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여자에게 장가 간 여우 PROLOGUE 창문을 열어 놓아 그런지 바람에 낙엽이 방안으로 살며시 들어왔다. 낙엽을 보니까 생각난건데. 내가 진짜 신기한 얘기 하나 해줄게 지금으로 부터 5년 전. 그때 나는 엄청 무서웠었어. 아마도 밤 한 8시 쯤이였을거야 친구들끼리 캠핑간다는걸 안가겠다고 우기다가 뒤늦게 따라 나서서 결국 혼자 숲에서 길을 잃었었거든. 아마 그때가 내 인생 중 제일 목소리 크게 냈을때 일거야 도와달라고, 아무도 없냐고 진짜 크게 외쳤거든 근데 들리는 소리라곤 저 멀리에서 들리는 차 경적소리랑 바람의 흩날리는 낙엽 소리 뿐이더라 그런데, 마침 누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리는거야. 그래서 도와 줄 사람인 줄 알고 엄청 기뻐서 뒤를 돌아 봤는데 귀여운 여우 한마리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나를 보고 있더라. 내가 여우는 처음 본 거 였거든. 그래서 너무 신기한 나머지 달려가서 만졌거든? 사실 만져놓고 후회했어 날 해치기라도 할까봐 근데 되게 얌전히 머리를 더 들이밀더라구, 그래서 또 머리를 쓰다듬어 주니까 눈을 지그시 감더니 내 쭈구려 앉은 발 앞에 아예 자리를 잡고 엎드리더라. 그 모습에 난 또 귀여워서 귀도 만져 보고 코도 만져보고 꼬리도 만져보고 그때 여우에 대해서 풀고 싶은건 다 풀었던거 같아 "숲에서 길 잃은건 무섭고 숲에 사는 여우는 안무서웠어?" "너무 귀여웠어 마치 그냥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 마냥" "강아지가 좋아 여우가 좋아" "뭐야 갑자기"
"빨리 대답해" "강," "됐어, 강아지랑 살지 왜 나랑 산데?" "야 김태형 또 삐치는거야?"
"안삐졌거든?" "안삐지긴, 누가 봐도 삐졌고만" "...." "봐봐 또 꼬랑지 돌돌 마는거 봐" 맞아요 내 남편은 여우에요. 인간화 여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