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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Joep Beving - Etude




"... 젠장."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낮은 목소리가 울렸다. 차분하고 정갈하기만 한 앞머리를 헝크린 민현은 자신의 손에 들린 死名簿 (사명부) 라고 적힌 책을 차갑게 내려다 보았다. 이승에 법을 다스리는 대법전이 있다면, 지옥에는 죽음을 다스리는 사명부가 있다. 대법전 만큼이나 두꺼운 사명부는 언제나 민현의 어깨를 무겁게 만들곤 했다.



 대부분의 저승사자들은 감정을 느끼지 못했지만 민현은 예외였다. 태초부터 저승사자의 삶을 살았던 다른 저승사자들과는 달리, 민현은 전생의 죄가 너무나도 큰 탓에 환생을 하지 못하고 저승사자로 남아야 했다. 그렇기에 민현은 죄책감, 슬픔, 안타까움 그 모든 감정들을 느낄 수 있었고 이는 저승사자의 임무를 하는데 많은 지장을 줬다. 그나마 최근에 들어서야 사람이 죽는다는 것에 대하여 무감각해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지치는 마음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민현은 저승사자의 일이 자신과 매우 맞지 않다고 늘 생각했다.



'네 죄의 크기가 너무 커, 이승에 내려갈 자리가 없다. 그러나 불가피했던 너의 지위와 상황까지 고려하여 너에게 저승사자의 신분을 내리도록 하겠다.'



 그리고 그 생각이 들 때마다 민현은 자그마치 284년 전, 전륜대왕 (명부의 시왕 중 마지막 왕, 다시 태어날 곳을 정한다.) 이 했던 말을 곱씹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전륜대왕의 말처럼 자신의 죄가 너무 컸기 때문에, 받아들여야만 했던 자신의 운명.



그 운명을 거스를 수는 없을까, 민현은 고민했다.






[워너원/황민현/김재환/박우진] 메멘토모리 01 : 저승과 이승, 이승과 저승 | 인스티즈


[워너원/황민현/김재환/박우진] 메멘토모리 01 : 저승과 이승, 이승과 저승.






 나를 둘러싼 웅성거림은 한 번에 사라지고, 온몸을 감싸고 있던 고통 또한 일순간 사라졌다. 질끈 감았던 두 눈의 힘을 풀자 차마 흐르지 못했던 눈물 한 방울이 내 얼굴을 타고 뚝, 떨어졌다. 시간이 멈춰버리기라도 한 듯 세상은 고요했고, 나는 차마 쉽게 눈을 뜨지 못했다. 눈을 뜨면 당장이라도 죽음의 문턱 앞에 서 있다는 게 실감 날 것 같아서 겁이 났다.



"눈 떠."



얼마의 시간이 흐른지는 모르겠으나, 꽤나 많은 시간이 흘렀고 나는 여전히 눈을 뜨지 못한 채였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냉랭한 목소리가 내 귓가를 스쳐 지나갔고, 나는 그제야 눈을 억지로 밀어 뜰 수 있었다. 새하얗고, 아무것도 없는 공간. 그 공간에 나와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자, 단둘만 존재했다. 내가 서 있는 지도, 앉아 있는 지도, 누워 있는 지도 모를 만큼 무감각한 육체에 침만 꼴깍 삼켰다. 



"... 여기는 어디에요?"

"어딜 것 같은데?"





용기 내서 뱉은 나의 질문은 역질문이 되어 다시 내게 돌아왔다. 그걸 내가 알았으면 너한테 다시 물었겠냐. 말장난을 하자는 것도 아니고,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기만 하는 남자에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도통 나에게 이곳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지 않는 남자에 답답해하고 있던 찰나였다.


"오랜만이네."

"..."

"아, 그냥. 죽어서도 울지 않는 사람은 오랜만이라는 말이야."



 남자는 처음으로 먼저 입을 떼었고, 그의 입에서는 오랜만이라는 뜬금없는 말이 뱉어졌다. 전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남자를 바라보자, 정말 별 일 아니라는 듯 한 쪽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왜 그 모습 마저도 차갑게 느껴지는 것인지. 남자는 자꾸만 내 눈만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자신의 손목에 채워진 새까만 시계를 힐끗거리더니, 내 손목을 황급히 잡아왔다.



"생각보다 시간이 너무 지체되어 버렸어. 자세한 건 이승으로 돌아가는 길에 설명해줄게."



 이승으로 돌아간다는 그의 말을 다 알아듣기도 전이었다. 남자는 내 손목을 잡지 않은 팔을 크게 휘저었다. 그러자 새하얗던 배경에 물감이 번지 듯 제 색을 찾아갔고, 그 끝에는 내가 몇 분 전까지만 해도 살아 움직였던 이승이 보였다.





* * *





 남자의 이름은 황민현. 인간 나이로는 23살이라고 했다. 저승에서는 몇 살이냐는 내 물음에 그는 그냥 '네 조상님의 조상님 정도?' 라고 익살스럽게 대답해주었다. 그리고는 곧이어 내가 이승에서 잠시 머물러야 하는 이유를 알려줬다. 악귀들이 설쳐버리는 탓에 죽음을 거느리는 명부가 잔뜩 엉망이 되어 버렸다고, 그래서 지금은 지옥이 포화 상태이니 시간이 지난 후, 다시 데리러 오겠다고. 그는 그렇게만 이야기 하고 사라져버렸다.



 순식간에 갈 곳을 잃은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학교 근처에 있는 병원이었다. 장례식장까지 겸비하고 있는 이 병원 앞은 혼잡, 그 자체였다. 환자의 죽음에 황급히 달려온 다른 저승사자도 보였고, 생사를 오가고 있는 것인지 몸의 윤곽이 희미해졌다, 뚜렷해지기를 반복하고 있는 사람도 보였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지 못하고 그냥 지나쳐가는 이승 세계의 사람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절로 묘해지는 기분이었다.



 더이상 그 혼잡한 광경을 보고 있다간, 나 조차 돌아버릴 것만 같아서 걸음을 옮겨 강변으로 향했다. 강변은 그나마 고요했다. 몇몇 물귀신을 제외하고는.



"아가, 어려보이는데 어쩌다가 죽었어? 교통사고?"

"... 아가 아닌데요."

"고등학생 아니야? 그럼 아가지, 뭐."



 호칭은 신경쓰지 말고, 이 언니랑 놀자. 멍하니 물가만 바라보던 나를 언제 발견한 것인지. 길게 늘어트린 머리카락이 축축히 젖은 물귀신 한 명이 내게 다가왔다. 그를 피하기 위해 몇 걸음 물러나자, 물귀신은 빈정이 상했는지 점차 표정을 굳히며 더욱 거리를 좁혀나갔다.



"아, 뜨거워!"

"그러게 왜 죽지도 않은 애를 만지고 그래?"



 순식간이었다. 물귀신이 나의 손목을 잡아챈 것도 순식간이었고, 저승사자가 내 앞을 가로 막아 물귀신을 떨어트린 것도 순식간이었다.



"괜히 살아있는 애 건드리지 말고, 저기 가서 놀아."

"하여튼, 저승사자가 제일 재수 없어."



 남자를 위아래로 훑어보던 물귀신은 그대로 유유히 물 속으로 사라졌고, 나는 고개를 앞으로 내밀어 남자의 얼굴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황민현인가, 싶었는데 목소리만 들어도 아닌 것 같아서. 호기심에 나온 행동이었다. '살아있는 애' 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 궁금하기도 했고.



"... 내가 했던 말은 좀 잊어줄래?"

"네?"

"저 귀신, 꽤 악질이라 거짓말 좀 한 거거든."



 네가 살아있을 거라는 생각, 혹시라도 하고 있다면 지금이라도 버리라고 말해주는 거야. 귀엽고 온순하게 생긴 외모와는 달리, 어투는 차갑기만 하다. 저승사자들은 냉랭하게 말하는 게 취미인 듯 했다.



"그럼 난 갈게."



제 할 말만 하고 떠나는 것도, 취미인 듯 하다.





* * *





"너 도대체 무슨 생각이야."



 어둠 속에서 홀로 사명부를 정리하던 민현이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민현의 시선이 닿는 곳에는 자신의 죽마고우, 종현이 보기 드문 차가운 표정을 한 채 서 있었다. 왜 그러는데? 그 표정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대수롭지 않게 넘긴 민현은 다시 시선을 사명부에 고정시켰다. 그 모습에 한숨을 내쉬는 건 종현의 몫이었고.



"그 애. 왜 살려둔 거야?"

"... 어떻게 알았어, 너."

"그런 게 중요해? 이거 들키기라도 하는 순간...!"

"안 들킬게. 걱정하지마."



 종현의 화가 난 모습은 실로 오랜만이라 생각하며 민현은 대꾸했다. 종현이 무엇 때문에 화를 내고 있는 것인지, 그 누구보다 제 자신이 잘 알고 있었다. 종현은 늘 자신의 일보다 민현의 일에 대해 걱정했다. 하지만, 들키지 않겠다는 그 약속은 정말 허투루 내뱉은 약속이 아니었다. 들킨다면 징벌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아마, 이 세상에 없었던 존재로 소멸되겠지. 들킬 경우의 결말은 흔한 아침 드라마의 결말보다도 더 뻔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일은 더욱 치밀하게 진행해야 한다.



운명을 거스르는 그 일을, 누구보다 치밀하게.





* * *





 명부의 시왕 중 첫번째 왕인 진광대왕이 크게 노했다는 소문이 저승에 파다하게 퍼졌다. 저승사자 하나가 영혼 하나를 거둬오지 못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저승사자는 민현이었다. 민현은 진광대왕에게 영혼을 거둬오려 했으나, 다시 살아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다며 고개를 조아렸다. 그 모습에 진광대왕은 인상을 찌푸렸다가 그런 사례는 꽤 많이 있었으니, 한 번만 너그러이 넘어가기로 했다.



 그렇게 민현의 계획은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었다.



-

벌써 00화를 쓴 지도 한 달이 훌쩍 넘어갔군요 TT

치여 살다 보니, 그렇게나 시간이 흐른지 몰랐습니다. (머리 박기)

앞으로는 더 빠른 시일 내에, 더 긴 분량으로 찾아뵐게요.

맞춤법이나 피드백 해야 할 부분은 아낌없이 지적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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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54.68
이런 분위기 글 넘나 좋아하는데 ㅠㅜㅠ감사합니다 자까님ㅠㅠㅠㅜㅠㅠ 곡이랑 글 분위기가 너무잘어울리는것ㄷ같아욧!!! 넘나좋아서 댓달고갑니당...!
6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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