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가 존재합니다. 한 여름밤의 꿈 00 번을 보고 오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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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밤의 꿈 01.
by. 8월의메리
2017. 10월, 가을.
저녁 6시, 밝은 것도 아닌 어두운 것도 아닌 이 시간.
도시에 내려앉은 네온사인의 불빛이 이제는 정겹다.
오히려 안정감이 들 정도로.
자동차의 클락션 소리도, 한껏 껴입은 옷을 조금 더 감싸안고 뛰어가는 사람들도 모두 안개처럼 뿌연 입김위에 스며든다.
시끌거리는 골목길에 들어선 후 다양한 간판을 지나다 보면 '나도 여기에 속하는 구나'라는 소속감 때문일까.
손가락 끝이 차가워지는 걸 보면 이젠 정말 가을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약속 장소에 도착한 후 조금 늦을 것 같다는 친구의 말에 지나가는 사람들을 쳐다보니 다들 행복해보인다.
깔깔거리며 웃는 여고생들을 보며 나도 모르게 미소지으며,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지 라고 마음속으로 읖조려 본다.
가을 타는 여성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기에.
'아. 춥다..'
적당하게 추운 이 느낌은 왠지 모르게 설레이기 까지 하다.
가을 향기는 항상, 희망과 비슷한 역할을 해서인지
설레이고, 설레여서 시원하다가도 따뜻한 노을에 녹는 것 같은 기분에
힘들었던 일상도 내일이면 다시 잘 풀릴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해준다.
항상, 가을이 지나면 겨울이 오는 데도 말이다.
현실에 괜찮은 남자는 도대체 있는건지 없는건지 열띤 토론을 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골똘히 고민을 해보았다.
연애라.... 내가 언제 연애를 했었더라. 아. 2개월 전에 끝났구나.
그럼 2달전에 난 어떤 모습이었지. 행복했었나.
기억이 안나네.
멍하니 아메리카노에 빨대를 꽂아 쭉쭉 들이키며 목마름을 달래다 열띤 토론에 동참해본다.
"안 그래도 힘든데 이런 이야기 그만하자 나 멘붕온다."
괜히 허세를 부리며 친구들 사이에 껴본다. 역시 친구들과 의미없는 이야기들을 털어놓을 때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것 같다
"뭘 멘붕이 와 항상 하던 이야기인데 ㅋㅋㅋㅋ"
"인정. 괜히 심각한척 좀 해봤다"
" 야 됐고, 너네 새로 온 팀장님 이야기 해봐 얼른"
재희가 물어온다. 여튼 괜찮다 싶은 남자만 있으면 우리들의 수다에 의도치않게 참여하게 되는 분들이시다.
" 시룬데 내껀데"
우리 팀장님이 좀 멋있긴 하지.
"야.. 제발 좀 나도 현생에 행복을 누려보자. 너 눈 공유좀 "
들뜬 마음을 한껏 내비치며 알려달라는 유영이는 나에게 몸을 한 껏 당기는 바람에
침을 꿀꺽, 삼키며 의도치 않은 시선을 모았다.
" 그냥"
그냥, 음.
유영이와 재희의 시선에 괜히 뜸을 들인다.
"그냥 사람 자체가 좋아보였어. 같이 있으면 힘날 것 같은 사람 있잖아"
"뭐야 얘 왜이래. 이제는 연애하기 싫다 그러더니 왜이러냐"
질색하는 표정의 유영이가 재밌어서 웃음이 나왔다.
" ㅋㅋㅋㅋㅋㅋㅋㅋ 결혼은 해야되지 않겠냐... 나도 좀 우리나라의 정상이라고 불리는 범위의 사회에 탑승 좀 하자 "
" 문태일은? 이제 연락안해?"
문태일이라. 두 달 전 헤어진 내 전남친.
3년이었다.
그와 함께한 시간은 3년이었음에도 두 달만에 나의 인생에서 썰물처럼, 마치 없었던 사람같이 빠져나가는 건 신기하고 신기한 사랑의 법칙인가.
아이스 아메리카노 먹지말껄. 겉피부에 닭살이 돋아나는 느낌에 몸까지 추워진다.
"갑자기 걔는 왜 "
아무렇지 않아 하는 나의 모습이 익숙한 듯
친구들 눈에서는 별로 궁금해 하지도 않은 눈빛이 읽어진다.
"그냥.. 너네 오래사겼잖아"
유영이는 관심사였던 팀장님 이야기에서 전남친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자
재미없다는 듯 나에게 기울였던 몸을 다시 되돌렸다.
"그냥 잘 끝냈어서 아무런 감정이 없어.
이상하게도.
오히려 정 때문에 좋게 헤어진거같아.
다른사람들 말에 의하면 정 때문에 헤어지지 못한다는데 나는 그 '정'이란 것 때문에 좋게 헤어질 수 있었다고봐.
설레이지가 않잖아. 그걸 정면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순순히 인정할 수 밖에 없으니.."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더 마신 후 말을 이었다.
"걔도 나랑 같은 마음이었으니 쿨하게 콜 하고 서로 갈 길 간거지 뭐.
문제는, 걔한테 연애감정을 다 소모해버렸다는 거겠지
그래서 연애란게 뭘까라는 질문과 함께 나의 연애세포는 도망간 부분이라는 결론이......"
담담하게 읊어대는 나의 말에 유영이와 재희는 그저 고개를 끄덕거리며
무슨말인지 알겠다는 듯이 자신들이 앉은 의자에 몸을 더 깊게 기댄다.
연애란게 참 신기해서, 죽을 것 같이 사랑했던 사람과의 기억이 지금 내가 마시고 있는 아메리카노보다 더 못한 존재로
그렇게 아무렇지 않은 존재로 되어버리곤 한다.
"여주 너는 민형이 이야기는 그렇게 싫어하면서 3년이나 사귄 문태일 이야기는 아무렇지 않게 하냐"
물론, 누구에게나 그 사람의 이름만 떠올려도 가슴 속 한켠이 아파오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지만..
재희는 자신이 뱉은 말이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는지 유영이와 나의 눈치를 번갈아가며 살폈다.
"..... 걔는..."
말문이 막혔다.
그냥,
그런 존재였다. 쓰디쓴 감정을 공유하며 눈물짓던 그런 순간과,
영화같은 장면들이 즐비했던 행복한 추억을 많이 쌓은 사람보다
시작해보지도 않았지만, 연결의 끈은 그 어느순간 보다 길게 느껴진 그 순간들이,
한 줌의 재도 남지 않은 작디 작은 성냥에 타오르는 자그마한 불같았던 그 순간의 설레임이,
기억 속에서는 활활 불타올라 더 이상, 걷잡을 수 없이 내 기억속에 박혀버린 그런 사람이 있다.
이유는 모르겠다. 나의 이상한 성격인지 누구나 다 그런건지.
" 한 번도 본 적 없어? "
재희는 자신이 던진 주제가 잘못된 것임을 파악하고 조심스럽게 마무리 지어보려 애를 쓴다.
" 응.."
" 캐나다에 자리잡았나보지 뭐. 그리고, 걔한테 있어서 나는 그냥 스쳐 지나가는 누나일 뿐이야."
" 해찬이랑은 얼마전에 만났다며. 걔한테는 소식 못들었어? "
하지만 궁금한 건 어쩔 수 없나보다.
" ...."
" 걔도 참 잘생겼었어. 또 누구였지? 천.."
"필요없고. 지나간 사람은 꺼져주세요
관심 무입니다. 왜 다들 서영호안하시나요?
서영호님 데려와주세요 여주님 나는 그분이 궁금합니다. 혹시 주위에 없나요? 어디계신가요? 나와주세요"
눈치빠른 유영이가 재희의 말을 가로막는다.
일부러 말을 돌려준 유영이가 고마웠다. 비록 재희의 마음을 알것 같기도 하지만 아직은 준비가 되지 않았다.
문태일처럼 아무렇지 않게 말을 하기가 버겁다.
너무나 소중했던 존재였기 때문이었을까.
소중한 존재일만큼의 크나큰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아메리카노가 너무나 쓰다.
먹먹해진 분위기에 적응하기가 힘들었는지 재희는 자신이 만든 어색함을 치워보려
긴 머리를 묶으며 엉덩이를 방방 뛰곤 나를 다그친다.
" 서영호님과 어울리다보면 연애세포 살아나죠 네 그렇죠, 그러니깐 친구야 영호님이 어떻다고?"
역시 마음이 맞는 친구들은, 그렇게 나를 배려해준다. 재희 또한 덩달아 우리 회사 팀장님으로 주제를 다시 옮긴다.
나 또한 다시금, 새로운 사람의 새로운 화제로 자연스레 말을 옮겨본다.
서영호 팀장님이라.. 어떤 느낌이었더라.
" 음 ...지금 다가오는 가을 같아.
가을 향기에, 날씨 좋은 날.
잔잔하게 하늘을 스며드는 노을 같아 "
"뭐???"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 유영이와 재희를 뒤로한채.
나도 모르게 부끄러워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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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너무 오랜만이죠 ㅠ
기다려주시는 분들이... 없겠죠? ㅋㅋㅋㅋㅋ
그래도 쓰고 싶어서 이렇게 달려와서 다시 쓰게되었어요.
저는 요즘..
현생때문에 ㅠㅠㅠ 왜 하필 현생 바쁠때 시작했는지 모르겠지만
인생의 도피처 역할인지
안식할 수 있는 곳인지
약간 지금은 스토리가 이해 안가실수도 있어요 ㅠ
과거와 미래를 왔다갔다 거릴것 같아요 ㅎㅎㅎㅎ
인물 설명은 차차 중간에 하도록 할게요!!
어쨌든 !
몇달(?)이든 완결은 꼭 지을거에요!!!
저의 버팀목이니깐요 ㅎㅎ
그럼 모두들, 간절기에 감기 조심하세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