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남친과 썸남 사이의 묘한 관계성 04
[ 부제 : 구남친이라는 타이틀은 떼 버리자. ]
" 오. 쟤 누군데? 우리 학교에 저런애도 있었나? "
" 오ㅋㅋ 웅냥냥 원래 저렇게 생겼었나. "
" 야야, 우리 쟤네랑 같이 밥 먹자. "
내려오는 엘레베이터 앞 거울에서 연습한 표정 그대로 어색한 입꼬리를 올리고 있는 배진영놈이 쪽팔려 뒤에서 걸으며 호텔 라운지에 들어갈 때 웅냥냥 이름이 들려 뒤 돌아 보니, 같은 학교 친구들인듯 했다. 그 애는 웅냥냥이 있는 테이블로 다가가며 같이 밥을 먹을 거라 했다. 그 애의 시선을 따라가보니, 난생 처음보는 화장을 진하게 한 웅냥냥이 포크로 치킨을 찍어 빨간 입술로 오물오물 씹어 먹고있었다.
어제 밤, 신발장 앞에서 했던 웅냥냥이의 말이 기억이 났다.
' 니가 무슨 상관인데? '
그 말을 들었을 때 좀 많이, 아니 그냥 많이 당황했었다. 솔직히 끝난 인연인게 맞으니. 내가 지금까지 만나왔던 사람들이랑은 달랐다, 웅냥냥이는. 사귈 때는 특별한 지 몰랐다. 하지만 노래 가사에 나오는 뻔한 말처럼 헤어지고 나서 내가 느끼는 웅냥냥이의 빈자리는 너무 컸고, 그 때문에 정신을 차려보니 남녀관계에 오래 연연하지 않는 편인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들을 막게 한 주 원인도 웅냥냥되어있다. 물론 웅냥냥이 막은게 아니라 내가 거절한 거지만.
모르겠다. 그냥 웅냥냥과 헤어지고 나서도 계속해서 생각이 났다. 같은 교복을 입고, 같은 머리를 한 애들을 보면 웅냥냥이 겹쳐보고, 매일 데리러갔던 남일고의 교문 앞이나 학원 앞, 놀이터를 지날 때도 웅냥냥이만 생각이 났다. 나는 이별한지 얼마되지 않아 내가 웅냥냥을 생각보다 많이 좋아했었던걸 알았고, 또 시간이 지난 지금 그 애가 내 눈 앞에 다시 나타나니 느낌이 이상했다.
특히 지금같이 나 말고 다른 남자와 엮일 때는 더.
" 야. 우리 저쪽가서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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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헐. 웅냥냥. 강의건 쟤, 니 쳐다보는거 아니야? "
" 뭔소리야. 강의건? "
" 걔가 날? 왜? "
" 걩의걘이 뉘 챼댸뱨는걔 아냬?? "
평소에 접점 하나 없고 서로 얼굴만 아는 사이였던 강의건이 왜. 친구를 비꼬면서 웃고 있는데 뒤에서 내 어깨를 치는 기분이 들어 뒤돌아 보니,
" 저기. 자리가 없어서 그런데, 여기 앉아도 되지? "
진짜 강의건이었다.
" 응? 저기 자리 많은ㄷ "
" 고마워. 야, 여기 앉아도 된대. "
아니, 난 앉으라고 한 적 없는데...
대답도 하기 전에 강의건과 그의 친구는 부담스럽게도 내 맞은 편에 앉고, 뭐가 그렇게도 좋은지 실실 웃기만 했다. 나와 친구들은 강의건과 또 그 옆에 친구와는 얼굴만 알지, 입학한 이래로 한 번도 말도 안 섞어 본 거의 초면이라 우리 테이블은 서로 눈치보기에 바빴다.
" (야) "
" (왜) "
" (너 강의건이랑 원래 아는사이냐? 왜 니 앞에 앉아.) "
" (몰라. 진짜 처음 말해 봐. 나 지금 고개 못들겠으니까 빨리 먹고 나가자. 제발.) "
빨리 먹고 나가자는 눈치를 친구들과 주고 받은 뒤 접시에 얼굴을 박고 바쁘게 먹기만 할 뿐이였다. 그 때 옆 빈자리에 누군가 접시를 놔두고, 그 옆과 옆옆까지 금새 꽉 차게 되었다. 더 골 때리는 것은 옆옆 자리까지는 자리가 없어 안형섭이 뒷 테이블의 의자까지 끌어와 굳이 우리 테이블에 자리를 잡는 것이였다.
응? 안형섭?
그럼 내 옆에 얘는...
" 냥냥아, 우리 자리가 여기 밖에 없어서 그런데 "
" 자리는 여기보다 저기가 더 많은 것 같은데? "
" 여기 좀 앉을게. "
진짜 단체로 우리 테이블에 꿀 발라 놨나. 다들 뒤에있는 빈자리는 안보이고 앞에 있는 우리 자리만 보이는 근시인가. 내가 근시로 추정되는 둘에게 분명히 뒤에 자리가 많다고 친절히 말해주었지만 굳이 좁은 테이블에 접시를 놔두고 자리를 잡았다.
그나마 박지훈은 마주보고 말은 할 수 있는 (=강의건 보다는 만만한) 존재이기 때문에 복잡하니까 뒤에가서 앉으려고 말하는 순간, 최민영은 내가 할 말을 눈치 챘는지 내 옆구리를 세게 꼬집었다.
" 아! "
" 왜? 괜찮아? "
응. 난 괜찮으니까 좀 떨어져줄래... 가뜩이나 옆자린데 아까부터 저렇게 대놓고 쳐다보고 있으니 죽을 맛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 잊고 있었던 사실, 얘네는 금천남고 4대천황의 극성 빠순이였다.
" 안녕? 너 배진영 맞지? "
" 응..! 반가워. "
" (야, 내가 입 더 작게하고 웃는게 더 낫댔잖아.) "
" (아 맞다!) "
나만 빼고 다들 잘 노는 것 같은 분위기에 내가 아무 말 없이 접시를 들고 뒷 테이블로 가서 조용히 먹는것도 좋은 생각인 것 같다는 부질없는 상상을 하고 있던 중 앞에 있던 강의건이 눈치를 보며 나에게 말을 걸었다.
" 니 웅냥냥 맞제? "
" 으, 응.. "
" 몇 반이야? "
" 나 2반. "
무슨 질의 응답시간도 아니고 뭐야 이게. 존나 어색하잖아. 처음보는 사람들과 처음와보는 곳에서 같이 먹는 밥이라니... 방금 먹었던 스시까지 다시 식도로 올라 올 것 같은 기분이었다.
" 아, 2반이가? 니 그럼 안준영알겠네? 걔 내 친군데. "
" 웅냥냥 아까 숙소는 잘 들어갔어? "
" 아 그럼 버스 2호차겠네. "
" 냥냥아, 이 샐러드 맛있다. 먹어봐. "
" 근데 2반이면 우리 반이랑 가까운데 왜 자주 못 봤노. "
" 냥냥아 오늘 날씨 좋다. 그치? "
먹으라는 조식은 안 먹고 앞과 옆에서는 살벌한 눈빛을 주고 받는게 다 느껴졌다. 쟤넨 원래 아는 사인가? 왜 저러는거야 진짜.
강의건이 내게 말을 걸면 강의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박지훈이 내게 말을 걸고. 이 분위기에 둘 사이에 껴서 조식을 깨끗이 다 먹는다는 것은 칭찬 받아도 마땅한 일이었다. 죽을 것 같았다. 그리고 박지훈 얜 전남친아니야? 얜 왜 어제부터 나한테 아무렇지도 않게 대하는건데.
결국 난 여기있다간 오늘 하루내내 소화약만 달고 살 것 같은 예감이 들어 속이 안 좋다는 핑계로 먼저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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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 좋아하는 애라고 존나 티내네. 새끼. "
" 알고있으면 건들지나 말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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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행선지인 보잘 것 없는 역사 박물관으로 가는 길, 버스에서는 벌써부터 오후에 도착하는 에버랜드를 찬양하는 신도들이 가득했다. 뒤에서는 '환상의 나라 에버랜드로~' 를 지금 정확히 11번 반복하고 있는데, 덜컹거리는 버스 안에서 듣기싫은 멜로디가 계속 귓속에서 반복되니 불편하게 먹은 아침이 금방이라도 입밖으로 쏟아져 나올 것만 같았다. 잠도 제대로 못자고. 최악의 컨디션이다. 에버랜드 자유이용권 티켓 값 제대로 못하면 어쩌지.
어쨋든 간에 친구들과 아무말을 하다보니 1시간 거리인 박물관에 금방 도착했고, 우리가 인원 점검을 하고 있을 때 쯤 금천남고의 관광버스도 도착해 하나 둘 씩 내리고 있었다. 박물관을 자유로 관람하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난 친구들에게 저 구석쪽에 있는 벤치에 가서 밤에 못 잔 잠 좀 자고 있을테니 자유관람시간이 끝나면 전화를 해달라고 부탁하고, 아무도 없는 벤치에 엎드려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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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아무도 없는 벤치에 엎드려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잘 자고 있을 때 쯤, 갑자기 볼 위에 차가운 무언가가 얹어졌다.
" 앗 차거! "
누구야 내 쪽잠을 깨운 놈이. 피곤해서 축 쳐진 눈을 비비며 고개를 드니 그 '놈'은 박지훈이었다.
박지훈이 나를 보고 있었다.
내가 잠이 덜 깼나.. 싶어 꿈뻑대며 눈을 비비자 박지훈이 입을 열었다.
" 여자애가 뭐 이렇게 아무데서나 자냐. "
" 마셔. 그거. "
" 좀 있으면 너네 학교 집결 시간인 것 같던데, 잠은 깨고 가야 할 거 아냐. "
뭐야 나 그럼 두 시간동안이나 계속 잔거야? 그럼 여기에 내가 있는 건 어떻게 안건데?
" 나 여기있는지 어떻게 알았어? "
" 니 친구들. 내가 물어봤어. "
" 물어보긴 왜 물어봐. 넌 진짜 아무렇지도 않은거야? "
" 뭐가. "
비꼬는게 아니라 정말 궁금했다. 헤어진 건 너랑 나 둘인데 왜 의식하고 피하는 건 나 하나인지. 너는 왜 아무렇지도 않은건지.
" 우리 헤어졌잖아. "
" 근데. "
응? 근데라니.
" 헤어지면 뭐. 얼굴도 마음대로 못 보냐? "
그게 뭐 대수라며 천연덕스럽게 받아치는 박지훈에 적잖게 당황했다. 이렇게 간단하게 대답하는 박지훈을 보고, 내가 너무 복잡하게 생각했던건 아닐까 싶었다. 헤어질 때도 서로 상처받지 않고 좋게 헤어진 터라, 정말 따지고 보면 서로 피할 이유도 없었다.
왜 헤어졌냐고 누가 묻는다면,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 없었다고 하는게 맞는 것 같다. 박지훈과 세 네달 정도까지는 설레임 같은게 느껴졌지만, 거기서 좀 더 시간이 지나 박지훈이 너무 익숙해 지니 사귀기 전의 친구같은 감정이랑 별 다를게 없었다. 그래서 우리 둘은 연인관계보다는 친구관계가 더 어울린다고 판단을 한 거고. 이별을 하고 나니 학교도 달라 마주칠 일도 없는 데다 만날 특별한 이유도 없어 우리 둘 사이의 거리는 점점 멀어진 거다. 그럼 내가 여기와서 박지훈을 보고 피하고 싶었던 건 박지훈이 '전 남자친구의 신분'을 가져서가 아니라, 그냥 어색해서가 아닐까?
박지훈의 대답을 듣고 나니 박지훈을 피하기에만 급급했던 내가 조금은 쪽팔렸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던 것 같은데.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박지훈을 대하기 좀 더 편해졌다.
하긴 뭐, 좋게 헤어졌는데 구남친이 무슨 상관이야.
" 그런가. "
" 오늘 화장은 왜이렇게 진하게 했어. 쥐잡아 먹은 줄 알겠다. "
" 잡아먹기전에 그만해라. "
" 와 눈빛 봐. 살인나겠다? "
" 예뻐서 그래. 예뻐서. "
" 커흡 "
턱받침을 하고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하는 말이 예뻐서라니. 쟨 못 본 새 더 능글 맞아졌어. 사귈 때도 이런 능글맞은 멘트를 던지면서 당황하는 나를 보고 꺄르르 자지러지던 박지훈이 떠올라 최대한 침착한 척 하자, 라고 생각하던 순간 마시고 있던 음료수가 목에 걸리는 불상사가 생겼다. 이게 뭐야, 뭔가 내가 진 것 같잖아.
" 켈록ㄱ켈록 "
" 천천히 좀 마셔. "
오랜만에 사귀기 전처럼 박지훈과 투닥 거리고 있을 때 쯤, 친구들에게 전화가 왔다. 깨워달라고 했던 부탁 잊진 않았나보네. 내심 내 새끼들 기특하다고 생각하며 친구가 말해준 집결 장소로 걸어갔다. (굳이 같이가겠다고 하는 박지훈과 함께.) 집결장소에 다 와 갈 때 쯤,
" 웅냥냥. "
" ? 왜. "
" 너 혹시 강의건 걔랑 친하냐? "
" 아니. 전혀. 존나 오늘 처음 말 해 보는 사이. "
" 내가 보니까 걔 별로야. 같이 놀지마. "
" 그럼 나 간다. 나중에 봐. "
뜬금없이 강의건과 놀지 말라고 하고 지 갈 길 가버리는 박지훈에 잠깐 벙쩌있었지만 친구들이 부르는 소리에 얼른 정신을 차리고 집결장소로 뛰어갔다.
안녕하세요.. 자괴감이 5지게 드는 교블리입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독자님들, 글이 너무 안써져요 ㅠㅠㅠㅠㅠㅠㅠ 분명히 4화 쓰기 시작한 건 3화 올리고 잔 다음 날 아침부터인데,, 저도 빨리 연애하는 지후니와 여주를 넘나리 보고싶은데 그 전에 생각해놓은 스토리가 너무 많고,, 그래서 지금 이거 올리고 나서도 쭈욱 달릴까해요. 어쩔수 없죠 폭풍 연재하는 수 밖에 ㅋ 아아.. 구정물에 푹 담궜다 온 것 같은 망작,, 어떻게 살리나요.... 노잼글에 유잼이라고 꺄르르 웃어주시는 독자님들 유얼 마이 엔젤..
어쨋든 저쨋든 여주에게 지훈이는 구남친보다 덜 한 그냥 친구가 되었고, 지훈이에게 여주는 싱숭생숭한 존재가 되었네요~ (하지만 지훈이의 감정은 여주와 지훈이빼고 다 안다는 사실 ^ㅁ^) 특별출연해준 다니엘은 그냥 가벼운 캐릭터(?)로 보면 되실 것 같아요! 앞으로의 등장은 거의 없을 예정ㅎㅎ 지훈이의 감정을 독자님들이 확실히 아실 수 있게 해 준 매개체라고 생각하심 될 것 가타요. 호호.
마이 레이디들~ 암호닉 확인 하고 가세요 (⋆ૢʾ ˙̫̮ ʿ⋆ૢ) !! |
ㄱ 깅깅 님❤ 김치즈 님❤ 뀨리 님❤ 구름 님❤ 기화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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