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처럼_03
"헐..."
말이 현실로 나왔다.
"뭐야? 어디가?"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거 황민현...?
"어...? 학원끝나고 집 앞이라 잠깐 운동삼아 한바퀴 돌고 들어가려고..."
오, 거짓말 다 티나겠다.
잠깐, 손에 들린 건 내가 환장하는 민트커피우유???
"그러는 너는 이 밤에 무슨 커피우유를 세 개나 들고 어디가게?"
"나? 너 만나려고."
참나, 연락처도 모르면서 어디서 어떻게 만나려고 저런 태연한 표정과 깡이 나온담.
"뭐래, 우연히 마주친거거든! 그나저나 그거 너가 다 먹을거야? 밤새게?"
"아니, 나 민트 질색해. 특히 커피는 더. 너 저번에 이거 들고 다니는거 몇 번봐서 여기 편의점에서 투 플러스 원 하길래 마주치면 주고 아님 말려고 했지"
아, 왜 갑자기 떨리고 난리.
그래. 이건 황민현 때문이 아니라 내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민트커피를 눈 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두자.
"그럼 나 이거 하나 다 마실때까지 나랑 동네 한 바퀴 돌고가"
"나야 좋지."
라고 하며 웃는 민현의 얼굴에 살짝 다른 생각을 할 뻔 했다.
야자가 끝나고 고3들이 하교하는 시간.
공부도 잘하고 잘생겼던 민현이라 지나가던 아이들이 옆에 있던 나와 그를 동시에 쳐다보며 지나갔다.
"오, 역시 인기많네, 황민현"
"역시? 너가 옆에 있어서 그럴걸"
"어?"
"내가 3년 내내 남자애들하고만 어울려 다니다가 옆에 여자인사람이 있으니까 그런거라고"
"그걸 니가 어떻게 알아."
"촉이 오지, 근데 이건 촉이 안와. 그래서 너 토요일에 나랑 같이 공부하러 나올거야?"
"으응...? 아, 잠깐만"
여주는 몇 시간전 학원에서 턴을 돌다 살짝 삐끗한 발목이 시려 불편하게 걷고 있었다.
"왜 그래? 너 어디아파? "
세세한 것 까지 캐치해내는 민현 덕에 우린 근처 벤치에 앉아 얘기를 나누었다.
"음... 아까 잠깐 삐끗했는데 괜찮아.
그리고 토요일은, 오늘 민트커피 줬으니까 토요일에 내가 밥 사줄게. 대신, 장담은 못해"
"뭐야, 꼭 나오라고 내가 아침부터 엄청 전화도 하고 문자도 해야겠다."
"너 내 번호알아?"
"아니, 그래서 지금 물어보려던 참이었어."
와, 이런식으로 번호 가져가는거냐. 그래, 선심쓴다.
민트커피우유 줬으니까. 다른 생각 없어.
여주의 말에 주섬주섬 핸드폰을 꺼내는 민현.
"풉, 야 넌 지금이 어느 시댄데 아직도 투지 폰을 쓰냐"
"스마트폰 나온지 얼마 안됐잖아, 그리고 이거 우리 엄마꺼야.
3월부터 내꺼 안써. 공부에 방해될까봐 내가 갖고 나오고 싶을때만 엄마한테 허락맡아서 가져오는거야."
"근데 내가 여기에 내 번호를 찍으라고?"
"응, 나 머리 좋아. 나 번호 금방 외워."
"그럼 그냥 종이에 적어줄게"
무슨 80년대도 아니고 흰 종이에 펜으로 핸드폰 번호를 끄적거리는 여주.
그런 여주의 모습이 귀엽기도, 지금 자신의 눈 앞에 이 시간에 여주가 있다는 사실에
믿기지 않다는 표정으로 여주의 정수리를 쳐다보는 민현이다.
"됐지? 너희 어머니 핸드폰 번호를 내가 외우긴 좀 그러니까 먼저 연락하던지."
"바보, 어차피 번호뜨니까 알게돼."
"아, 그러네. 너 집어디야? 안늦었어? 안가봐도돼?"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11시가 넘은 시간.
"나 이제 들어가봐야겠다. 우리 엄마는 외동딸이 안들어오는데 전화 한 통 없네. 정없다."
"우리 엄마도 마찬가지다 그건. 근데 너 발목은 괜찮아? 데려다줄게"
"뭘 데려다줘, 여기 집 바로 코 앞인데."
"그러니까 데려다준다고. 가까우니까."
"토요일에 안나올까봐, 밥 안사줄까봐 아주 그냥."
"아니거든 그런거."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여주.
"나 이제 들어갈께. 이거 내일이랑 모레까지 잘 먹을게. 조심히 가!"
"들어가. 연락할게."
하루종일 책에 얼굴을 파묻고 불필요한것 빼고는 말도 안했던 민현.
그럼에도 불구하고 왠지 모르게 더 힘이 나는 건 기분 탓일까.
안녕하세요 , 뭔가 연재를 시작했는데 어떻게 이어나가야할지 고민이지만 노력해보겠습니다.
요즘 떡밥이 우수수 떨어져 행복한 워너블 중 한명입니다ㅎㅎ
앞으로 입시커플의 위태롭고도 달달한 이야기 기대해주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