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 - 못 잊은거죠
Happy ending
"꼬맹아"
".........."
"꼬맹아!"
"아저씨..."
내 나지막한 부름에 아저씨가 날 이상하게 바라본다. 아저씨의 왼 쪽 팔에 시선을 두었다. 남방에 가려져 있지만 붕대가 감겨있을 왼 쪽 팔.
"아저씨는 어떤 사람이야?"
Happy ending 04편 中
"널 사랑하는 사람"
그 아이의 말을 듣고 생각할것도 없이 내뱉은 말. 난 더 이상 어떤 말도 해 줄수 없었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노을빛에 반짝이는 아이의 머리칼을 넘겨줬다.
"어제 집에 안들어 갔으니까 오늘은 일찍 들어가야지.. 저녁은 나중에 먹자- 응?"
날 본 뒤로 계속 멍해 있는 아이의 외투를 챙겨주며 말했다. 아이는 여전히 멍해있다. 설령 니가 알게 됐다고 하더라도 나는 너에게 어떤 내색도 하지 않을거다.
아이가 나가고 문이 큰 소리를 내며 닫혔다. 장 봐온 것들을 식탁 위에 올리고 한 숨을 쉈다. 내가 어쩌자고 이 아이를 사랑해서는..
주머니 깊숙히 넣어뒀던 핸드폰을 꺼내 전원 버튼을 눌러 전원을 켰다. 전원이 켜지고 한 동안 계속해서 진동이 오면 수 많은 부재중 전화와 문자가 왔다.
잡히면 알아서 하라는 협박문자 부터 동료들의 미쳤냐, 돌아와라 뭐 이런 문자들이 수두룩하게 와 있다. 그리고 무시할 수 없는 한 문자.
'집 전화 소리샘 꼭 확인해라'
평소 믿었던 동료이기에 재빨리 집 전화 소리샘을 확인했다. 소리샘 연결 번호를 누르는 손이 떨렸다. 혹시...
"20XX년 X월 XX일 오후 3시 26분에 저장된 메시지 입니다."
"삐- 야!! 기성용 너 어디야?! 지금 난리났어! 너 진짜 미쳤냐? 뭐? 조직을 나가? 형님이 다 아셨어. 너 진짜 그 꼬맹이 하나 때문에 그래?
이대로 가면 너 진짜 죽어! 너 오늘까지 안오면 형님이 애들 푸실지도 몰라. 그 때는 나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빨리 와 이 자식아!"
그대로 수화기를 떨어뜨릴뻔 했다. 내가 도착한 시간이 3시 35분 쯤. 아이는 이미 3시 부터 와 있었을 것이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메시지를 다 듣지 못하고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쥐 죽은 듯이 조용한 집 안에 초침 소리가 시끄럽게 들렸다. 초침을 따라 내 심장도 빠르게 뛴다.
그 아이가.. 다 알아버린것이다. 그래서.. 그래서 그렇게 멍했구나. 우리 꼬맹이가... 다 알아버렸구나. 내가 누군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넌 그 물음을 통해 내가 다 말하길 바랬던거니 아니면 거짓말이라도 해주길 바랬던 거니... 기어코 가면 뒷 모습을 들켜버렸어.
"그래도 수배 뜨기 전에 왔으니까 이 정도 쳐 맞은 줄 알아라"
한 동료가 절뚝이며 나오는 날 부축해서 사무실 의자에 앉혔다. 조직은 나가는건 절대 안된다고 했다. 그건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했다.
만약 그 아이 때문이라면 직접 자신의 손으로 죽여줄 수도 있다던 그 사람의 섬뜩한 말이 다시 한번 뇌리에 똑똑히 박혔다.
그 후에 한참 동안을 모진 발길질과 주먹질을 받아냈다. 이 정도는 참을 수 있다. 그 아이만 살릴 수 있다면.
'나가고 싶어? 넌 못 나가. 시간 줄테니까 정리하고 정신 챙겨서 다시 와라. 그래도 정이 있어서 봐주는 거야'
비열한 웃음이 섞인 말을 끝내고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날 내팽개치고 그 자리를 떠나던 그 사람의 뒷 모습이 선명히 떠올랐다.
"병신. 1주일이야, 딱 1주일. 그 안에 다 끝내고 와야 너도 살고 그 꼬맹이도 사는거야"
군데 군데 상처에서 나는 피를 대충 닦아내는 동료를 뿌리치고 사무실 전신 거울 앞에 섰다. 얼굴 빼고 죽지 않을 만큼만 패놨네. 아주 예술적으로.
후들거리는 다리, 달달 떨려오는 팔, 아직도 빠르게 뛰는 심장, 여기 저기 욱신거리는 상처들. 그래봤자 답답한 가슴 만큼이나 할까.
"그렇게 나가고 싶냐?"
"너는 안가고 싶냐?"
"죽기 싫어서 들어왔고 죽기 싫어서 안나간다, 나는."
".... 나 갈게"
동료의 오른쪽 어깨를 두어번 토닥이고 뒤 돌아 사무실을 나왔다. 그리고 그 사람이 있을 방을 바라봤다. 뒷 주머니에 있는 총에 손이 간다.
총을 꺼내들었다. 서늘한 느낌이 등줄기를 타고 내려갔다. 방 문에 총을 겨누었다. 장전을 했다. 방아쇠에 놓인 손이 달달 떨렸다.
총을 쥔 오른손에 힘이 들어갔다. 맘 같아서는 백 번이고 천 번이고 쏘고 남았다. 방 문을 뚫어지게 째려보다가 이내 팔을 내렸다.
"씨발"
욕짓거리를 내뱉고 건물을 나왔다. 밖은 벌써 컴컴한 밤이 되었다. 한 숨을 쉬자 하얀 입김이 났다. 내가 어떻게 해야 널 사랑할 수 있을까.
내가 뭘 하면.. 아무 생각 없이 너랑 살 수 있겠니.
"아저씨.."
학교 끝나는 시간에 맞춰 교문 앞에 기대어 서 있자니 곧 아이가 나왔다. 아이의 친구들이 저마다 인사를 하고 먼저 가버리고 아이만 어정쩡하게 서 있다.
"놀러 가자"
자꾸만 처지는 입꼬리를 끌어당겨 웃으며 아이를 조수석에 태웠다. 여느 때 처럼 안전벨트를 채워주고 가벼운 키스도 해준다.
"우리 어디가요?"
"저녁 먹으러 갈까?"
"응-"
아이가 아무 일 없다는듯이 웃으며 기어를 잡은 내 손 위에 겹쳐 잡았다. 곧 쫑알쫑알 대며 자신의 하루 일과를 얘기하고 간간히 내게 대답을 요구한다.
그럼 나는 그럼-, 응, 그렇지, 잘했어 라며 아이를 다독인다, 다른 날과 다를것 없이. 신호에 걸릴 때면 간간히 아이의 머리칼을 넘겨주기도 한다.
예쁜 볼에, 입술에 짧은 키스를 하면 부끄러운듯 고개를 숙이고 얼굴을 붉히는게 귀여워 볼을 꼬집기도 하고. 이 짧은 시간이 내게 너무나도 소중하다.
어쩌면 나는 아이에게 오늘 어떤 말을 하려고 하는지도 모른다.
오늘은 조금 일찍 왔죠?ㅎㅎ 학원 가기 전에 먼저 써놓고 갑니다! 아무래도 이번주 안에 이번 망상이 끝나고
다음주에 새로운 망상을 쓰게될것 같아요☞☜ 이번 망상이 너무... 망해서(쿨럭..) 다음 망상 쓰기가 겁나요우ㅠㅠㅠㅠㅠㅠㅠ
계속 망하면 조용히 떠날게여... 소금소금...... 독자님들 스릉합니다
Thanks 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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