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그리고 너의 웃음
04
w.코코넛
사람들은 서로 공존하며 그러다 감정이 생기고 사랑을 나누게 된다. 나도 사람인데.. 언젠가는 그러한 과정을 거치겠지..
나는 20년을 넘게 살아오며 고백을 받아본적이 4번정도 된다. 그 4번중 내가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고백을 받지도, 거절한적도 없었다. 그냥 단지 피했다.
그리고 어쩌면.. 한없이 피하기만 하는 나를 잡아주는 남자를 필요로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남우현 그와 많은 대화를 나눈것 같다고 느꼈는데.. 시계를 보니 30분밖에 흐르지 않았다.
그는 역시나 젠틀하다. 나의 집 앞까지 바래다 주었다.
시간이 아직 4시도 안되었는데 여자혼자를 그냥 돌려보내는건 예의가 아니라며 발걸음을 같이 떼었다.
" 이제 그만 가보세요.. "
" 다 온거야? "
" 네, 바로 저기 앞이에요. "
" 이제 나랑 아는척 하는거지? "
" ...아.. 해야..되요..? "
" 무조건 "
" ...네.. 그럴께요 "
" 그리고, 우유도 이제는 내 얼굴 보면서 줘 "
" ..아..그건 쫌.. "
" 쓰읍- 빨리 들어가라, 오빤 이제 가신다. "
" 네 가세요 "
나에게도 이런 순간이 오는구나.. 그가 가는 뒷모습을 그저 바라본다. 한참을 바라보는데 그가 뒤를 돌아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든다.
순간 놀래서 나도모르게 왼손을 들었다. 다시 등을 돌려 가는 그..
그에게 보였던 왼손을 어루만졌다. 어색하다.. 하지만 이 어색함이 나쁘지 않다..
다음날, 초코우유 하나와 학교 앞 교보문고에서 새로 장만한 포스트잇을 붙여 그 벤치에 앉아 그를 기다린다.
포스트잇에 뭐라 쓸까 고민을 하다가 천천히 펜을들어 쓴다.
' 고맙습니다 '
나도 뭐가 고마운지 모르겠다. 그저.. 감사한 마음이 들뿐이다. 이유도 모를 감사함.
" 굿모닝 "
" 아.. 오셨어요? "
" 응 우유줘 배고프다 "
" 네- 초코우유.. "
" (피식) 너 친한친구 누구야 "
" 친구요..? 음.. "
" 너 왕따야? "
단도직입적으로 묻는 그의 말에 갑자기 가슴이 아프다. 왕따.. 사실 나는 내가 왕따라고 생각해본적이 없다.
그저 나는 혼자 다니는게 익숙해지고, 남들과 어울려 무언가를 하기보다는 나혼자 스스로 해결해나가는 쾌감이 좋았다.
어렸을때부터 그게 익숙하고 재밌다보니 나도 모르게 친구들 사이에서 빠져나와 혼자 지냈던것 같다.
그러다가 누군가가 나에게 왕따라는 단어만 꺼낸다면 나는 눈물을 글썽이며 왠지 모를 자괴감을 느꼈다.
그 느낌을 대학교에 와서 처음 느낀다.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그에게 말이다.
" ...우유 맛있게 드세요, 가볼께요 "
" 아 기분나빴구나..미안, 그냥 궁금하기도 하고 내가 돌려말하는거 싫어해서.. "
" ..기분이요..? 제가 언제 기분나쁜거나 좋은거 티낸적 있어요? "
" ...화났구나 "
" 저 감정 없어요. 그러니까 신경쓰지 마세요 "
눈물이 벅차오른다. 힘이 든다. 재빨리 그곳을 빠져나와 학교 화장실로 들어왔다.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아 크게 심호흡을 하고 그가 했던 날카로운 말이 귀에 맴돈다. 다른사람에게 이런말을 들었을때는 이정도는 아니였는데..
내가 정말 그를 좋아하긴 하나보다, 아니.. 미치도록 사랑하나보다..
오늘은 정말 강의 들을 기분도 아닐뿐더러, 마음이 너무 답답해서 학교를 나왔다.
학교를 나오는 와중에도 자꾸만 그의 목소리가 들려 이어폰을 꽂았다. 왜 하필 이시기에 슬픈 발라드가 나오는것일까..
그에게 한없이 부족한 나, 그의 앞에 서면 작아지는 그냥 철없는 여자일 뿐이다. 난 그저 그럴뿐이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나를 한없이 또 깎아내리며 걷는게 나의 손을 누군가가 잡는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손길이다..
그리고 그의 향기가 난다.
놀란 눈으로 그의 얼굴을 본다. 하지만.. 놀란눈에서 눈물이 나온다. 그때 왜 눈물이 나왔는지 모르겠다.
그저 아픈마음과 함께 놀란마음, 그리고 부드러운 느낌이 합쳐 눈물이 나온것 같다.
그가 나의 오른쪽 귀에 꽂혀있는 이어폰을 빼서 자신의 왼쪽 귀에 꽂는다.
그리고 다시 내가 정말 좋아하는 환한 미소와 함께 웃으며 말한다.
" 나랑 친구하자 "
☆ ㅠㅠ브금이 너무좋아요 그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