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기 - 숲
Happy ending
아이가 아무 일 없다는듯이 웃으며 기어를 잡은 내 손 위에 겹쳐 잡았다. 곧 쫑알쫑알 대며 자신의 하루 일과를 얘기하고 간간히 내게 대답을 요구한다.
그럼 나는 그럼-, 응, 그렇지, 잘했어 라며 아이를 다독인다, 다른 날과 다를것 없이. 신호에 걸릴 때면 간간히 아이의 머리칼을 넘겨주기도 한다.
예쁜 볼에, 입술에 짧은 키스를 하면 부끄러운듯 고개를 숙이고 얼굴을 붉히는게 귀여워 볼을 꼬집기도 하고. 이 짧은 시간이 내게 너무나도 소중하다.
어쩌면 나는 아이에게 오늘 어떤 말을 하려고 하는지도 모른다.
Happy ending 05편 中
도착한 곳은 가까운 교외에 위치한 레스토랑. 언젠가 한번 와 보고 싶다고 스쳐 지나가듯 말했는데 그걸 기억했나 싶어 예쁜짓 좀 하려 아저씨 팔짱을 꼈다.
"왠일이야?"
"기억하고 있었어요? 내가 여기 오고 싶다고 했었는데-"
"꼬맹이가 오고 싶다고 했으니까 와야지"
한적 할것만 같던 레스토랑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미리 예약하고 온건지 아저씨가 이름을 대자 종업원이 창가로 자리를 안내했다.
자리에 앉아 창 밖을 보니 울창한 숲이 눈 앞에 펼쳐져 있고 예쁘게 꾸민 마당이 한 눈에 들어왔다.
"경치 진짜 예쁘다-"
"좋아?"
아저씨의 입술에 살짝 뽀뽀하는걸로 대답을 대신 했다. 연신 우와 우와 하는 내 맞은편에서 아저씨는 연신 내 머리칼을 넘겨줬다.
"아, 맞다. 너 치마 또 줄였지?"
어떻게 알았는지 귀신같은 아저씨에 감탄하다가 작은 목소리로 아주 쪼끔이라고 대답했다. 치마 안줄여도 예쁘다는 말에 바람 빠지는 소리를 냈다.
"다른 놈들이 니 다리 보는거 싫어. 내가 교복 다시 맞추러 가자 응?"
"누가 내 다리 본다고 그래요- 난 아저씨 한테 어떻게 하면 더 예뻐 보일까 해서 줄인거란 말이예요!"
교복 새로 맞추자는 말에 기겁을 하며 손을 내저었다. 아저씨는 그럴 줄 알았다는 눈빛으로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정말 아무일도 없었다는듯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와 티격태격한다. 주문한 식사가 나오고 우리의 싸움도 멈췄다.
"그럼 내일 교복 맞추고 영화보고 들어오자"
"....네.."
시무룩 하게 포크를 집어들자 아저씨가 볼을 톡톡 건들이며 삐졌냐고 묻는다. 아니예요, 에이- 삐진것 같은데?, 아닌데, 맞는데, 아닌데, 맞는데
"아저씨가 그렇게 원한다니까 제가 특별히 양보해드릴게요. 그러니까 절대 아저씨가 이긴게 아니라 내가 호의를 배푼거라구요"
"그래. 꼬맹이가 호의를 배푼거야"
어이없다는 듯이 아저씨가 웃으며 내 접시로 이것저것을 옮겼다. 버섯이며, 채소, 고기.. 도대체 자기는 뭘 먹겠다는건지.
"너 살 좀 쪄야돼 진짜"
"치- 뚱뚱한데.."
입에 묻은 것을 휴지로 닦아줘서 헤- 하고 웃자 아저씨는 다시 한번 내 볼을 톡톡 건들이며 웃어줬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우리 둘 다 침묵을 유지했다. 이 쯤해서 해야할 말이 있다는걸 우리 둘 다 알아차린것이다.
나는 섣불리 먼저 말을 꺼내지 못했다. 이 말을 어디서 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좀 처럼 감이 오지 않았다. 아이가 먼저 입을 열면 좋으련만.
도로 곳곳에 얼음이 얼어 아스팔트 위가 울퉁불퉁하니 차가 이리저리 흔들렸다, 마치 내 마음 처럼. 그저 아이 손을 꼭 쥐었다.
"아저씨.."
"........"
"나는 ㅇ.."
"꼬맹아"
아이의 말을 가로챘다. 아이가 어떤 말을 하려는건지 두려웠다. 지금 아이의 옆에 있다는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힘들다.
차가 아파트 단지에 들어섰다. 내가 아이의 말을 가로막은 후 부터 우리는 다시 말이 없어졌다. 아이는 무릎 위에 올려둔 손만을 꼼지락대고 있었고
나는 한심하게도 떨리는 손으로 핸들만 붙잡고 있었다. 머릿속으로 정리를 해봤다. 내가 어떻게 말해야 아이가 조금이라도 쉽게 날 받아들일 수 있을지.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려 문을 닫자 휑한 지하주차장에 쾅-! 하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뒤이어 아이가 내려고 조금 머뭇댔다. 차를 사이에 두고 섰다.
"나 이제 너 안보려고"
"...아저씨.."
"그새 꼬맹이 보다는 섹시한 여자가 좋아진거 있지- 나 원래 이렇게 나빠. 그러니까.. 너무 미워하지는 마라"
목소리가 점점 떨려왔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건지.. 아이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들어찼다. 더 독해지자. 여기서 마음 약해지지 말자.
"그러니까 그만 하자.."
한 숨을 쉬자 입김이 공중에서 흩어졌다. 기어코 아이는 눈물을 떨어뜨렸다. 눈물이 똑- 하고 떨어지는 순간 심장이 깨지기라도 한것 같았다.
"아저씨 나는요.. 나는.."
돌아서려는 내게 조금 손을 뻗으며 아이는 울고 있었다. 돌아서야 하는데... 돌아서야 하는데.. 말을 듣지 않는 몸을 억지로 돌려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아저씨!!"
아이의 소리침에 내 발걸음이 자동적으로 멈춘다. 아니야.. 마음 약해지면 안돼. 한 발, 두 발 다시 앞으로 가는데 아이가 뛰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내 허리에 아이의 팔이 감긴다. 때어 낼수도 없도 그렇다고 밀어낼 수도 없어 가만히 있었다. 눈물이 날것 같았다. 코가 시큰해졌다.
"나는요.. 아저씨가 어떤 사람이든 상관 없어요. 그냥.. 그냥 내 옆에 있어주면 안돼요? 나.. 괜찮아- 나한테만.. 나한테만 잘해주면 되잖아.
도망가지 마요. 나 아저씨 안 싫어해. 그냥 내 옆에 더 있어줘요.. 내가 다 이해할게요. 내가 다 감안할게요, 아저씨.."
아이가 결국 펑펑 울면서 속사포로 얘기했다. 행여 내가 버리고 떠나기라도 할까 싶어. 아이가 끅끅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심장이 울린다.
"누가.. 사탕 사준다고 해도.. 따라가면 안돼"
왼쪽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톡- 하니 떨어졌다. 코 끝이 찡하다. 아이의 손을 떼내고 무작정 엘리베이터를 향해서만 갔다.
지하주차장은 온통 아이의 울음 소리로 가득했다. 아이가 주저 앉는 소리가 들렸지만 독하게 마음 먹고 뒤 돌아보지 않았다.
우리 꼬맹이는 내가 생각하는것 보다 더 어리구나. 못된 사람이 잘해 준다고 따라가면 안돼. 세상엔 착한 사람 보다 나쁜 사람이 더 많아.
안 좋은 기억은 더 빨리 빨리 지워. 그러니까.. 내가 함께한 모든 기억은 지워버려. 하나도 남김 없이 다 지워. 미련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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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초고추장이예요ㅠㅠㅠㅠㅠ 어제, 그제 컴터를 병원에 맡겨서 못 왔었어요ㅠㅠㅠㅠㅠ 글 못 써서 진짜 답답해 죽는줄 알았어요ㅠㅠㅠ 지금 한시가 급한데ㅠㅠㅠㅠㅠ 그래서 병원에서 데려오는대로 글 폭풍 써서 올립니다! 독자님들 미안해요ㅠㅠㅠ
평행선Part2. 는 그 뒷 이야기를 쓰기로 했습니다! 혹시 원하시는 이미지나 분위기 혹은 내용 있으시면 댓글 달아주세요! 고려해보겠습니다! 제가 쓸 수 있는 장르가 별로 없어서ㅠㅠㅠㅠㅠ 그럼 저는 내일 다시 올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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