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소년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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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장작 좀 구해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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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둔탁한 소리가 저택을 울렸다.
단단한 대리석 바닥에 금이 갈 듯 지팡이로 저택 바닥을 내려치던 남자가 자신의 앞에 서 있는 가련한 나이 든 남자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도대체 자네는 뭘 하고 있었던 건가!?"
"…죄… 죄송합니다 주인님, 면목 없…"
옆에서 파들파들 떨며 가만히 이 대화를 듣고 있던 가녀린 여자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집사의 뒤에 서 있던 하녀들이 화들짝 놀라 여자를 일으켰고, 정신을 잃은 듯한 여자를 방으로 옮겼다.
숨막힐 듯한 정적이 흘렀다.
아직 조금은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저택을 이리저리 걸어다니던 남자가 고개를 숙이고 있는 집사 앞에 멈춰섰다.
큰 벌을 각오하고 있던 집사가 고개를 더욱 숙였다.
남자가 가만히 집사를 내려다보다 무언가를 결심한 듯 꿀꺽, 침을 삼켰다.
"집사."
"예, 주인님…"
"이 일을 저택 안 사람 외의 그 누구에게도 발설해서는 안 되네."
"명심하겠습니다."
남자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자, 집사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남자의 눈은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지만, 그 안에는 혼란스러움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것을 집사는 느낄 수 있었다.
"운이는 나 혼자 찾아야 하네."
"…? 하지만 주인님, 그 늑대는 순혈 늑대인간입니다. 혼자서는 무리…"
"다른 방법이 있나?"
"여왕께 이 사실을 알리고 병사를 몇 명 파견해달라고 부탁하면…"
"여왕께서는 내게 명령하셨네. 늑대인간은 잡는 순간 죽여야 하며, 순혈 늑대인간일 경우-"
"-나라에 넘겨야 한다고."
"…그렇네."
그 말인즉슨, 이 사실을 알리면 남자는 여왕의 명령을 어기고 늑대인간을 집에 살려둔 것이 된다.
명령 불복종은, 여왕, 곧 나라에 대한 저항으로 간주.
거기다 순혈 늑대인간에 대한 '개인적'인 연구는 위험행위로 간주된다.
아무리 여왕의 총애를 받는 기사라고는 하지만, 그에 따른 시기와 질투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고.
재판정에 놓인 남자를 위해 변호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형.
"여왕께 도움을 요청해서도, 이 소식이 밖으로 새어나가서도 절대 안 되네."
"…주인님."
"내가 찾아내야만 해."
"……."
"…내가 믿을 사람은 집사, 자네밖에 없네."
집사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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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작? 불 피우게?"
"그… 그럼 나보고 지금 이… 이걸 먹으라는 거야?"
"야 이게 얼마나 맛있는-"
"됐어, 그만. 찾으러 갈래."
택운이 몸을 휙 돌렸다. 움막 밖을 벗어나려는 택운의 팔을 소년이 황급히 잡았다.
왜 그러냐는 듯 소년을 바라보는 택운에게,
"갈 거면 나도 같이 가."
"뭐야, 왜? 아냐 괜찮아 나 혼자…"
"시, 싫어."
택운이 소년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노란 눈동자는 굳어 있었지만, 조금은 흐려진 입매와 경직된 눈꼬리에서는 어딘가 모를 위태로움이 느껴졌다.
잠깐 당황한 택운이 알았어, 하고 대답하자 그제서에 손목을 잡고 있던 소년의 손에서 힘이 풀렸고, 택운이 잡혔던 손목을 매만졌다.
빨갛게 자국이 남은 여린 살갗을 주물렀다. 소년이 낯설어 보였다.
"미, 미안해. 일부러 그러려던 건 아니었어."
"…괜찮아."
"그러니까 저기,"
"가자."
택운이 소년의 말을 뚝 잘랐다.
얼굴을 보이지 않고 먼저 성큼성큼 나서는 택운의 뒷모습을 풀죽은 듯 쳐다보던 소년이 쫄래쫄래 뒤를 따랐다.
차갑지만 눈부시도록 밝은 햇살이 그들을 내리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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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돌쇠입니다 :)
늑대소년 06편이에요! 이번 편부터는 택운이 아버지가..! 등장합니당ㅋㅋㅋㅋ
좋아해주시고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항상 너무 감사드려요 ♡.♡ 핫뜌핫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