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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온앤오프 몬스타엑스 샤이니
토미 전체글ll조회 1826l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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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님은 언제까지 삽질만 할 예정? "


학생 식당에서 소세지를 입에 구겨넣던 재환의 눈빛이 여주를 향해섰다. 그러자 그 말에 반응을 보인 건 정작 당사자가 아닌 주변인이었다. 컥- 성운이 급하게 물컵을 찾아대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옆과 앞 쪽에서 바라보는 한심한 눈길이 덤으로 따라왔다. 여주가 손에 쥐어 준 물컵을 연신 들이키던 성운이 컵 뒤로 간간히 보이는 재환을 노려봤다. 디진다. 이건 마치 사자가 하이에나에게 부리는 일말의 암묵적인 표시였다. 재환이 입을 비죽였다. 과연 방금 전 소세지를 드시던 재환의 눈빛이 여주에게만 향해선 모양은 아니었나보다. 

어쩌면 연막작전처럼 말야. 





 

[워너원/하성운] 아주 발칙한 우리 사이 02 | 인스티즈

아주 발칙한 우리 사이

W. 토미



02

: 연막작전






" 하여간 이 등신은 어떻게 밥 한 번을 제대로 못 챙겨드세요. 애기냐. 물컵 찾고 다니게."

" 조용히 해. 공공장소에서는 시끄럽게 떠드는 거 아냐."

" 시바. 하성운 존나 웃겨."



옆에서 멘탈 터지게 먹고 있는 불쌍한 영혼을 후려칠 수도 없는 이 비극적인 현실에 여주가 손을 허공에 들었다가 고이 테이블로 내려놓았다. 시발놈. 개새끼. 자기를 부르는 욕질에도 꿋꿋이 성운은 소세지를 포크에 쑤셔넣었다. 그러다 뒤이어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그의 포크질이 새삼스레 멈춰갔다. 누군진 익히 알았지만 성운이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했다.



[워너원/하성운] 아주 발칙한 우리 사이 02 | 인스티즈

" 뭐가 그렇게 화가 난 거야."

" 어? 선배. 안녕하세요."

" 요즘 얼굴 보기 힘들던데. 교양 시간 빼고. 동아리도 잘 안 오고 말이지."



선배가 왜 이 못생긴 얼굴을 찾습니까. 성운이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양반은 못 된다더니 아니나 다를까 민현이 고개를 빼꼼히 내밀더니 여주의 옆자리에서 이어폰을 끼고 있던 성운을 쳐다봤다. 성운아. 민현이 그를 불렀다. 선배가 왔을 때 인사도 안 드렸는데 성운이 티나지 않게 눈동자를 굴렸다. 이쯤되서 생각해보니 우연히 낀 이어폰이 의도치 않게 연막탄의 용도로 아주 적합하다고 새삼스레 느낀 그였다. 민현이 불러도 미동도 하지 않는 성운을 여주가 팔로 툭툭 건들였다. 그러자 이제서야 성운이 이어폰을 귀에서 빼며 환환 웃음을 내비쳤다. 어. 선배. 언제 오셨어요. 먹고 살 거 없으면 연기자나 해야겠다. 속으로 성운이 다시금 인생의 진로를 세워나갔다. 



" 무슨 노래를 그렇게 듣길래 내가 온 줄도 몰라. 성운이. 살짝 서운하다."



선배님도 참. 성운이 어색하게 입꼬리를 씩 위로 말아올렸고 쌈닭같은 자신의 성격과 다른 주변 인물들에 비하면 민현인 그저 그에게 천사와도 다름없는 인물 선상에 오른 사람이었다. 그래서 성운인 바보같이 헤헤 헤실거리고 말았다. 그가 라이벌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리고 여태 조용히 밥을 씹어먹던 재환이 틈을 타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혹시 선배. 토요일 뭐하세요. 생각치도 못한 데이트 신청에 민현이 아주 잠깐의 당황함을 뒤로 미룬 채 순진하게 그의 데이트를 받아들였다. 



" 딱히 하는 건 없는데."

" 그럼 저 영화 할인 티켓 있는데 여주랑 보러 가실래요?"

" 너는 왜. 못 가?"

" 네. 선배. 아시잖아요. 저 이번에 시간표 어떤 교수님들 걸렸는지."

" 아, 맞다. 과제가 유독 많긴 하겠다. 빡빡한 교수님들이라서."

" 그거 공포 영화인데 쟤가 그렇게 보고 싶어하더라고요."



아, 그래? 재환의 말이 끝나자마자 민현이 맞장구를 치며 여주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여주가 수줍은 듯 고개를 아래로 떨구었다. 이 둘의 상황을 보고 있자니 영 불안했는지 손톱을 자꾸만 물어뜯던 성운이 이내 무언가를 결심한 듯 두 눈을 질끈 감았다. 



" 오께에이. 선배님. 그 티켓 3장 있어요. 김재환이 그랬거든요."

" ㄱ...그래?"


갑자기 어디서 튀어나왔는지도 모르게 훅하니 들어온 성운의 다급한 목소리에 민현이 말을 더듬으며 다시금 혜자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럼 뭐 우리 셋이 갈까. 성운이 그의 말에 고개를 옆으로 사정없이 도리질쳤다. 너무 좋죠. 제가 그 애나벨 한정판으로 사고 싶을 정도로 존나게 좋아하거든요. 그리고 질투에 눈이 멀어버려 겁을 상실해버린 성운의 행복어린 미소에 저절로 아빠 미소가 흘러나와버린 재환이 연이어 말을 덧붙였다.



" 성운이가 애나벨을 그렇게 좋아해요. 공포 영화를 제 돈 주고 볼 정도니까."



그렇게 할 일 없던 재환이 여주에게 윙크를 날리며 떠나갔고 그런 그에게 여주는 넌 나중에 두고 보자라는 표정을 아주 깔끔히 숨긴 채 검지 손가락을 들어보였다. 세번째. 즉, 중지 손가락을 들어보였다는 건 절대로 아니었다.



[워너원/하성운] 아주 발칙한 우리 사이 02 | 인스티즈

" 어이구. 꼴에 눈웃음 치더라."

" 왜 예뻐보였냐."



다른 남자한테 눈웃음 치는데 예뻐보였겠냐. 성운이 그녀에게 전하지 못할 말을 다시 또 속으로 담아냈다. 얘한테 뭐 이리 못 할 말들이 많은 건지 성운이 애꿎은 휴대폰 메뉴를 들어갔다가 나갔다기를 반복했다.



"아니. 아까도 선배가 이 못생긴 애를 왜 찾냐고 혼자 중얼거렸는데 선배가 딱 나를 찾더라고. 옳은 소리를 한다는 거지."

" 어이구. 지랄한다."

" 뭐. 그리고 나이가 몇 살인데 영화관을 가냐."



휴대폰 메뉴만 나갔다 들어왔다 정신 사납게 만지고 있던 그를 가만히 지켜보던 여주가 까치발을 살짝 들어 성운의 볼을 손바닥으로 감쌌다. 너 솔직히 말해봐. 그래, 자신이 생각해도 방금 전의 마지막 문장은 어이가 없는 말이기도 했다. 나이가 몇 살인데 영화관을 가냐니. 터무니 없이 잡혀진 볼 위가 점차 뜨거워지는 것만 같아 성운이 다급하게 여주의 손을 잡아내리려고 했으나 여주는 끝끝내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 이렇게 안 하면 또 폰만 볼 거잖아."

" 우리가 눈 맞추면서 얘기할 사이는 아니지. 명색이 부랄 친구인데."

" 됐고 넌 머리에 한 단어밖에 입력되어있지 않은 새끼가 웬일로 수준을 낮췄대."

" 그게 뭔데."

" 뭐겠냐. 네 대가리에 든 생각."

" 왜 이래. 나 영화 매니아야."

" 알아. 네가 영화 매니아층에 속한다는 건 아마 지나다니는 개미도 알 걸."

" 근데 왜 꼬투리 잡는 건데."

" 네가 공포 영화를 본다고 하니까. 너 애나벨이 뭔지는 알지?"

" 알지. 존나 이쁘고 귀엽게 생긴 인형 아냐."

" 그러니까 너 토요일 날 나오기만 해봐. 그 인형 네 방문 앞에 앉혀놓을 거니까."

" 내가 쫄 줄 아냐. 그런 걸로."

" 어디 한 번 두고 보자. 성운아. 나오면 어떻게 되나."

" 어우. 무서워라."

" 하여간 나오면 죽는 게 아냐. 뒤지는 거야. 알겠지."



짐짓 으르렁거리는 낯빛을 띄우며 전했거늘 결국엔 성운은 팝콘을 사들고 게임실로 들어서는 민현과 여주, 그들의 앞을 막아섰다. 아니지, 더 구체적으로 묘사한다면 어디선가 들려오는 노랫 소리에 여주가 익숙한지 고개를 갸웃거렸고 그 움직임에 팝콘 두 세 개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팝콘이 떨어진다는 건 불안한 일이 일어날 징조를 보여주는 건가. 여주가 소리 소문없이 찾아온 소름에 다른 한 손으로 팝콘을 들고 있던 팔을 비벼댔다. 그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동전 노래방 문이 열리며 누군가 그들에게 모습을 드러냈다. 왜 이렇게 늦게 오셨어요. 아니나 다를까 능청스런 성운이 민현일 향해 밝게 인사했다.



" 성운아. 왜 이렇게 일찍 왔어?"

" 그냥 집에 있으려니까 심심하기도 하고 노래나 부르고 있을까 해서요."



왜냐면 제가 제 돈으로 티켓 산 거 들키면 안 되거든요. 성운이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게 마음으로만 읊조리며 싱긋한 웃음을 지었다. 



" 아까 보니까 그 노래 로맨틱 겨울 아냐. 노래 잘하더라."

" 아. 아니에요. 선배."



습관처럼 머쓱하면 뒷머리를 매만지는 버릇이 나와버린 성운에게 민현이 운을 떼었다. 여주도 이 노래 되게 좋아한다던데. 취향이 비슷한가봐. 그 말에 머리를 매만지던 성운의 손놀림이 아주 조심스럽게 멎으며 아래로 한 쪽 손이 힘없이 내려갔다. 얼굴을 마주할 수가 없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성운에겐 고개를 숙이는 것이 최고의 피난처였다.



' 야. 넌 힙합퍼 아니냐. 맨날 쇼미 더 머니 이러더니만 그새 취향이 바꼈냐.'

' 네가 이 노래 좋다며.' 



17살의 그 녀석은 언제나 그렇듯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있었다. 추워서 얼어 죽겠는데 무슨 아이스크림이냐고 뺏어먹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럴 때마다 그 녀석은 바보같이 웃으며 손에 힘을 빼고서 주지 않으려는 척했지만 거의 뺏겨버리곤 했었다. 그 날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체육시간에 스탠딩에서 쉬고 있던 중이었다. 그 녀석이 나를 성큼 찾아왔다. 비켜봐. 그러고는 다짜고짜 내 팔을 치우고서 무릎에 머리를 뉘었다. 이상했다. 이 녀석은 아니었겠지만 그 때의 난 기분이 아주 오묘했다. 



' 나 로맨틱 겨울 그 노래 들려줘.'

' 이어폰 없어.' 

' 그럼 네가 불러줘. 너 맨날 흥얼거리잖아.'



그래서 그 녀석의 부탁대로 음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넌 나를 불렀지. 성운아. 애써 못 들은 척 했다. 떨리는 목소리가 그 녀석에게 들킬까. 성운아. 그 아이가 또 날 불렀다. 앞만 바라보던 내 눈길이 누워있던 너에게로 향했고 우린 눈을 맞췄다. 



' 대학 같이 가자. 우리.'

' 왜. 넌 좋은 대학 가고 싶잖아.'

' 그렇긴 한데.'

'............'

' 너랑 같이 있는게 더 재밌을 것 같아.'

' 그 이유가 전부야?'

' 그건 왜 물어봐.'

' 왠지 그 이유가 전부는 아닐 것 같아서.'

' 뭐, 네가 있으면 남친도 굳이 안 만들어도 될 것 같고.'

' .....될 것 같고.'

' 그냥 네가 있었으면 좋겠어서.'



우린 여전히 눈을 맞추고 있었다. 나도 네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이 맘때의 난 여전하게도 속마음을 털어놓지 못했다. 나 만약 남친 못 사귀면 네가 내 쇼윈도 남친해주면 되잖아. 그러다 그 녀석이 꽤나 민망했는지 괜히 얼토당토않는 변명거리를 입 밖으로 털어놓았다. 근데 남친 못 사귀긴 개뿔이다. 잠시 옛 생각에 잠겨있던 성운이 그제서야 고개를 들었고 여주 옆에 콜라를 두 개 들고 있던 민현의 실루엣이 눈에 점차 고스란히 박혀들어왔다. 어떻게 콜라도 딱 자기들 것만 사냐. 알게 모르게 들어버린 서운함에 성운이 잠시만 기다리라는 말과 함께 매표소 근처로 뛰어갔다. 영화가 곧 시작하려고 하는지 여주가 콜라를 사들고 오는 성운을 멀리서 불렀고 성운은 금새 그녀에게로 달려갔다.



" 하여튼 느려."

" 시끄러. 넌 몇 번 자리야?"

" 나 H열. 넌 어디냐."



아, 젠장. 생각을 못 했다. 재환이에게 먼저 물어봤어야 했는데. 성운이 막심한 후회감에 머리를 거칠게 쓸어올렸다. 그 모습을 여주가 의아하게 바라봤다. 넌 몇 번 자리냐니까. 딱 중간에서 길막하고 있으면 어떡해. 여주의 완고한 목소리가 성운의 귓가에 흘려들어왔다. 에라 모르겠다. J열이라고 써져있는 티켓을 보기좋게 구기며 성운이 중간 자리에 몸을 담궜다. 몇 번이긴. 딱 중간이네. 성운이 애매하게 끝자리에 몰려있는 여주를 밀어넣으며 남몰래 미간을 찌푸렸다. 자칫하면 서로 민망할 상황이 이어질 뻔 했던 찰나의 순간에 성운이 이내 가슴께를 두드리다 탄식을 내질렀다. 아, 민망한 상황이 문제가 아니겠구나. 본인이 공포영화에 공도 보지 못하는 햇병아리 신세라는 걸 잠시 성운은 망각했다. 이 순간, 성운은 자신을 구원해줄 신을 연달아 찾아나섰다. 



" 어우. 어우. 어우. 어우. 오 쉣."



아주 가관이겠지만 현재의 성운에겐 일말의 창피함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었다. 제 돈 주고 영화를 봤음에도 손바닥으로 시야의 80%를 가리며 보고 있으니 누가 봐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상황이었다. 이것만 하면 다행이게. 자신의 오른쪽에 앉아있던 민현과 손을 잡으며 알콩달콩 콩을 나누는 배려심에 팝콘만 아그작 씹어먹던 여주가 혀를 볼에 끌어찼다. 그러다 영화가 중반쯤에 다다르자 살짝 밝아진 분위기에 성운이 두 눈을 가리던 손바닥을 펴 팝콘을 달라는 표시를 내보였다. 그 행동에 여주는 팝콘을 아낌없이 기부를 했고 민현 선배에게 무서운 거 보니까 배고프다며 자기가 팝콘을 먹여주는 꼬라지가 아주 어이가 없었다. 시발, 무려 두 시간의 영화가 끝이 났고 여주가 성운의 등짝을 밀어냈다.



" 빨리 쳐나가라."

" 말 예쁘게 하래도."

" 너 같으면 말이 곱게 나가겠냐."

" 아, 얘들아. 아까 성운이도 배고프다하고 뭐 먹을까."

" 아니요. 선배 피곤하실텐데 얼른 들어가서 쉬세요."



괜히 민현에게 폐를 끼친 것만 같아 여주가 급히 대답했다. 그에 민현도 피곤했는지 그럼 나중에 다시 보자라는 말만 남기고 영화관을 벗어났고 둘만 남겨진 성운과 여주가 집으로 가는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갔다. 만날 땐 분명 해가 쨍쨍했었는데 벌서 어둑해진 하늘에 여주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윽고 옆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멋쩍은 시선에 여주가 돌아보지 않고 입을 달싹였다.  



" 왜.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낄끼빠빠가 아니었냐."

"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녀석답지 않게 몹시 지친 목소리에 성운이 부러 툴툴거리는 음성을 그녀에게 내비쳤다. 



" 아주 팝콘을 튀기고 옥수수도 털지 그랬냐."

" 왜 그래. 일부러 그런 거 아니라니까."

" 됐어. 나 가지고 벤치마킹 하는 애한테 내가 뭘 말해."



왼발 오른발 바닥을 밟던 두 개의 운동화가 여태까지 같은 방향을 그리다 차차 틀어지기 시작하면서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은 한 개의 운동화가 먼저 길을 멈춰섰다. 그에 또 다른 캔버스도 따라서 서서히 멈추었다. 뭐해, 하성운. 빨리 안 오고. 뒤따라 멈춘 캔버스 운동화가 그 자리에 멀찍이 서 있는 운동화를 불렀다. 그리고 멀찍이 있던 운동화가 주머니에 넣었던 손을 빼고는 이내 캔버스에게 손을 뻗었다. 이건 누가 봐도 손을 잡자는 표시인 것만 같아 캔버스는 멀뚱히 그 운동화를 쳐다봤다. 



[워너원/하성운] 아주 발칙한 우리 사이 02 | 인스티즈

" 아까 나한테 손 뻗었잖아, 너. 무서워서."

" 보고도 모른 척 했네. 나쁜 놈."

" 그러니까 이제 잡자."

" 왜 이제 잡아. 그 때 잡았어야지."

" 안타깝게도 놓쳤거든. 타이밍을."



그 날처럼 놓쳐버렸거든. 내가. 성운이 이상하게 짓누르듯이 숨이 막혀오는 중압감을 애써 뒤로 미룬 채 여주를 멀리서 지켜봤다. 노을이 가고 어두워진 밤을 환히 비춰주는 가로등 사이로 두 개의 눈길이 서로를 가뒀다. 밤거리 무서워하잖아. 성운이 먼저 운을 떼었다. 그의 말에 여주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성운이 순간 시큰해져오는 발목을 어루만지려 몸을 숙이려다 이내 무릎을 꿇으며 신발끈을 고쳐매는 척을 했다. 그 아이가 걱정하지 않게, 더 이상 자신의 탓이라 여기지 않게 성운이 보다 연막탄을 세게 피웠다.



" 그러니까 이 귀중하신 몸이 손깍지 끼고 집까지 모셔주겠다고."



신발끈을 다 묶은 성운이 녹이 슨 바늘처럼 쿡쿡 찔러들어오는 발목을 이끌며 성큼 여주의 캔버스 끝자락에 섰다.



" 손 잡는 건 괜찮은데 손깍지 끼는 건 싫어."

" 왜. 무서우면 꼭 그러잖아.'

" 넌 친구니까."



손을 뻗은 성운의 손이 미세하게 흔들리다 곧 평정심을 유지했다. 맞다. 잠시 또 깜빡했었다. 우리가 친구라는 사실을. 성운이 고개를 위 아래로 까딱거렸다. 괜찮다는 신호였다. 



" 그러면 손깍지는 누구랑 낄건데. 김재환은 안 된다."

" 걘 줘도 안 껴. 손도 안 잡아."

" 나랑은 손 잡잖아."



여주가 그게 뭐 어때서. 아무렇지 않은 듯 심드렁하게 그를 올려봤다.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는 그에게 대답했다.



" 선배랑 할 거야, 그런 건."



그러자 성운이 허락도 없이 여주의 손깍지를 꽉 움켜쥐었다. 성운의 손이 아주 미세하게 떨려옴을 그녀는 느꼈다. 그럼 나랑도 해. 성운이 무작정 손깍지를 낀 두 손을 여주의 눈에 들어보이며 말했다. 그러자 그녀가 자신의 앞에 멀뚱히 자리잡고 있는 남자의 손깍지를 쉽게 끌어내렸다.



" 안 해. 너랑은."



아니, 못 해. 너랑은. 

그렇게 캔버스 운동화가 자신의 끝자락에 걸쳐진 다른 운동화를 제치고서 밤하늘로 얼룩져버린 구름 아래의 보도블럭을 천천히 걸어갔다.  















♥ 저의 감사한 제리분들 ♥

[돗자리] [으리으리] [구름요정] [+++ㅁ+++] [가람] [자몽슈] [구르미] [챠미] [즈쿠]


오늘은 생각외로 분량이 길어진 듯한 느낌이에요! 어제두 댓글 보면서 정말 열심히 달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너무 감사드리고 항상 더 좋은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항상 드리고 싶은 말씀이지만 고맙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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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55.82
작가님..저 진짜 너무재미써요퓨ㅠㅠㅠ
게으른개미로 암호닉 신청해요~

6년 전
독자1
작가님 챠미에요! 큽 성운이는 여전히 귀엽네여ㅠㅠㅠㅠ오늘도 잘 읽고 가요❤
6년 전
비회원184.131
작가님...... 진짜 성운이 설레서 어떡하죠ㅠㅠㅠㅜㅠㅠㅠㅠㅠ 근데 저번 화부터 자꾸만 성운이가 아픈 거 같아요
혹시 찌통 예약인가요ㅜㅠㅠㅠㅠㅠㅠㅠㅠ

6년 전
독자2
[으리으리]에요!! 오늘도 역시 잘 읽었습니다ㅠㅠㅠ 너무 재밌어요 성운이는 너무 맴찢이지믄 잣가님 글이 넘나 좋아요ㅠㅠㅠ 다음화 열심히 기다릴게요 ..
6년 전
독자3
작가님... 좋아해요... 헐 넘나 찰떡 성운이랑... 와우........ 신알신하고갖니다....
6년 전
독자4
성운이짱이야ㅜㅜㅜㅜㅜㅜㅜ
[마음이]로 암호닉 신청할게용!!

6년 전
독자5
왜왜못해ㅠㅠㅠㅠㅠㅠ여주님 그러지마여ㅠㅠㅠㅠㅠ
6년 전
독자6
작가님 ㅠㅠㅠㅠㅠ 너무 죠아요웅 ㅠㅠㅠㅠㅠ
[쀼우]로 암호닉 신청할게요❤️

6년 전
독자7
자까님의 소중한 도짜 도짜리 와써요 ❤️ 도짜리가 누구냐구요? 돗자리예오,, 훙훙 돗자리 저번 화 부터 펴 두길 잘한거가타요 완벽한 노을,,, 집에 가는 길,, 이대로 손 잡고 버스정류장 지나쳐서 버스 타지말고 집까지 걸어가라 ㅠㅠㅠㅠㅠㅠㅠㅠ 아니 대체 너희 왜 친구에서 애인이 되는걸 그렇게 어려워하는거야 ㅠㅅㅠ 저 근데 항상 느끼는건데 작가님 글 보고있으면 어느새 중간부턴가 계속 어느대사 하나에 꽂혀서 입을 막고 보는거가타요 ㅠㅠㅠㅠ댓글 쓸 즈음 돼서 손 찾아보면 항상 입 앞에 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아 하성우이~~~ 아 근데 진짜루 이해 안되는게 대놓고 표현 다 하고 하는데 왜 안사귀지??? 미녀니도 아니 민현선배도 너무 좋는데 울 민현님은 다른 글에서 보는걸루 해요 ㅠㅠ 윽 다음엔 성운여주 고딩시절 보고시퍼요 헤헤 넘 예뿌네요ㅠㅠㅠ 앗 글구 작가님 오늘 돗자리 좀 늦게 펴서 미아내요 다음부턴 더 빨리올게용 싸랑해요 ❤️❤️
6년 전
독자8
안녕하세요 구르미입니다!!!! 성운이...진짜 마음 아파요ㅠㅠㅠㅠㅠㅠㅠㅠ손 왜 잡자고 그랬어..ㅠㅠㅠㅠㅠ성운이 마음 자꾸 흔들고 민현이 좋아한다 말하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마음아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6년 전
비회원197.100
[보고싶다] 우와 저도 암호닉 신청하고싶어요! 오늘도 먼가 떡밥이 엄청 많이 던져진거같은데...?!?! 성운이의 발목과 여주의 미안함이 먼가 관련이있는듯?!? 둘이 사이가 좀더 진전되서 떡밥이 다 풀려버렸으면 좋겠어여!! 어서오세요!!!!
6년 전
독자9
헐 작까님ㅠㅠㅠㅠ여주왜이랭ㅠㅠ너도좋자나그치ㅠㅠ
암호닉[윤맞봄]으로신청합니다!
ㅠㅠ넘재밌어여

6년 전
독자10
너무 재밌어요ㅜㅜㅜㅜㅜㅜㅠ [르밍]으로 암호닉 신청해요!
6년 전
비회원209.126
[햄아]로 암호닉 신청할게요..! 이런 분위기 취향 저격입니다.. 구름아..8ㅁ8
6년 전
비회원215.119
[구름요정]이에요!아 성우니 넘 맴찢ㅠㅠㅠㅠㅠㅠ물론 민현센빠이도 좋지만...성운아...난 널 응원해T0T글구 작가님도 응원해요!♡
6년 전
독자11
작가님 정말 재밌게 봤어요ㅠㅠ! [구름운]으로 암호닉 신청할게요!!
6년 전
독자12
꺄오ㅠㅠㅠ 그럼 나랑도 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ㅜㅜㅜ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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