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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찬디] 뒤틀림, 자극, 거절 (하) | 인스티즈 

 

 

스파게티 싫다고. 내가 연신 말했지만 너는 싱글벙글 웃으며 내 말을 들은 체 만 체 하며 넘겼다. 잔뜩 입술을 감쳐 물고 신경질이 난 표정으로 앉아 있으려니 투명한 글라스를 놓아 주며 말 없이 웃는다. 그러면 나는 힘껏 물었던 입술을 놓는다. 입술에 급하게 열이 올랐다. 팅팅 부은 빨간 입술을 혀로 한 번 핥고는 다시 꾹 눌러 물었다. 네가 손을 뻗어 엄지 손가락으로 내 입술을 만지작거렸다. 일부러 그러는 거지, 지금? 하며 느지막하게 웃는 네게 아무런 대꾸도 할 수가 없었다. 첫 번째의 이유는 짜증도 있었지만 두 번째의 이유가 조금 석연찮았다. 굳이 그 손을 쳐 내고 싶지가 않았던 거다. 무력해진 건지 혹은 너무 익숙해진 건지 잘 모르겠다 싶어 혼자 눈을 굴렸다. 


 


 


 

* * * 


 

뒤틀림, 자극, 거절 


 

w. P 


 

* * * 


 


 


 

볼로냐 스파게티 나왔습니다. 하고 쓱쓱 접시를 밀어 놓아 주는 웨이트리스의 빵빵하게 들어 찬 바스트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고개를 슬쩍 돌려 너를 보았다. 너는 연신 싱글싱글한 얼굴로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스테이크는 조금 있다가 나올 겁니다. 하고는 멀어져가는 그녀의 뒤에 대고 한참이나 시선을 떼지 못하던 너는 물잔을 내게 밀어주며 말했다. 우리 경수, 삐졌구나. 그러면 나는 고개를 젓는다. 그러면서 모순된 답을 한다. 응. 하자 스파게티를 쭉 밀어 주며 말한다. 얼른 먹어. 포크를 손에 쥐어 잡은 채로 가만히 너를 바라보자 너는 내 손에 들린 포크를 가져가서는 접시를 제 앞에 두더니 포크를 면 사이에 찔러 넣고는 돌돌 말았다. 적당히 말고는 그 말린 면 또아리를 내 쪽으로 쭉 내민다. 아, 하고. 슬쩍 고개를 뒤로 뺐다가 마지못해 먹는 척 입을 벌렸다. 네가 포크를 밀어 넣으며 말한다. 


 


 

“이거보단 내 게 더 맛있지 않아?” 

“뭐?” 

“못 들어서 다시 묻는 거 아니지?” 

“…….” 


 


 

그런 게 지금 이런 자리에서 할 소리냐며 툭 쏘았다. 그러자 네가 몸을 뒤로 젖히며 말했다. 우리가 언제부터 내외하고 사는 사이였어? 능글능글한 얼굴로 실실 쪼개는 꼴이 퍽이나 어울렸다. 나는 입술을 툭 내밀었다. 입 안에서 씹히는 면의 질감은 꽤 나쁘진 않았다. 토마토 소스의 맛이 입 안에 돌았다. 내가 그렇게 묘한 표정을 짓고 면을 씹는 꼴을 보던 네가 손을 내밀어 입가에 살짝 묻은 토마토 소스를 엄지로 문질러 닦아 낸다. 나는 고개를 뒤로 빼며 잔뜩 성이 난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는 말한다. 아주 쟤한테서 눈을 못 떼더구만. 네가 답했다. 쟤가 누군데? 나는 또 신경질적으로 웨이트리스 쪽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대꾸한다. 쟤. 그러자 네가 웃으며 말했다. 굳이 그런 소리를 여기서 할 필요가 있어? 치밀어 오르는 얄미움에 눈을 흘기며 말했다. 너 지금 나랑 내외 해? 


 


 

“실은 나도 내외하는 게 싫어.” 

“그런데.” 

“누구누구 씨 덕분에 이렇게 내외하잖아.” 


 


 

하고서는 다리를 뻗어 내 다리를 툭 친다. 나는 너를 흘깃 째리고는 스파게티 면을 연신 깨작깨작 헤집는다. 너는 턱을 괴고 나를 보면서 만족스럽다는 듯 웃는다. 진짜 맘에 들어. 하고는 말을 붙인다. 네가 나랑 언제부터 잤더라? 얼굴로 열이 확 몰리는 느낌에 포크를 내려놓으며 정색했다. 너는 여전히 벙글벙글 웃으며 턱을 괴고서는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가만히 힘 빠지는 소리를 내며 다시 포크를 들어 면발 사이에 숨은 미트볼을 콕 찔렀다. 말랑한 고기 덩어리를 포크가 쑥 쑤시고 들어갔다. 박찬열. 응? 


 


 

“너 나 좋아해?” 

“몇 번이나 말 해 이걸?” 

“나랑 자겠다고 구라 치는 건 아니고?” 

“구라라니. 그런 저급한 언어 표현은 침대에서만 해 줬으면 좋겠는데.” 


 


 

너 욕 할때 섹시하거던. 굳이 내 손에 있던 포크를 빼앗아 내가 찔렀던 미트볼을 찾아 뒤적거리더니 하나를 찍어 무는 너였다. 느릿하게 고기를 씹는 네 입을 가만히 보았다. 기름이 묻어 번들거렸다. 나는 고개를 슬쩍 돌렸다. 테이블 위로 자리 잡은 양초가 몇 개더라. 별 쓸데 없는 생각이 머릿속을 잠식하고 들어올 때 쯤 네가 정신을 차리라며 톡 내 손을 쳤다. 나는 아, 하는 얼 빠진 소리를 내며 자세를 고쳐 앉았다. 네가 웃으며 말했다. 스파게티 불어 터지겠다. 나는 입술을 쭉 내밀었다. 그런 게 어디 있냐며. 너는 그런 것도 있다며 툭 대꾸하고는 스파게티 면을 다시 말아 내 입 앞으로 가져다 주었다. 나는 이번엔 빼는 기색 없이 말린 면을 입에 받아 넣으며 우물우물 씹었다. 네가 물었다. 그래서? 


 


 

“그래서 뭐.” 

“어쩔 거냐고.” 

“뭘 어째? 무슨 말 하는 거야?” 

“나랑 사귈래?” 


 


 

뽀글뽀글, 빨대를 통해 음료수에 제 말간 숨을 불어 넣던 네가 빙글빙글 웃으며 빨대의 끝을 지근지근 씹었다. 빨대의 끝부분이 찌그러졌다. 나는 눈을 찌푸리며 네 하는 양을 바라보자 그제서야 빨대를 놓아주며 씩 웃는다. 잘 생기긴 했다. 포크를 집어 들고는 미트볼을 찍어 내어 네 입 앞으로 내밀었다. 너는 기다렸다는 듯 받아 먹으며 다시 싱글싱글 웃었다. 이제 좀 마음이 생기셨나 봐. 미트볼을 씹어 넘긴 네가 턱을 괴고 나를 응시했다. 나는 즉답했다. 남자 싫다니까. 그러자 네가 웃었다. 


 


 

“나도 남자 싫어.” 

“그럼 왜 자꾸 그래.” 

“남자는 싫은데 너는 좋아.” 


 


 

그게 무슨 소리야, 하고 인상을 잔뜩 찡그리자 또 미트볼을 쏙 골라 빼 먹으며 그가 가만히 웃었다. 나는 면을 말아 입에 쑤셔 넣었다. 그가 빈 입으로 다시 말을 시작했다. 너도 알잖아, 나 너 가지고 별 망상 다 했던 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재차 말한다. 그럼 그 때 다 알고 있었으면서 왜 나한테 기분이 나쁘다는 티를 내지 않았어? 그의 물음에 숨이 막혔다. 그렇다. 그러네… 나는 고개를 무의식중에 끄덕거렸다. 충분히 떼어 낼 수 있었는데 말야. 그가 계속 말을 이으며 면 사이를 뒤적였다. 미트볼을 노리는 심산이 아닌 모양이다. 그저 뒤적이는 걸로 제 손을 심심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겠지. 나는 멍한 눈으로 내뱉었다. 근데 그게 뭐. 나 되게 귀찮아하는 거 많은 거 알잖아. 그러자 네가 기다렸다는 듯 응수한다. 너 귀찮은 거 많다고 하는데 난 봤어. 너 싫으면 싫다고 분명하게 딱 자르는 거. 나는 인상을 찡그렸다. 그런 건 또 언제 봤어? 


 


 

“저번 개강 총회 때.” 

“…….” 

“어떤 여자한테 번호 따일뻔 했던 도경수 씨는,” 

“…….” 

“단호박을 처먹고 거절을 때렸다고 합니다.” 


 


 

맞지 않나, 하고 얄밉게 말하는 그의 표정을 훑으며 한숨을 쉬었다. 그래 맞아. 그런데? 나는 거의 바닥이 드러난 면을 뒤적이며 고기 조각을 찝어 먹으며 네 말을 재촉했다. 네가 기다렸다는 듯 말을 이었다. 넌 좋은 거 싫은 거 티 확 나거든. 넌 나 좋아해. 맞지? 하고선 피식 웃으며 제 앞에 놓인 마늘빵을 우적이는 네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 * * 


 


 


 

그래, 내가 널 좋아하는 게 맞다고 치자. 그런데 그게 뭐. 날카로이 쏘아 붙이자 마늘빵을 씹던 네 얼굴이 다시 웃음으로 물들었다. 뭐기는, 사귀는 거지. 나는 기가 찬 웃음을 뱉으며 말했다. 너 나랑 자려고 지금 이 지랄 하는 거지, 하자 너는 이내 잔뜩 서운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는 것이었다. 나 밥 잘 안 사줘. 여자들한테도 철벽 치잖아. 너한테는 철벽도 안 치고 이렇게 섹스 끝나면 밥도 사 주잖아. 그가 손에 묻은 마늘빵 부스러기를 털며 후후 웃었다. 울컥한 마음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제 앞에 놓인 스프 그릇을 휘휘 저었다. 


 


 

“너 나랑 섹스 하려고 만나?” 


 


 

너의 눈이 내 말을 듣더니 한껏 커졌다. 무슨 말이냐고 되묻는 것 같았다. 나는 한껏 입술을 사려 물고 스푼을 쥔 손을 꽉 죄었다. 땀이 배어 나오는 것 같았다. 너는 대답이 없었다. 나는 재차 물었다. 그런 거냐구. 너는 눈을 쓱 굴렸다. 솔직하게 말해도 돼?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침을 삼켰다. 너는 곧잘 말했다. 아니. 


 


 

“그럼 뭐야. 너 맨날 나랑 만나면 섹스만 하고 있잖아.” 

“그건 상황이 그렇게 되니까 그런 거지.” 


 


 

나도 너랑 데이트 하고 싶고 밥도 같이 먹고 싶어. 그리고 가끔은 내 자취방으로 불러서 하루 종일 안고 있고 싶고. 물론 섹스도 간간이 해 주면 더 좋겠고. 한참 진지하게 나가던 그는 끝맺음이 늘 이상했다. 한껏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잇는 그는 이내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니까 철벽 치지 마, 경수야. 


 


 

“나 너 진짜 좋아한단 말야.” 

“…….” 

“몇 번을 말 해 줘야 믿을래?”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박찬열.” 

“…어?” 

“나가자.” 


 


 


 

* * * 


 


 


 

“경수야!” 


 


 

뒤를 돌자 반갑게 손을 흔들며 따라 붙는 네가 보여 걸음을 조금 늦추었다. 금방 옆에 찰싹 붙어 어깨에 손을 두르는 그의 행동을 가만히 보며 걸음을 맞추어 서서히 움직였다. 너는 말 없이 걷는 내 옆에 서서 쉴새 없이 조잘거렸다. 어제 집은 잘 들어 갔어? 아침은 먹었고? 오늘 과제 발표날인데 잘 챙겨 왔지? 전공 책은? 우리 끝나고 뭐 먹을까? 촉새마냥 쉼 없이 입을 놀리는 네 옆에서 나는 가만히 계속 대답했다. 그건 전화로 물어 봤잖아. 먹었어. 다 챙겨 왔어. 책 가방에 있어, 네가 정해. 앞만 보고 걸으며 입만 움직이는 내 꼴을 보던 네가 머리 위에 손을 얹으며 입을 열었다. 어유, 예쁜 것. 하고서는 학관 한복판에서 제 머리통을 끌어안으며 강아지마냥 부벼대는 네가 그렇게 싫지는 않아서 또 한 번 웃었다. 


 


 

“찬열아.” 

“응.” 

“좋아해.” 


 


 

고개를 묻고 부비던 네 행동이 뚝 멎었다. 제게서 떨어져 나와 한동안 저를 살피던 네 얼굴이 이내 기쁨으로 물들었다. 드디어 좋아한다는 소리 들었다, 하며 탄식하듯 말한 네가 다시금 나를 꼭 끌어안고는 주위의 사람들 눈치를 슬쩍 보다가 제 볼을 잡고 쪽 소리나게 베이비키스를 한 것이다. 뭐 하는 짓이야, 하고 나는 기겁하며 떨어져 나와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너는 제 뒤에서 푸하하 웃더니 다시 옆에 달라붙어 이번에는 힘을 주어 제 쪽으로 당겨 안고는 인적이 드문드문 있는 곳으로 걷기 시작했다. 덩치 차이가 큰 탓에 파묻히다시피 안겨 걸으며 생각했다. 나쁘지는 않다, 하고. 


 


 


 

+ 


 


 


 


 

끝이네요 ㅋㅋㅋㅋㅋ 끝이 너무 허접하다. 어차피 짧은 글인데 이렇게 시간 끌고 올린 것 자체가 너무 미안하고 그르네여... T▽T 


 

번외로 생각해둔 찬열이 자취방얘기가 있기는 한데.... 그건.... 나중에... 찬찬히......... 풀어 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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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허유ㅠㅠㅠㅠ진짜 좋아요ㅠㅠㅠ 달달하게끝났네요
9년 전
독자2
이 글이 왜 이렇게 댓글 수가 적은지 모르겠어요...... 정말 명작입니다 너무 좋네요ㅠㅠㅠㅠㅠ약간 경수의 의식의 흐름? ㅠㅠㅠㅠㅠㅠㅠㅠ ㅠㅠㅠㅠㅠ ㅂ ㄴ위기 너무 좋아요... 잘 읽고 갑니다ㅠㅠㅠ!!!!
9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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