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아, 너는 장담할 수 있어?
네가 생각하는 그곳이 정말 현실이고,
이곳이 네 꿈이라는 걸."
"나는 그곳에도 존재해.
만약 그곳에서도 나와 만난다면,
그때는 나를 내치지 말아 줘."
또, 꿈을 꿨다.
꿈, 그 첫 시작.
또 똑같은 꿈을 꿨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 남자아이.
조각이 난 듯 이어지지 않는 대화.
찜찜한 기분에 더는 잠을 이루지 못할 것 같아 아직 어두운 창밖의 풍경에도 핸드폰을 찾았다.
5 시.
"전학 첫 날이라 일찍 갈 필요는 없는데..."
일찍 가서 나쁠 건 없지.
씻고, 밥을 먹고, 교복을 챙겨 입고.
사는 곳이 바뀌어도 내 생활은 크게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이 묘한 감정을 불러 일으켰다.
큰 변화가 있었는데, 왜 나는...
"맞다, 넥타이."
전에 다니던 학교에서 입던 교복에는 없었던, 노란색 넥타이를 손에 쥐었다.
어색하게 손을 놀려 넥타이를 매자 노란 넥타이가 완벽한 형태로 목 아래 자리를 잡았다.
불길해.
처음 맨 넥타이가 이상하리만큼 완벽하다.
완벽함이 소름이 돋을 때가 종종 있다, 지금처럼.
그리고 그런 날은 꼭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징크스도 있고.
왜 하필 오늘, 전학 첫 날에.
집에서 나오자 기분 좋게 쌀쌀한 새벽 공기와 마주할 수 있었다.
아까의 불길함은 씻어낸 듯이.
"학생."
이 새벽에 학생이라면... 나밖에 없을텐데.
의아함에 돌아보자 할머니 한 분이 기분 나쁠 정도로 빤히 나를 노려보고 계셨다.
나도 모르게 넥타이를 만지작 거리며 대답하자, 기분 나쁜 웃음을 지으시는 할머니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그리고 그 말.
"오늘, 귀인을 만나겠네.
오늘 만나는 사람이 학생의 모든 것을 바꿀 거야.
행동 잘 해."
이상한 말에 반문하려고 하는 순간, 할머니가 사라지셨다.
이상해.
오늘은 정말 이상해.
하필 그 꿈을 꾼 날, 넥타이도, 할머니도...
어지러운 머릿속이 정리가 되지 않는다.
찜찜한 기분을 버리지 못하고 등교한 학교에서 배정 받은 교실은 2 학년 1 반이었다.
다행히 담임 선생님은 인상도 좋으시고, 성격도 다정하신 것 같아 찜찜한 기분은 살짝 미뤄둘 수 있었다.
그리고 들어간 반에서, 그 아이를 마주한 순간.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던, 느껴지는 시선에 고개를 든 순간 마주쳤던 그 눈.
"나는 그곳에도 존재해."
왜 하필
"만약 그곳에서도 나와 만난다면"
지금
"그때는 나를 내치지 말아 줘."
그 꿈이 생각이 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