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소년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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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실의 복도는 여전히 추웠고, 지독하도록 조용했다.
아까와 똑같이 조용했지만, 왠지 좁은 복도를 집사와 걸으면서 택운은 온 몸에 소름이 돋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복도 끝에는 생각보다 빠르게 도착했고, 닫혀진 커다란 쇠문을 집사가 조심스럽게 열었다.
"…엇?!"
늑대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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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택운이 자그만 목소리로 어, 하고 중얼거렸다.
분명히 얼마 전까지만 해도 늑대의 두 앞다리를 결박하고 있던 쇠사슬은 무자비하게 끊어져 있었다.
기구를 이용한 절단이 아닌, 오로지 힘만을 이용한 파괴임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도련님, 큰일입니다! 늑대… 늑대가!"
당황한 집사가 택운의 손을 꽉 잡고는 뛰려는 태도를 취했다. 택운이 슬며시 집사에게서 자신의 손을 뺐다.
택운이 자신보다 조금 키가 작은 집사를 천천히 바라보았다.
"먼저 가세요, 집사."
"하지만, 도련님, 늑대…"
"곧 뒤따라갈게요."
집사는 침을 한번 꿀꺽 삼켰다. 빨리 나오셔야 합니다, 이 말만을 남긴 채 집사는 지하실을 뛰쳐나갔다.
이윽고 저택에 작동된 경보음이 지하실에 낮게 울리는 것이 들려왔다. 앵앵거리는 경보음이 귀에 거슬렸다.
택운이 방을 한번 다시 둘러보았다. 아무 것도 없이 끊어진 쇠사슬만 덩그러니 존재하는 시멘트 감옥.
늑대가 정말 이곳을 탈출한 것이 맞는 걸까?
이상하게도 늑대는 탈출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까 전 마주친 그 선명한 노란 눈동자에는 흉포함이라기보다는… 어떠한 다른 감정이, 배여 있었다.
택운이 한 발짝, 쇠사슬에 가까이 다가갔다. 그 쇠사슬에 하얗고 기다란 손가락을 뻗는 순간,
"……!"
누군가가 뒤에서 자신을 들어올렸다. 정확히 말하자면, 안아올린 것에 가까웠다.
너무도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라 순식간에 몸이 공중에 붕 뜬 택운이 고개를 휙 돌렸다.
사람이었다. 탁한 회갈빛이 도는 푸석푸석한 머리카락에, 피부는 오랫동안 씻지 않은 것처럼 더러웠다.
한 팔로는 택운의 머리와 어깨를 받치고 한 팔로는 택운의 다리를 들고 있는 그 사람을 보고 택운은 직감적으로,
"늑대…?"
아까 전의 그 늑대임을 알아차렸다.
택운의 목소리에 낮게 그르렁거린 소년의 눈에서 선명한 노란색 광채가 순간 반짝 하고 빛났다.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소년은 택운을 안아든 채 달리기 시작했다. 엄청난 속도에 택운은 떨어지지 않기 위해 소년의 거죽옷을 꽉 움켜쥐었다.
순식간에 지하실을 빠져나와 저택 한 중간에 선 소년이 재빠르게 입구를 관찰했다.
넓은 저택 탓에 입구와는 상당히 먼 거리였고, 창문은 지하실 입구 바로 위쪽에 위치하고 있었다.
소년이 날아올랐다.
택운이 눈을 꽉 감고 입술을 꾹 깨물었다.
유리창이 깨어지고 파편들이 부서지고 뒤에서는 그제야 소년과 택운을 발견한 집사의 외침이 들려오는 도중에도,
택운은 자신에게 파편이 튀지 않도록 온몸으로 자신을 감싸는 거칠지만 따스한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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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은 깜깜했다. 결정적으로 추웠다.
옷을 꽁꽁 싸맸지만 어찌할 수 없이 스며드는 냉기에 택운이 공포와는 별개로 몸을 덜덜 떨기 시작했다.
택운이 붙잡고 있는 소년의 거죽옷은 정말로 얇았지만 소년은 추위를 거의 느끼지 못하는 듯 했다.
택운이 떠는 것을 눈치챈 듯 소년이 택운을 가슴팍에 꼭 붙여 안았다.
꽤나 넓은 그 가슴팍은 또한 따뜻했으며, 나름대로 포근하기도 했다.
소년은 몇 분, 몇 시간이 지났는지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산 속으로 더 깊이, 더 깊이 파고들어가고 있었다.
택운은 달빛조차 비추지 않는 깜깜한 하늘과 자신을 감싸고 있는 단단한 팔, 그리고 자신을 뒤덮어오는 졸음 때문에 자꾸만 눈이 감겨 견딜 수가 없었다.
어디로 가는지 보고 싶었는데, 택운은 그렇게 생각하며 천천히 소년의 품에 머리를 기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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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돌쇠입니다.
독방에서 틈틈히 짧게 연재하던 썰인데 글잡 연재를 원하시는 독자분이 계셔서 옮겨왔어요.
4편까지는 독방에서 연재하던 거라 분량도 짧고 보신 분들도 있으실 테니 구독료를 걸지 않고 진행하며,
정식 글잡 연재가 될 5편부터는 분량도 길어지고 구독료가 걸릴 예정입니다 :)
좋아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항상 감사드립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