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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김태형] 오월의 소년 13 | 인스티즈


 

오월의 소년 










13-01







"자."

"아, 차가! ……야, 김태형!"

"왜애. 음료수가 차갑지 뜨겁겠냐."

"어유, 얄미워."





점심시간. 밥을 일찍 먹고 정원에 내려와 벤치에 앉아있을 때였다. 분명 김태형과 만나서 점심시간 동안 공부를 하기로 했었는데, 약속한 시간이 되어도 오질 않는 김태형에 점점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한 때였다. 갑자기 볼에 차갑게 닫는 물기 어린 느낌에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자, 김태형이 양손에 음료수 캔을 하나씩 들고 특유의 개구진 웃음을 지으며 서있었다. 어린애도 아니고 맨날 저러지. 팔짱을 끼고 못마땅한 표정을 짓자, 김태형은 헤실헤실 웃더니 캔을 따서 내 쪽으로 밀었다. 더운데 마셔, 마셔. 저거 백퍼센트 약속 시간 늦은 거 먹을 걸로 떼우려는 거다. 근데 또 마침 나는 목이 마르고, 음료수가 마침 내가 좋아하는 맛이고. 맨날 이렇게 나는 먹을 것에 넘어가고. 항상 뭔가 지는듯한 기분인데, 이거.





"너 때문에 돼지 되겠어."

"왜?"

"네가 맨날 먹을 거 사다 주니까. 봐봐, 나 좀 살쪘다니까."

"야, 아니야! 이거 봐, 삐쩍 말라 가지고 돼지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 하고 있네. 책이나 펴."

"진짠데."





삐쩍 마르긴, 요새 부쩍 볼살이 통통해졌단 말이야. 괜히 볼을 턱을 괸 손으로 조물락거리며 책을 펼쳤다. 김태형이 진짜라며 입을 쭉 내밀고 궁시렁대는 건 무시하고, 책에 꽂아둔 펜을 꺼내 딸칵 소리가 나게 열었다. 얼마나 풀었어? 내 물음에 김태형은 문제집을 펼치다 말고 멈칫했다. 그러곤 히히, 머쓱한 웃음을 지어 보이는 게 딱 봐도 덜 풀었다. 나와 하루에 풀 문제집 쪽수를 정해놓고, 하루에 꼭 다 풀기로 약속을 했었는데. 얼른 펴봐. 펜으로 무릎을 딱딱 두드리며 손짓하자, 김태형은 슬쩍 책을 넘기며 내 눈치를 보는 거였다.





"아니, 내가 분명히 어제 다 풀려고 했는데."

"했는데?"

"이 문제가 너어무 어려워서 그 뒤론 못 풀겠더라고. 너가 아, 알려주면 안 되나? 하하."

"……뭔데, 줘 봐."

"이거."





또, 또 이 핑계지. 맨날 모르는 문제가 있어서 못 풀었다며 울상을 짓곤 문제집을 들이미는데, 뻥치지 말라며 안 가르쳐 줬다가 그 문제가 시험에 나오면 어쩌나 싶어 난 그냥 넘어가기 일쑤였다. 오늘도 역시였다. 그래도 확실히 처음보다 늘긴 늘었네. 처음엔 한 페이지에 맞는 문제의 개수가 몇 개 없었는데, 지금은 틀리는 문제가 몇 문제 없을 정도니까. 역시 수학 영재반 출신이야. 막상 내가 가르쳐준다고 해놓곤 조금 후회하기도 했었는데, 성과가 눈으로 보이니 그저 뿌듯할 따름이였다. 김태형이 모르겠다며 내민 문제를 펜을 들고 밑줄을 그어가며 읽었다. 확실히 심화 문제라 어려운 문제이긴 했다. 자, 잘 봐봐. 옆에 앉은 김태형을 힐끔 올려다보고는 연습장에 문제의 풀이를 적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이 문제는……. 어려운 문제이다 보니 풀이가 길어졌고, 나는 풀이과정을 적다 말고 김태형이 잘 듣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다시 힐끔 김태형을 올려다보았다. 그런데, 그랬는데.





"……."

"야, 야. 문제를 봐야지. 나, 날 보지 말고……."

"……잠깐만."





당연히 문제집에 가 있을 줄 알았던 김태형의 시선이 내게 와있어 순간 심장이 철렁했다. 쿵, 무언가가 내려앉는 기분. 얘는 보라는 문제집은 안 보고 왜 엉뚱한 델 보고 있는 거야! 민망한 마음에 시선을 앞으로 돌리고 더듬대며 말했지만 김태형은 빤히 보는 그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잠깐만. 그 말에 다시 힐끔 눈을 돌려 김태형을 바라보자, 김태형은 천천히 손을 뻗어 내 머리칼을 만지작거렸다. 뭐지? 인상을 살짝 찌푸리고 멍하니 김태형의 얼굴을 바라보았고, 김태형은 잠깐 미간을 좁히더니 이내 밝은 표정으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됐다. 그리곤 내 머리를 손으로 살살 정리하듯이 빗어내리는 거였다. 목구멍에 깃털이 들어간 듯 간질간질한 기분에 침을 꿀꺽 삼키고 뭐냐는 뜻으로 김태형을 바라보자, 김태형은 제 손에 잡힌 걸 내게 보여주며 생긋 웃었다.





"나뭇잎이 붙어서."

"아, 그, 그래. 고마워."

"근데 너 더워? 땀 나는 것 같은데."

"아, 아니, 하아나도 안 더운데? 어서 문제나 마저 풀자."

"으음, 그래."





조그만 초록색 나뭇잎 하나. 괜히 민망한 마음이 들어 고개를 대충 끄덕이곤 문제집을 향해 시선을 내리꽂았다. 별거 아닌데 왜 이상하게 자꾸 목 언저리가 간질간질 거리는 지. 괜히 헛기침을 자꾸만 하게 됐다. 언제 또 식은땀이 흘렀는지. 빠르게 손등으로 이마를 톡톡 닦아내고 다시 펜을 잡았다. 얼마 전부터 자꾸 이상한 게, 막 간질거리고 금방 얼굴이 확 달아오르고, 심장께가 콩콩대는 게 아주 이상해. 왜 이런지도 모르겠고, 요새 피곤해서 그런가.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문제를 푸는 날 바라보는 김태형의 눈빛은 대답이 영 시원치 않다는 듯한 눈이었지만. 겨우 풀이를 마저 적어내고 김태형에게 알겠느냐고 묻자, 김태형은 명쾌하게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응, 네가 설명해주니까 다 알겠네. 역시 싸부님. 날 추켜세우는 장난기 어린 말투에 피식 웃음을 터트리고 김태형이 건넸던 음료수를 한 모금 들이켰다.





"그럼 이 문제도 풀어봐. 이거랑 비슷한 문제야."

"아아, 풀기 싫은데."

"얼른! 이런 건 바로바로 풀어야 시험칠 때 기억난단 말이야."

"나 펜 안 가져왔는데."

"자, 내 꺼 써."




마침 단원 마무리 파트에 비슷한 유형의 문제가 있어 김태형에게 풀어볼 것을 권하자, 김태형은 곧장 싫은 티를 내며 울상을 지었다. 억지로 김태형의 손에 내 펜을 쥐여주고 문제를 푸는 모습을 지켜보다, 나오기 전 사물함에서 꺼내온 참고서를 펼쳤다. 아무 생각 없이 대충 책을 손으로 들고 휘리릭 넘기는데, 툭, 무언가가 떨어졌다. 그 무언가를 시작으로 종잇조각이 우수수 떨어졌고, 김태형은 투둑거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보았다. 이게 뭐야? 김태형이 묻는 사이에 나는 이미 책에서 떨어진 그것들을 멍하니 내려다보고 있었다. 참고서였다. 조각조각 찢어진 참고서 속지. 누가 칼로 잘라낸 듯 시험 범위에 해당하는 몇 페이지가 내용을 알아보기 어렵게, 길쭉하게 도려내져 있었다. 누군가 고의로 칼로 잘라낸 게 분명했다. 종이 조각의 잘린 부분이 깔끔하고 날카로웠으니까. 얼이 빠져 멍하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그 하얀 조각들을 내려다보다, 낮게 가라앉은 김태형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었다.





"김여주, 이거 뭐야."

"나, 나도 몰라."

"네 물건 건드리는 사람 이제 없다며.'

"아니, 그, 그건 노트나 활동지 없어지는 건 나만 그런 것도 아니고, 없어진 것도 한두 번이라……."

"……대체 어떤 새끼야."





그건 그 누가 봐도 누군가 악의적으로, 고의성을 가지고 한 짓이었기 때문에 도저히 별일 아니라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저번에 김태형이 또 노트가 없어지진 않았냐고 물었을 때 괜찮다고 대답했던 건, 제일 처음 없어졌던 학습지와 한 번 없어졌다 다시 내게 돌아온 노트. 딱 두번 뿐이었기 때문이였다. 그리고도 학습지 몇 개가 자잘하게 없어지긴 했는데, 그런 학습지는 실장이나 선생님께 다시 받으면 되니까 괜찮은 거였다. 그런데 참고서는, 분명 사물함에 넣어두고 오늘 처음 꺼낸 건데 대체 누가. 이를 꽉 깨물고 펜을 따닥 거리는 김태형의 모습에 어색하게 웃으며 흩어진 종잇조각을 손으로 끌어모았다. 괘, 괜찮아. 친구한테 복사해달라고 하면 돼. 분위기가 약간 살벌해서, 좀 풀어보려고 한 말이었는데 김태형은 여전히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뭐가 괜찮아. 전엔 우연일지 몰라도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는 거면, 누가 너 괴롭히려고 일부러 이러는 거야."

"내가 뭘 잘못했나. 대체 누가……."

"네가 잘못한 게 어딨어. 맨날 웃고 다니고, 1등이라고 잘난 척도 안 하고, 허구한 날 나 같은 애까지 신경 쓰고 도와주는데 누가 널 싫어해."

"그래도 내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뭘 잘못했을 수도 있고."

"내가 아는 너는 안 그래, 무조건 걔가 잘못한 거야."





그냥, 이상하리만치 차분했다. 아무 생각도 없이 멍하다고 해야 하나. 김태형의 말대로 누가 날 괴롭히려고, 내가 마음에 안 들어서 일부러 한 짓인게 분명한데. 그게 피부로 받아들여지지가 않았다. 은연중에 내가 무언가 잘못한 게 있을 것만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누굴 힘들게 하지는 않았나, 밉보일 짓은 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자꾸 났다. 그런데 김태형은 딱 잘라 말했다. 넌 잘못한 게 없다고. 확신 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김태형을 바라보자, 김태형은 같이 있을 때 항상 짓는 유하게 웃는 표정이 아닌, 축 가라앉아 심각하게 느껴지는 무거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저 눈빛을 보니까 왜 그렇게 무서운 양아치라고 소문이 자자했는지 알겠네, 싶어서 힘없이 작은 미소를 짓자 김태형은 지금이 웃을 때냐며 테이블을 주먹으로 쿵쿵 두드렸다.




"네 탓하지 마. 너같이 잘난 애가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야, 띄워주지 마. 내가 어디가 잘났냐."

"왜, 네가 어때서. 공부 엄청 잘하지, 똑똑하지, 성실하지, 남 엄청 잘 도와주지. 생긴 것도 뭐 이 정도면……."

"이 정도면?"

"크, 크흠. 괜찮게 생겼, 크흠!"

"뭐라고? 안 들려."

"아무튼! 수상한 사람 있으면 바로 나한테 말해. 범인 새끼, 누군진 몰라도 걸리면 아주 아작을."





너같이 잘난 애가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그 말에 피식 웃음이 났다. 내가 잘났긴 어디가 잘났어. 내 말에 김태형은 발끈하며 펜으로 딱딱, 문제집을 쳐가며 하나하나 읊기 시작했다. 당사자를 바로 눈앞에 두고 칭찬을 해주다니, 민망해지려는 순간에 김태형이 말끝을 흐렸다. 생긴 것도 이 정도면, 그 뒷말이 잘 들리지 않아 계속 추궁을 하자 김태형은 열심히 기침하는 척을 해대며 금방 말을 돌렸다. 얼굴은 왜 저렇게 새빨개졌대. 급히 말을 돌리려는 듯 김태형은 주먹으로 딱딱 소리를 내며 살벌한 말을 뱉었다. 누군진 몰라도 걸리면 아주 아작을. 저 주먹에 맞았다간 골로 가겠는데. 매우 심기가 불편하단 표정으로 주먹을 만지작거리는 김태형을 보다, 피식 웃었다. 분명 아까까진 진지한 분위기였는데, 금세 기분이 괜찮아지고. 김태형이 하는 말을 보면, 가끔가다 그게 너무 웃겨서 기분이 나빴다가도 금방 괜찮아지고, 그랬었다. 아무튼, 이게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라는 건 잘 알겠다. 손에 잡힌 참고서 조각들을 꼭 움켜쥐었다.







김태형과 건물 중간 복도에서 헤어지고, 힘 없이 교실로 들어왔다. 아직 수업이 시작하기까지는 여유가 있었지만, 사건도 그냥 넘어갈 사건이 아니고 하니, 김태형이 교실에 가서 좀 쉬라며 날 들여보낸 거였다. 터덜터덜 뒷문으로 걸어들어오자, 친구들은 날 발견하고는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엉망이 된 참고서를 손에 들고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털썩 주저앉자, 친구들은 금세 내 표정을 눈치채고 무슨 일이 있냐고 물었다. 괜히 또 걱정 끼치는 건 싫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건만, 눈치 빠른 이 녀석들은 실눈을 뜨고 날 이리저리 살폈다. 얼굴이 칙칙한 게, 무슨 일 있는 거 맞는데?





"김태형이랑 싸웠어?"

"에이, 아냐. 내가 걔랑 왜 싸워."

"하긴 너네 참 사이좋아 보이긴 하더라."

"대, 대체 어디가. 사이 하나도 안 좋아."

"김태형이랑 네 사이 심상치 않은 건 지나가던 개도 알겠어."





김태형과 싸웠냐는 한 친구의 물음에 웃음을 터트리며 손사래를 치자, 다른 친구들은 수긍하며 말했다. 너네 참 사이좋아 보이긴 하더라. 그 말에 아까처럼 또 목 언저리가 간지러워, 얼른 고개를 저었지만 친구들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날 손가락으로 콕콕 찔렀다. 날 놀리려고 일부러 하는 말이 분명해 그저 웃어넘겼다. 진짜 말도 안 되는 말이야, 그건. 그때 내 옆에 앉아있던 친구가, 책상에 내려놓았던 참고서를 집어 들었다. 야, 너 점심시간까지 공부하냐? 깔깔 웃으며 하는 말에 작게 미소를 짓다가, 아무 생각 없이 참고서를 휘리릭 넘겨보는 친구를 보고 순간 깨달았다. 저거, 다 찢겨서 엉망 된 건데. 친구가 그걸 펼쳐 보는 걸 막으려 손을 뻗었지만 이미 늦었다. 친구는 다 찢긴 페이지를 내려다보고 인상을 팍 찌푸렸다. 야, 여주야. 이거 뭐야? 심각한 어투의 말에 다른 친구들의 시선도 친구가 들고 있는 참고서로 향했다.





"이게 뭐야? 왜 이렇게 됐어?"

"아니, 그게."

"야, 저번에 여주 노트 훔쳐 간 애가 한 짓 아냐?"

"이거 누가 봐도 일부러 한 짓이잖아. 진짜 누구야?"

"진짜 미친 거 아냐? 왜 김여주걸 건드려."





참고서는 이미 친구들의 손에 넘어갔고, 분위기는 금세 험악해졌다. 괜히 다른 애들 마음까지 싱숭생숭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 숨기려던 건데.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다가 반 분위기가 분위기인 만큼 큰일을 만들고 싶지도 않았고, 몇 번 이러다 말겠지 싶었었다. 혹여라도 공부하고 있는 친구들에게 방해가 될까봐 나는 미소를 지으며 참고서를 집어 들곤 말했다. 에이, 괜찮아. 몇 번 이러다 말 거야. 친구들이 뭐라고 덧붙이기도 전에 바로 뒤에 있던 내 사물함을 열어 참고서를 대충 쑤셔 넣었다. 다, 다음 교시가 뭐더라? 여전히 할 말이 많은 듯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친구들에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물었다가, 대답을 듣기도 전에 책을 꺼내며 말했다. 아, 맞다. 수학이지. 그리고 책을 사물함에서 꺼내 고쳐 쥐려던 순간, 손에 힘이 풀렸고 내 손에 들린 교과서는 힘없이 바닥으로 수직낙하했다. 그리고.





"……."

"헐, 야. 여주야."

"이, 이거 왜 이래?"





모두의 시선이 떨어진 책으로 향하는 순간, 작은 비명이 터져 나왔다. 뒤집혀 떨어진 책 안에 무지막지하게 그어진 빨간 선들, 책에서 쏟아져 나오는 칼로 도려낸 종잇조각. 마카로 무지막지하게 그은 듯 난장판이 된 책. 귓가에 이명이 울리는듯했다. 엉망이 된 책을 멍하니 내려다보던 그 순간, 뒷문이 드르륵 열리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에 이끌려 천천히 고개를 돌렸고, 나는 바로 문 앞에 서있던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나 깜빡하고 네 펜을 안 돌려줘서. 내 얼굴을 보고 반갑다는 듯 뚜벅뚜벅 걸어오던 김태형의 발걸음은 내 표정이 이상하다는 걸 깨닫고 속도를 늦췄고, 곧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어있는 바닥으로 고개를 돌렸다. 





"뭐야, 이거."

"……."

"뭐냐니까."





무거운 목소리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자, 김태형은 한숨을 쉬며 제 머리칼을 쓸어넘기더니 옆에 있던 내 친구들에게 물었다. 저기, 이거 왜 이런 거야. 김태형의 물음에 친구들은 내 눈치를 보다가, 조심스레 말했다. 아니, 여주가 방금 사물함에서 책 꺼내다가 실수로 떨어트렸는데, 책이 이렇게 돼있었어. 저렇게 누가 일부러 그어놓은 것처럼 빨간 줄도 막 있고……. 친구가 무어라 말을 하긴 하는데, 나는 그게 무슨 뜻인지 바로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냥 멍했다. 지금 화가 나는 건지, 슬픈 건지, 나조차도 몰랐다. 김태형은 말없이 바닥에 떨어진 책을 주워, 손으로 표지를 슥슥 털어내고는 찢어져서 떨어진 조각들을 한 손으로 구겼다. 천천히 시선을 돌려 김태형을 올려다보았고, 김태형은 입술을 꾹 깨물고 가만히 날 보고 있었다. 김여주.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가만히 그 앨 봤고, 김태형은 다시 한 번 내 이름을 불렀다. 김여주. 그 목소리에 작게 응, 이라고 대답해 보이자 김태형은 내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다 물었다.





"너 괜찮아?"

"……."

"……안 괜찮은 거 알아. 보건실을 다녀오던지 선생님께 말씀드리든지 해."

"괜찮아."

"저기, 얘 컨디션 안 좋은 거 같은데 같이 보건실 좀."

"김태형, 나 괜찮아. 수업 들을 수 있어."





내 친구에게 부탁하려는 듯 하는 말에 김태형의 팔을 잡았다. 내게로 돌려진 시선에 작게 웃으며 말했다. 나 괜찮아. 허투루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 괜찮았다. 이 정도로 보건실까지 갈 일은 아니란 뜻이었다. 확고한 내 말에 김태형은 작게 한숨을 쉬더니 가만히 날 보며 물었다. 진짜 괜찮겠어? 그 물음에 긍정의 뜻을 보였고 김태형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곤 내게 책과 펜을 내밀었다. 책을 받아들고 가만히 그걸 내려다보자, 김태형은 손을 들어 내 머리를 톡톡 쓰다듬듯이 건드렸다. 





"네가 잘못한 거 없다고 했지."

"으응."

"그런 표정 짓지 마. 괜찮아."





씩 웃으며 말을 하는 모습에, 이제야 좀 김태형 같아 보여서 힘없이 웃음을 터트렸다. 종 치겠다, 얼른 가. 내 말에 김태형은 고개를 끄덕이고, 우리 반을 한번 쭉 훑어보더니 약간 큰 목소리로 말했다. 진짜 누군지 걸리면 내가 가만 안 둬. 반 안에 있는 모두에게 들으란 듯이 말하고는 약간 뿌듯한 미소를 짓는 모습에 다시 피식 웃어버리곤 김태형을 떠밀었다. 얼른 가라니까. 여기 여자반인데, 하는 말로 봐선 진짜 여자라도 안 봐줄 것 같은 기세다. 아무튼, 겨우 김태형을 반에서 밀어내고 자리로 돌아왔다. 괜찮냐고 묻는 친구들에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김태형 말대로 괜찮지가 않았다. 내가 뭘 잘못했다고, 누가 나한테 이런 짓을 했을까. 차분한척하고 있지만 마음속은 혼란스러웠다.





"너 진짜 보건실 안 가도 괜찮아?"

"응. 괜찮아."

"저기, 여주야. 내가 담임 선생님께 말씀드릴까?"

"아냐, 괜히 큰일 만들기 싫어. 괜찮아, 실장."





반에 있던 친구들이 내게로 몰려와서 괜찮냐고 물었고, 실장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담임선생님께 말씀을 드릴지 말지에 대해 물어보았다. 괜찮다며 고개를 저었고, 우리 반 아이들이 다 나를 걱정하고 있다는 사실에 민망해져서 웃음을 터트렸다. 나 진짜 괜찮아, 얘들아. 수업 시작하겠다, 얼른 앉아. 내 말에도 자기 일처럼 화를 내고 걱정하는 친구들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 한숨을 쉬었다. 이렇게 다들 날 걱정하는데, 진짜 우리 반에 범인이 있는 걸까. 다른 반 애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다고 하기엔 사물함은 반 안에 있는데 다른 반 애가 굳이 우리 반에 들어와 그랬을까? 수많은 생각들이 뒤엉켜 머리가 복잡했다. 괜히 애꿎은 우리 반 아이들을 의심하는 게 아닌가 싶어 미안하기도 하고. 괜찮겠지, 괜찮을 거야. 김태형이 괜찮을 거라고 했으니까, 진짜 괜찮을 거야. 그렇게 주문을 외듯 다짐하면서 주먹을 꼭 쥐었다. 


















*

안녕하세요, 티티입니다! 너무 오랜만이죠ㅠㅠ

늘 열심히 써보려고 하는데 마음대로 잘 안되네요. 

개인 사정도 있었고 갑자기 몸 상태가 안 좋아져서 쓸 시간이 없었어요 8ㅅ8

다음에는 더 빨리 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래서 오늘 분량도 좀 짧아요 죄송해요 ㅠㅠ

오늘은 실체를 더 강하게 드러낸 범인에 대한 이야기였네요.

범인은 언제 잡힐 것인지! ㅎㅎ 곧 잡히겠죠?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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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ㅈㅁ입니다
범인이 누군진 몰라도 정말 끔찍한데요...그냥 추측하자면 태형이를 짝사랑하는 누군가의 짓 같다는 느낌이...그래도 곁에 태형이가 있어서 니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주는 태형이가 있어서 매우 많이 다행이에요ㅠㅠㅠ정말 너무너무 재밌어요ㅠㅠㅠ

6년 전
독자2
범인 진짜 나빠요... 이 일을 계기로 태형이랑 여주가 한결 더 가까워질 것 같고...! 태형이 완전 심쿵사ㅜㅜ 말하는 것도 넘 므찌고... 오늘도 글 너무 재밌게 잘 봤어요 작가님❤️
6년 전
독자3
코튼캔디 입니닷
뭔가 제 생각에는 실장이 그랬을 것 같은 느낌이 뽝 드는데 착각일까여,, 아니면 미안해 실장아,,

6년 전
독자4
[웅앵웅]
여주가 전교 1등이라 필기 베끼려고 그런 줄 알았는데 사물함 안 망가트린 걸 보면 보통 일은 아니네요 여주가 걱정돼요

6년 전
독자5
땅위입니다!! 흐음... 여주가 공부를 절하는게 부러워서 저랬을까요?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언제쯤 범인과 이런 일들을 한 이유를 알고싶네요!
6년 전
독자6
뜌입니다ㅠㅠ 도대체 누가ㅠㅠ 우리 이쁜 여주한테ㅠㅠ 어서 범인이 잡혀서 벌 받았으면 좋겠네요ㅠㅠ 작거님 이번편도 정말 잘 읽고가요! 글 감사합니다❤❤❤❤❤
6년 전
비회원78.31
청록입니다!!저도 이런적있어봐서 아는데 막상 이런 일이 일어나면 진짜 아무생각못하거든요 수습하고 따뜻하게 말해주는 태형이라서 잘대처해줄것같고 여주를 보듬어줄것같아서 다행이에요 범인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정말 무슨이유던지 용서할수없네요 오늘도 태형이한테 반하고 간다고 잘 읽고 간다고 말하고 갈게요
6년 전
독자7
힉 범인 진짜정도가심각하네요 갈수록 .... 근데 태형이걱정하는건 이와중에 둑흔 ㅠㅠ 범인이얼른잦혔으면좋겠군요 흐륵
6년 전
비회원131.150
실장이 의심되는데...보충수업때 태형이랑 여주랑 같이앉은 바로뒤에 앉은것도 그렇고 그 일뒤로 일터진것도 그렇고 등장부터 쎄한느낌..
6년 전
독자8
아이구... 여주 마음이 심란하겠어요ㅠㅠㅠㅠ 오랜만에 들어와서 정주행 했는데 작가님 글 진짜 레알 헐 대박 재밌게 읽고 갑니다 사랑해요❤
6년 전
비회원110.169
봉이입니당 으악 오랜만에 왔는데 딱 있어서 행복했어용 항상 느끼는건데 되게 드라마같아요!! 재밌구 풍부하고 탄탄해요!! 아프셨다니ㅠㅠ 자주자주 와주세용 오늘두 감사합니다!!
6년 전
독자9
오월의소년 다 읽었어요ㅠㅠㅠㅠ 진짜 이걸왜이제본건지ㅠㅠㅠㅠㅜ태형이 너무 설레고ㅠㅠㅠㅠㅠ 범인은 날이가면 갈수록 악랄해지네요.. 다음화도 기다리고있을게요! 좋은하루보내세용:-)
6년 전
독자10
핫초코
와...진짜 누구냐 누군데 저런 짓을 해
유치해 이게 뭐야 할 말 있으면 말로 하든지 왜 남의 물건에 손을 대!!!!! 어오 화나

6년 전
독자11
아오 이게뭐람 저 착한 애를 왜.. 뭐가 맘에 안 드는겨 일등이라서 질투나는건가ㅠㅜㅜㅜㅜ짜증나ㅜㅜㅜ속상해여ㅜㅜㄱ이와중에 태형이 다정해버리고.. 설레고...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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