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응달
두 달 전쯤이었던 것 같다. 실시간 검색어에 네 이름이 오르기 시작한 지. 화제성이 강한 아이돌 육성 프로그램에 출연한 너는 엄청난 인기를 누리며 데뷔까지 성공했다. 남친 삼고 싶은 아이돌 1위…,라는 오글거리는 기사들에 도배된 네 사진을 보며, 과연 이 사람이 내 전 남자친구가 맞는 걸까, 하는 이상한 감정도 들었다.
어지럽다. 눈을 질끔 감았다 떠보아도 이물감이 들어 손으로 두 눈을 마구 비비고 있으면, 인기척 하나 없이 다가온 재환이 안약을 건네온다.
" 안구건조증이 있어서. "
뜬금없는 그의 말에 잠깐 멍을 때리자 눈 근처에서 방황하고 있는 손을 잡아당겨 안약을 쥐여준다. 눈 건조할 땐 안약이 직방이거든요.
" …아, 고마워요. "
촬영 준비로 분주한 세트장, 오디오 체크와 대본 점검을 하느라 정신이 없는 이 곳. 어제 대답도 듣지 않고 작업실을 먼저 나와버린 게 신경이 쓰여 출근하는 길에 카페에 들려서 김재환에게 줄 커피를 샀다. 항상 제일 먼저 출근 도장을 찍는 그였기 때문에 당연히 오늘도 그럴 줄 알았으나, 그는 오는 길에 접촉 사고가 생겨 조금 늦는다는 문자를 보내왔다.
시간 지나면 식을텐데…, 아직은 미지근한 커피를 두 손으로 감싸며 촬영장 구석에서 모니터를 하고 있었다.
" 여주 씨, 이제 곧 촬영 시작할 거니까 게스트 준비됐는지 확인하고 와줄래요? "
…네? 당황한 표정으로 피디님을 바라보자 지금 바쁘니까 부탁한다며 어깨를 툭툭 치곤 멀어진다.
이 좁은 세트장에서 그가, 그러니까 다니엘이 나를 알아보지 못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직접적으로 마주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 김작가님? "
대기실 앞에서 서성인지 몇 분이 지났을까, 더이상은 지체할 수 없을 것 같아 심호흡을 한번 한 뒤 문을 열려던 참이었다. 익숙한 목소리였지만 긴장을 많이 하고 있었는지 헉, 하는 이상한 소리와 함께 그 자리에 주저 앉고 말았다. 이렇게 놀란 거, 벌써 두 번째다.
" 제 목소리가 그렇게 놀랄 만한 목소리는 아니지 않나요? "
처음 놀랐을 땐 자기가 더 당황해하던 재환이었지만,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째 이러니까 제 목소리가 그렇게 놀랄 만한 목소리냐며 키득거린다. 날 일으키기 위해 손을 건네오는 그의 손을 잡으며 힘겹게 바닥에서 일어났다. 잔뜩 흐트러진 머리를 대충 어루만지고 있으니, 이제 진정 좀 됐냐며 물어오는 그였다.
그때였다. 대기실 문이 열린 게.
" 왜이렇게 떨리냐, 미치겠네 "
" 떨려? 난 전혀 안 떨리는데? "
" 옹성우 언행불일치 갑. 지금 다리 떠는 건 뭔데 "
" 아 들켰당. "
" 안녕하세요- "
문을 여는 소리에 본능적으로 재환의 뒤에 숨어버렸다. 이렇게 피하려고 했던 건 아니었으나 의도치 않게 숨어버렸고, 남보다 작은 체구인 내가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여전히 인사성이 바른 네가 재환에게 인사를 건넸다. 내가 잘못을 저지른 것도 아닌데 쫓기는 신세가 된 것만 같아 기분이 확 상했지만 재환의 뒤에 숨은 건 나였기에 그저 모든 멤버들이 날 지나쳐 세트장까지 가길 바래야 했다.
……하지만 역시 내 바램대로 이루어지지 않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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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응달입니다! 제가 1화부터 망글을 가지고 와버렸네요... 댓글 달아주시는 거 전부 소중히 읽고 있어요! 부족한 글인데 기다려주시고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오타 지적은 마구마구 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