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ROMANCE
w.피크닉
# 중장편 팬픽 '라디오 로맨스' 커플링 : 메인커플 '찬백' / 사이드 커플 '카디'
# 극중 인물들 나이: 박찬열 '32' / 변백현 '25' / 김종인 '27' / 도경수 '24' / 권작가 '33' / DJ유빈 '24' 입니다.
# 라디오 로맨스 4,5편에서 시간적 배경은 2013 현재가 아니라 2012년 크리스마스 입니다. 헷갈리지 마세요!
CHAPTER 5. 콩닥콩닥
" 이제 첫코너에서 첫 청취자분을 모셔 볼까요? 유빈씨가 발표 하실래요? "
" 그럼 저야 좋죠. 음… 저는 이 종이를 먼저 뽑겠습니다. "
빨간 초록 계열의 의자에 앉은 경수는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머금은채로 손에 들려있는 아담한 박스를 내밀었다. 한개 뽑으면 되나요? 당연하죠. 호기심 가득한 관객석을 약간은 더 긴장시키려는듯 꺼낸 종이를 열까 말까, 주춤거리는 유빈의 모습에 관객석 위의 음향실에서 작은 웃음이 터져나왔다.
" 유빈씨 장난 안칠거 같은데 은근 저런거 좋아한다니까. "
" 솔직히 처음 봤을땐 조용해 보여서 살짝 걱정했는데 지금은 걱정은 무슨, "
" 김 감독님도 그렇게 생각하셨어요? "
" 권 작가님도? 왠일로 우리가 통하네요. "
" 그니까요. "
우리가 맞는 부분도 있나봐요. 음향실의 투명한 창 너머로 작게 보이는 두 인영을 바라보는 두 사람의 표정이 밝기만 하다. 어, 2213님. 이름을 박찬열씨라고 밝혀 주셨네요. 이내 작게 푸스스 들리던 음향실 안의 웃음소리가 멈추고는 정적으로 맴돌았다. 박 피디님이에요? 만지작 거리던 사원증을 내려놓고 번뜩 고개를 드는 백현의 행동에 찬열은 고개를 좌우로 까딱였다.
" 박 피디님이에요? "
" 뭐가요? "
" 방금 유빈씨가 분명히 박찬열씨라고 했잖아요. 피디님이 신청 하셨어요? "
" 아니요? 내가 미쳤습니까. 내 방송에 내 사연을 신청하게. "
" …하긴. 그래도 이름이 같으니까 조금 궁금하긴 하네요. "
남 이름에 뭘 그렇게 관심이 많습니까. 찬열은 자신을 해맑게 바라보는 백현을 내려다보며 시큰둥히 말했다. 뭐 말이 그렇다는거죠. 찬열의 말에 곧바로 풀이 죽어버리는 백현이다. 그럼 사연 말씀 드릴게요. 경수의 약간은 들떠있는 목소리에 관객석뿐만 아니라 음향실 안의 사람들이 고개를 틀어 경수를 바라보았다.
" 박찬열씨의 사연입니다. 아, 오늘이 바로 크리스마스네요. 제 사연이 뽑힌다면 이 자리를 빌어 이제서야 한 사람에게 미안하단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경수씨와 유빈씨가 듣기 좋은 목소리로 소심하고 못난 저대신 그 사람에게 말해주세요. 라고 보내주셨네요. "
" 에이, 이렇게 사연을 보내주신것만 해도 엄청난 용기라 박수쳐드리고 싶어요. 음 그럼 제가 사연 소개 할게요. 안녕하세요 저는 박찬열 이라고 합니다. 나이는 밝힐수 없지만 무튼 저에 곁엔 누구보다도 착하고 약간은 미련하다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요. 그사람은 항상 저에게 잘해주려고 다가오지만 저는 마음과 다르게 피하게 되더라구요. 아직은 그 이유를 확실히 알 수 없습니다. 이 기회를 빌어 말하고 싶어요. 절대 싫어서 그런게 아니란것과 또 이제는 저도 조금은 다가가고 싶다는걸요. "
" 와, 멋있어요 박찬열씨. 박찬열씨의 그분도 진심을 깨닫고 좀 더 두 사람이 서로에게 가까워지는 순간이 오길 저희도 빌게요. "
유빈과 경수가 차근차근 말하는 사연을 기분 좋은 미소를 흘리며 감상하던 백현은 고개를 돌리고 자신보다는 조금 큰, 찬열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사연 멋있지 않아요? 백현의 말에 따라 입꼬리를 살짝 들어올리는 찬열의 모습이 보여진다.
" 멋있습니까? "
" 그렇잖아요. 공개적으로 이름 밝히고 진심을 고백한다는게, 얼마나 멋있는건데요. 그렇지 않아요? "
" 뭐.. 변 작가님 말 들어보니까 그런것도 같네요. "
" 사람 마음이란게 다 알았다고 생각 하다가도 약간, 실수하면 오해하고 사소한걸로 투닥 거릴수도 있는거잖아요. 다르게 말하면 사소한걸로 기뻐할수도 있구요. "
" … "
" 쉽게 알수 있다면 참 좋을텐데요. 그쵸. "
잔잔하게 울려퍼지는 백현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달달한 노랫소리와 잘 어울린다, 찬열은 결국 자신이 내린 결론에 픽 웃어버리고 말았다. 진짜 사람 진심이란거 노력하면 잘 알수 있을까. 찬열은 차마 내뱉지 못한 진심을 소중하게 도닥였다. 아직은, 소중히 하고 싶다. 아직은, 확실치 않은 이 설렘의 감정을.
RADIO ROMANCE
W. 피크닉
" 김수연씨 축하드려요. 남자친구 되신 분과 몇살 차이라고 하셨죠? "
" 제가 4살 연상이에요! "
" 우와, 같은 여자 대 여자로서 존경스러워요. "
" 유빈씨는 이쁘시니까 세상 모든 남자들이 좋아할거에요. "
하하 감사해요. 무대 위 여자의 재치있는 말에 스튜디오 안은 웃음소리로 시끌벅적하게 뒤덮혔다. 귀엽다. 권 작가님. 나이차 10살 더 날걸요. 아까 환상의 짝꿍인마냥 화이파이브를 하던 두 남녀는 어디갔는지 레이저가 나올듯 팽팽한 접전에 찬열과 백현은 뒷 머리를 긁적였다. 또 시작이네.
" 그럼 남자친구 분이 이제 19살 되시는거죠 ? 둘이 어떻게 알게 된거에요? "
" 사실 버스에서 아침마다 만났거든요. 제가 좋아해서 고백한거지만요. "
" 그럼 두분, 어떻게 같이 여기까지 방문해 주신건가요. "
" 제가 같이 가자고 했거든요. "
" 남자분 박력 있으시다! "
어우 여자분들 너무 좋아하시네. 관객석에서 들려오는 뜨거운 함성, 특히 여자들의 목소리에 유빈은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그럼 두 분에게는 방송이 끝난 후 백만원권의 상품권과 커플링을 드리겠습니다 감사해요. 박수를 짝짝 치며, 이내 사연을 정리하려는 두 디제이의 말에 관객석에선 부러움의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저 남자랑 아예 사귀세요. 관객석 중간 지점에도 서로 투닥대는 한 쌍의 커플을 바라보는 백현의 표정이 약간 오묘하게 변하였다. 이리 갸우뚱. 저리 갸우뚱. 몸을 오뚝이 마냥 기우뚱대며 말이다.
" 저게 좋아요 권 작가님? "
" 응? 변 작가 갑자기 뜬금없이 무슨 말이야. "
" 막 공개적으로 고백하고 그러는거요. "
" 지금 장난해? 내가 연애를 해봤어야 알지. 사람 슬프게시리. "
앗, 죄송합니다. 백현은 약간 발그레해진 얼굴을 손으로 쓱쓱 쓰다듬으며 옆에서 종인과 음향 기기를 돌려대며 점검을 하는 찬열을 톡톡 쳤다. 박 피디님. 백현의 손길에 찬열은 고개를 힐끗 돌렸다.
" 박 피디님도 공개고백 이런거 어떻게 생각해요? "
" 그걸 왜 나한테 물어봅니까. "
" 박 피디님은 왕년에 연애 좀 많이 해보셨을거 같으니까 그렇죠. "
" 연애 해본적도 없었을뿐더러 더더욱 공개 고백은 할 마음도 없습니다. "
" 그러실줄 알았어요. 진짜 무드 꽝. "
뭡니까 사람 불러놓고. 찬열의 헛웃음에 백현은 쩝 입맛을 다시곤 팔짱을 꼈다. 역시 사람이 무드가 없다니까. 백현의 작은 중얼거림을 못 들을리 없는 찬열은 눈을 가늘게 뜨며 백현의 팔을 살짝 쥐었다. 뭐에요? 백현이 잡혀진 팔을 흘끗 바라본다.
" 뭐에요? "
" 뭐긴 뭐에요. 같이 점검실 좀 갔다와요. "
" 내가 왜요? "
" 지금 이 행동 뭡니까. "
" 제가 뭘요. "
" 분명히 얼마전까지만 해도 시키면 뭐든지 열심히 한다 했던 변 작가님은 어디 갔습니까. "
거참 의심스럽네요. 찬열의 간사하게 뜬 얇은 눈을 올려다 보던 백현의 얼굴이 약간 당황스러움에 물들었다. 그건 뭐… 그럼 갑시다. 입술을 우물쭈물 대는 백현의 말을 가로채며 찬열은 방금전과는 다른 센 힘으로 백현의 팔을 잡아당겼다.
" 자,잠시만요! 왜 가는데요? "
" 경수씨 마이크가 이상한것 같아서 교체 좀 해야 할것 같아요. "
" 그건… 뭐, 박 피디님 혼자서 다녀 오시면 될거 같은데.. "
" 뭐 혈서라도 써요? 자꾸 그렇게 이중적으로 굴겁니까? "
진짜 혈서라도 써요? 백현을 완전히 위축시킬 모양인지, 얼굴을 들이대며 약간은 엄한 표정을 짓는 찬열의 모습에 짐짓 겁을 먹은듯한 백현은 이내 폭 한숨을 내쉬었다.
" 아, 알았어요. 가자구요. "
" 갑시다. "
" 이건 좀 놓으…시죠? 저 도망 안가요. "
" 뭐 알겠습니다. "
이거 비싼 옷이에요. 백현의 말에 살풋 웃으며 잡은 팔을 슬그머니 내려놓는 찬열이다. 진짜 귀찮다니까. 백현은 혹시나 찬열이 걸음을 같이 할까 큰 보폭으로 빠르게 음향실 안을 빠져나왔다. 예나 지금이나 만만한건 나라니까. 사원증에 적힌 '작가 변백현' 옆에 작게 쓰여진 막내란 글자에 백현의 입에서 자동적으로 한숨이 내뱉어진다.
* * *
" 비상시 교체용 마이크 어딨는지 아십니까? "
" 권 작가님이 분명히 이 상자에 두셨다고 했는데.. 다시 찾아 볼게요. "
박 피디님 죄송한데 그쪽에 있나 한번 봐주시겠어요? 백현의 말에 가만히 서있던 찬열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허리를 숙여 상자안을 바라본다. 감사해요. 백현은 찬열에게 꽂혀있던 시선을 돌려 뒤적이던 한 상자안에 손을 집어넣었다. 마이크를 찾은 백현이 웃으며 허리를 피던 그때였다. 치지직.
" 무슨일 입니까? "
" 박 피디님, 어디 계세요? "
치지직. 뭔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탁 하며 금새 어두워진 점검실 풍경에 백현은 빠르게 눈을 깜빡였다. 이게 어떻게 된건지. 점검실뿐만이 아니라는듯 힐끗 바라본 스튜디오와 음향실 마저도 크게 들려오던 음악 소리 없이 조용하기만 했다. 다들 놀랄텐데. 피디님. 백현이 손을 내저으며 앞으로 빠르게 움직였다.
" 으아, "
" 변 작가님! "
뭐야? 어? 분명 옆 상자에 손전등이 있는걸 본터라 앞으로 가고 있었을뿐인데. 백현은 자신의 발에 뭔가 채이는 느낌에 부동 자세를 취했으나 이미 늦어버린건지 백현의 몸은 심하게 휘청이며 앞으로 기우뚱 대었다. 어어, 퍼득 거리는 백현의 작은 비명 소리에 찬열이 어둠속에서 손을 저으며 급하게 앞으로 나아갔다.
" 괜찮습니까? "
" …아, 네, 네. "
" 조심히 와야지 누가 그렇게 무식하게 옵니까? "
" 아…그게 괜찮아요. "
" 왜 그래요? 어디 다쳤어요? "
찬열의 말에 백현은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다. 어둠속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백현의 발그레한 볼을 의아한듯 바라보던 찬열의 얼굴 이내 자신의 품에 안겨있는 사람이 백현, 이란것을 알고 따라 붉어진다. 꿈뻑 꿈뻑. 네 개의 눈동자가 맡닿은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느리게 꿈뻑인다.
" … "
" … "
" 저.. 피디님.. "
" 아. 죄,죄송합니다. "
백현의 조심스러운 목소리에 찬열은 화들짝, 꽤나 크게 몸을 흠짓 떨어대며 뒤로 주춤 대었다. 뭐야 이게. 백현은 어안이 벙벙한듯 눈만 도록도록 굴렸다. 방금 내가 피디님 품에… 으아. 이내 여기까지 다달은 생각에 백현의 얼굴이 불타는 고구마 마냥 빨개진다.
" 변 작가. 무슨 일이야? "
" 어, 권 작가님. "
" 무슨 일이야? 지금 스튜디오 난리났어. "
" 선 체크가 덜 됬나봐요. 뽑힌거 같은데. "
" 아까 점검 다 했다 하지 않았어? "
" 그게… "
" 권 작가님 저 박찬열 입니다. 확인해보고 연락 넣어 드리겠습니다. "
" 휴, 그럼 얼른 검사해보고 다시 연락해줘요. "
지지직. 조용한 점검실에 크게 울려 퍼지는 권 작가의 목소리에 발그레하던 얼굴이 언제 그랬냐는듯 죽을상을 띈다. 아까 점검 다 했다고 놀러다녔는데 난 어떻게 되는거지. 어둠속에서 고개를 푹 숙이고 눈을 꾹 감는 백현의 행동에 찬열은 낚아챈 무전기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 변 작가님. 손전등 있습니까? "
" …아, 박 피디님 옆 상자에 있는걸로 기억해요. "
" 여기 있네요. "
상자를 더듬거리다 찾은 손전등의 온 버튼을 누르자 동시에 탁, 하며 어두운 점검실에 밝은 빛이 맴돌았다. 전기가 완전히 나간거면 어디쪽이 잘못 된거에요. 이리저리 비추며 작게 말하는 찬열의 행동을 가만히 바라보던 백현은 이내 정신을 차리곤 한 곳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 여기요. 저도 공개방송은 이번이 처음이라 확실히 잘 모르겠는데 권 작가님이 이쪽이라 하셨어요. "
" 아, 맞는거 같네요. "
" 어떻게 된거에요? 심각한거에요? "
백현의 걱정스러움이 다분한 목소리에 찬열은 픽 웃으며 손전등을 든 손을 백현에게 들어보였다. 이것좀 비춰봐요 선 뽑힌거 같으니까. 찬열의 말에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며 백현이 손전등을 쥐려 할때였다. 스윽. 손에 닿는 따뜻한 체온에 백현의 손이 흠짓 하며 튕겨졌다.
" 죄,죄송해요. "
" 괜찮으니까… 얼른 잡아요. 우리 늦었어요. "
" …네. "
백현의 흠짓 놀라는 모습에 찬열의 눈이 살짝 크게 떠졌다 이내 제자리를 찾는다. 여기 좀 비춰봐요. 찬열의 목소리에 백현은 고개를 숙여 낑낑 대며 기기 안쪽에 손전등을 가져다 대었다. 선이 약간 헐렁 거려서 빠졌나봐요. 코드로 손을 가져다 대는 찬열의 손 아래로 백현의 주춤거리는 모습이 비춰진다. 탁. 그때였다. 헐렁한 선을 꼽는 순간 치지직 소리와 함께 환하게 켜지는 불에 백현과 찬열은 눈쌀을 찌푸렸다. 정말 이 선이 문제였던건지 조용하기만 하던 스튜디오쪽이 아까전 흐르던 노래로 흥겹게 감싸진다.
" 다행이에요. 터진거 아닌가 걱정했는데. "
" …죄송해요 박 피디님 "
" 죄송할거 없어요. "
" 네? "
평소처럼 약간은 화가난, 다그치는 목소리 대신 푸스스 흘러 나오는 웃음 소리에 울먹 거리는 백현의 고개가 스르르 들렸다.
" 작은 고추가 맵다라는 말 알죠, 이젠 조금만 더 세심히 봐줘요. "
" 그렇지만… 죄송해요. "
" 변 작가님 말대로 실수란거 할수 있는거니까. "
" … "
" 지금은 나한테 사과하는 것보다 얼른 경수씨 유빈씨한테 가시는게 더 좋을듯 싶네요. 얼른 마이크 가지고 올라가봐요. "
그치만, 백현의 주춤거림에 찬열은 피식 웃으며 그런 백현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진짜 애같다. 감히 20대라 할 수 없을만큼 아이마냥 티끌처럼 맑기만 하다. 얼른 올라가 봐요. 찬열은 훤하게 보이는 백현의 정수리를 톡톡치곤 고개를 까딱했다. 얼른 나가봐요. 찬열의 행동에 멍하니 있던 백현이 곧 정신을 차리곤 점검실 문을 빠르게 박차고 튀어 나갔다.
" 경수씨 유빈씨! "
" 어떻게 된거에요? "
" 죄송해요. 총 연결된 선이 헐렁하게 되있었어요. 많이 놀랐죠? "
" …아, 괜찮아요. 다치지도 않았는데요 뭘. "
타닥 타닥. 사원증이 걸리적 거릴만큼 이리저리 목을 감싸왔지만 백현은 신경쓸 겨를 없이 빠르게 무대 위로 올라갔다. 무슨일이야. 웅성대는 사람들을 등지고 놀란 표정의 두 남녀에게 백현은 울듯한 표정으로 마이크를 넘겨주었다. 미안해요. 백현의 울먹임에 오히려 두 사람의 표정이 당황함으로 물든다.
" 어유, 괜찮아요 변 작가님. 그럴수도 있죠. "
" …우선, 사과멘트 해주세요. 괜히 제가 나설일이 아니니까. "
" 알겠습니다. "
마지막 말을 끝으로 백현은 한숨을 폭 내쉬며 무대의 계단을 꽤나 빠른 걸음으로 내려왔다. 여러분 놀라셨죠? 유빈의 침착한 목소리가 백현에게 만큼은 우울하게만 느껴지는듯 하다. 뭘 잘했다고 눈물이 나려는건지. 아무리 눈을 따가울만큼 벅벅 긁어봐도 눈물은 원망스럽게 떨어진다. 하루종일 이상하다. 평소에 원수라 느끼던 찬열에게 그런 감정이 느껴지기만 하다니. 울상인 백현의 얼굴이 종잇장 마냥 구깃구깃 구겨진다. 밝기만 하던 감정이 오늘따라 뒤죽박죽이다.
* * *
" 수고 하셨습니다! "
" 으아, 죽겠다. "
종인이 무대 위 앰프와 오디오 믹서의 오프 버튼을 탁, 누르자 마자 조용하던 음향실 안이 와아 하는 함성 소리로 시끄럽게 물들었다. 김 감독님 선곡 죽이던데요. 권 작가의 말에 종인은 웃으며 무대에 짧은 신음소리와 함께 털썩 누웠다. 짱짱. 종인 뒤 경수와 유빈도 끝났다는 안도감에 아이돌이란 신분을 잊은듯 풀썩 주저 앉았다.
" 경수씨 오늘이 처음인데 너무 잘하더라. "
" 하하 감사해요. "
" 유빈씨도 오늘 완전 개그감 폭팔했어. 평소에는 고상한척 다 하드니. "
" 저 원래 유머 감각 있는 여자에요. "
유빈의 재치 넘치는 말에 과묵하게 무표정만을 고수하던 찬열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변 작가도 너무 수고했어. 권 작가의 말에 백현은 땀에 절은 이마를 손으로 쓱 흝은후 고개를 꾸벅대었다. 무슨 일 있어? 평소와 달리 칭찬에도 불구하고 고개만 푹 숙이고 있는 백현이 의아한듯 권 작가는 백현에게 다가갔다. 어머 왜그래 변 작가. 이내 권 작가의 얼굴이 당황스러움으로 뒤덮인다.
" 어머, 변 작가 왜그래? "
" 백현씨 괜찮아요? 저희 정말 괜찮은데. "
" …죄송해요. "
고개 좀 들어봐. 권 작가의 재촉에 마지못해 고개를 든 백현의 얼굴은 얼마나 운건지 약간 부어 있었다. 초롱초롱 한 평소와 달리 힘 없이 빨갛게 일어나 있는 눈가와 만지면 뜨거울것만 같은 빨간 볼까지. 백현의 모습에 찬열은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설마 아까 화장실 간다 했을때 운건가. 찬열은 그런 백현이 안타까운듯 작게 한숨을 내쉰다.
" 오늘 사실 변 작가가 너무 수고했어. 공개 방송 처음인데 스크립트도 밤새서 써오고 점검 하는데 도와주고. 수고란 수고는 다 했네. "
" …아니에요. "
" 아니야. 괜히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고 시켜서 미안해. 내가 너무 힘들게 했나보다 변 작가. "
" 변 작가님 괜찮아요. 진짜에요. "
" 변 작가 이렇게 어려서 어떡해? 애기처럼 울기나 하고. 사람이 이렇게 착해서 쓰나. "
아, 아니에요. 종인의 웃음기 어린 목소리에 백현은 빨갛게 부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손을 세차게 저어 보였다. 그니까 변 작가 너무 우울해 하지마. 그럴수도 있는거야. 권 작가의 다정스런 토닥임에 백현은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감사해요. 백현의 들릴락 말락 작은 중얼거림에 삽시간에 스튜디오는 웃음소리에 가득찼다.
" 변 작가 진짜 귀엽다니까. 아 맞다. 나 선물 돌릴거 있는데. "
" 이게 뭐에요 권 작가님? "
" 뭐긴. 이제 2시간도 안남았지만 크리스마스잖아. 누구 말대로 크리스마스인건 변함 없으니까. "
변함 없으니까. 살짝 미소 지으며 은근한 눈빛을 보내는 권 작가의 모습에 백현은 눈을 살짝 비비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짜잔. 어쩐지 가방이 크더라. 권 작가는 선물 바구니 마냥 큰 가방에서 꽤 많은 양의 형형색깔의 포장지 덮인 선물을 꺼냈다. 어때. 권 작가를 제외한 사람들의 입이 저절로 벌어진다.
" 우선 유빈씨. 유빈씨는 아이돌이긴 하지만 그래도 건강이 우선 아니겠어? 여기 목도리랑 장갑이야. 마음에 들지 모르겠다. "
" 와, 권 작가님. 완전 예뻐요. 감사합니다. "
" 감사하긴. 그리고 경수씨는 모자랑 평소에 좋아한다는 가수 CD 좀 사봤어. 좋은 노래 많이 들어. "
" 감사합니다! "
" 그리고… 음 김 감독님. "
왜 나한테는 그런 표정이에요? 아이돌 아니라고 차별 합니까 지금. 종인의 툴툴대는 목소리에 권 작가는 인상을 살풋 찌푸렸다. 저 인간은 잘해주려해도 그냥. 이내 권 작가는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종인의 선물을 힐끗 노려보다 종인의 앞에 턱. 소리와 함께 내려 놓았다.
" 몰라서 물어요? 뭐, 안주려다가 주는거에요. "
" 뭐에요 이게? "
" 맨날 손 시렵다고 하니까. 장갑이랑 목도리 좀 사봤어요. "
" 감사해요 권 작가님. "
" 그니까 좀 잘해요. "
" 근데 꽤나 돈 좀 쓰셨겠어요. "
경수씨. 나 잘나가는 작가야. 가슴까지 내려오는, 연갈색 계열의 찰랑 대는 머리를 뒤로 홱, 넘기는 권 작가의 행동에 종인은 끄덕거렸다. 진짜 잘 나가시네요. 그런 종인을 얄밉단 눈빛으로 바라보던 권 작가는 이내 시선을 돌리곤 손을 조물락 대고 있는 백현을 향해 선물을 내밀었다.
" 내가 제일 좋아하는 변 작가! 완전 애기 취향이더만. 장남감 가지고 놀고. "
" 그게… "
" 그래서 특별히 장난감이랑 모자를 준비했지. 저번에 변 작가 파란색 털모자 쓴거 너무 예쁘더라. 그래서 한번 내 욕심에 사봤지. 그리고 우리 대장 박 피디님. 니트 입으면 완전 멋있든데. 그래서 회색 니트 좀 사봤어요. 이쁘게 입고 다녀요! "
" 감사합니다. "
" 뭘요, 어…근데 설마, 또 변 작가 울어? 응? "
권 작가의 버벅 거리는 손놀림에 눈물을 참으려는지 끅끅 대며 몸을 흠짓 떨어대던 백현의 얼굴에서 결국 눈물이 비집고 나왔다. 눈을 비비며 아무리 참으려고 애써봐도 수도꼭지 마냥 콸콸 흘러 나온다. 괜찮아요 울지마. 그 모습에 멈칫하던 찬열이 백현의 등 위로 살짝 손을 올려 놓고선 토닥였다. 울지마요.
" 에이, 왜 그래 이렇게 좋은 날에. 맞다. 우리 단체 후드티 하나 샀어요! 다른 팀은 다 있는데 우리만 없는거 같길래 내가 맞췄지. 특별 제작 한거야! 박 피디님이 반대 할거 같아서 에라 모르겠다 질렀어. 그래두 다들 돈 아까우니까 입고 다닐거죠? 네? 하나에 30000원인데! "
" … 아니 근데 왜 연분홍 이에요? "
" 그거야 내가 연분홍을 좋아하니까 그렇죠. 사는 사람 마음 아니에요? "
…무한 이기주의. 뭐요? 아니에요. 그저 좋다고 헤실헤실 대는 경수와 유빈의 뒤로 권 작가가 나눠주는 연분홍의 빅 사이즈 후드티를 바라보는 종인과 찬열의 표정이 그저 불쾌해 보인다. 그냥 입으시죠. 권 작가는 두 남자를 향해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 아니, 권 작가님 이건 너무하잖아요. 나이가 몇인데 연분홍을 입어요. "
" 여기서 내가 제일 많거든요? 그냥 입으시죠 김 감독님. "
" 박 피디님도 만만치 않게 싫어 보이시거든요? "
" 아니… 이건. "
뭐요. 날카롭게 쏘아 붙이는 권 작가가 무섭긴 한걸까, 말을 떼려던 찬열의 다부진 입술이 무섭게 닫힌다. 입고 다녀요. 순간 찬열은 누군가 옆구리를 쿡쿡 찌르는 느낌에 무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쁜데 뭘. 백현은 아무렇지 않게 후드티를 만지작 거렸다. 조금 크겠다. 그 모습에 찬열은 백현의 빨간 눈을 스캔하듯 살펴보았다.
" 박 피디님 그만 변 작가님 쳐다 보시고! 얼른 한번 입어 보세요. "
" 네? 권 작가님 이건 좀.. "
" 에이, 박 피디님이 제일 키도 크시고 하니까 한번 기준 잡고 봐야죠! 입어봐요 네? 네? "
아니, 전 좀 바빠서. 입가에 경련 일어날듯 어색하게 웃어 보이며 자리를 얼렁뚱땅 피하려던 찬열의 발걸음이 권 작가의 센 힘으로 붙잡혔다. 이 인간아 좋은 말로 입으라 할때 입어라. 하는 협박성이 다분한 표정을 지닌채 말이다. 휴, 결국 찬열은 한숨을 내쉬며 비닐로 뒤덮인 후드티를 조심스레 꺼냈다. 빠르게 후드티를 입는 찬열을 가만히 바라보던 여러개의 시선이 부담스러울 만큼 반짝반짝 빛났다.
" 와, 완전 패완얼! 멋있어요. "
" 하,하…하.. "
" 맨날 입고 다니셔야 해요? "
유빈의 티 없이 맑은 눈빛과 말에 찬열은 알듯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옆에선 백현이 좋다고 박수까지 짝짝, 흥겹게 치고 있고. 찬열은 몸에 걸처진 연분홍색의 후드티를 보며 다짐했다. 이건 오늘부터 우리집 걸레다.
* * *
크리스마스를 맞아 하늘에서 하얀 눈을 내려준걸까. 소복소복 쌓인 눈에 모든 것이 하얀색이다. 뽀득뽀득. 말 없이 걷는 두 사람의 정적과 대조되는 경쾌한 소리가 울렸다. 킁. 목도리를 얼굴 반에 두르고도 추운지 콜록 거리는 잦은 기침소리에 찬열은 백현을 힐끗 바라 보았다.
" 감기 걸렸어요? "
" … "
변 작가님. 못 들은걸까. 코를 훌쩍훌쩍 들이 마시며 총총 걷는 백현의 어깨를 찬열이 아프지 않게 쳤다. 네? 백현의 동그란 눈에 찬열은 살풋 웃었다.
" 감기 걸렸나구요. "
" 아니요 뭐… 괜찮아요. "
" 괜찮아요? 아니 괜찮아 보이지는 않고. 그나저나 붕어 되겠네 변 작가님. "
" 저 붕어 아니거든요. "
울면서도 할말은 다 한다니까. 입술을 비죽 거리며 심통난 표정을 내보이는 백현의 모습에 웃던 찬열은 자꾸만 흘러 내리는 크로스벡을 고쳐 매었다. 어디 봐봐요. 고개를 틀어 뚫어져라 쳐다보는 찬열의 모습에 백현은 경기를 일으킬듯 몸을 들썩이며 뒷걸음질 쳤다.
" 괘,괜찮아요… 깜짝 놀랐잖아요. "
" 괜찮으면 말구요 뭘 그렇게 놀라요. "
" 그,그냥.. "
" 알았어요. 다신 안그럴게요. "
" … 감사해요. "
" 네? "
" 감사..하다구요. 이해해주셔서 감사해요. "
나 너무 나쁜 사람으로 만드는거 아니에요? 앞을 바라보며 작은 보폭으로 걷는 찬열을 맞춰 나란히 걷던 백현이 이내 고개를 돌려 가로등 아래로 보이는 찬열의 얼굴을 찬찬히 바라보았다.
" 나한테 변 작가님이 고마워 할일 아니에요. 그렇게 고맙다고 하면 내가 뭐라 할말이 없잖아. "
" …죄송해요. "
" 그렇다고 죄송할건 없구. 다 자기 탓이라 생각하고 있죠? "
" 네? "
" 그런거 아니에요. 다들 실수 할 수 있는거에요. 솔직히 그리고 이번에..흠.. "
" 왜 말을 하다 말아요. "
" …흠. 변 작가님이 수고 많이 하셨으니까, 그거 다 아니까. 내가 더 고마워요. "
고마워요. 찬열의 약간 발그레해진 볼에 백현의 볼도 복숭아 바냥 연하게 물들었다. 괜히 쑥쓰럽고 간지럽고 그러는게 꼭 봄을 타는 것만 같다. 살짝 웃음을 띈채 얼마나 걷고 있었을까. 박 피디님 변 작가님! 조용한 거리를 뒤덮을듯한 뒤에서 들리는 익숙한 여자 목소리에 둘은 놀라 황급히 뒤로 돌았다.
" 변 작가님 박 피디님 잠시만요! 휴, "
" 천천히 오세요! 그러다가 넘어지시면 안되요. "
천천히 와요. 두 사람의 눈에 들어찬건 다름아닌 영하 10도의 날씨에 얇은 방송용 니트 하나만 걸친채 뛰어오는 유빈이었다. 고마워요. 그 자리에 굳어 의문스럽단 표정으로 바라보는 두 사람의 앞에 약간 빨개진 볼의 유빈이 웃으며 다가섰다. 무슨일이에요. 찬열의 무미건조한 말투에 유빈은 입술을 달싹였다.
" 유빈씨 옷 입고 오시지 춥게. "
" 변 작가님 괜찮아요. "
" 근데 왜… "
" 다름이 아니라 드릴게 있어서. "
" 이게 뭐에요? "
왜 이렇게 친절한건데. 언제 울었다는듯 눈꼬리를 휘어 접으며 고개를 까딱이는 백현의 모습에 찬열은 인상을 찌푸렸다. 잘은 모르겠지만 그냥 거슬린다. 그것도 매우 많이. 찬열의 심정을 아는건지 모르는건지 손을 꼼지락 대던 유빈은 등 뒤로 감추고 있던 중간 크기의 상자 2개를 꺼냈다. 이게 뭐에요. 백현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자신의 손에 쥐어진 선물과 유빈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 이거… 드려야 하는데 깜빡해서요. "
" 이게 뭔데요? "
" 그건 좀 있다가 보세요! 그럼 저 갈게요! "
" 유빈씨, 유빈씨? "
유빈씨. 선물을 힐끗 대던 백현이 빠르게 멀어지는 발걸음에 놀라 고개를 다급히 들었지만 이미 유빈은 저만치 간지 오래였다. 변 작가님 매일 좋은 대본 감사해요. 오늘 완전 짱이에요. 화이팅! 속사포처럼 말을 내뱉고는 방송국 안으로 사라지는 인영을 가만히 바라보던 백현은 고개를 숙여 상자를 열었다.
" 우와… 이거 CD네. "
화사한 개나리꽃 같은 노란 빛깔의 포장지 사이로 보이는건 다름아닌 CD였다. 그것도 경수가 그렇게 가지고 싶어했지만 물량이 없어 눈물을 머금고 포기해야 했던 CD가. 문자 날려야겠다. 샐샐 웃으며 소중한 보물마냥 선물 박스를 꽉 껴안는 백현의 행동에 찬열은 상자를 힐끗 거렸다.
" 뭡니까? "
" 박 피디님껀요? "
" 전 목도리랑 장갑입니다. 그러면 변 작가님은요? "
" 전 씨디요! 제가 가지고 싶어했던거요. "
" 그렇게 좋아요? "
" 당연하죠! "
" …어제는 권 작가님한테 씨디 없다더니. "
뭐라구요? 백현의 물음에 찬열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싸 좋아라. 그런 찬열이 안중에도 없는지 그저 백현은 실실 웃기 바쁘다. …나한테도 그렇게 친절하게 해보시죠 변 작가님. 찬열의 퉁명스러운 말투에 백현은 사랑스럽게 바라보던 상자로부터 시선을 떼었다.
" 네? 지금 무슨. "
" 나한테도 그렇게 친절하게 해보라구요. "
" 박 피디님? "
" 사람 차별도 아니고 어떻게 그렇게 표정이 싹 변합니까? 저도 변 작가님 그런 시큰둥한 표정 좋아해서 이러는거 아닙니다. "
" 네? "
" 휴, 아니에요. 조심히 들어가십시요. 전 이만. "
무슨 소리인지 당최 모르겠다는듯, 동태 눈마냥 탁 풀린 눈으로 맹하게 바라보는 백현을 바라보며 찬열은 고개를 설레설레 내젔고선 걸음을 옮겼다. 아 맞다. 한 발짝 두 발짝 걸음을 떼던 찬열은 뭔가 생각난듯 몸을 돌려 백현에게 다가갔다. 뭐하세요. 이내 손목을 홱 낚아채는 찬열의 행동에 백현의 눈이 확 트인다.
" 뭐에요? "
" 크리스마스 선물이에요. 미안한 것도 있고 단거 좋아한다길래 샀는데. 싫으면 버려도 상관 없어요. "
네? 찬열을 멀뚱멀뚱 바라보던 백현이 자신의 손에 쥐어진 무언가를 쳐다보았다. 봉지 사탕이잖아. 백현의 어린아이 입맛에 적절한 맞춤식 사탕들이었다. 딸기맛 사탕. 초콜렛. 보기만해도 입가에 달달함이 맴돈다. 백현은 슬금슬금 올라가는 입꼬리를 주체 못한채 웃으며 찬열을 바라보았다. 먹기 싫으면 버려요. 오늘따라 찬열의 볼이 유난히 빨갛다.
" 이유빈씨 선물에 가려져서 좋아할진 모르겠지만. 무튼 맛있게 먹어요. 나 갈게요. "
먹고 꼭 이는 닦고 자요. 애 마냥 손에 들려진 사탕을 보며 헤헤 웃음짓는 백현을 향해 살짝 미소지은 찬열은 손을 흔들며 빠른 걸음으로 백현을 앞서 갔다. 진짜 귀엽다. 사탕을 보며 눈웃음을 짓던 백현은 곧 고개를 들고 큰 소리로 외쳤다. 박 피디님! 백현의 물음에 뒤를 돌아보는 찬열이 얼굴도 꽤나 밝아 보인다.
" 감사해요 맛있게 먹을게요! "
" 먹던지 말던지 마음대로 해요. "
" 에이, 말을 왜 그렇게 해요. 아 맞다. 그리고 메리 크리스마스! "
내일 웃는 얼굴로 봐요. 손 흔들기엔 버거웠는지 유빈의 선물을 바닥에 내려놓고, 한 손엔 찬열이 쥐어준 사탕을 꼭 잡고는 다른쪽 손을 세차게 흔드는 백현의 모습에 주체할 수 없이 웃음이 터진 찬열인 애써 감추기 위해 고개를 꾸벅이고는 빠른 걸음으로 자신의 차를 향해 걸어갔다.
" 고마워요. "
이미 멀어질대로 멀어져 시야에서 사라진 찬열이 지나간 거리를 가만히 바라보던 백현은 작은 목소리로 대꾸했다. 고마워요. 부스럭, 요란스러운 소리를 내며 입에 넣은 사탕이 달달하기만 하다. 요리조리 굴려도 톡.톡. 달달한 맛에 백현은 웃으며 남은 사탕을 손에 꽉 쥐었다. 띠리링. 그때였다. 야상 주머니 속에서 들리는 문자 알림음에 백현은 주머니 속에 손을 넣고 핸드폰을 꺼냈다. 발신인 병정남. 아 병정남이래.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픽 웃음이 터진 백현은 약간 떨리는 손으로 홀드키를 풀렀다.
「 다시 말하지만 변 작가님 싫어서 그런거 아니에요. 절대 싫어서 그런게 아니란것과 또 이제는 저도 조금은 다가가고 싶다는거, 알아줘요.」
문자를 가만히 읽어가다 기분좋게 답장을 하기 위해 고개를 든 백현은 머릿속을 헤집는 단 하나의 생각에 아, 하며 옅은 탄식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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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피크닉 입니다!
오늘편은 조금 마음에 드셨는지 모르겠네요 ㅠ.ㅠ 사실 저도 마음 같아서는 고백 타임에서 고백하게 하고 싶었지만
아직은 투닥투닥 거리는데 이건 조금 빠르잖아요?! ㅠㅠ 흡 뎨동해요 조금만 기다려줘영 힁.. 그래도
계속 라디오 로맨스 봐줘요! 사랑해요 하트하트!
카디 분량이 무슨 가뭄에 콩나듯.. 흡.. 다음편엔 나와요 아마^^!
근데 백현이가 끝에 왜 그런걸까요? 이번편 앞을 꼼꼼히 읽은 독자님이라면 분명 아실거에요!
암호닉 신청해주신 사랑하는 독자님들 ♡
볼매님/ 꿍니님/ 라망님/ 됴종님/ 패릿님/ 바나나맛우유님/ 한시님/ 엘리얼님/ 호빵맨님/ 큥님/ 콘타님/ 탱탱볼님/ 함박눈님/ 은하수님/ 맹구님/ 정강이요정님/ 딸기밀크님/ 백뭉이님/ 모카라떼님/ 뚱이님/ 슬구님/ 도도하디오님/ 삐약이님/ 제이님/ 콜라님/ 매미님/ 치즈님/ 변백님/ 똥개님/ 되돌리다님/ 아리님/ 장이씽님/ 벚꽃님/ 지렁이님/ 됴아님/ 식탁님/ 페팽님/ 쪼니쪼니님/ 빵떡님/ 롤리팝님/ 짜요님/ 비울님/ 리플리님/ 라디오님/ 됴마됴님/ 찌롱님/ 사탕님/ 됴블리님/
암호닉 받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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