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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샤이니 온앤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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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스101/정세운/임영민] 아가씨 F (먹잇감) | 인스티즈

(영민 version)



세운은 여자에게 관심이 없다.

 무려 11년 동안 그가 누군갈 좋아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물론 세운은 평범한 자신과 달랐다. 그는 아무나 사귀어서도, 말을 섞어서도 안 될 위치에 서 있는 사람이었다. 그래도 한 명쯤은 사랑하는 여자가 있을 만도 한데. 


스물 한 살인 지금까지도 세운은 묵묵히 제 위치에 서서 제 할 일을 끝낼 뿐, 사랑따윈 키우지 않았다.















6. 먹잇감





세운을 처음 만났던 곳은 독일이었다. 영재였던 나는 지원을 받아 유학 중이었고, 그 옆에 발랄했던 세운을 마주칠 수 있었다. 그 시절 세운은 매우 밝고 명랑한 아이였다. 사교성도 좋았고, 특히 날 무척이나 따랐다. 서로 마음도 잘 맞은 우린 금세 좋은 친구가 되었다. 그 때에 세운이는 이 정도로 높은 위치에 있진 않았다. 그저 돈이 좀 많은 집안의 자제였을 뿐. 지금처럼 우러러볼 만한 부잣집 도련님은 아니었다. 





세운과 같이 학교를 다닌 지 며칠쯤, 세운은 할 말이 있다며 날 집으로 초청했다. 방에 도착했을 때, 그는 한참을 머뭇거리더니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형, 누구 좋아해본 적 있어?'





그 날, 나는 세운의 집에서 자고 가게 되었다. 세운이 얼마나 많은 감정을 꺼내놨는지 셀 수가 없을 정도로 말이 많았으니깐. 고작 열 살이었던 세운은 감정을 표현하는 게 서툴었다. 그저 제가 아는 선에서 쓸 수 있는 단어는 다 갖다붙일 뿐.



"형, 이게 무슨 감정인 줄 알아? 내가 처음 느껴본 거야. 
막, 뭐라고 해야하지. 그..화끈거리고..."




 세운은 그렇게 자신의 감정만을 밤새도록 얘기했다. 그녀가 누군지, 어떻게 생겼는지는 묘사하지 않았다. 두 살 위인 내가 듣기에는 아직 많이 어설프고 미숙했지만, 사랑에 빠진 어린 세운이 난 마냥 귀여웠다. 많은 단어 속에서 가장 인상깊은 낱말은 '사랑' 이었다. 그 어렸던 세운은 계속 사랑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나도 아직 겪어보지 못한 감정을.









-




그 여자애를 처음 본 것은 세운을 따라 호텔에 들어섰을 때였다. 세운은 재잘거리며 앞서가다가 갑자기 무언가를 본 듯 소스라치게 놀라며 제 뒤에 숨었다.




"왜 그래, 세운아?"

"...형 저 앞에 보여?"

"누구?"

"지금 걸어오는 쟤 말야, 예쁘지"





세운이 고개를 툭 가리킨 곳엔 어떤 여자아이가 서 있었다. 응, 예쁘네. 대답을 해주며 난 슬며시 웃었다. 세운이가 늘 말했던 좋아하는 여자애가 저 아이구나. 

새하얀 얼굴에 새하얀 드레스. 뾰족한 은색 구두를 신고 도도하게 한 발씩 내딛는 게 마치 우아한 백조 같은 아이였다. 제 옆에서 복숭아처럼 물들 얼굴로 수줍어하는 세운을 바라보며 난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귀엽게 자식, 고작 마주친 걸로 이렇게 부끄러워하면 어떡해. 그 때, 그 아이는 우릴 발견한 듯 천천히 걸어왔다.






"여기있었구나"

"...아, 네"

"..근데 이 앞에 이 분은 누구니?"






잠시 그녀와의 대면이 이뤄졌다. 당황해서 아무 말도 못한 채 서있는 세운 대신 난 먼저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세운이 친구, 임영민이예요" 

"아하, 반가워요"






들려온 그녀의 말투는 상냥했다. 그녀에겐 사랑을 많이 받은 티가 났다. 몇 번의 대화가 끝나고, 여자는 망부석처럼 가만히 있는 세운을 향해 말했다.






"친구랑 조금 놀다가 와. 나 먼저 가있을 테니깐"

"네...아가씨.."





그녀의 말에 세운은 조그맣게 대답했다. 좋아해서일까. 그래도 또래인데, 이렇게 극존칭까지 쓰다니. 세운은 그녀를 아가씨라고 불렀다.




"아가..씨...? 그렇게 높은 사람이야?"

"아...그게"




세운은 머리를 긁적이며 머뭇거렸다. 이젠 귀까지 빨개져있었다. 이리저리 동공을 굴리며 망설이던 세운은 이내 결심한 듯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입에선 뜻밖의 말이 나왔다.



"내가 모시는 아가씨야"









-




세운은 그저 돈이 좀 있는 재벌 아들인 줄만 알았다. 사람들에게 도련님이라 불리며 높임받고 사랑받으며 사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세운의 아버지는 저 아가씨 집안의 비서실장이었고, 워낙 돈이 많은 집안이라 그의 아들 세운까지 그녀와 같은 혜택을 받을 뿐. 그는 아가씨를 보필하는 사람 중 한명이었다.



이 사실에 대해선 난 아무렇지 않았다. 친하다해서 굳이 가족관계까지 알려줄 필요는 없었으니깐.

그러나 세운은 아닌 듯 했다. 자신을 부끄럽게 여겼고, 미리 말하지 못한 것에 대해 많이 미안해했다.




"세운아, 그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야"

"아냐...우리 아빠가 말하지 말랬어.."

"...하, 알았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게. 내 말에 그는 '고마워' 라고 울먹였다. 누가 저 아이를 저렇게 만들었을까. 도련님이 아니더라도 세운은 나보다 훨씬 상위권인 사람이었다. 비서가 뭐 어때서. 왜 숨기려고 드는 걸까. 기죽은 듯이 고갤 숙이고 있는 그가 너무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내가 아가씨 좋아하는 것도 비밀이야"





그리고 세운은 자신을 봉인하듯 내게 더이상 그 아이에 대한 얘기를 일절 하지 않았다. 마음 속에만 감춰놓은 채.

그렇게 그의 사랑도 열 살에서 멈췄다. 




.

.





그 날로부터 일년이 채 지나지 않아 유학길을 마치고 난 곧바로 한국으로 돌아왔다. 멀리 떨어진 탓에 한 5년 간은 세운과 더이상 만나지 못했다. 그렇게 우리의 관계는 끝이 난 줄 알았다. 다시 너가 날 찾아오기 전까진. 보고 싶었다며 마주친 그는 정말 도련님이 되어있었다. 5년간의 시간은 꽤 긴 시간이었다. 다시 마주친 그에게서 어린 세운의 모습을 전혀 볼 수 없었으니깐. 세운은 많이 차갑고 냉정한 사람이 되어있었다. 


그리고 그는 이제 더이상 '사랑'이란 단어를 쓰지 않았다.













아가씨 F
W. 슈가링



(여주 version)





저택에 머문 지 벌써 한 달이 되어갔다. 오랜 시간 그와 함께 있으며 그 생활에 익숙해져 세운과의 거리는 꽤 가까워졌다. 세운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제 그는 날 대하는 데 매우 능숙했다. 그는 내가 언제쯤 주저앉는지 알았고, 한 손으로 거뜬히 들어올리며 '나 잘하죠?' 라고 물을 정도로 빨랐다. 






한 달간 세운의 곁에 딱 붙어있으며 느낀 건 그는 정말 올곧은 사람이라는 점이다. 정세운, 그는 바름의 끝이었다. 내게 어떤 빈틈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자기관리가 철저했고,무척이나 잘해줬지만 그 이상 선을 넘지 않았다. 그는 바쁜 사람이었다. 보통 그는 자신에 서재에서 머무르며 일에 열중했다. 그러나 이 때에도 내게 시선을 떼진 않았다. 그의 곁에 날 앉혀두고 틈틈이 고갤 들어 날 확인했고, 나 또한 작업 중인 세운의 얼굴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매순간 바쁜 그였지만, 하루에 몇 시간쯤은 그는 온전히 나와 시간을 보냈다. 잔디밭을 함께 거닐기도 하고 옆에 앉아 따스한 목소리로 책을 읽어주기도 하며, 애정어린 세운의 보살핌 속에서 난 정말 꿈 같은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젠 그 끝이 보이고 있다.








그 날도 세운과 함께 평온히 책을 읽던 중이었다. 그 때 세운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한층 가라앉은 목소리로 '여보세요' 라고 답한 그의 목소리에 난 직감적으로 책을 덮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프로듀스101/정세운/임영민] 아가씨 F (먹잇감) | 인스티즈
"네, 형. 잘 지내요"



나를 흘끗 보며 대답하는 세운의 말. 그의 말에 난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틀림없이 임영민이다.







"누날 바꿔줄게요. 자, 받아요"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다. 한 달이었지만, 내가 느꼈던 체감시간은 겨우 몇 시간 같았으니깐. 당황함에 멍하니 있던 내게 세운은 싱긋 웃으며 전화기를 손에 쥐어줬다. 전화 받아야죠. 귓 속에 파고드는 그의 목소리에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다. '여보세요'  뒤이어 다급한 영민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주야!!! 너 괜찮아?!! 괜찮은거지?

"..응 너는?"

-하아, 나 지금 출발할게





잡았냐고 물어보기도 전에 전화가 끊겼다. 뚝 끊긴 신호음을 들으며 심장 박동이 빨라짐을 느꼈다. 이건 범인을 잡았는 가에 대한 기대일까. 아님 영민의 말을 어긴 것에 대한 불안일까. 난 알 수 없었다. 그저 한 달간 없던 갑작스런 연락에 혼란스러울 뿐이었다. 그러나 날 더 정신없게 만든 건 뒤이은 세운의 말이었다. 


'집에 데려다줄까요?'

 




영민은 아직 내가 여기 있는 걸 모를 테니깐 돌아가는 게 당연했다. 그런데 난, 난. 

가기 싫다. 다시 그 어두컴컴한 작은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행복했던 기억들은 미화된 것일뿐. 막상 돌아가면 난 그 어두움에 잡아먹힐 것만 같았다. 이에 난 맘 속으로 그에게 죽어라 신호를 보냈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제발 내 속을 알아채길. 가지 말라고 붙잡길. 그래서 못 이기는 척 이 집에 다시 눌러붙길. 하지만 이번에 텔레파시는 통하지 않았다. 그는 늦겠다며 날 재촉했으니깐.









-




세운이 내 짐을 챙기는 동안 난 갑갑한 마음에 먼저 밖으로 향했다. 벌써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고, 넓게 펼쳐진 잔디밭이 노을과 함께 금색 빛으로 물들었다. 세운과 아침마다 산책했던 길. 오늘따라 싱그러운 풀내음이 더욱 강하게 느껴졌다. 떠나면 다시 보지 못하겠지. 한 발씩 내딛을수록 잔디는 내 발목을 스쳤고, 가지 말라 붙잡았다. 



그래, 가기 싫어.
차라리 세운에게 다 말할까. 
난 이곳을 떠나기 싫다고. 


그러나 용기는 없었다. 그저 그 말은 메아리처럼 맘 속에서 계속 맴돌 뿐이었다. 







[프로듀스101/정세운/임영민] 아가씨 F (먹잇감) | 인스티즈
"갈까요?"





그 때, 저 쪽 끝에서 세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차분했고 담담한 목소리. 사람이 일관성이 있는 건지, 정이 없는 건지. 처음 만났을 때부터 헤어지는 지금까지도 그는 어떤 감정 변화도 보이지 않았다. 아, 물론 내 눈엔 아주 정없는 남자처럼 보였다.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 나는 미운 그에게서 내 가방을 빠르게 낚아챘다. 






그런데...

...뭐야, 왜 이렇게 가볍지?





의아했다. 분명 옷가지를 넣어 무거워야 할 가방이 한 손으로도 들 만큼 너무나 가벼웠다. 수상함에 가방을 열어 살펴보는데, 어라. 그 안은 아무것도 없이 텅텅 비어있었다.






[프로듀스101/정세운/임영민] 아가씨 F (먹잇감) | 인스티즈
"아핳하하핳"





뭐지, 뭐지 하며 당황한 채로 가방을 뒤적이는데 갑자기 세운이 풉하더니 이내 호탕하게 웃었다. 처음 듣는 그의 앳된 웃음소리. 왜 웃는 거지. 빈 가방은 또 뭐고. 난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아 멍한 표정으로 그를 계속 바라보았다. 이에 그는 한참을 자지러지게 웃더니 이내 입을 뗐다.


  




  
"누나가 여기 떠나기 싫어하는 걸, 내가 더 잘 아는데"

"........."

"어떻게 보낼 수 있겠어요?"

"....네?"







[프로듀스101/정세운/임영민] 아가씨 F (먹잇감) | 인스티즈
"형 오기 전에 한번 더 산책이나 해요. 
이미 형한테 얘기했어요. 내 집에 있다고"







처음부터 느꼈지만 그는 날 너무 잘 안다.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뭘 원하는지. 그리고 늘 한 발 빨랐다. 결국 이번에도 그에게 놀아난 꼴이었다.


그래도 그렇지, 사람 마음을 갖고 장난치다니. 질끈 화가 났다. 날 농락하는 그가 미웠고, 화가 치밀어올랐다. 누군 불안해 죽겠는데 지는 여유롭게 장난이나 치고 있고. 결국 난 씩씩 대며 내 앞에 서있는 그를 세게 밀쳤다. 흥, 쌤통이다. 내 밀침에 그는 잔디 위에 풀썩 넘어졌고 난 그런 그에게 콧방퀴를 내며 차갑게 돌아섰다.

그렇지만 내 발걸음은 이내 한 걸음도 가지 못했다. 



"어어어..."



내 옷자락이 어디에 걸린 듯 날 잡아당겼기 때문에. 덕분에 난 중심을 잃고 뒤로 고꾸라졌다. 뒤를 돌아보니 세운이 날 감싸안고 웃고 있었다. 그의 손엔 내 옷자락이 한 움큼 잡혀있는 채였다. 



"이게 뭐하는 짓이예요!"





그의 무례한 행동에 짜증이 훅 몰려온 나는 크게 소리를 질렀다. 장난칠 기분이 아니라고. 난 다시 한번 그를 밀치며 일어나려 땅을 짚었다. 그런데, 왜 꼭 이럴 때.

타이밍은 참 그지 같이 찾아왔다. 왜 이럴 때 다리의 힘이 풀려버린건지. 난 어떻게든 이 상황을 모면하려 일어나려고 끙끙댔지만, 다리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실껏 밀쳐놓고서 제대로 일어나지도 못하고 이게 뭐야. 상황을 주시하던 세운은 이런 내 태도에 한 손으로 입을 가린 채 '큭큭' 웃어댔다.




"그만 놀리죠?"

"크..큭...알았어요.."




한참을 계속 얄밉게 웃어제낀 후에야 그 웃음을 멈췄다. 그리고 나서 다리의 힘이 돌아오기 전까지 우린 몇 분을 잔디에 누워있었다. 잔디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며 난 그에게 말했다.



"이상하죠. 어차피 내 집도 아닌데, 왜 이렇게 간절한 건지"
 



이미 내 속을 꿰뚫는 자였다. 굳이 거짓말은 하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해도 금세 들키니깐. 그래서 속마음을 얘기했다. 계속 생각해도 알 수 없었으니깐.


왜 난 이 곳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은 걸까. 햇볕이 좋아서? 음식이 맛있어서? 단란하게 꾸며진 방이 예뻐서? 아님,     





[프로듀스101/정세운/임영민] 아가씨 F (먹잇감) | 인스티즈
"........"

날 쳐다보는 그가 좋아서? 답은 알 수 없었다.









-




"여주야!!!!!"



임영민이 돌아왔다. 저 쪽 끝에서 큰 목소리로 날 부르며 달려오는 영민이가 보였다.
 멀리서 달려오는 영민의 모습에 난 한 쪽 손을 들어 크게 흔들었다.
마치 전장에 나간 남편을 기다리다 몇 년 만에 만난 사람처럼 우린 만나자마자 애달프게 울었다. 


"..걱정돼 죽는 줄 알았잖아...."
 

분명 그가 없어도 잘 살 것만 같았는데, 내 착각이었다. 영민의 얼굴을 보는 순간, 깨달았다. 
포카리 향에 취해있었을 뿐이지, 난 오로지 임영민 하나였다고. 내 온 신경이 그렇게 말해주고 있었다.   



"미안해...영민아..여기로 온거. 약속 어긴거"

"괜찮아...너만 괜찮으면 다 괜찮아"



순순히 잘못을 고백하는 내게 영민이는 괜찮다며 나를 토닥였다. 그는 여전히 따뜻했다. 한 달동안 얼굴이 야윈 것 빼고는 다 똑같았다. 그를 두고 맘을 헷갈렸던 과거의 자신이 부끄러웠다. 앞으로 내가 더 잘할게. 더이상 흔들리지 않을게. 영민을 꼭 붙잡으며 다짐했다.









-




[프로듀스101/정세운/임영민] 아가씨 F (먹잇감) | 인스티즈
"내가 어디도 가지 말라 했잖아"

"...미안해요 형"




부글부글 끓는 속을 가라앉히며 영민이 물었다. 위험하다고, 그렇게 언질을 줬는데도 그녈 데리고 가다니. 여주의 안전도 그랬지만, 그것보단 세운이 자신을 속였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 그만큼 영민이 세운을 향한 믿음은 컸으니깐.





"조금이라도 편하게 있게 해주고 싶었어요"

"뭐라고?"

"최대한 제가 할 수 있는 만큼은 해주.."

"네가 왜"





영민은 경계하듯 세운의 말을 가로챘다. 맡길 사람이 없어 세운에게 맡겼을 뿐. 제 멋대로 잘해주란 말은 하지 않았다. 아플 때 곁에 있어달라고 했지, 그 이상의 호의를 베풀지 않길 바랬는데. 이미 그녀에게 한없이 베풀었을 세운의 모습을 생각하니 어쩐지 맘이 아팠다. 그게 내부탁이라 할지라도.

그러나 싸늘한 그의 눈빛에도 세운은 기죽지 않고 힘주어 말했다.

 





[프로듀스101/정세운/임영민] 아가씨 F (먹잇감) | 인스티즈
'형이 사랑하는 여자니깐요' 


그의 말은 영민의 뒤통수를 세게 내리쳤다. 







널 믿고, 사랑을 모르는 지금의 널 믿고, 그녀를 맡기고 간 거였는데. 네 입에서 '사랑'이 나왔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불안했다. 

넌 그동안 '사랑'을 입에 담지도 않았던 애였잖아.







영민은 초조함에 화를 참지 못하고 세운의 얼굴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그게 뭐. 내 여자라서 뭐. 그 간에 엉켜있던 분노가 터져나와 세운에게 미친 듯이 화를 내고 있었다. 

그리고 세운은 가만히 맞기만 했다. 영민의 분이 풀릴 때까지. 화를 내지도, 같이 맞서지도 않았다. 거센 주먹질에 세운의 입술이 터져 피가 흘렀다.  





"다시 말해봐, 뭐라고?"

"...형은 내게 친형과 다름없는데"

"......."

"여주씨께도 잘해주고 싶었어요"





세운의 말에 영민의 주먹질이 멈췄다. 그는 정신이 나간 듯 주먹을 떨구며 주저앉았다. 


애꿎게도 분풀이 할 상대가 잘못되었다. 화를 내야할 대상은 무능한 나 자신인데. 그럼에도 이성을 잃고 세운에게 화를 낸 건 열등감 때문이었다. 초라한 자신과 달리 세운은 다 가진 존재였기에. 그처럼 힘이 있었다면 여주를 이렇게 힘들게 하진 않았을 테니. 이제 그도 슬슬 지쳐오고 있었다. 자신을 망가트리는 이 일상을 더이상 버티기 힘들었다. 그래서일까. 지금 그는 무의식적으로 세운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그에겐 이제 자존심 따윈 없었다.




"세운아, 제발 그 새끼 좀 잡아줘"

그녈 지키려는 책임감만이 어깨에 눌러앉아 있을 뿐.







-




"영민아!"


텅 빈 방에서 두 팔을 부여안은 채 초조하게 제자리만 빙빙 돌던 나는 자그만 발자국 소리에 뒤를 돌며 소리쳤다. 


세운과 할 말이 있다며 잠깐 자리를 비켜달란 영민의 말에 제 방에서 꼼짝없이 기다렸던 차였다. 그러나 긴 시간이 흐르고 돌아온 건 피투성이의 세운이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놀란 나는 세운의 앞으로 재빨리 뛰어갔다. 그의 입술은 터져있었고, 몸 구석구석엔 핏자국이 보였다. 





"왜...왜..다쳤어요?"

"우리가 좀 많이 까불긴 했죠?"



입술에 맺힌 피를 혀로 핥으며 씩 웃는 세운. 그의 웃음에 가슴이 미어졌다. 그럴 리가 없는데. 착한 영민이가 사람을 때릴 리가 없는데. 




"...영민이가 때렸어요?"

"이건 우리가 잘못한 거예요"




어쩌면 내가 맞아야 할 돌이었다. 세운이 같이 가자고 재촉하긴 했지만, 선택은 내 몫이었고 게다가 영민에게 말하지 말라며 일러둔 것도 나였으니깐. 


아니, 그래도 그렇지. 때린다고 미련하게 맞고만 있다니. 눈치도 빠른 인간이 말이야. 내겐 늘 얍삽하게 굴면서 이런 일엔 바보같이 맞기만 한 그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얼굴에 흉이라도 지면 또 그걸로 얼마나 우려먹을거야. 속상한 마음에 작게 중얼거리며 그의 피묻은 입술을 내 손으로 닦아내었다. 





"아아, 안 되겠어요. 먼저 치료부터 하고..."


너무 많은 상처에 혹시 흉이라도 질까 연고를 가지러 뒤돌아섰다.




그 때, 가만히 지켜보던 세운은 내 팔을 금세 잡아끌었다. 이에 난 백허그처럼 그에게 안겨버렸고, 갑작스런 스킨십에 내 얼굴은 빨갛게 붉어져갔다.





"저, 세운씨...이..이게 뭐하는 거예요.."

"....나 걱정 돼요?"



뒤에서 들린 그의 목소리는 어딘가 아팠다. 외로웠고 쓸쓸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내가 그를 안아줄 여력은 없다. 영민이는 지금 이 곳에 있고, 만약 이 상황을 본다면 오해하기 딱 좋은 테니깐. 혹여나 상항이 악화될까 난 급하게 세운을 떼어내려 두 팔을 휘적였다.



"형 씻고 있어요"



그는 나보다 더 빨랐다. 이미 내 속을 읽고 저 말을 내뱉은 세운의 말에 난 팔의 힘을 슬며시 풀렸다. 이렇게 아픈 상태로 다가오면 반칙이지. 나 때문에 다쳤는데 어떻게 밀어내. 힘없이 안긴 내게 세운은 천천히 말을 걸었다. 




"형이 내게 부탁을 했어요"

"......."

"범인을 아직 못 잡았다고" 




그 말을 듣자마자 아쉬움에 아, 하고 탄식이 먼저 흘러나왔다. 결국 잡지 못했구나. 그래서 영민이가 저렇게 슬픈 표정으로, 불안한 표정으로 내게 안겼었구나. 다급히 날 찾는 영민이를 보면서 어느 정도 예상은 하긴 했어도, 막상 듣고나니깐 가슴이 갑갑했다. 계속 이렇게 불안하게 살아야하구나 싶어서.


그러나 세운은 곧 내게 희망의 말을 건네주었다.




"걱정마요. 내가 잡을 테니깐. 대신 누나는 여기서 살아요"




제일 듣고 싶은 말이었다. 난 화들짝 놀라 그의 품을 벗어났고 올곧게 나를 담은 그와 마주 봤다. 그는 영민에게 범인이 잡힐 때까지 이 곳에 있을 것을 권했다고 한다. 다행히 영민은 그 제안을 받아주었고.




행복이 쓰나미처럼 몰려왔다. 이제 이 곳에서 영민이와 함께 살 수 있으니깐. 범인을 잡았는가 아닌가는 이미 내 관심사를 벗어났다. 이 곳에 머문다면 굳이 잡히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어차피 이 곳에선 난 안전했고, 오히려 바깥보다 훨씬 더 안락하고 넓었다. 이제 이 곳에서 행복하게 영민이와 살면 되는 건가. 상쾌하게 아침을 맞이하고 밤엔 영민이와 사랑도 나누며...그렇게 바라왔던 일이 이루어졌다. 이제서야 돈과 사랑이 내 손에 쥐어졌다.
  

그러나 기쁨에 겨워하는 나와 달리 세운의 눈빛은 싸늘했다. 마치 먹잇감을 발견한 사자의 눈빛처럼. 역시 그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런데 나는요"

"...응?"

"내 집에서 둘이 같이 있는 거 보기 싫은데"




[프로듀스101/정세운/임영민] 아가씨 F (먹잇감) | 인스티즈
"누나가 도와줄거죠?"



마치 방금 전 날 껴안은 것도 그의 계략인가 싶을 정도로, 그는 나를 날카롭게 꿰뚫으면서도 교묘히 미소 지었다. 

도와주는 듯 가로막는 이 남자. 이제 그를 다 아는 것 같았는데, 아직 난 그의 발끝도 닿지 못했다. 



마침.





(+)

분량이 많다고 해줘요. 열심히 적었는데 막상 다시 읽어보면 적은 것 같은 느낌이...흙흙
아무래도 제 연재속도가 이게 최선인 것 같습니다. 보통 작가님들보다 한 발씩 늦어서 죄송합니다ㅠㅠ
그럼에도 읽어주시는 천사같은 독자님들 사랑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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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신작알림오자마자 달려왔어요 ㅠㅠㅠㅠ 분량도 너무 마음에들고 브금도 ㅠㅠ 분위기도 너무좋아요 ㅠㅠ 진짜 광광웁니다 저 ㅠㅠ.. 재미있게 읽었어요 다음화도 기다릴게요❤❤
6년 전
슈가링
많이 쓴다고 썼는데, 대신 연결이 매끄럽지 않아서ㅠㅠ 그럼에도 읽어주신 거 감사합니다ㅠㅠㅠㅠ 늘 달려와주시는 독자님들 때문에 사는 것 같아요. 열심히 쓰겠습니다. 사랑해요♥
6년 전
독자2
뉴리미입니다! 세운이의 마음을 알수가없어요ㅠㅠㅠㅠ 그래도 너무 좋아요ㅠㅠㅠㅠㅠ 오늘도 글 잘 읽고갑니다!!
6년 전
슈가링
세운이는 그런 존재입니다. 알 듯 말 듯한...ㅎㅎ 이제 곧 세운이와 영민이의 삼각관계가 나오겠네요. 쓸 생각에 벌써 어지럽다ㅠㅠㅠ흑 그렇지만 열심히 쓰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6년 전
비회원191.184
아이고 자까님 ㅠㅠㅠㅠㅠㅠㅠㅠ 분ㄱ위기랑 작가님 필력이 다했네요....! ㅠㅠㅠㅠㅠ 항상 너무 잘 읽고 있어요 글써줘서 너무 고마워요
6년 전
슈가링
저도 읽어주시는 독자님들께 너무 감사해요♥ 독자님들 없었으면 힘이 안 났을 것 같아서. 늘 감사하고 또 감사해요
6년 전
독자3
와.... 이검 뭐지... 세운이 사업하면 잘하겠는데?
밀고 당기기 장인이야 그리고 속을 알 수가 없어...ㅠㅠㅠㅠ 무서운데 또 끌려

6년 전
슈가링
세운이가 아마 사업을 하고 있을...걸요..? 그럴 걸요? ㅋㅋㅋㅋㅋ세운이는 세계적인 사업가입니다! 그러다보니 눈치도 빠르고 속을 알 수가 없을...걸요? 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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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슈가링
포하싶님ㅠㅠ 늘 응원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있어요!! 저도 독자님들 보고싶었어요. 대신 글을 써야 만날 수 있어서ㅠㅠ 앞으론 삼각관계 나올 텐데 치명치명하게, 또 가슴 떨리게 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볼게요. 늘 사랑해요♥
6년 전
비회원84.120
안녕하세요 바돌입니다!!! 어쩌다가 6개월 정지를 먹게되어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신알신은 커녕 가만히 있다가 번뜩 생각나서 찾아왔어요!!!! 오늘 진짜 분량 넘 많아요,,,,,,,,,,,,,,,,,,,,,,,,,,,,,,,,너무 사랑해요,,,,,,,,,,,,,,,,,,,,,,,,,오늘도 글 흡입력 장난 아니었어요ㅜㅜㅜ 회원 전용으로 안 해놓으신 것에 정말 무한한 감사 중입니다.........앞으로도 글 올리시면 바로는 올 수 없겠지만 될 수 있는대로 빨리 글 보러 오겠습니다ㅜㅜ 진짜 항상 좋은 글 너무너무너무 감사드려요ㅜㅜ
6년 전
슈가링
저야말로 감사해요!! 6개월 정지라니ㅠㅠ 불편하시겠어요...ㅠㅠㅠㅠ 저는 연재 텀이 길어서 죄송해요. 바돌님 늘 사랑합니다❤️
6년 전
독자5
아이코 이런 글을 왜 이제야 봤을까ㅠㅠㅠㅠㅠㅜ 분위기랑 필력에 취하고 갑니다ㅠㅠ 혹시 암호닉 지금 받으시나요....?
6년 전
독자6
지금 집에 와서 인티 키고 봤네요..ㅠㅠㅠㅠㅠ 정말... 너란 세운... 알 수 없는 세운... 작가님이 쓰신 짤 덕분에 글에 한층 더 몰입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대박입니당ㅠㅠ 녕민이가 돌아와서 여주가 이제는 딱 영민이만 볼 줄 알았지만 경기도 오산이었네요...!!!!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너무나도 궁금하고 기대됩니당ㅎㅎㅎㅎ 오늘도 잘 보고 가용!!!?
6년 전
독자7
아이고 말도 안돼ㅠㅠㅠㅠㅠㅠㅠㅠㅠ자까님.최거시다ㅠㅠㅠㅠㅠ엉허얼ㄹㄱ사랑해요
6년 전
슈가링
여러분 슈가링입니다ㅠㅠ 혹시나 기다리는 분 있으실까봐 여기에 남겨요.
요새 갑자기 일이 많아지기도 했고, 세운이 데뷔가 코앞이라 총공하는데 힘을 쓰고있어서요.
아마 세운이 데뷔전까진 못 올릴 것 같아요ㅠㅠ
글을 쓸 시간에 아이디를 열심히 만들자란 생각이 지배적이거든요...흑흑 오늘도 열일중...
죄송하지만 세운이 데뷔때까진 열심히 세운팬으로서 열일하고,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혹여나 기다리셨다면 너무나 죄송해요..ㅠㅠ 돌아올땐 더 좋은 내용으로 찾아뵐게요

6년 전
독자8
기다리겠습니다!!❤
6년 전
독자9
수토끼예요!
안녕하세요 금속작가님 ?오랜만에 작가님 글을 보게 되어서 너무 좋아요 ㅠ ㅠ... 매번 말하지만, 작가님 글은 분위기나 필력이나 여러 면에서 너무 독보적이라, 늘 아껴서 보고 싶은 그런 생각이 드네요. 작가님 글을 읽을 수 있어서 다행이고, 영광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 사랑합니다 진짜로요 작가님 ㅠㅡㅠ,, 제가 진짜로 주인공이 된 것처럼 몰입하게 되는 글이라 더욱 사랑합니다. 다음 글이 올라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 테니, 천천히 오셔도 돼요!

6년 전
독자10
4개월전 글이지만 너무 재밌어서 댓글 달아요! 세운이가 너무 매력적이고 알수없어서 좋은것같아요 꼭 돌아오시면 좋겠어요 기다리겠습니다ㅠㅠ
6년 전
독자11
작가님 기다릴게요 항상...ㅠㅠㅠㅠ 너모 보고싶어용 ㅠㅠㅠㅠㅠ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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