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단
-서로 매우 심하게 거리가 있거나 상반되는 것-
김태균-섬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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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너의 집, 이제는 우리의 집에 들어온 후 너는 나에게 통장과 카드를 맡겼다. 영민아, 나는 이거 관리 잘 못 해 네가 해줘-라는 말과 함께 말이다. 나는 너와 사는 이 생활이 좋았다. 진짜로 엄마가 생긴 기분이었고 밥 먹기 싫다 투정부리는 너를 달랠 땐 내가 정말 네 아빠가 된 기분이었다. 처음 느껴보는 가족이란 생활은 생각보다 더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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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3학년 갑자기 네가 사라졌다. 항상 같이 있었는데 자고 일어나 보니 네가 없다. 온 집안을 돌아다니며 찾았지만 너는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싶어 가본 학교에도 네가 없었다. 네가 있을만한 곳을 다 돌아다녔지만 너는 보이지 않았다. 이곳 저곳 다 찾아다니다가 다시 돌아 온 집에도 네가 없다. 혹시나 내가 자고 있을 때 네가 돌아올까싶어 잠도 자지 않고 널 기다렸다. 너는 돌아오지 않았다.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오랜만에 손목을 그었다. 그리고 병원에 전화했다. 피가 많이 나요 도와주세요 아파요- 내 전화에 119가 도착했고 나는 병원에 실려갔다. 수술이 끝나고 마취가 깨어 눈을 떴을 때 침대 옆에 내 손을 꼭 잡고 잠들어있는 네가 보였다. 다시 왔구나 어디 있었어 손을 들어 네 머리를 쓰다듬으니 네가 눈을 떴다.
"왜 그랬어"
일어나자마자 왜 그랬냐 묻는 네 대답에 아무 말 없이 너를 쳐다보니 다시물어왔다. 묻잖아 왜 그랬냐고- 대답 없는 내 모습에 너는 화가났다.
"보호자잖아..."
"뭐?"
"우리 가족하기로 했으니까... 나 아프면 네가 오잖아"
"할머니 돌아가셨다는 연락 받고 내려갔었어 내려가서 너한테 전화했는데 안 받길래 문자 남겼는데 못 봤구나 "
"..."
"차라리 전화를 하지 그랬어"
그 흔한 핸드폰을 가지고 네게 연락할 생각은 하지도 못 했다.
"미안해..."
" 앞으로 어디 갈 때 직접 말하고 갈게 그러니까 이러지 마 나 속상해 영민아 네 손으로 널 아프게 하지 마"
진심으로 걱정하는 네 말에 처음으로 네 앞에서 소리내어 울었다. 안 그럴게 미안해...미안해...잘 못 했어... 울면서 뱉은 내 말에 너는 나를 안아주었다. 그 후로 너와 나는 더 붙어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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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둘 다라는 동현이의 말에 너를 쳐다보니 너도 옛날 생각을 한 듯 날 보며 그냥-이라고 말하였다.
"무슨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이제 그만하고 슬슬 일어날까?"
이제 가자는 동현이의 말에 우리는 고개를 끄덕이고 밖으로 나왔다. 시원한 곳에 있다가 밖으로 나오니 뜨거운 바람이 우리를 감싸왔다. 더위를 잘 안타는 나도 좀 덥다고 느껴 너를 보니 역시 인상을 쓰고 있었다.
"주야 그냥 집에 갈까?"
"벌써? 아직 들어가기엔 밝은데~"
"주가 더운 걸 안 좋아해서... 미안해 다음에 놀자 동현아"
좀 더 돌아다니다가 들어가자는 동현이의 말에 미안하다 거절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너는 찝찝한 몸을 씻으러 들어갔고 그런 너를 보고 에어컨을 튼 뒤 나도 씻으러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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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말려줄까?"
열심히 머랭을 치고있는데 날 보는 시선이 느껴져 왜?-라고 물으니 소리내어 웃는 너였다.
"왜 웃어...? 이렇게 하는 거 아니야...?"
"그렇게 하는 거 맞아 근데 더 빠르게 해야 돼"
이렇게 하는 게 아닌가 싶어 물으니 좀 더 빠르게 해야한다고 말하는 너였다. 그래서 빠르게 머랭을 치는데 다시 웃는 소리가 들려와 눈치를 보며 왜...-라고 물으니 너는 더 크게 웃으며 다 튀잖아 영민아-라고 대답했다. 여기 저기 떨어져있는 계란 흰자를 보고 멋쩍게 웃으니 괜찮아 이따 치우면 되지-라고 말하는 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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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순탄치 않은 머랭 만들기를 끝내고 너에게 주니 너는 그 머랭을 반죽이랑 잘 섞은 뒤 머핀 틀에 담아 오븐에 넣었다. 십 분이 조금 넘었을까 다 됐음을 알리는 소리에 일어나려는 너를 다시 자리에 앉히고 내가 일어나 오븐에 있는 머핀을 꺼냈다.
"아, 뜨거"
"바보야"
전자는 급하게 꺼내다가 뜨거운 틀에 팔을 데어 내가 내뱉은 말이고 후자는 내 소리에 달려와 놀란 표정으로 네가 내뱉은 말이다. 너는 빨리 내 팔을 가져가 그 위로 찬물을 틀었고 잠시 기다리라는 말을 한 뒤 화상약을 가지고 왔다.
"조심해야지 영민아"
"응..."
"많이 아파?"
"아니..."
"거짓말"
"..."
"그래도 크게 데이진 않아서 다행이다."
너는 내 팔에 있는 물기를 닦고 화상약을 발라주었다. 많이 아프냐는 네 물음에 안 아프다고 하니 아까 약 발라줄 때 움찔 거린 것을 봤는지 거짓말하지 말라고 말하는 너였다. 네 말에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으니 그래도 많이 안 다쳐서 다행이라며 내 머리를 쓰다듬는 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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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많다."
"내가 할까...?"
"다친 팔로? 됐어"
생각보다 많은 설거지거리 탓에 한숨을 쉬는 너였고 그런 널 보고 내가 할까 물었지만 다친 팔로 뭘 하겠냐며 자리에 앉히는 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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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 끼고 하지..,"
"불편해"
"손 줘봐"
항상 장갑 끼고 설거지하라고 말하지만 작은 네 손에비해 장갑이 너무 커 불편하다며 맨 손으로 설거지하는 너였다. 오늘도 맨 손으로 그 많은 것들을 설거지 한 너에게 핸드크림을 조금 짜서 발라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