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크리스마스 , 25일 . 눈을뜬 나는 어릴때 받았던 곰인형보다, 어릴때받았던 게임기보다 , 어릴떄받았던 그 무언가들도 비교 할수 없을정도로 소중한 선물이 자신의 앞에 있다는 사실이 너무도 행복했다. 이젠 신기루같이 없어질일이 없을것만 같은 쑨양이 내앞에서 코를 색색 골며 눈을 감고 있었다. 나는 설마 환상은 아니겠지라는 말도 안되는 의심을 품으며 왠지 부드러워 보이는 볼을 쓰다듬었다.
“ 진짜야 .. ”
환상이 아니야 .. 아니란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나는 의심을 했던걸까 . 손끝이 닿았는데도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만져지는 살결에 마음속에서는 감동이 찰랑 하고 일었다. 주체할수 없는 나도 막을수 없는 감정에 그만 자고 있는 쑨양의 목을 껴안아버렸다. 내 머리 옆에서 아..또왜..졸린데에 .. 라는 귀찮음이 잔뜩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 잠시만 이러고있자 .. 잠시만 .. 이라고 중얼거린 나의 답에 결국 쑨양도 나를 크게 품으로 안았다. 어쩔때 보면 .. 태환이 더 어린애같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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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쑨양아 , 우리 나가서 놀까 ? ”
둥그런 소시지가 안잡혀서 끙끙 거리는 쑨양에게 밥위에 소시지를 두세게 얹어주며 선뜻 제안을 했다.
“ 응 ? 나가서 ? ”
“ 응 , 나가서 ”
“ 눈싸움하고 ? ”
풉 , 순간 쑨양의 귀여운 상상에 밥풀이 조금 튈정도로 웃어버렸다. 하지만 앞에 있는 쑨양은 내가 왜이러는지 모르겠다는 눈빛으로 입안에 소시지와 밥을 가득 담고 우물우물 씹고있었다.
“ 아니아니, 그냥 , 번화가 가서 놀자구 “
“ 번화가 ? ”
“ 어..음 .. 백화점 정도 .. ? ”
“ 우와 진짜 ?! ”
아잇 깜짝이야 .. 갑자기 소리지르는 쑨양탓에 놀라 집던 김치를 떨어뜨렸다. 빨랑 다먹고 씻고 가자 , 근데 말이 끝나자마자 무섭게 밥을 꾸역꾸역 집어 넣는 쑨양을 보고선 천천히 먹어 ! 안그럼안간다 ? 라는 내가 들어도 약간 웃긴 어린애를 타이르는듯한 으름장을 놓아놓고서야 쑨양은 밥을 씹기시작했다.
“ 근데 태환 ”
“ 응 ? ”
“ 왜가는거야 ? ”
“ 그냥 .. 집에 음식도없고 .. 크리스마스 잖아 ”
그리고 우리 쑨양이 옷도 없고 .
“ 아 .. 근데 태환 ”
“ 왜 ? ”
“ 슈퍼는 ? ”
맨날 슈퍼타령이네.. 크리스마스니까 당연히 쉬지 바보야. 밥을 다 먹은 나는 건너편에 앉아있는 쑨양의 머리를 가볍게 흔들어 놓고선 입안에있는거 빨리 다씹고 씻어 라는 말을 남기곤 화장실에 들어갔다.
쑨양은 화장실로 들어가는 태환의 뒷모습을 눈으로 쫓으며 입안에 밥을 가득 담은채로 중얼거렸다.
아직 소세지 다 안먹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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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환 이거 옷너무 불편해 ”
“ 그냥입어 , 거기가서 사줄께 ”
“ 짧은데 .. 그냥 편한옷 입으면 안되 .. ? ”
“ 왜이렇게 말이 많을까 , 그냥 집에 있을까 ? ”
아니야 .. 조용히 중얼거리며 땅에 쳐박히는 목소리를 듣고있으니 풀이 죽은게 눈에 보여 태환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나는 꾸미는것을 좋아하듯 옷을 많이 사는데 , 대한민국 평균 신장을 웃돌아 그냥 대충 제일 큰거를 시키면 가끔씩 나에게도 너무 큰옷이있다. 나에게 큰 코트랑 바지를 쑨양에게 대충 입혔는데 멋드러져서 보기좋아서 야, 니꺼할래 ? 라고했더니 쑨양이 팔을 딱 반쯤만 들어보이며 난감한듯 웃었다.
태환 , 너무작아
나는 바로옆 내가 따로 마련해 놓은 차고쪽으로가면서 머릿속으로는 쑨양옷을 무엇을 살까 고민하며 손으론 오랜만에 드는 어색한감이 있는 차키를 달랑거렸다. 뒤에서는 쑨양이 아직도 너무 작은데 .. 라며 검은 모직코트를 여러번 여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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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 , 뭐이리 차가 많아 .
오는데는 30분이 걸리고 주차하는데도 30분이 걸린끝에 새로 생겼다는 백화점 안으로 드러섰다. 난 약간 문열공간이 널널한 곳이였던지라 여유롭게 나와서 쑨양을 보는데 , 쑨양은 약간 문열공간이 좁아서 낑낑 빠져나오고 있었다. 그 모습이 꽤나 우스꽝스러워 팔짱을 끼곤 쳐다보았더니 , 보지마 ! 라며 입꼬리를 축 늘어뜨렸다. 정말 나이를 알고 나니까 아이태가 나는듯해 보이는 쑨양이다.
* *
“ 우와, 태환 저거봐봐 ”
“ 응 ?? 뭐뭐 ?? ”
보통사람들보다 머리가 한두개 훌쩍큰 쑨양은 은근히 눈에 튀었다. 거기에다가 좀 멋있게 꾸몄더니 지나가는데 여자들의 시선들이 힐끗거리는데 , 그게 기분이 나쁘다는거다. 속으로 약간 삭히고 있으면서 쑨양이 가리킨 천장쪽을 바라보았더니, 그닥 신기 한건 없었다. 신기한게 있었다면 천장을 자유의여신상 쳐다보듯 쳐다보는 쑨양이었겠지.
“ 뭘봐 뭘 ?? ”
“ 천장 보라니까 천장 ! ”
“ 천장이왜 ?! ”
“ 높잖아 ! ”
푸핫 , 진짜 바보같아너 , 지금이상황은 비유하자면 , 보통 개미들은 날지못하는데 여왕개미가 나는 것을 신기하게 쳐다보는 아이였달까. 신기하긴 했어도 저렇게 아이처럼 신기하진 않은데. 약간 표정이 안좋아보이는 쑨양을 향해서 그래그래 신기해 라고 말해주자 안좋아 보였던 쑨양의 얼굴이 눈이 내 손바닥에서 녹듯 안좋던 쑨양의 표정이 녹아버렸다. 작은 한마디한마디에도 저렇게 표정변화가 다양한 이 남자를 어떻게 해야할까. 우스운 고민을할고있을때 쑨양은 내손을 이끌며 에스컬레이터를 탔다. 자기딴에서는 나를 빨리 이끌게 하려고 했던거같은데 , 왠지모르게 맞잡은 손이 평소보다 약간더 뜨거워진거같았다. 나는 대충 손을 맞잡아서 그렇다고 치부하고 그 온도를 계속 느꼈다.
“ 쑨양아 , 네꺼 옷사러가자 ”
“ 응 ? 쫌만더 둘러보면 안돼 ? ”
“ 사고 둘러보면 되지 , 얼른 올라가자 ! ”
캐쥬얼 남성복 매장이 있는 3층으로 올라가는 도중에도 손을 놓지 않았다. 왠지 서로 손을 놓으면 안된다는 안보이는 법칙을 정해놓은것처럼 잡고있었다. 올라가고 올라가고 올라가고 , 태환은 나름 쑨양을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 쑨양도 나름 태환을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잡는다고 자기자신에게 변명하듯 생각을 곱씹었다.
**
“ 쑨양아, 이거어때 ?! ”
“ 응?? 아 , 좋아 !! ”
이 모습은 흡사 쇼핑가자는 여자친구와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남자친구를 닮았달까 . 태환은 계속 옷들은 만지작거리며 이거 어떠냐고 쑨양에게 물었고 , 자신의 옷과 태환의 옷이 담긴 여러개의 쇼핑백들을 들고 있는 쑨양은 각각 마련해져 있는 자신에게는 너무 작은 간이 의자에 앉아 이쁘다며 고개를 여러번 끄덕였다. 태환은 쑨양이 입고있는 자신이 골라준 바지와 니트 코트를 보며 만족스럽게 웃더니 , 이번엔 와이셔츠를 사야겠다고 다짐하고 다음 매장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쑨양은 태환이 멀어져도 2초가량 가만히 있다가 , 이내 고개를 휙 돌리며 빨리 오라고 보채는 통에 못이기는 척 일어섰다.
“ 같이가 태환 ~ ”
그래도 저렇게 아이처럼 좋아하는 태환을 보니 기분이 흐뭇해지는 쑨양이였다.
* *
결국, 태환은 와이셔츠 2벌과 구두를 산뒤 넥타이를 산다음에야 쇼핑을 멈추고 식료품점이 있는 지하1층으로 내려가는중이다(1바퀴더돌자는태환을 겨우 쑨양이 말렸다). 내려가는 중에도 중간중간 걸려진 마네팅을 보며 우와 저거 맘에든다라고 고개를 돌릴때마다 쑨양이 앞에나 보라는듯 쇼핑백이 한가득 들은 오른손이 아닌 왼손으로 고개를 앞으로 돌렸다. 그런 쑨양의 반응이 재밌는지 다음번엔 팔까지 뻗어가며 맘에 든다 라고 했더니 이번엔 어깨를 한번에 그러쥐는 쑨양이었다. 갑자기 심장이 두근 하고 울린게 잠시만 안뛰었었나 싶은 태환은 아직도 왠지 크게 들리는 듯한 심장소리에 의심이 됬다. 이건 쑨양 심장소리일지도 모른다는 말도 안되는 의심이 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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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1층에 있는 식료품점에 다다르자 쑨양은 손을 떼어내곤 카트가 있는 곳으로 쇼핑백들을 달랑달랑거리며 뛰어갔다.
“ 우와 !! 태환 !! 이거 뭐야 ?! ”
아오 멍청이.. 갑자기 들리는 큰소리와 다른사람과 엄청나게 차이나는 신장덕에 이목이 태환과 쑨양으로 집중됬다. 태환은 약간 얼굴을 숙이며 쑨양에게 조금 빠른걸음으로 다가가 100원을 끼워넣곤 재빨리 쑨양을 끌고 좀 깊게 들어갔다. 아무리 거의 신인이였어도 메달도 땄던 국가대표 였던 태환이 이곳에 나타난다면 , 사람들이 몰려서 피곤해질께 뻔하고 , 쑨양과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라는 두려움도 약간 자리잡고있었다.
“ 쑨양아 , 여기서 이렇게 크게 부르면 안돼 ”
“ 어 .. ? 왜 ..? ”
태환의 화난듯한 모습에 쑨양은 당황하고 미안한지 입꼬리를 축 늘이고는 손가락을 꾸물댔다.
“ 나는 .. 공인..이였고.. ”
“ 아 .. 미..미안해.. 태환 .. ”
이젠 거의 울듯한 표정을 한 쑨양은 고개를 푹숙이고는 계속 가만히 있었다. 그런 쑨양을 보는 태환은 아직 이유가 더 남았는지 입을 꿈틀대다가 , 이내 기어가는 소리로 말을했다.
“ 손못잡잖아 .. ”
“ 왜못잡아 ? ”
“ 으..응 ..? ”
갑자기 당돌해진 쑨양탓에 오히려 당황한 쪽은 태환이 됬다.
“ 태환은 나랑 손잡으면 안돼는거야 ? ”
“ 아,아,아니 그게 아니고 ..!! 너랑 나 남자잖아 ! ”
“ 남자면 서로 손 못잡아 ? ”
허 ... 이아이를 어찌하나 ..
“ 아니, 그건 아니고 .. 이상하게 .. 동성애자로 본단.. ”
“ 뭐어때 ,뭐잘못했어 ? ”
“ 그,그건아니지 ”
“ 난 태환이랑 손잡는거 좋은데 ? ”
“ 나도 좋아 그치만 , ”
“ 좋은데 왜 ? ”
왠지 태환은 그의 말에 이젠 할말이 없어졌다. 대꾸할거리가 없던건지 , 대꾸할수가 없던건지 , 아니, 대꾸할 거리는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게이로본다니까 ? 라는 말로 대꾸는 할수 있었지만 태환은 하기가 싫었다. 맨날 다른사람 다른사람 따지다 보면 , 어떻게 살아가겠는가 . 내가 좋은거 하면서 살아야지 .태환은 이내 , 그래 ! 손잡자 ! 라는 말과 함께 쑨양의 쇼핑백과 자신이 들고있던 소량의 쇼핑백을 카트안에다가 놓고선 손을 꽉 마주잡았다.
“ 쑨양, 너가 먹고싶은거 다사 ”
“ 우와, 진짜 ?! 10개 넘게 사도되 ?! ”
“ 당연하지 , 20개든 30개든 다사 ! ”
쑨양이 뒤에서 손잡이를 끌고 태환은 살짝 앞서 가면서도 서로손은 놓지 않았다. 쑨양도 자신이 먹고싶은 라면이나 과자 요구르트 등등을 손을 놓지 않고 자유로운 왼손으로 집어서 카트안에다 넣었고, 태환도 자신이 먹고싶은 즉석 브라우니 , 에그타르트, 맥주 등등을 쑨양과 마주잡은 손이 아닌 자유로운 오른손으로 집어 들었다. 시식같은것을 해도 왼손으로 하는게 익숙치 않은 쑨양대신 태환이 오른손으로 먹여줬고 , 태환이 두손으로 하면 닿았을 높이에있는 물건을 쑨양이 가볍게 집어줬다. 둘은 그렇게 불편하면서도 왠지 편한듯한 쇼핑을 계속해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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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0시 . 차고안에 딱 도착하던 시각이다. 주변은 깜깜하니 어두웠고 자동차안의 작은 전등만이 차안을 밝게 비췄다. 태환은 자신의 옆에 곤히 잠들어있는 쑨양의 손과 자신의 손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옷을살때 빼고는 거의 계속 잡고 있었던 손이 , 이젠 혼자 있으니 춥고 외롭다는 느낌까지 받았다. 사실, 태환은 자신이 손을잡을때도 쑨양이 자신의 어깨를 한번에 안을때도 시선을 느꼈었다. 특히 손을 잡을땐 더더욱 , 쑨양은 정말 눈치는 못챈건지 눈치를 못채는 척을 한건지 그저 해맑게 나에게 웃어줬던듯 싶다. 계속 웃어주는 쑨양덕에 계속 잡은것도 있었지만. 만일 쑨양이 오히려 숨기려고 했으면 일찍이 내가 먼저 손을 땠을듯 싶다.
태환은 생각했다. 다음날 아침에 , 자신의 이름으로 딴 기사로 동성애자 , 게이라는 말이 나와도 이젠 , 괜찮을꺼같았다. 진짜 게이나 동성애자라서가 아닌 , 그 상대가 쑨양이라서 , 그 옆에 쑨양이있어서 , 태환은..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나저나 저 산더미처럼 많은 옷이랑 음식들은 어떻게 옮기지…
우복 |
안녕하세요 !! 우복이예요 ㅠㅠㅠ 제생각엔 좀 .. 많이 늦은거같아서 죄송해요ㅠㅠㅠㅠ 우복속에서는 아직도 크리스마스군요 .. 저흰 2013년인데 .. 그러고보니 다음년에는 우복속의 쑨양이 성인이되네요 !! 짝짝짝짞 ~ 얼렁 다음편도 써야겠어요 ㅠㅠㅠ 여러분 아마도 다음편에선 독자분들이 저에게 화낼지도 모르겠어요..흫.. 이유는 안가르쳐 줄꺼예요 !! 독자님들 해피뉴이어 ♥ |
사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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