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Island - 소녀를 만나다(소나기)
Happy ending
결국 아저씨는 사온 재료로 몽땅 김밥을 다 싸고 나서도 돌아오지 않았다. 흘러가는 시간이 야속하기도 하고 오지 않는 아저씨가 밉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회사 일찍 끝났다고 좋아했던 아저씨의 모습이 떠올라 불편하기도 했다. 잘라 놓은 김밥 꽁지를 하나 입에 넣었다. 좀 짜다 싶다.
붉게 물드는 하늘을 거실 통유리 창문으로 보며 나른한 몸을 식탁에 엎드려 뉘었다. 손가락을 까닥이며 초침을 따라 박자를 맞춰 봤지만 아저씨는 오지 않았다.
Happy ending 01편 中
몰려 오는 졸음에 눈만 감고 있어야지 했던게 눈을 떠 보니 사방이 깜깜한 밤이 되어 있었다. 아저씨가 들어왔는지 거실이며 안방에 가봤지만 없었다.
시계는 10시를 가르켜가고 있고 핸드폰에는 여러 차례 엄마의 부재중 전화만 찍혀있다. 한숨을 쉬고 깜깜한 안방 한가운데서 홀로 서있었다.
아저씨한테 전화를 해야하는건지 말아야하는건지 망설이는데 도어락이 풀리는 소리가 들려 한 걸음에 달려나갔다. 현관 불을 키자마자 보이는건
피투성이가 된 팔을 부여 잡고 식은 땀을 흘리는 아저씨. 아저씨는 조용히 검지를 입에 가져다 댔다. 쾅-! 하는 육중한 소리와 함께 문이 닫혔다.
"아저씨...."
"괜찮아.. 지금까지.. 집에 안가고 뭐했어... 늦으면 가야지.."
"왜 다쳤어요? 얼마나 다쳤는데요? 이게 뭐예요!! 병원 왜 안갔어요?!!"
집 안도 컴컴한 데다가 아저씨가 검은 수트를 입고 있어 출혈이 얼마나 나는지 정확히 보이지 않는다. 들어올 때 출혈 심한것 같던데...
아저씨는 쇼파에 앉으면서 거실 불을 키려는 날 옆에 앉혔다. 거친 숨소리를 내쉬며 내 손을 꼭 붙잡았다. 그리고 되려 날 다독인다.
"괜찮아.. 빨리 집에 가야지. 어머니 걱정하셔"
떨리는 목소리로 빨리 가라는 말에 울음이 터져 나왔다. 내 속이 타들어가는건 모르고 빨리 가라고? 얼마나 다쳤는지도 모르는데 가라고?
"얼마나 다쳤냐구요!! 많이 다친거면 빨리 병원 가야죠!!"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내 눈물을 닦아주곤 이 정도로는 안 죽는다며 내게 책가방을 건냈다. 책가방을 바닥에 내동댕이 치고 거실 불을 켰다.
"아..아저씨.."
찢어진 수트 사이로 꿀렁꿀렁 나오는 뻘건 액체에 놀라 절로 손을 입으로 가져다 댔다. 쉴 새 없이 나오는 피.. 소리내지도 못하고 눈물만 흘렸다.
하얀 쇼파는 이미 피로 끔찍하게 물들어 있고 아저씨의 얼굴은 허옇게 질려 있었다. 숨이 턱턱 막혔다.
"....아저씨.."
"불 키지... 말라니까.."
거실이며 안방이며 다 뒤져도 붕대 같은건 나오지 않아 결국 옷장에 있는 넥타이를 하나 꺼냈다. 아저씨는 연신 괜찮다는 말만 중얼거렸다.
"말하지 마요"
상처를 부여잡은 손을 떼어내고 수트와 와이셔츠를 떨리는 손으로 벗겨냈다. 옷을 벗겨낼 때 마다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왜 다쳤어요..? 누가 그랬어요..?"
다친 왼 쪽이 뻘겋게 물든 와이셔츠를 바닥에 내려놓으며 물었다. 아저씨는 물끄러미 날 바라보다가 머리카락을 넘겨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 숨을 쉬며 아직도 피가 새어 나오는 상처에 넥타이를 꽉 묶었다. 아픈지 이를 악물고 신음을 참는 아저씨를 보다가 왈칵 울음이 터졌다.
"괜찮다니까-"
아저씨는 날 끌어안고 한참을 다독였다. 정작 내가 아저씨를 다독여줘야 하는데 바보 같이 아저씨 품에 안겨 울었다.
시계 바늘은 11시를 넘기고 있고 엄마에게는 친구 집에서 잔다고 전화 했다. 물론 평소 같으면 아저씨가 펄펄 날며 안된다고 했겠지만.
다행이도 피가 멈췄다. 넥타이를 풀고 상처를 살폈다. 칼에 찔린듯 상처가 꽤 깊었다. 병원에 가자고 하면 또 싫다고 할것 같아 한 숨만 쉈다.
"상처 자꾸 벌어지는데.."
"잘 묶어놓으면 괜찮아"
아저씨는 오른 팔로 날 감싸 앉고 연신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저씨를 올려다보니 눈을 감고 있었다.
"진짜 말안해줄거예요?"
"뭘-"
"왜 다쳤는지"
"나중에.. 나중에 니가 감당할 때가 되면"
니가 언제쯤 날 감당할 수 있을까.. 아마 못하겠지?
안녕하세요! 초고추장이예요~ 새학기 되기 전까지 열심히 활동하려고 다음 망상도 구상중인데요!
제 개인적으로 평행선이라는 글이 마음에 드는지라 PART2. 써보고 싶은데 독자님들 생각은 어떠세요?
별로인가요?ㅠㅠㅠ 독자님들 대답 기다리고 있을게요!!
Thanks to.
기식빵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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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ogle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