내가 이 학교에 다니는 걸 알까? 알고 과팅에 나가는 걸까, 내가 있는 과니깐 그래서 나가는 걸까.
지나가다 한번쯤 박우진을 봤었는데 내가 못 알아본걸까, 그럴리는 없다. 도대체 뭘까
계속 고민하던 참에 교수님은 수업을 끝내셨고 나는 주섬주섬 짐을 챙겨 나왔다. 계속하던 생각 덕에 머리는 지끈 아파왔고 건물을 나오자 바로 보이는 박지훈에 머리를 부여잡고 그 앞에 섰다.
"진짜야?"
"뭐가"
"박우진 우리 학교인거, 아니지? 우리학교면 한번쯤은 봤을거 아니야. 난 한번도 못 봤어. 아니지 우리학교?"
"맞다니깐, 평생 속고 살았어?"
"근데 왜 한번도 못 봤냐고 넌 봤어?"
"어..."
".. 봤었어?"
박지훈은 그게.. 하면 말 끝을 흐렸다. 아 얘는 알고 있었나보다. 근데 왜 나한테 안 알려줬을까, 배신감에 나는 주먹을 꽉 쥐고 그대로 박지훈을 지나쳐 빠르게 걸었다. 뒤에서는 박지훈이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무시한체로 그대로 직진했다. 전공책과 교양책이 든 가방이 무겁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는데 오늘따라 무겁게 느껴진다.
"야, 발이 왜 이렇게 빨라"
"놔라 진짜, 너 얼굴 보고싶지도 않아"
"아니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야지"
"뭔데, 무슨 변명을 할건데. "
"진정 좀 하고 성이름"
아니 저번에 무용과 건물 쪽 지나가다가 어디서 많이 본 애가 있는거야, 까무잡잡하고. 나 눈 안 좋은거 알지? 그래서 살짝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깐 박우진 같은 거야. 근데 걔가 하도 빨리 지나가서 제대로는 못 봤거든? 그래서 아 박우진이 여기 있을리가 없지 하고 그냥 말았거든, 근데 그게 진짜 박우진일 줄은 몰랐네
**
박지훈의 말을 듣고 계속 멍해있었다. 박지훈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나를 이끌었고 나는 박지훈이랑 집에 가는 순간에도 쭉 멍해있었다. 계속 날 쳐다보던 박지훈은 내 이마에 콩 하고 꿀밤을 때렸고 나는 이마를 문지르며 박지훈을 쳐다보았다.
"그래서, 나갈거지?"
"뭘"
"과팅."
"아 몰라, 너 일단 가"
"성이름 꼭 나가.어?"
박지훈의 말을 무시한체 난 집으로 들어갔고 들어가자마자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과팅 나가지 않겠다고 생각을 하며
*
"이름아 면봉 있어? 화장 다 떴어."
"아 있어"
망할, 결국 과팅을 나가게 됐다. 내 의지반 박지훈이 떠밀어서 반. 티는 내지 않고 있지만 지금 정말 떨린다. 낯선 남자를 만난다는 것보다 박우진을 만나다는 사실에 손에서 홍수가 날 지경이다. 내가 알던 박우진이 맞겠지 그렇겠지 하며 화장실에서 과 여자애들과 화장을 여러번 고치고 거울을 보기를 계속 반복 하였다.
사실 오늘 언젠가는 입어야지 했던 원피스도 입고 평소보다 화장 더 열심히 하고, 무튼 힘 좀 주고왔다.
이랬는데 박우진이 아니면 좀 아쉽겠지만
"야, 남자애들 왔대 가자"
아 드디어 박우진을 보는건가.
떨리는 마음으로 여자애들 뒤를 졸졸 따라가며 만나기로 한 카페로 갔다, 카페로 들어갔을 때 나는 흘깃 본 탓에 박우진은 보지 못 했고 손을 꼼지락 거리며 의자에 앉는 수 밖에 없었다.
고개를 들고 싶었지만 두려움? 걱정? 복합적인 감정 때문에 고개를 제대로 들지 못 했고 들더라도 앞만 응시하거나 옆에 친구를 쳐다보는 것 밖에 하지 못 하였다.
어색한 기류가 흘렀고 우리 쪽에서 제일 활발한 아이가 자기소개를 하는게 어떠냐는 제안을 하였고 모두가 동의했다.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에 금방 자기소개 걱정을 하였고 빠르게 내 차례가 다가왔다. 옆에 있던 아이는 너 차례야 이름아 라는 말을 하였고 나는 고개를 들어 어색하게 웃으며 자기소개를 하였다.
"어.. 안녕하세요. 저는 17학번 패션디자인과 성이름이라고 해요. 음, 오늘 잘 부탁드려요..?"
걱정과는 달리 다들 웃으면서 반응을 해주었고 나는 그저 어색하게 웃을 뿐이였다.
나를 끝으로 상대 남자들의 소개가 시작 되었고 나는 내 앞에 놓인 물방울이 가득한 아이스티를 쳐다보기만 하였다. 나에게 익숙했던 박우진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나는 아니구나 하며 아이스티를 집었다.
아이스티를 집는 순간 나는 그대로 멈춰있을 수 밖에 없었다. 나는 내 대각선을 보지 못할 것 같았다.
아, 손 위로 물방울이 떨어졌다.
"안녕하세요. 실용무용과 17학번"
하얗게 변한 내 손 위에는 계속해서 물방울이 떨어졌고 나는 고개를 들었다.
"박우진이라고 합니다. 어, 저도 잘 부탁드려요"
고개를 들었을 때 너는 날 보고있었다.
마치 내 시선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우리 둘 중 그 누구도 시선을 피하지 않았고 내 앞에 남자분의 소개가 끝나는 순간 내가 먼저 시선을 피했다.
물방울인지 땀인지 모르는 촉촉해진 내 손을 쳐다보았고 앞에 휴지로 내 손을 닦았다.
뒤죽박죽이다. 머리든 마음이든 도대체 이게 무슨 감정인지 모르겠다.
내가 아는 박우진이 맞긴 맞는데 왜 이렇게 낯선 느낌인지.
너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 짧지도 길지도 않았던 순간 박우진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감 조차도 잡을 수 없었다.
모두들 나를 빼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이다. 아 박우진 또한 나와 같은 상황이다. 낯가림도 나만큼 심한 애가 왜 나왔데.
나야 옆에서 친구들이든 상대 남성들이든 말을 걸어줘서 간간히 대답도 하고 대화도 한다지만 박우진은 진짜 대답만 하며 가만히 있는다.
슬쩍슬쩍 볼때마다 다른 곳을 보거나 눈이 마쥐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아 우리 쪽 애 중에 박우진이 마음에 들었는지 계속해서 보일듯 말듯한 추파를 던지는 애가 있었다.
신경이 안 쓰였다하면 거짓말이겠지, 엄청 신경 쓰였다. 근데 그게 다지, 지금은, 이제는 내가 뭐라 할 입장이 아닌 걸로 변했으니
정리를 하려는 듯 처음 말했던 아이가 이제 다들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는 것 같은데 정리 좀 할까요? 라는 말을 했고 하나 둘 시선을 마주쳐 일어났다.
자리에는 나와 박우진, 박우진에게 추파를 던지는 아이, 줄 곧 나한테 말을 걸어준 남성분
나는 직감 적으로 느꼈다. 아, 이 앞분과 함께 하겠구나.
나도 슬슬 일어나려 하고 여자아이가 말하려는 순간 박우진이 입을 열었다.
"자, 그럼..."
"성이름 , 가자"
"어?"
"나가자고"
예상치 못한 박우진의 말에 박우진을 제외한 우리 셋은 서로 어쩔 줄 몰라 그대로 있었고 박우진은 머리를 살짝 털다 움직이지 않는 내 옆으로 와서 날 쳐다보며 말했다.
박우진은 아무말도 하지 못 하고 가져온 가방끈만 잡고있는 나의 손을 보다 내 손목을 잡고 카페 밖으로 나왔다.
*
안녕하세요. 몽상 입니다. 일찍 오고싶었지만 현생에 치여 일찍 오지 못 했어요.
사실 아무런 기대 조차 하지 않은체 프롤로그를 올렸는데 생각보다 많은 관심을 주셔서 기뻤지만 약간의 부담감도 있었어요.
그래서인지 긴장을 하며 글을 써서 부자연스럽거나 재미가 없을 수도 있는데 그 점 차차 보완하며 좀 더 재미있는 글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음주 휴일부터는 열심히 올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럼 이만 저는 여기서 인사 드리겠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시고 다음화에 봐요 우리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