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팅에서 전남친 만난 썰 txt. 2
W. 로맨틱캔디
7.
민윤기의 폭탄과도 같은 발언은 과팅 자리를 술렁이게 만들기에 충분하고도 차고 넘쳤음. 그 순간에는 잠시 고민했었음. 지금 이 잔을 던질까 하고. 덕분에 옆에 있던 친구의 원망스런 눈빛과 대부분의 의문스러운 눈빛들을 전부 받아내야했음.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겠어서 어색한 미소만 흘리고 있는데. 누군가가 물었음. "둘이 원래 아는 사인가봐요?" 그러자 대부분이 고개를 끄덕이며 무슨 사이인지 설명하라는 눈빛을 보냈음.
내가 아무말도 못하고 있자 나를 쳐다보던 민윤기가 드디어 입을 열었음 "무슨 상관이야. 어쨌든 지금 각자 흩어지는 거 맞지?" 그러고는 일어서서 나를 보며 "김탄소 일어나. 나가게" 당황한 내가 엉거주춤 일어나자. 내 손을 잡아서 자기쪽으로 당기며 나를 데리고 그 카페를 나왔음. 그 순간 나와 민윤기를 황당한 듯 쳐다보던 나머지 사람들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음. 일단 난 그 친구한테는 아마 X년이 된 게 분명해보였음.
카페를 나와서도 민윤기는 내 손을 놓지 않고 계속해서 나를 잡아끌며 발걸음을 옮겼음. 거의 끌려가듯이 민윤기에게 끌려가던 내가 팔을 벗어나려고 하면서 "야, 야 민윤기. 팔 놔" 라고 하자. 그제서야 발걸음을 멈추고 내 팔을 놓아주었음. 아까 일로 너무 당황스럽고 화가나서 말도 제대로 안 나오는데 화는 나니까, 마구잡이로 짜증을 부렸음."야 너 뭔데? 왜 거기서 그런 말을 하냐고 거기서 그 친구가 얼마나 무안했겠어? 너는 내 입장은 생각 안 하지?" 그런 내 말에도 아무 말 없이 듣고 있던 민윤기는 내 마지막 말에 인상을 굳혔음. "어차피 너랑 나 이제 아무사이도 아니잖아. 헤어졌잖아" 그 표정이 얼마나 날카롭고 차가웠는지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음.
8.
그렇게 여차저차해서 사귀게 된 우리는 나름 평범하게 충분히 달달하게 연애를 했음. 집에 데려다주는 건 기본이었고, 매일 같이 문자에 통화까지 연락 목록에 서로의 이름이 빼곡할만큼이나 연락을 했고. 내 기억에 가장 선명했던 데이트는 아마 농구 데이트? 였던 거 같음. 그렇다고 둘이서 민윤기랑 농구를 했다거나 그런 거 절대 아님. 그냥 그 날이 유독 기억에 남았던 건. 멋있었으니까.
동아리 활동이 있던 날이었음. 그러니까 원래 데이트가 있다거나 그런 건 아니었다는 거임. 솔직히 우리 동아리 부장 선배는 쓸데없는 열정이 넘쳤음. 부장선배 죄송. 어쨌든 그래서 동아리 부원들끼리 경기도 하고 그랬는데, 물론 여자들은 잘 안 했음. 말했잖음. 동아리 활동 목표가 다른 곳에 있었다니까는. 그래서 대부분은 경기할 때는 잘 오지도 않았음. 처음에는 오더니, 차이거나 뭐, 아무튼 비극적인 결말을 맞은 사람들은 나중에는 잘 안나오더라고. 하지만 나는 남자친구가 동아리에 있었으니까 열심히 나갔음. 특히 경기하는 모습은 볼 때마다 새로웠음.
처음에 내가 묘사했던 거 기억함? 허여멀게서 마른 애고 만사 귀찮아 보인다고 했잖음. 근데 농구할 때는 아니었음. 갑자기 생기넘치고, 그리고 열심히 했던 거 같음. 가끔 골을 너으면 보여주는 웃음도 좋았던 거 같기도 함. 그리고 무엇보다도 제일 좋았던 건 경기가 끝나고 나서 잘했다고 칭찬해주면 "아, 뭘...또 쑥쓰럽게..." 라면서 기분은 좋았는지 활짝 웃는데. 그 때 보이는 입동굴이 정말 좋았던 거 같음. 그 때는 참 좋았는데.
9.
사실 우리는 원래 좀 자주 싸우곤 했었음. 항상 비슷한 이유로 싸웠었던 거 같음. 가끔씩 민윤기는 연락이 잘 안 되고는 했는데 그럴 때마다 걱정도 되고, 화도 났음. 그러다가 다시 연락이 되거나 만나서 왜 연락을 안 받았냐고 하면 작업 중이었다는 말을 했음. 나도 그런 점을 이해하고는 했지만 서운한 건 어쩔 수가 없어서 그냥 아무 말도 안 하고 울상을 짓고 있으면. 미안함을 느낀 건지 뭔지 간에 뒷머리를 긁적이며 "미안" 이라며 말을 해오는 녀석을 보면 왠지 모를 서러움에 괜히 눈물이 더 쏟아지고 그랬음. 그러면 안절부절하던 민윤기가 "아...울지마" 라면서 나를 끌어안고는 달래곤 했음 "미안해. 앞으로는 연락에 더 신경쓸게. 그러니까 울지 말자"
그런 날이 점점 늘어나니까. 나도 어느 순간에는 좀 체념을 하게 되었던 거 같음. 연락이 안 되도 그냥 작게 한숨을 쉬고 말았음. 딱히 불만을 표시하지도 않았고, 더는 울지도 않았던 거 같음. 변한 내가 신기했던 건지 아니면 미안해서였는지 언젠가 민윤기가 조심스럽게 물어왔음. "요새는...화도 안 내고, 잘 안 우네?" 그러면 나는 그냥 무표정한 얼굴로 끄덕이며 대답하고는 했음. "어, 이제는 그냥 포기했달까" 그러면 더 머쓱한 표정을 한 민윤기는 더 이상 묻지 않았음.
아마 나는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던 거 같음. 더 이상 화도, 울음도 내지 않았다고 정말로 아무렇지 않아진게 아니었음. 그냥 속으로 곪아가고 있었던 거임. 그걸 나도 민윤기도 몰랐던 거지. 여전히 민윤기를 좋아하고 민윤기가 나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음. 좋아한다는 게 연인사이의 모든 걸 해결해주는 건 아니었으니까.
10.
그 날이 있기 며칠 전부터 사실은 기분이 썩 좋지 않았음. 내가 말했었잖음 별로 친하지 않은 친구는 내가 누구랑 사귀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조용히 사귀었다고. 그건 민윤기에게도 별반 다른 사항이 아니었음. 우리가 사귄지 3년여 가까운 세월이 되는 동안 당연히 학교에 후배들은 생겨났음. 이게 문제의 발단이었음. 씹어먹어도 시원찮은 신입생 그 여자애 하나가 우리 사이에 폭풍을 몰고 온 거임.
워낙 조용히 사귀다보니 주변인들 말고는 잘 알지도 못했음. 하물며 신입생들이 뭘 알아겠나 싶지만, 그렇다고 걔를 이해할 생각도 좋게 볼 생각은 전혀 네버, 없었음. 어느날 나타난 이 신입생님은 민윤기에게 반했나봄. 물론 그 심정은 이해함. 내 남자가 좀 잘났었어야지. 작곡과에 소문이 쫙 퍼질 정도였다고 함. 작곡과에 무지 예쁜 신입생이 민윤기를 좋아한다더라. 그래, 짜증나게도 이 신입생은 내가 봐도 예뻤음 심지어 이름도 예뻤음. 배세희.
민윤기를 열렬히 좋아하게 된 신입생은 동아리에도 들어왔음. 나는 그 때쯤에부터 알게 되었음. 아, 민윤기를 좋아하는 신입생이 있구나. 그 전까지는 몰랐음. 딱히 아는 사람도 없었고. 그런데 이 신입생은 눈치가 좀 많이 없었나 봄. 우리가 같이 있을 때에도 자꾸만 끼어들었고, 같은 과라는 명목 하에 민윤기에게 붙어서 매일같이 질문을 해댔음.
옆에서 보는 나는 짜증은 나서 둘이서만 있을 때 뭐라고 하면 그게 뭐가 좋은 지 웃음을 주체하지 못하면서 "지금 질투하냐? 김탄소?" 그러고는 나를 끌어안았음. "놔, 너랑 지기말하기 싫어" 그렇지만 이미 짜증이 난 내가 짜증을 부리면 "뭐가 걱정이야. 나한테는 너가 제일 중요한데. 내 눈에는 김탄소만 예뻐" 라면서 나를 달랬음. 평소에는 쑥쓰럽다고 저런 말을 일제 안 하던 녀석이 그런 말을 하면 결국 나는 약해져서 "알았어, 그래도 말 많이 하지마..." 그러면 그런 나를 귀엽다는 듯 바라보며 웃고는 했음.
11.
하지만 3년이나 사귀면서 나도 모르게 지쳐가고 있던 나의 마음을 간과하고 있었고. 무엇보다 어린 신입생이 제법 막강하다는 걸 내가 아주 많이 몰랐던 거임. 평소에 연락이 되지 않던 민윤기를 나는 처음에는 그닥 신경쓰지 않았음. 뭐 작업이 끝나면 늘 그렇듯 다시 만나겠지. 그런데 그렇게 이틀이 지난 어느 날 친구가 말해오는 것이었음. 조심스럽고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너...민윤기랑 싸웠어?" 이건 무슨 헛소리인가 싶어서 "아니?" 라고 말하자. 어느새 더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던 친구는 "그럼 너 그 얘기 들었어?" 라고 말해오는 것이었음. 나는 도대체 얘가 왜 이러나 싶었는데 다음으로 이어진 친구의 말이 나를 멈칫하게 만들었음 "고백받은 거 같던데, 이틀 전에. 그리고 오늘 걔랑 같이 있었데"
그 후로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잘 기억도 나지 않음. 멍하니 당황한 표정으로 아무말도 하지 못하는 나를 친구는 그저 내 옆에 앉아서 눈치를 보며 "괜찮아?" 라고 말해왔음. 그 앞에서 차마 눈물을 보일 수는 없으니까. "...괜찮아" 라며 감정을 꾸욱 구겨넣은 말을 내뱉었음.
믿어야지, 믿자. 그렇게 수백번, 수천번 되뇌여도 내 마음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았음. 곪아있던 상처가 터져서 어느새 온 마음 적실만큼 피를 흘리고 있었음. 그냥 너무 미웠었음. 그 순간에는 감정적으로 내 스스로가 잘 제어가 되지 않아서 혼자서 한참을 울다가 덜덜 떨리는 손으로 문자를 입력했음
[헤어지자.]
전송 버튼을 누르는 손이 덜덜 떨려서 눈을 감고 버튼을 눌렀음. 전송이 되자마자 온 몸에 힘이 빠져서 주저 앉았음. 그 날은 민윤기가 작업이 끝났던 건지 빠르게 답장이 도착했음.
[무슨 소리야]
[지금 만나, 만나서 얘기해]
만나고 싶지 않았고, 보고 싶지도 않았고 그 문자를 보고서 혼자서 한참을 울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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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애매한 끊기 하하하하....용서해주세요. ㅠㅠ
(그래도 저 나름 분량을 많이하려고 노력을...)
아무래도 첫사랑편과는 다르게 전남친이니까? 해피해피한 전개가 잘 안되요....
그렇지만 너무 어두우면 별로라서 달달한 장면도 조금 넣었습니다!
근데 오늘 글이 제 마음에 참 별로라서... 독자님들 실망하실 듯...
일단 댓글 진짜 많이 달아주셔서 놀랐고. 또, 어... 그 조회수보고 진짜 깜짝 놀랐습니다.
아마 제 글이 좋아서라기보다는 글 갯수가 적다보니 최근에 올라온 걸 좋게 봐주신게 아닌가? 싶어요.
이랬든 저랬든 진짜 감사한데 정말 기뻤던 게.
초록글...? 저 알림보고 진짜 심장이 쿵. 독자님들 덕분에 심장이 쿵했습니다.!!!
감사하고 눈물이 막 흐르네요 ㅠㅠ
참, 암호닉 받고 있습니다.
암호닉은 암호닉 신청방에서 따로 신청해주세요!
(여기서 신청해주셔도 몰라요 ㅠㅠ 저는 그 신청방의 암호닉만 정리할게요!)
정리는 다음번에 한번에 하도록 하겠습니다.
진짜 제가 완전 많이 사랑해요~!!!!!! 감사합니다.
다음화에서 봐요!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