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선배, 조금만 기다려요. 진짜 세상 급하게 뛰어가는 중이니까."
"야, 너 지금 세상 편하게 걷고 있는 거 누가봐도 알겠거든? 늦으면 벌금이다. 빨리 와."
5분 간격으로 오는 재촉 전화에, 작게 한숨을 쉬어주고 나름 속도를 내서 걸어본다.
오늘이 바로 2학년, 아니 이제는 3학년인 선배들이 몇 주 전부터 빠지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던 바로 그 새내기 환영식이다. 평소보다 조금 서둘러서 준비를 했는데도 버스를 놓치는 바람에 지각할 판이다.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에 크게 기대를 하는 것도, 그렇다고 아예 신경을 안 쓰는것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제대로 인사하는 첫 자리니까. 이제 나도 선배 소리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좀 떨리기도 하고.
"어 성이름 왔다. 빨리 오랬다고 진짜 빨리 오네. 우리끼리 만날 땐 죽어도 말 안 듣더니."
역시나 들어가자마자 시비부터 거는 박지훈의 말을 가볍게 씹어주고 옆자리에 몸을 구겨넣었다. 떨고 있을 까봐 긴장 풀어준 거라고 생각한다, 새끼야.
"자자, 이제 어느 정도 모였으니까 간단히 본인 소개부터 하죠. 친해지는 건 술 한잔 하면서, 다들 알죠?"
과대답게 왁자지껄했던 분위기를 차츰 가라앉히는 민현 선배. 저 선배가 술 한잔 하자는 건 손에 꼽을 정도다. 한잔만 마셔도 진짜 취해버리니까. 그때마다 뒷처리를 담당하던 박지훈이 자신의 미래를 예상했는지 한숨을 쉬며 머리를 쓸어넘겼다.
"안녕하세요, 저는 김 재환이고요, 어.."
벌써부터 괴로워하는 박지훈을 보며 큭큭거리다보니 어느새 한 명씩 일어서서 자기 소개를 한다.
"… 잘 부탁드립니다."
왠지 무뚝뚝할 것 같은 얼굴이라, 조금은 낯을 가릴 줄 아았는데 귀가 새빨개진 채 앉으면서 옆에 있던 민현선배 어깨를 팡팡 친다, 저 사람. 김재환이라고 했던가.
"야. 몇 살이래?"
"재수해서 우리랑 동갑이라잖아. 뭐 들었냐."
"동갑?"
동갑이라니, 좀 놀랐다. 뭐 노안이라는 게 아니라 왠지 박지훈보다 두 살 정도 형일 줄 알았는데. 뭔가 그런 느낌.
"근데 아까부터 저 쪽에서 네 얘기 하는 것 같더라."
"왜?"
"몰라. 그냥 계속 너 쳐다보고 있었어."
무슨 개소리야 얘는 또.
나 놀려먹으려고 이러나, 하면서도 박지훈이 그런 장난칠 애는 아니라는 걸 알아서 좀 헷갈린다. 고개를 들어 김재환이 앉아있는 테이블로 시선을 돌리니까,
진짜 날 보고 있네.
<이 능글남을 어떡하면 좋을까요 01>
"재환아, 티 좀 안나게 쳐다봐라. 성이름 얼굴 뚫어지겠네."
"야 들려 들려. 조용히해."
엿들을 생각은 없었지만, 들리는 걸 어떡하나. 눈이 마주친 뒤로 계속 신경이 쓰인다. 대체 무슨 얘기를 하는 거야.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이번엔 내가 김재환 쪽을 쳐다봤다.
내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숙이고 웃던 김재환이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날 보았다. 그리고,
"너무 예쁜데요."
날 보며 말한다.
------- 보시다시피 사심으로... 적어본 글입니다! 하하 보시는 분이 있으실진 모르겠지만! 다음 편으로 이어지는 글이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