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턴트 연애 A-1 시작에는 끝이 존재하는 가에 대해 난 2년 간 짝사랑을 했었다. 그래 했었다. 얼마 전까지는 말이다. 근데 이건 명백히 과거형에 불과했다. 그래 뭐 내 짝사랑은 잘 이루어졌다. 겉으로 드러나는 표면상으로는 말이다. 짝사랑 하던 사람과 연애도 하고 데이트도 하고...... 근데 그러면 뭐해, 연애를 해도 채워지지 않는 게 있는데 임영민도 모든 사람들도 심지어 나 마저도 이 연애가 오래 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었고 그 생각 그대로 몸소 실천이 되어졌는 걸, 그렇게 장대했던 나의 2년 간의 짝사랑은 고작 2주일의 연애로 끝났다. 사실 2주도 길었지 오로지 나의 공이 컸는 걸 뭐...... 임영민의 모토는 오는 여자 안 막고 가는 여자도 안 막는, 그러니까 너 솔로? 나도 솔로, 그럼 오늘부터 1일 콜? 그래 원래 그런 놈이였으니까, 허탈하지만 그랬다. 그 새끼한테 연애란 인스턴트일 뿐이니까, 그리고 나는 고작 3분 카레였으니까, 이별을 겪고 난 후엔 그랬다. 서러웠다, 연애를 하면 올라간다는 모든 자존감들이 한 번에 뚝 뚝 떨어지는 것도 서러웠고 여사친 가면을 쓴 년들의 향연에 차고 넘치는 감정들을 겨우 삼켜내는 것들도 서러웠고, 이 모든 감정을 임영민이 알아주지 않는 것도 서러웠다. 연애를 하면서 2주일 동안 22번을 울었다고 장담했다. 그래도 괜찮았는데 날 보면서 웃어주고 손 잡아주고 그거 하나에 참을만 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정확히 우리가 사귄 지 14일 때의 일이었다. - 이름아 - 어? - 아 그 말해도 될 지 모르겠는데...... 말 끝을 흐리던 반장에게 남은 말들을 전해 듣고 야자실에서 그냥 곧장 뛰어나왔다. 매점 뒤 벤치 쪽으로 향했다. 괜찮다고 세뇌 시키던 감정들은 이미 깨져버렸고 눈물샘은 고장난 뒤였다. 아랫 입술을 피날 정도로 꽉 깨물었다. 임영민과 키스하고 있는 여학생이 보였다. 그와 같이 너무도 익숙한 임영민의 뒷통수가 보였다. - 언제 헤어질 거야, 걔랑은. - 글쎄 걔가 헤어지자고 할 때까지 내가 굳이 먼저 헤어질 이유는 없지 아 원래 그런 놈이었지 너, 오는 여자 안 막고 가는 여자도 안 막는, 그래도 그래도 말이야 사람이 연애를 하는 순간의 최소한의 예의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을 해. 나에게 그래도 첫 사랑이었는데 첫 연애였는데 그동안 연락도 잘 안해줘서 언제나 을이였지만 괜찮았는데, 아 서러워. 눈물을 손으로 벅벅 닦아냈다. 그러다 임영민과 눈이 마주쳤다. 임영민은 놀란 듯 두 눈이 커졌고 나는 조용히 뒤를 돌았다. 진짜 올해 중 가장 많이 울었다고 장담했던 날이었다. 임영민이 쫓아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을 때, 앞에 남학생과 부딫혔다. 아, 김동현이다...... - ...... ? 야, 너 울어? 그 순간에 들리는 김동현의 목소리가, 뒤에서 내 이름을 부르는 임영민에 목소리가, 나도 모르는 상황이 만들어진 탓에 미친 소리를 뱉어냈다. 사실 아직도 내가 그런 말을 내뱉었나 의문스러울 정도의 개소리, - ...김동현 너 나랑 키스할래? 이별에 관한 모든 내용에 늘 적힌 문구가 있었다. 이별은 새로운 시작이라는 말, 그땐 몰랐었다. 어떠한 이별도 끝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시작했으면 끝은 없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A-2 이상하게 운이 좋았던 날 가끔은 그런 날이 있었다. 이른 등교에도 피곤하지 않던 날, 평소에는 알람 소리에도 제때 일어나지 못하면서 1시간이나 먼저 눈이 떠졌는데 상쾌한 기분이 드는 그런 날, 그리고 이상하게 웃음이 많아지는 날, 그래 그 날은 그랬다. 꽉 차있던 지하철 좌석은 평소와 다르게 텅텅 비어있었고, 편히 앉아서 갈 수 있던 날. 학교에 도착했을 때 급식표에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메뉴들로만 구성 됐었고 밥을 먹고 돌아왔을 땐 책상과 사물함에는 친구들이 준 선물로 가득 차있고 생일 축하 노래를 듣던, 그 날은 나의 19번 째 생일이었다. 나와 임영민은 유치원 초 중 고 모두 같은 곳을 다녔다. 그렇다고 친한 사이는 아니였지만 서로 얼굴은 잘 아는 그런 사이, 그래도 초등학교 때는 나름대로 친했지만 반도 갈리고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복도에서 만나면 인사를 할까 말까 고민하는 그런 정도의 사이. 그런 내가 임영민을 좋아하게 된 건 고등학교 1학년 때, 그냥 사소하게 의외의 깨달음을 얻으면서랄까. 나보다 작았던 키가 어느 새 훌쩍 커있었고, 장난끼가 다분했던 성격은 여자를 설레게 할 줄 아는 다정하고 세심한 성격으로 변했고, 외소했던 체격이 어느 새 나보다 훨씬 넓은 어깨로 변해 있었을 때, 그렇게 하나씩 깨달을 때마다 난 자각도 없이 어느 새 눈은 놈만 찾고 있었다. 그 때부터겠지 내게 첫 봄 왔던 건, 물론 봄은 짧고 여운은 길었지만 말이다. 임영민과 헤어진 지 3일이 흘렀다. 헤어진 당일에 눈물을 너무 흘렸는지 더 이상 지쳐서 눈물이 안 나왔다. 오히려 내가 임영민을 좋아했던 게 맞나 싶을 정도로 편안했다. 2주 동안 너무 힘들어서 그런 건가 너무 괜찮아서 이상할 정도로, 근데 한 가지 문제는 김동현이였다. 나와 김동현은 딱 한 마디로 정리할 수 있었다. 같은 반 학우. 우리 둘은 접점도 없었고 서로 딱히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그냥 어쩌다 얘기는 하는 딱 그 정도의 사이. 자리도 굉장히 멀었고, 다니는 친구들도 겹칠 일이 없었고 근데 매일 보는 얼굴, 근데 왜 나는 그걸 그 때 자각을 못했던 거냐고...... 일단 결론을 말하자면 그 때 키스는 안 했다. 나의 발언에 임영민이 내 손목을 잡고 간 덕이 컸다. 그래 솔직히 진짜 할 생각으로 얘기한 건 아니지만 진짜 했으면 나 진짜 자퇴나 전학 말고는 답이 없었지...... 근데 같은 반이라서 숨어 다닐 수도 없고 그냥 정말 조용히 지내려고 했는데 근데 왜 얼굴이 뚫릴 거 같냐고 자꾸 쳐다보지마..... 그 큰 눈으로, 그렇게 쳐다보면 너무 힘들다구....... 애써 시선을 무시하며 친구들이 준 선물과 편지를 받고 자리에 앉아서 정리하고 있으면 진득한 시선이 날 자꾸 신경 쓰이게 했다. 그 잘생긴 얼굴을 가지고 그렇게 대놓고 쳐다보면 다들 이상하게 생각한다구..... - 야 나만 느끼는 거? - 뭘? - 김동현이 성이름 쳐다보는 거. 시이발..... 정말 내가 이럴 줄 알았다. 그래 그렇게 쳐다보는데 모르는 게 신기하지. 미안해 동현아 내가 대역죄인이야. 그니까 제발 그만 봐, 그 얼굴로 쳐다보면 다른 기지배들이 더 노려본다고..... - 이름아 - 어? - 밖에서 너 부른다. 양치를 마치고 들어오는 친구가 말해 준 구세주의 부름이였다. 누군진 모르지만 정말 감사해요, 라는 생각을 고쳐준 놈의 등장이었지만..., 누군지 확인이라도 하고 갈 걸, 이상하게 운이 좋던 오늘을 다 무너뜨리는 놈, 누구겠어 당연히 임영민이지. 이젠 다 괜찮다고 생각했던 날 비웃듯 임영민을 보자마자 설레 버렸다. 좋아하는 마음이 요동치는 기분이었다. 아.... 짜증나 싫은데 좋은 걸 어쩌냐고. - ...어쩐 일이야, 연애할 때도 이렇게 온 적도 없으신 분이. 말이 퉁명스럽게 나갔던 건 사실이지만, 뭐 실상 바람피다가 헤어진 구남친을 3일만에 다시 보는데 말이 곱게 나가는 게 더 비정상 아닐까. - 아...... 생일, 축하한다고. 임영민이 말과 함께 건네 준 쇼핑백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말랐던 눈물샘이 다시 3일 전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아 진짜 임영민은 졸라 못됐다. 어장을 구여친한테까지 치는 거냐, 진짜 너무해. - 이런 거 하지마, - ...어? - 넌 이게 재미있을 지 몰라도, 난 아니야. - ...이름아, - 야 나는 2년을 좋아했어, 2년을. 네가 나랑 연애를 그냥 가볍게 시작했어도 우리는 쌍방으로 사귀는 거였는데..., - ......., - 그니까 이제 이런 거 하지 마, 난 네가 다 처음이라서 이런 거 착각해. - 이름아 미안해, - 넌 나한테 최소한의 예의도 안 차렸고... 네가 바람을 폈다는 건 변함 없는 사실이고, 그래서 너 안 좋아할 거야, 그러니까 이런 거 하지 마 안 울 줄 알았다. 왜냐면 나 정말 괜찮았다고 장담 했거든, 근데 자꾸 임영민 앞에서만 작아지는 내가 답답하고 싫었다. 한 번도 싫었던 적 없던 2년의 시간이 낯설게도 싫었고 후회 됐다. 근데 그보다 싫은 건 가볍게 사겨본 내 생일까지 기억하고 있고 먹고 싶다 이거 예쁘다라며 흘리듯 말하던 케이크 와 옷을 건네는 임영민이 싫었다. 내가 설마 임영민 앞에서 그렇게 펑펑 울 줄이야, 자존심이 상하게도 임영민 품 안에 안겨 우는 나의 심장은 끝 없이 자기 표출을 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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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부족하고 형편 없는 글솜씨지만 넘치는 빠심이 주체가 안 되서 적어봤어요, 반응이 좋으면 다음 편도 감사히 올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