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남친과 썸남 사이의 묘한 관계성 01
[ 부제 : 구남친과의 재회 ]
" 미친. "
" 박지훈 글 올라왔다 "
" 오졌어 지훈님 우리의 지훈님 금천남고 존잘님... 사랑아 지훈해 "
" 아니, 야 진영이 있는데 좀 조용히 해 머저리들아 "
" ㅎ 머리 박을게 진영아. "
" ㅋㅋㅋㅋㅋ 야 배진영, 알지? 학주 보이면 그냥 다 내려놓고 뛰어라. "
" 아 얘 좀 걱정되는 거 나만 그럼? "
" 씹ㅋㅋㅋ 나도임. 누구 한 명 진영이 뒤에 붙어가라! "
" 야 쫌ㅋㅋㅋㅋ 나 괜찮다고 학주 보이면 냅다 뛰어올게. 이번 체육대회 계주 일등 아니겠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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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7월의 여름, 1학기 마지막 시험을 치르고 고삐가 풀린 낭랑 18세들의 인생의 마지막 수학여행에서 청춘을 불태우는 304호실 현장이 되시겠다.한 층 위인 401호실부터는 와꾸대장 집합소의 금천남고 학우들이 자리하고 계신다. 우천으로 인해 금천남고의 수학여행이 연기된 바람에 남일고 여학생들은 꿀빨기를 시전 중이다.이번 수학여행 때 생길 커플 수로 남일고생이나 금천남고생의 내기가 유행이라면 이미 말 다했겠지? 내일부터는 금천남고와 남일고의 행선지가 쭈욱 - 같을 예정이기에 아침단장하는 시간이 최소 1시간은 늘어날 걸 예상한다. 그 중 4대천황인 배진영, 안형섭, 복학생 임영민 오빠와 박지훈이 그 중 최대 관심사가 아닐까 싶다.
박지훈... 작년 겨울쯤인가? 서로에 대한 식어가는 애정이 낳은 이별은 그와 보냈던 1년이라는 긴 시간을 마무리 하게 했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함께 했던 집 앞 놀이터에서의 끝맺음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아까 호텔 로비에서 3층 호실 방들의 체크인 확인을 받던 중, 웅성웅성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나는 쪽을 바라보자, 금천남고의 관광버스가 들어서는 것을 목격했다. 순간 혹시라도 박지훈을 보게 될까 두려워 등을 돌리고 친구들과 함께 열쇠를 들고 304호실로 직행했다. 아직 나도 내가 왜 피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무서웠던 것 같다. 그 얼굴을 다시 마주하기가.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아직도 박지훈을 신경쓰는 것 같아 자존심이 상하는 기분이 들었다. 내일도 제발 마주치지 말기를.
나도 모르게 미간이 찌푸려져있는 것을 느꼈고, 앞으로 행복하기만 할 수학여행의 남은 3일을 보낼 상상을 하며 입꼬리를 반강제적(?) 으로 올린 다음 편의점에 도착했다.
" 진영아! 진짜 오랜만이다. "
" 헐. 어, 오빠! 몇 년만, 만이에요 "
" 배진영, 왜 안 쓰던 존댓말을 쓰고 그래, 어색하게 ㅋㅋㅋ "
편의점에서 계산을 하고 나가는 중, 바야흐로 5년 전 옆집에 살던 1살 오빠인 임영민 오빠가 환히 웃으며 내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인데도 그 옛날의 얼굴이 선뜻 떠오르며, 임영민 오빠인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 5년 전의 나는 시간이 나면 오빠 집에 갈 거라며 떼를 쓰며, 펑펑 울다가도 오빠가 방긋 웃어주면 나도 금새 따라 웃곤했다. 오빠는 아무도 모를 거라고 생각했던 내 첫 짝사랑이였다. 오빠가 이사를 가던 날, 세상이 떠나가도록 울어 밑 집 아저씨가 초인종을 누르며 우리 집 문을 두드리는 지경까지 만들었던 추억이 새록새록하다.
비밀 일기장에 크면 오빠와 결혼할 거라며 임영민이라는 이름만 수백 번 적어나가던 어린 나를 생각하자, 두 볼이 빨개졌다. 오빠의 웃는 얼굴과 마주하게 된 나는 그런 생각 하는 것을 꼭 들킨 것만 같았다. 순간 부끄러워진 나는 오빠에게 대충 인사를 하고 엘리베이터로 뛰어 갔다.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해서도 좀처럼 멈추지 않는 마음을 감추지 못한 나는 스스로가 어떤 층을 눌렀는지도 모르는 채 얼굴을 식히느라 바빴다.
" 배진영, 토마토야 뭐야? "
- 4층입니다.
엘레베이터에서 정신없이 내리고 나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의 깜깜한 복도층에 나 혼자 덩그러니 남겨져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봉지를 두 팔로 꼭 끌어안으며 엘리베이터 문이 닫힐 때 까지 기다렸다.
- 카톡
주머니에 있던 휴대폰을 꺼내, 카톡을 확인하려 할 찰나에 저 끝에서 학주로 추정되는 사람이 걸어오고 있었다.
" X됐다. "
너무 놀란 나머지 나는 바로 내 뒤에 있던 문을 64비트로 급하게 두드렸다. '301호면 지은이네 숙소니까 어떻게든 숨으면 되겠지' 라는 생각을 가진 채.
" 제발 열려라, 제발, 제발... "
그 선생은 점점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고, 자칫하면 인생의 마지막 수학여행을 선생님들 사이에 낀 채로 보낼 것 같다는 판단이 내려섰다. 계속 두드려도 열리지 않는 문을 보고, 그냥 포기하자라는 생각을 하며 문을 그만 두드릴 때 쯤, 301호의 문이 열리고 누군가의 손이 내 손목을 잡아 그 안으로 끌었다. 벽에 기대고 있던 나는 순식간에 그 누군가와 벽사이에 꼼짝없이 갇힌 생쥐 꼴이 되었다. 그 짧은 순간에 나는 ' 앞으로 얘 떠받치면서 살아야지, 내 인생의 구세주야 ' 라는 생각을 하며 입을 열었다.
" 와 진짜, 대박 고마워. 나 방금 학주한테 걸려서 죽을 뻔 ㅠㅠ "
1반의 여자아이들 중 한명이겠지 라고 생각했던 나는 눈앞의 정말 예상치도 못한 인물의 얼굴에 품고 있던 봉지를 바닥에 떨어트렸다.
" 여기에 니가 왜 있어, 진영아. "
안녕하세요, 교블리입니다! 저저번주부터 남고와 공학의 수학여행 일정이 같다면 어떤일이 벌어질까.. 하는 망상 + 지훈이 가 낳은 결과로 이렇게 찾아뵙게 됐네요! 처음인만큼 많이 미숙한 실력과 매끄럽지 않은 흐름이 꽤나 있을 것만 같아 두근두근거려욤 'ㅅ' 처음 올려보는만큼 긴장되는 터라, 등장인물들의 대사와 여주의 독백 대사를 외울만큼 수십번은 읽은 것 같네요. 더욱 더 스릴있고 설레는 이야기로 이어질 작품입니다! 관심 많이 가져주세요...
+) 전 관종이라 독자님들의 관심을 먹고 쑥쑥 자라나거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