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물
오백
『어떤 새끼하고 전화 했는지 맞춰 볼까?』
온 몸에 소름이 우수수 돋았다. 이런식의 문자는 수백통도 넘게 받아 봤음에도 불구하고 도무지 익숙해지질 않았다. 손에 땀이 차는 걸, 느낀 백현은 자신의 바짓단에 손을 쓱쓱 문지르며 땀을 닦아냈다. 아까 전, 문자가 온지 일 분도 채 되지 않았는데 연이어 문자가 바로 도착했다.
『박찬열이지?』
그 다음, 바로 또 문자.
『기대해』
이 문자를 보낸 경수의 표정이 상상이 되었다. 웃고 있겠지, 분명. 나는, 경수를 잘 아니까. 입술을 질끈 물었더니 약한 피부가 찢겨져 터지고 말았다. 피가 맺힌 입술을 아무렇게나 닦으며 경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벌벌 떨리는 손을 다른 한 손으로 세게 붙잡았다.
- 변백현.
“차, 찬열이. 찬열이 아니야….”
- …….
“찬열이 아니니까… 찬열이….”
- 찬열이?
“……어?”
- 누가, 씨발, 네 입에서 딴 새끼 이름 부르라고 했어.
너무 당황한 나머지 백현은 말문이 턱 막혔다. 경수, 경수는 딴 애 이름 부르는 거 싫어하는데. 경수의 목소리가 지금 얼마나 화가 났는지 똑똑히 보여주고 있었다. 실수였다. 경수가 찬열이에게 해코지 할 걸 생각하니 무의식중에 찬열이 이름을 부르고 말았다. 그것이 경수의 화를 더욱 돋구는데 보기좋게 일조하고 말았다. 말이 없어진 나를 경수는 계속해서 찾았다.
- 백현아.
“으응.”
- 나한테 전화를 걸지 말지 그랬어.
“…….”
- 그랬음 박찬열 그 씨발 새끼 죽이려곤 안 했을텐데.
“…겨, 경수야.”
- 기대해.
그 날 저녁, 백현에게 컬러 메일 한 통이 도착했다. 잔뜩 피떡이 된 채로 누워있는 박찬열의 모습이 생생히 담긴 컬러 메일이.
-
그, 그만! 하지, 마! 백현은 몸부림을 치며 자신을 위에서 무겁게 짖누르는 경수의 몸을 밀어냈다. 그러거나 말거나 경수는 자신의 본능에 충실했다. 계속해서 저항하는 백현의 손길에 경수는 짜증이 치밀었다. 살과 살이 부딪히는 날카로운 소리가 공기 사이사이를 찢어 놓았다. 백현의 몸부림이 순간적으로 멈추었다.
“갑자기 왜 발버둥 치고 지랄이야. 내가 너 강간이라도 하냐?”
“…….”
“아니면. 뭐, 박찬열한테 몸이라도 대줬어? 그래?”
경수의 눈빛은 마치 먹잇감에 굶주린 한 마리의 맹수와도 같았다. 그의 눈빛이 점차 사나워짐과 동시에 백현은 그 눈빛을 받아내는 것에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사방의 중력이 자신만을 억세게 짓누르는 기분이었다.
“몸이라도 대, 줬냐, 고. 씨발!!”
“…아, 아니야. 아니야, 경수야.”
분노에 잠식 된, 경수의 목소리가 중간중간 끊어졌다. 마지막에 귀가 떨어져 나갈 듯, 고함을 지르는 그의 목소리에 백현의 정신이 번쩍 돌아왔다. 고개를 양쪽으로 흔들며 강하게 부정하는 백현을 경수는 물끄러미 내려다보며 얼굴을 무섭게 일그러뜨렸다. 근데 왜 이렇게 지랄이야. 너하고 나하고 한 두 번 해 봐? 내가 싫어? 무섭도록 빠르게 백현에게 질문을 던지는 경수는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를 잘근잘근 씹어 먹고 있는 본능이 백현의 눈에는 보였다.
“말 해.”
“…….”
“얼른 말 해. 내가 듣고 싶은 말. 뭔지 알잖아.”
“……사, 사랑.”
“…….”
“사랑… 해.”
그 말을 끝으로 경수는 백현에게 자신의 몸을 무섭게 몰아 붙였다. 경수는 백현의 입술을 거칠게 탐하며 그의 하얀 와이셔츠 단추를 하나하나 풀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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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이 나온다면 불맠을 달고 떡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