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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원/뉴이스트/황민현] 첫사랑은 끝났다 0 | 인스티즈 

' 첫사랑은 끝났다 ' 


 


 

 

그와 처음 만난건 고등학교 1학년때였다. 수학머리가 없던 파워문과인 나는 수학과외를 하기로 결심했고 그는 내 과외선생님이였다. 과외쌤이라고하니 당연히 나이가 많겠거니 생각했는데 처음 우리집에 들어온 그의 모습은 꽤나 충격이였다. 


"안녕하세요 ㅇㅇ이 수학과외를 맡은 황민현입니다"

충격받을 정도로 잘생긴 얼굴이였다. 나이가 많기는 커녕 이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해사한 얼굴, 깔끔한 검은색 맨투맨, 뒤로 둘러맨 가방, 남색 컨퍼스. 꼭 훈대딩같이 생긴 그는 사실 휴학생이라고했다. 나는 그의 용돈벌이 겸 공부를 하려고 시작했던 과외의 첫 제자였다.

"쌤 이거 진짜 모르겠어요"

"알려준건데 모르면 어떡해 임마"

계절이 6번 바뀌었고 나는 철없는 고3이 되었다. 그때까지는 남녀사이라기보단 지극히 학업에 충실한 스승과 제자관계였다. 수능이 끝나고 수능 전날까지도 매일 만나다가 한순간에 보질 않으니 괜히 마음이 헛헛한건 사람에게 정을 많이 주는 내 성격 탓이라고 생각했다. 


[어, 쌤!]

[그래 우리 제자 잘 지내?]

사적인 대화를 많이해본건 아니였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쌤도 그런 성격인듯 싶었다. 정 많은 성격. 수능이 끝나고 이젠 다시 볼 일 없는 제자에게 연락을 준걸 보면 말이다. 과외가 아닌 이유로 처음 만난 쌤과는 우리집 근처에 있는 파니니 가게에서 같이 점심을 먹고, 와플 가게를 갔었다. 괜히 신경쓰여서 화장까지 하고는 말이다. 자리가 어색할거라 생각했으나 의외로 꽤 편했다. 옆에있는 사람을 편하게 만드는게 그 사람의 특기같았다. 수시로 썼던 대학얘기를 했고, 대학에 가면 남자친구를 사귈거라는 얘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그날 그 사람은 사람좋은 웃음을 옅게 지어내면서 내 얘기를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

수능이 끝나고 나는 그를 매일만나다시피 했다. 1월1일, 엄마 아빠가 한잔씩 따라주는 술이 아닌 바깥에서 마셔보는 첫 술도 그와 함께했다. 대학 입학을 일주일 앞둔 초봄의 어느 밤, 친구들과 술약속이 있다며 하루종일 연락이 없던 그가 우리집 앞으로 찾아왔다. 사실 그날 분위기가 몽글몽글하긴 했다. 괜히 손잡고 싶어지는 그런 기분이였다. 내 목소리가 듣고싶어 왔다는 그와 집 앞에 있는 밴치에 앉았다. 바로 옆에 있는 가로등 빛이 로맨틱하다고 생각했다. 술기운이 오르는지 고개를 젖혔으면서도 눈은 내게 떼지 않는 모습이 새삼 잘생겼다고 느끼는 찰나였다.

"좋아해"

"..."

"이런지는 꽤 됐어"

"...ㄴ,네?"

"만나볼래, 나랑?"

그렇게 스승과 제자 사이에서 연인관계가 된 순간이였다.
그가 다니는 학교에 덜컥 합격했던 나는 그렇다고 캠퍼스 커플이 되지는 못했다. 여전히 과외일을 하는 그는 휴학생이였다. 그렇다고 그게 우리의 연애의 걸림돌이 되진 않았다. 그 사람이 워낙 다정한 성격인지라 내가 서운할 일을 만들질 않았다. 평범한 연인이였던 우리는 우리들의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연인처럼 사랑했다.

[어디야?]
[아 미안 오늘 친구가 헤어져서 위로주 사달래서...ㅇ,어! 야 토하지마! 오빠 내가 있다가 다시 전화할게!]

[밥 먹었어? 나 지금 학교 근처야]
[나 방금 동기들이랑 먹었는데...]

[오늘 올래? 자고 가]
[미안해...친구가 한잔 하자네?]

2년의 시간동안 우리의 연애는 변했다. 아니, 변한건 우리의 연애가 아닌 나였다. 점점 적응되는 학교생활에 재미가 붙어 그보다는 친구가 내 일상의 중심이 되어가는걸 나도 느끼고있었다. 애써 모른척하고있었을뿐. 그는 나보다 어른이였다. 어린 여자친구가 학교생활에 재미를 붙혀가는 모습을 질투하지 않았다. 오히려 낯가리는 내 성격에 다행이라고 했었다 그러나 그는 처음부터 우리 사이의 변화를 눈치채고 있었는지 모른다.

[내가 언제까지 널 기다려야할까]
.
.
.
[그냥 헤어지자 ㅇㅇ아]

정신없는 술집 안에서 받은 문자였다. 그런 문자를 받은 기분은 뭐랄까 그냥 멍했다. 대화내용을 위로 올려봤다. 내가 답장한 횟수는 점점 줄어들었고 단답이 난무했다. 그런 나와 달리 그는 하루도 빠지지않고 내게 밥을 먹었냐고 물었다.
헤어짐을 고한건 그였다. 내가 만든 결과였다.

첫연애, 첫사랑이 끝났다. 드라마에서 보면 실연한 여자들은 양푼에 밥을 한가득 퍼먹고, 술을 취할때까지 마시고, 정신없이 울면서 길을 걷던데 나는 현실에 살기 바빴다. 코앞으로 다가온 2학기 기말고사에 아파 할 시간도 없었다. 사실 그렇게 힘들지도 않았다. 그냥 그랬다. 그가 정말 보고싶은 날이면 캔맥주 두어개에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다들 말하는 이별 후유증이 내게도 있었다면 그저 열람실에서 밤을 새다가 해가 뜨는 창밖을 쳐다보면 그는 지금쯤 자고있겠지 하는 생각 뿐.

"13학번 황민현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들고있던 소주잔을 손에서 놓치고 말았다. 그 탓에 쨍그랑 소리를 내며 깨진 소주잔과 흘러버린 소주가 바닥을 더럽혔다. 시끄러운 술집 안에서도 들릴 정도로 요란한 소리였기에 그가 내쪽을 쳐다봤다. 눈이 마주치고 내 세상이 흔들리는 기분이였다. 복학한다던 선배가 그였다니. 여태 나와 같은 학교였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있었다.

"..."

"..."

마주친 그의 눈동자는 나와 달리 잠잠했다. 다들 술잔을 들고 각각의 얘기를 하느라 정신이 없을때, 나와 그는 아무말없이 서로를 쳐다봤다. 나는 세상이 흔들리는 눈빛으로, 그는 아무것도 담은것 없는 눈빛으로 말이다. 그렇게 처음보는 눈길로 날 쳐다보던 그는 고개를 돌려 제 동기들과 건배를 했다. 그 뒤로 날 다시 쳐다보지 않았다. 사람좋은 웃음을 짓고, 고개를 끄덕이며 앞에 앉은 사람의 얘기를 듣는 그는 헤어지자고 문자를 보내기 전날 만났던 모습과 달랐다. 위태롭게 한 발로 서있던 사람이 두발로 땅을 딛고 선것 같은 느낌이였다. 정작 잘못해서 뻥 차여버린 나는,

"ㅇㅇㅇ 너 울어?"

"야 얘 운다!"

"어후, 나이먹어서 술먹고 주정이야 얘!"

찔찔 짜고나 있는데 말이다. 늘 옆에 있던 사람이 옆에 없다는것, 날 사랑하던 사람이 무표정으로 날 쳐다보는것. 그게 얼마나 아픈건지 오늘에서야 깨닭았다. 그제서야 나는 우리가 헤어졌다는게 실감이 났다.

술깨러 갔다올게

술먹고 우는게 술버릇인게 이렇게 다행일 수가 없었다. 친구들은 내 말을 믿는 눈치인듯 고개를 끄덕였다. 가게의 맞은편 어두운 골목으로 들어섰다. 자리에 주저앉아 두 손에 얼굴을 묻었다. 술은 입에 한잔도 안댔지만 머리가 띵했다. 골목에 밴 매캐한 담배냄새 사이로 익숙한 향수냄새가 났다.

"..."

"...이런데서 왜 울고있어"

처음보는 그의 얼굴이였다. 내게 한번도 성질이나 화를 낸적 없는 사람이 화가난듯 목소리에 힘을 주고있었다. 그냥 가. 내 말에 미동도 없이 나를 내려다보던 그가 고개를 젖히고 한숨을 쉬었다.

"차인건 난데 너가 왜울어"

"...차이긴 무슨 내가 차인거 기억 안나?"

"그게 어떻게 내가 찬거야"

"..."

"변한 사람이 찬거지"

변한 사람은 얼굴을 들 면목이 없었다. 그는 어깨를 잡아 쪼그려앉은 나를 일으켰다. 들어가. 짧은 한마디가 예전 나를 걱정하던 목소리와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 목소리에 괜한 용기가 났다.

"...다시 만나자고하면"

"ㅇㅇ아,"

"그러면 만날래?"

"..."

'만나볼래, 나랑?' 우리의 처음이 생각났다. 덤덤했지만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던 그의 얼굴이 생생했다. 지금 이미 식어버린 눈으로 다시 만나자는 나를 안쓰럽게 바라보는 얼굴과는 판이했다.

"미안 내가 취했나보다"

그를 지나쳐 골목을 빠져나왔다. 술집으로 들어갈때까지 그는 나를 붙잡지 않았다. 그때 내가 만나자는 말에 모든 약속을 뒤로하고 만나러갔다면, 보고싶다는 말에 달려갔다면 지금과는 달랐을까?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끝나지 않았던 첫사랑이 정말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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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허르 대박적.... 신알신 누르고가여♡♡♡
6년 전
독자2
와 대박 신알신 누르고 가요ㅠㅠ❤️
6년 전
독자3
ㅠㅠㅠㅠㅠ너무재미써요ㅠㅠㅠ자까님 감사합니다 신알신 누르고가용 ㅠㅠㅠ
6년 전
독자4
대박 작가님 너무 재밌어요 ㅠㅠㅠㅠㅠ저두 신알신 누르고 갑니당 ~~~~!~!~!!~~!!
6년 전
독자5
헉ㅠㅠㅠㅠㅠㅠ 너무 마음 아프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도 재밌어요ㅠㅠㅠㅠㅠㅠ 다음이 기대됩니다ㅠㅠㅠㅠㅠㅠㅠ 잘 보고 가요
6년 전
독자6
..너무 재밌어요 신선한 전개에요ㅠㅠㅠㅠ기대되고 또 기대되네요❤️❤️❤️❤️❤️ 작가님 최고에요ㅠㅠㅠ 다음편도 얼른 얼른 보고싶네용ㅎㅎ
6년 전
독자7
작가님ㅠㅠㅠ최고입니다 신알신 누르고 갈께요❤️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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