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X산들] A형 부산 남자 B형 광주 남자
*~*~*
"다음 달부터 학교가지?"
"엉."
"정환이 전학 수속 밟을건데. 너랑 같은 반 될 수 있도록 조정해달라고 해야 하나."
왜? 우물 우물, 밥을 먹은지 얼마나 됐다고 귤을 까먹냐는 엄마의 잔소리가 대답 대신 들려왔다. 그런 엄마의 말에 나를 따라 귤을 집어가려던 이정환의 손이 허공에서 갈 곳을 잃었다.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고 계시는 엄마의 뒷통수에 이정환 행동을 살피는 눈은 아직 달려있지 않나 보다. 미리 까놓았던 내 귤 중 제일 작은 조각을 떼어 손 위에 얹어주니 날 매섭게 째려보면서도 귤을 입에 넣는다.
"혹시 정환아, 선우네 학교에 아는 사람 있니?"
엄마의 물음에 도리도리, 고개를 돌리다가 엄마가 부엌에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뒤늦게 아니요오-, 말꼬리를 흐리며 대답하는 이정환 표정이 엄청 우울하다. 남은 귤을 마저 입 속에 넣고 손톱 사이에 낀 노란 귤껍질을 긁어 빼냈다. 그러고 보니 진짜 부산에서 막 서울로 올라와서 아는 사람 하나도 없겠다. 우리 가족이 아빠 일 때문에 강제로 광주에서 막 상경했던 그 순간이 생각났다. 정 들었던 친구들을 뒤로 하고 새로 전학 간 학교 친구들은 왜 그렇게 세련되게 생긴건지. 여긴 어디고 난 누군지. 한동안 그야말로 '멘붕' 상태였었다.
지금 이정환이 딱 그럴지도 모르겠다, 생각이 드니 어쩐지 더더욱 안쓰러워졌다. 지이잉, 울리는 핸드폰 진동소리에 놀라 확인해보니 진영이 형이다.
[서누야 삐졌어?]
어디서 되도않는 애교야. 나만 빼놓고 찬식이랑 스키캠프를 간 일이 찔리기는 하나보다. 내가 한동안 대답이 없자 계속해서 삐졌어? 삐져써? 삐졌서? 삐졋ㅅㅆ어? 라는 내용의 카톡이 연달아서 왔다.
"야, 니 폰 계속 울린다."
"확인 안 해도 돼."
"내가 궁금한데."
"남 일에 신경 좀 꺼. 귤이나 먹어라."
탱글탱글 잘 익은 귤을 하나 손에 쥐어주고 폰을 들어 확인해보니 친구 한 명을 더 데리고 오면 이득이 많다고 해서 왠지 나는 바쁠 것 같았다며 어쩔 수 없이 찬식이를 데려갔다는 뻔하고 뻔한 변명이었다. 흥, 칫, 뿡. 현실에서는 입술을 삐죽삐죽 내밀고 삐져있었지만 카톡으로 아무렇지 않은 척 답장을 했다.
[안 삐졌어]
[말투가 벌써 삐졌네ㅠㅠ 미안하다니깐]
[미안하면 뭐해줄건데]
[ㅋㅋ오늘 시간 돼?]
[ㅇㅇㅇㅇㅇㅇㅇ시간이야 늘 많음]
[ㅋㅋ그럴 줄 알았어 역시 단순해]
은근슬쩍 끝에 흘린 단순하다는 말에 기분이 나빠졌지만 그래도 밥이야 사겠지, 하는 생각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또다시 내 옷깃을 잡으며 볼 가득 귤을 씹고 있던 이정환이 어디 가? 라고 물었다. 이거 어제도 이랬던 거 같은데.
"진영이 형이랑 놀러."
"진영이 형? 누구야? 친해?"
"응. 어쩌다 보니까."
"나도 친해지면 안 되는거야?"
"니가 왜?"
나 친구 없단 말야, 하나도. 하나도? 내 물음에 다시 고개를 끄덕, 끄덕. 사실 친한 사람들과 만나는 자리에 얘를 데려갔다가 엄청 어색해지면 어떡하지? 사실 너무 오랜만에 봐서 전보다 좀 어색한 건 사실인데…….
"같이 갈래?"
"…지짜?"
"안 되는데."
"아 또 왜!"
"진영이 형 내꺼라서 안 돼. 많은 사람한테 소개시켜주기 아까워."
정말 기대하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길래 또 발동하는 장난기에 장난스레 대답했더니 뭐 씹은 표정으로 나를 흘겨본다. 아, 진영이 형이 들어도 기분 나빠할 드립이긴 했다.
"…니 내랑 밀당하나?"
"내가 뭘 누리자고 너랑 밀당을 해. 뭐, 오늘은 내가 특별히 데리고 가줄게. 특!별!히!"
"더럽게 재수없네."
"뭐?"
"…데꼬 갈끼제?"
특별히! 를 강조해서 말했더니 이정환 표정이 더더욱 안 좋아졌다. 그래도 자존심은 있는 놈이라 내색하진 않아도 짜증이 났었나 보다. 그럼 씻고 빨리 옷 갈아입어. 내 말에 알았다며 남은 귤 하나를 마저 집어들고 일어서는 이정환이다.
"귤은 그새 누가 다 먹었니?"
"……."
"…모, 몰라."
내 말에 엄마가 수상하다는 눈빛으로 날 째려봤고, 이걸 어떻게 대답해야 하나 고민하던 중 이정환이 내 등을 쿡쿡 찌르며 신호를 주길래 대충 대답하고 2층으로 올라가는 수 밖에 없었다.
[친구 데리고 가도 돼?]
[너 친구도 있어?]
[ㅡㅡ부산에서 올라왔어 나도 오랜만에 봐서 좀 어색함]
[나 낯가리는 거 알면서ㅠㅠㅠㅠㅠㅠㅠ]
[알게뭐야 나 옷 입으러 갈거야]
[ㅠㅠ그럼 찬이 데리고 가도 되지?]
[ㅇㅇ 형이 쏘는거지?]
[ㅡㅡ]
이러다 만나면 진영이 형이 날 총으로 쏠 기세다. 슬쩍 방으로 가면서 훔쳐본 옆방에서 이정환이 신나는 얼굴로 아침에 배달온 택배 박스에서 노란색 야상을 꺼내고 있다. …쟤는 왜 저런 것만 입어?
*~*~*
"우와, 우와."
"아 쫌 조용히 해!"
"나 원래 말 엄청 많은데 참고 있는긴데."
"버스 타야 되니까 여기 앉아있어."
누군 버스도 못 타는 줄 아나. 투덜투덜대며 버스정류장 의자에 풀썩 앉는 이정환의 머리 위로 눈꽃무늬 방울모자 끝에 달린 방울이 함께 흔들린다. 그냥 안경을 쓰고 나오라고 계속 말했는데도 첫인상이 좋아야 한다며 기어코 렌즈를 끼고 온 눈이 충혈되어있다.
"니 안 춥나."
"추워."
말할 때마다 입에서 훅, 훅. 김이 나왔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 하얗게 뿜어져나오는 김의 느낌이 좋아 계속해서 후, 후, 입김을 불자 옆에서 이정환이 입냄새 나겠다며 얼굴을 찌푸렸다. 그냥 밥 얻어먹으러 나온건데 목도리에 장갑에 모자에…….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려 건물을 구경하고 있던 이정환이 내 시선을 느낀건지 다시 이쪽으로 홱, 몸을 틀었다. 꼼지락 꼼지락, 손을 움직이더니 나에게 놈이 건넨 것은 둥글둥글한 장갑이다.
"…니 이거 해라."
"……."
"야, 야."
털실로 잘 짜여진 벙어리장갑을 벗어 내미는 이정환을 보니 문득 무언가 생각이 났다. 어렸을 때 종종 같이 썰매장을 가거나 하면 나는 늘 무언가를 하나씩 빼놓고 왔다. 목도리라던지, 모자라던지, 장갑이라던지. 그럴 때마다 자기가 추운 건 생각도 안 하고 내 손에 꼭꼭 무언가를 쥐어주던 순박한 이정환이 아직 기억속에 남아 있었다. 조금 많이 변하긴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이정환이다.
"안 해."
"추운데."
"…그럼 한 쪽만 줘."
금세 빨개지는 이정환의 손을 보고 내가 대답하자, 순순히 오른쪽 장갑을 내밀어준다. 그렇게 한동안 말없이 버스를 기다렸다. 그나저나 이 형은 길 잘 찾아오려나?
*~*~*
"아 형!!!!!!!!!!!!!!!"
"아 미안. 버스를 잘못 탔어."
"이럴 줄 알았어 진짜."
"먼저 들어가있지. 찬이가 도착했다 그러던데."
잉? 진짜? 폰을 꺼내 찬식이에게 온 카톡을 확인하니 추워서 먼저 들어가있겠다는 메시지가 나랑 이정환이 도착하기 몇 분 전에 와있었다. 장갑의 따뜻한 느낌이 좋아 손을 안 빼고 있었던 것이 문제였다. 장갑을 안 낀 반대편 손으로 나머지 카톡도 확인하는데 옆에서 날 툭, 툭 치는 손을 따라가보면 이정환이 빨리 저 사람이 누군지 내가 누군지 소개하라는 눈빛이다.
"아 형, 정환이."
"…어? 정환이? 얘가 걔야?"
"아, 안녕하세요."
"…형이 이정환 어떻게 알아?"
치매 걸렸어? 그 정도로 멍청했어 너?? 진영이 형이 도리어 내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버스도 잘못 타고 온 주제에 누가 누구한테 멍청하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이 형이 이정환을 어떻게 알지?
"너, 처음에 전학 와서 나랑 친해졌을 때."
"…아, 잠깐만."
"내가 이사오기 전에 친한 친구 있었냐니까……."
안돼!!!!!!!!!!!!!!!!!!!!!!!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게 진영이 형의 입을 손으로 가렸다. …아, 생각나니까 오글거려 죽겠다. 당시 초등학교 전교회장이었던 진영이 형이 선뜻 먼저 내게 말을 걸어준 것에 대해 감동에 벅차있었던 내가 감수성이 솟아나는 저녁에 나눈 이야기였다. 형, 제가 진짜 친했던 친구가 하나 있긴 있었는데요. 저는 광주 살았고 걔는 부산 살았어요. 근데 제 친척이 부산에 사는데 바로 그 옆집에 걔가 살았거든요. 걔랑 맨날 같이 맛있는 것도 먹고……. 엄청 많이 먹어요. 되게 많이 먹어요. 안 가리고 다 먹어요. 그런데……. 어린 모습의 내가 쫑알, 쫑알 진영이 형에게 말하는 모습이 갑자기 생생하게 떠올라버렸다. 설마 다 기억하는 거 아니지?
"부산에서 왔다고 해서 설마설마했는데."
"……."
"너 그 때 사진도 보여줬었는데. 기억 안나?"
…사진?
아, 내가 처음 휴대폰을 장만하고 나서 신나는 마음에 찌질찌질한 슬라이드폰으로 찍어뒀던 이정환 사진 말하는 거구나. 중간에 내가 핸드폰을 잃어버려 바꾸는 바람에 그 사진들은 싹 날라간지 오래였지만, 늘 오는 길도 헷갈려하면서 이런 건 또 오랫동안 기억하고 있는 진영이 형의 기억력을 탓하며 음식점으로 들어갔다. 사실 둘 분위기가 너무 어색해서 나 혼자 횡설수설 뭐라고 한 것 같기는 한데 기억이 나질 않았다. 또 혼자서 '공찬식의 일상을 화보로 담다. ver.돈까스' 를 찍고 앉아있던 찬식이가 손을 흔들며 인사하다가 내 뒤를 따라오는 이정환을 보고는 벌떡, 일어선다. 아, 이 A형들 진짜.
"설마 버스를 잘못 탔다거나 그런 거 아니지 형?"
"…에이. 한두번도 아니고."
"언제까지 그러려고 그래."
"내말이."
"…형 친구야?"
"응. 부산에서……."
'부산이면 혹시……."
거기까지 해둬. 이런 면에서 진영이형보다 기억력이 뛰어나면 더 뛰어났지, 절대로 덜하지 않는 공찬식에게까지 내가 이런 말을 했다니. 입단속을 해야 할 사람이 둘이나 생겼다. 아무것도 모르는 눈을 데굴데굴 굴리던 이정환이 음식냄새를 맡자 신이 난 건지 표정이 밝아졌다.
"뭐 먹지?"
"그러게, 뭐 먹을까?"
"뭐 드실래요?"
"어…돈가스? 스파게티?"
"아니면 세트로……."
"음료수는 큰 거 시킬까 작은거 따로 시킬까?"
"이거 세일되나?"
"……."
…아,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지려고 했다. 이거 먹고 싶으면 이거 먹는거고 저거 먹고 싶으면 저거 먹는건데. 어차피 내 돈도 아닌데 뭘 저렇게 신중하게 고르는 거지? 그래도 나름 제일 먼저 고를 것 같았던 이정환마저 메뉴판을 앞에 두고 뭘 먹을지 갈팡질팡하고 있다. 답답한 마음에 내가 난 고구마치즈돈까스, 내뱉자 진영이 형이 그럼 나도 그걸로. 그러자 찬식이도 나도.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정환도 눈치를 보다가 나도 고치돈. 하고 메뉴판을 닫는다. …아! 짜증나!
"그러면 음료수는 어떡하지?"
"음……. 큰 걸로 하나시키면 약 1.5L정도로 오는데 리필이 안 되잖아? 근데 개인별로 작은 컵으로 시키면 리필이 된단 말이야? 맛도 골라먹고."
"그럼 각자 하나씩 먹는게 낫지 않아요?"
"아아, 어떡하지."
어떡하긴 뭘 어떡해!!!!!!!!!!! 어색했던 분위기도 이미 메뉴선정에서 풀려버린 듯 음료수를 어떻게 시킬 건지에 대해 정상회담이라도 하는 건지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세 사람을 보면서 한숨을 푹 쉬었다. …어쩐지 오늘은 내가 제일 피곤할 것 같다.
"그럼 음료수는 각자 작은 걸로 시키는거지?"
올! 끝났다!
"어 이거봐요! 모듬 돈까스랑 음료수에 스파게티까지 세트로 있는데 이게 더 싼 거 아니에요?"
"아 그런가? 찬아, 폰 계산기 좀 꺼내봐."
"고구마 치즈 돈까스가 하나에 얼마라고?"
…아무거나 좀 먹자, 제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늦었어요ㅠㅠㅠㅠ게다가 똥글ㅠㅠㅠㅠㅠㅠㅠㅠ |
빨리 달려와서 5편 쓰고 싶었는데 이번주부터 보충이 시작됐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쓸 시간이 없어서 이렇게 새벽에나 쓰고 있어요..ㅋㅋㅋㅋ게다가 똥글망글...ㅠㅠㅠㅠㅠㅠㅠㅠ죄송합니다 분량도 늘려오겠다고 했는데 개미 똥만큼 는 거 같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넷이서 식당 가면 어떤 느낌일까 싶어서 데려가봤는데 제가 A형인데도 답답하네요;; 조금 오버한 감도 있지만 영화 한 편 고르는데 세 시간 걸리는 우로빠들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할 거 같아요...ㅋㅋㅋㅋㅋㅋㅋㅋ 시누 이모는 나중에 중요한 역할로..ㅋㅋㅋㅋㅋㅋㅋㅋ나올거에요....역할은 비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똥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관심 가져주시는 모든 분들 사랑해요..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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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
산드르르 후라이데이에는 후라이드 들뿡이 나니 독자11 슬예 습습아 오리 햄 선녀 둘기 김치 꼬불 들아 와이셔츠
모두모두 정말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맞다 님들 감기 조심하세요...전 이미 감기 걸려서 고생중이에요....ㅋㅋㅋㅋㅋㅋㅋㅋㅠㅠㅠㅠㅠㅠㅠㅠ 많이 추우니까 따뜻하게 입고 다니세요!!ㅋㅋㅋㅋ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