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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이준혁 샤이니 온앤오프
하듀 전체글ll조회 849l 1

유난히 눈이 오지 않던 겨울의 첫 눈이 내렸다. 그 동안 못 내렸던 눈에 대한 보상이라도 해 주겠다는 듯 온 세상을 하얗게 물들이는 눈 속에서는 어린아이들이 천진한 웃음을 흩뿌리며 뛰어다녔다. 볕이 잘 드는 방 안, 노트북 앞에 앉아 타자로 열심히 무언가를 써 내려가던 한 남자도 의자를 빙글 돌리며 창 밖을 바라보았다. 이제는 추억에 묻어야 할, 하지만 여전히 가슴 아린 이를 기억하며 의자에 몸을 깊게 파묻은 남자는 길게 써 내려가던 문장의 끝을 맺었다.

이젠 보내야 할 사람. Goodbye, my romance.

 

-

 

전송하시겠습니까? 담당자에게 보낼 원고를 끝마친 우현은 메일 전송 여부를 확인하는 알림창 앞에 잠시 주춤거렸다. 복잡한 얼굴로 자신이 쓴 글을 찬찬히 다시 읽어내려가던 우현이 이내 알림창의 예 버튼을 누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이 책도 끝이구나…."


My Romance. 작년 겨울의 첫 눈을 맞으며 자신에게 이별을 고했던 연인과의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연애의 이야기를 써 내려간 책이다. 그의 대한 마음을 정리하려 두서없이 써 내려간 글을 발견한 친구 명수가 책으로 엮어보면 안 되겠냐고 가져간 뒤 예상치도 못한 히트를 치게 된 책. 그 책 안에는 주인공의 이름만 바뀐 우현과 연인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어쩜 이렇게 달콤한 이야기를 쓸 수 있냐고 우현을 극찬하기에 바빴다. 이 책은 마지막 권이 발행되는 그 날까지, 아니 어쩌면 마지막 장의 마지막 제로 넘어가기 직전까지의 이야기는 사랑스러운 연인들의 모습 그 자체였으므로 그 누구도 이 연인들의 이별을 예상하진 못할 것이라고 우현은 생각했다. 물론 우현 그 자신도,


"그날의 이별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으니까."


쓰게 웃은 우현은 커피잔에 남은 다 식어버린 커피를 들이키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에도 그는 아직 연인을 떠나보내지 못했다. 오히려 책을 쓰면서 연인이 자신의 곁에 있는 느낌을 받으면서 애정이 더 깊어졌을지도. 차게 불어오는 바람에도 창을 열고 고개를 떨군 채 마당을 멍하니 바라보던 우현은 자신의 눈 밑으로 다가온 구두코에 가만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안녕, 우현아."


첫눈 오는 날. 우현에게 이별을 고했던 그의 연인, 그의 로맨스.


"일년만인가?"


김성규가 우현에게 다시금 안녕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


일년이란 시간을 머리에서 깨끗이 지워버린 듯 맑은 얼굴로 문을 안 열어줄거냐며 채근하는 성규를 보며 우현은 무엇엔가라도 홀린 듯 성규를 집 안으로 들였다.


"집 분위기가 많이 변했네. 무채색 계열은 네 취향 아니었잖아?"


"어? 아…."


"남우현, 유명한 작가 다 됐더라? 외국까지 번역되서 나올 정도로 베스트셀러던데?"


"외국?"


성규가 자신의 책을 읽었다는 것에 한 번, 외국이란 말에 두 번 흠칫한 우현이었다. 일 년 동안 연락이 아예 되지 않았던 게 그 이유 때문이었나. 세차게 불어오는 바깥바람 탓에 이리저리 흐트러져 있는 성규의 머리카락을 빤히 바라보던 우현이 자신을 바라보는 성규의 시선에 성규와 눈을 맞췄다.


"독일에 있었어, 뮌헨에."


"아버님 때문에?"


"응. 병세가 악화되셨었거든."


"지금은, 괜찮으셔?"


"돌아가셨어."


아…. 짧게 안타까움을 표한 우현을 보고 성규는 상황에 맞지 않게 싱긋 웃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성규는 우현의 방 안을 이리저리 서성이다가 미처 우현이 끄지 못한 노트북 창에 눈길이 머물렀다.
My romance, 연인과의 그 마지막 이야기. 라는 제목으로부터 시작되는 글을 중간까지 내려 읽던 성규가 다시 우현에게 시선을 돌렸다.


"오늘 마지막 부 마치는 날이었나 봐?"


"응."


"아직 아무한테도 공개 안 된 내용이지?"


"방금 담당자한테 보낸 원고 빼면, 아무도."


"근데 우현아, 난 왜 내용을 알 것 같지?"


"…."


"정확히 대사까지 알 것 같아. 맞춰볼까?"


"아니, 하지 마."


" '2년간 잘 놀았어. 우리 많이 재미있었지? 너랑 나도 이제 이 지긋지긋한 놀이 끝낼 때 쯤 됐잖아? 이제 소꿉장난은 끝났어. 엄마가 밥 먹으라고 부르는 집에 돌아갈 시간이 왔네. 잘 가, 현성아. 그리고 나 내일부턴 같이 못 놀아.' 라고 나은이가 말했을 거야. 그치?"


"김성규."


"이렇게 김성규가 남우현에게 말했으니까."


주먹을 한 번 꽉 쥐었다 핀 우현이 성큼 일어나 성규의 어깨를 부여잡았다. 우현의 까만 눈동자와 성규의 옅은 갈색 눈동자가 마주치고, 성규는 눈을 한 번 느리게 감았다가 떴다.


"나 때문이야, 우현아."


"뭐?"


"우리 아버지, 나 때문에 돌아가셨다."


"그게 무슨,"


"첫 눈이 내리기 전 날 밤, 독일에서 연락이 왔어. 아버지가 고질적으로 앓고 계셨던 심장병이 악화되셨다는 거야. 수술을 해도 살아날 가능성이 30%밖에 되지 않으시다고 했어. 수술은 1개월 뒤로 예정되어 있었는데, 내가 너무 보고 싶다고 하셨다는거야."


"…."


"아버지 목소리를 듣겠냐는 어머니 말에 나는 그러겠다고 했어. 우리 아버지, 전화로도 안쓰러움이 느껴질 정도로 나한테 안부를 건네셨어. 한국에선 어떻게 지내고 있냐, 너랑 연애는 어떻게 되가고 있냐 이런 사소한 안부. 아버지의 말에 다 대답해드리고 전화를 끊으려는 찰나 아버지가 나지막하게 말하시는거야, '성규야, 너에게 한 번도 말해주지 못했던 이 아버지 소원이 뭔 줄 아니? 죽기 전에 예쁜 손주들 품에 꼭 안아보는 거였단다.' 라고."


조용히 이야기를 듣던 우현이 일순간 눈을 크게 떴다. 계속 시선을 맞추고 있던 성규는 고개를 살짝 떨어뜨리고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알잖아, 우리 아버지 너랑 나 사이 아셨던 거. 그런데도 그런 말을 하셨다는 건… 사실 탐탁치 않으셨던 거겠지. 너와 나의 관계가. 난, 난 우현아. 죽음을 눈앞에 두셨다던 우리 아버지 말씀을 절대 거역할 수 없었고. 난 그 날 밤 많은 생각을 했고, 결국 너한테 헤어지자고 할 수 밖에 없었어. 그리고 난 그 길로 바로 독일로 떠났어. 빌어먹게도 너와 내가 가장 좋아하던 첫 눈 내리던 날에."


"성규야."


"아버지는 날 보고 무척 반가워하셨어. 수술 전 1개월 동안 난 아버지 곁에서 이때껏 못했던 아들 노릇을 충실히 했고, 내가 와서 아버지가 많이 기뻐하셨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아버지는 살아나셨어. 그리고 상태가 계속 호전되어 가셨지. 이제 아버지의 유일한 소원은 내가 예쁜 여자와 결혼해서 손주들을 품에 안겨 드리는 거였어. 아버지 어머니 모두 내가 그렇게 할 거라고 의심치 않으셨고 나도 그렇게 하려고 했지. 그런데,"


"그런데?"


"진짜 웃기더라. 그렇게 마음먹은 지 6개월이 지나고서야 깨달은 게, 내 핸드폰은 너와 커플폰인 채 그대로였고, 내 배경화면은 네가 내 볼에 뽀뽀하고 있는 사진이었고, 벨소리는 네가 좋아하던 노래가 여전히 울리고 있었고, 내 단축번호 1번은 여전히 너였어. 그렇게 내 생활 깊숙히 박혀 있던 남우현을 뽑아내기엔 내 출혈이 너무 크다는 걸 바보같이 너무 늦게 깨달은거지. 그제서야 어딘가가 심하게 아려오기 시작하는 거야. 무의식 중에 너라는 존재를 뽑아내려고 했던 그 자리가 너무 아려오는거야. 난 그 길로 아버지한테 가서 말했어."


이 대목에서 성규는 잠시 한 번 숨을 골랐다. 점점 목소리에 물기가 어려오는 성규의 머리에 손을 얹은 우현이 위로라도 하는 듯 머리를 천천히 헤집었다. 뭐라고 말했어? 낮은 우현의 목소리에 안정이 되는 듯 성규가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 '아버지, 내 단축번호 1번이 아직도 남우현이에요.' 라고. 내 말이 잠시 이해가 되지 않으셨던 듯 나를 보시던 아버지가 노발대발하셨지. 너는 여태껏 너에게 바라왔던 것 하나 없던 아버지의 유일한 소원 하나 들어주지 못하겠냐면서. 온갖 물건을 나한테 집어던지시기 시작했어. 천하의 불효막심한 놈, 아파서 누워있는 아버지한테 몹쓸 말 하는 썩을 놈. 욕을 퍼부으시던 아버지가 외마디 비명을 내시더니 그대로 침대로 쓰러지셨어. 주치의의 진단은 급성 쇼크. 회복되던 심장에 갑자기 무리가 오셨다는 거야. 이후 두 번의 수술을 거치셨지만 끝내 돌아가시고 마셨어."


내가 아버지를 돌아가시게 했어, 우현아. 끝내 목놓아 우는 성규를 껴안은 우현이 그 또한 조용히 흐느꼈다. 괜찮아, 괜찮아. 성규의 등을 쉼없이 쓸어내리는 우현이 누구에게 던지는 위로랄 것 없이 그렇게 그 둘을 위로하고 있었다. 네 탓이 아니야. 울지 마. 라고.


"성규야, 내가 언젠가 너한테 했던 말 기억나?"


"무슨, 말."


"오늘 만나고 내일 봐도, 일 년 만에 만나는 오랜만의 재회가 될 지라도. 넌 나에게 언제나 보고싶고 반가운 사람일거야. 넌 나를 언제나 가슴 떨리게 하고 웃음짓게 하는 사랑이니까. 이 세상 유일무이한 나의 연인, my romance."


"기억…나."

 

"낯간지러운 말 하지 말라면서 내 어깨를 치고 뛰어가던 네 등 뒤에 대고 내가 남긴 말이 또 하나 있었어."


"그게 뭔데?"


"부끄럽고 뻔하지만 가장 설레는 말, 사랑해. 김성규."


사랑해, 김성규. 성규의 귓가에 다시 한 번 속삭이는 우현의 말에 성규는 나도, 나도 사랑해 남우현. 하면서 다시 한 번 오열했다. 1년 동안의 외로움을 채우려는 듯, 그 동안 느꼈을 뼈아픈 죄책감을 씻어 보려는 듯. 그런 성규의 얼굴을 붙잡고 쉼없이 키스를 퍼부은 우현이 그를 꼭 끌어안았다. 서로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수없이 되뇌이는 이 커플에게, 그 동안의 고생을 사한다는 듯 한 줄기 햇살이 창문으로 새어들어왔다.

-


우현과 성규의 이야기를 다룬 본편은 끝났지만, 책에는 에필로그라는 것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본편의 안녕은 이별의 goodbye였다면, 에필로그에서는 hello라는 반가움의 의미로 그들은 서로를 다시 마주할 것이다.

 

 

-

 

솜씨없는 글이지만 한 분이라도 감사히 읽어주시고 에필로그를 궁금해 해 주시는 분들이 계신다면 에필로그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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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 저요저요 나요나요!!!!!!!!! 에필로그 궁금하다구요ㅠㅠㅠㅠㅜㅠ 와 자까님 비유하는 게 장난아니네요ㅠㅠㅠㅠㅠ힝.. 하필 이 글을 감수성이 풍부한 새벽에 읽어서.. 성규가 너무 죄책감 갖지 않길 바라요 근데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겠죠 얼마나 마음이 무거울까ㅠㅡㅠ.. 그래도 다시 우현이한테 찾아왔으니 이제 굿바이하지 말고 헬로하면서 행쇼~♥
10년 전
독자2
으아ㅠㅠㅠㅠ너무좋아요ㅠㅠㅠㅠㅠㅠ자까님문체도짱짱좋고 아련아련한분위기도너무좋은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3
아진짜 너무조아 성규아부지 그러는거 아니에요 우리 현성이들을ㅜㅜㅜㅜㅜ얼마나 잘어울리는 커플을ㅜ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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