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글
누님 소개로 가입함...
익명이고 게2얘기에 관대하대서 걍 어디가서 말 못하니까 글로 남겨볼까 함.
옛날얘기부터 하자면, 고등학생때 공부만 파던 나는 대학에 입학함과 동시에 고백을 받아서 여친을 사귐.
키크고 잘생긴건 아니지만 눈치가 빠르고 미대생 누나 덕분에 옷도 제법 갖춰입었었기 때문에ㅋ
처음사귄 여자친구라서 되게 들떠서 잘해줬었음..
내가 이벤트를 엄청 하고 막 이런 건 아니지만 *눈치*가 매우 빨랐음
(어려서부터 누나들 사이에 끼어서 자라서 그런듯ㅋ)
내가 이런행동을 하면 기뻐하는군 하고 일부러 포풍질투도 해보고 삐진척도 하고 그랬음.
그러나 역시 군대앞에 사랑 읎더라. 나 군대 간 사이에 딴남자랑 눈맞음....ㅋ..
지금은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 하지만 그땐 정말 세상에 나 혼자 남은 기분이었음..
복학하고 나서도 여자 사귈 기회가 생기기도 했지만 학교에서 전여친 볼 때마다 싱숭생숭하기도 하고..
마음의 상처가 남아있어서 그냥 저냥 여자애들이랑 잘 지내면서 (?) 차츰 연애에 관심이 없어지기 시작함.
지금 생각하면 여자에대한 실망이 컸던거같음.
그렇게 우울하게 지내던 어느날 친구가 게임 뭐 하냐고 물어봤음
게임 안한다고 했더니 이녀석이 단풍이야기를 추천함/ㅋㅋ 처음엔 장난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얘가 만렙에 엄청 고수였음.. 진짜 이미지랑 안맞아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꼭 "여자캐릭터"를 만들라고 당부했음. 누나 주민번호로 가입하라고.
어이가 없었음.. 난 완전한 사나이의 정신상태를 가진 놈이었기 때문에 처음엔 그게 뭐냐고 싫다고 했었음.
얘가 날 설득하는데, 여자캐릭터로 하면 20만원어치 템은 깔고 시작하는거랑 다름없다는거임..
이걸 믿은 건 아니었지만 이렇게까지 설득하니까 궁금해서 여캐를 만들었음. (누나 미안.)
이제와서 알게 된 거지만, 이런짓하는 남자를 넷카마라고 한다고 함. 나쁜짓이니 따라하지 마세요..
아무튼 친구놈이 있는 길드로 들어가서 폭풍렙업을 했음
채팅보단 주로 렙업하는 게 재밌었음. 처음에 여캐로 만들었던 이유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길드원한테 아이템 뜯어먹는 짓은 하지 않았음. 친구놈한테 물약만 엄청 뜯음...ㅋㅋㅋㅋ
그렇게 게임에 푹 빠져서 렙업만 주구장창 하다가 곰돌이를 만남(얘 캐릭터 이름)
길드내에서 채팅도 그다지 않하고 말 걸어도 잠수탄 척 하고 가끔 친구놈이랑만 희희덕거리는 유령같은 존재인
나랑 친해지고 싶은 티를 팍팍내면서 말을 걸어 옴.
나는 왠지 올 게 왔구나 싶어서 친구놈이랑 "낚아볼까?" 하고 먹이를 노리는 매의 눈빛이 됨.
그 후로는 그야말로 여우짓의 고수가 되었음 앞서 말했듯이 나는 눈치가 빨랐기 때문에
곰돌이랑 얘기를 할 수록 얘가 어떤타입을 좋아하는지 빠르게 파악했음.
온라인이고 나를 숨기고 이야기 하는게 좀 편하기도 했음. 나는 내 전여친 얘기에서 '여친'을 '애인'으로 바꿔서 살짝 털어놓기도 했음.
그때 힘들었던 얘기는 아무한테도 한 적이 없었는데 (내가 좀 쎈척하는 스타일)나를 좋아하는 놈한테 징징거리니
스트레스도 풀리는 것 같고 속이 후련했음.
그렇게 여우짓 하면서 친구한테 뜯던 물약을 걔한테 뜯어먹음ㅋㅋ 소규모로 뜯으니까 난 잘못한거없다고 합리화하면서
근데 어느날 얘가 나한테 캐시아이템을 4만원? 좀 안되게 선물한거임
진짜 놀라서 친구놈한테 전화해서 어떡하냐고 난리법석을 피움ㅋㅋㅋㅋㅋ
얘가 고딩이었는데 나 고딩땐 4만원 진짜 거금이었음. 난 왠지 내가 사기를 치고있다는게 크게 와닿았음.
친구놈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것 같았음 실실웃으면서 제법인데? 이러고.
나는 아무래도 마음이 편치가 않아서 걍 돈 돌려주고 걔랑 인연을 끊으려고 했음 그때 대화 기억나는것만
나: 야 왜 나한테 이런거 선물해
곰돌이: 누나 캐릭터 꾸며주고 싶어서
나: 젊은 놈이 돈이 남아 도나보다? 계좌번호 불러. 돈 돌려 줄게
곰돌이: 누나 화났어?
나: 어 짜증남. 돌려준다는거 진짜니까 빨리 계좌 불러라 그리고 앞으로 아는 척 하지말자
곰돌이: 그게 그정도로 화낼일이야
나: 시끄럽고 계좌번호 부르고 친삭해라
나는 걍 빨리 없었던 일로 하고싶었음. 말귀 못 알아듣고 화내지말라고 달래는 곰돌이가 진짜 미련맞아보였음ㅋㅋ
아놔 여자가 그렇게 없나. 불쌍하기도 하고 같은남자로서 한심해보이기도 하고
아무튼 걔는 계좌번호를 안알려주려고 했음. 결국 내가 먼저' 나 남자야 ㅁㅁ새꺄 계좌번호 부르고 친삭하라고'
이렇게 말함.
근데
안믿는거임.. 거짓말하지말라고...ㅋㅋㅋㅋㅋㅋ
진짜 ㅉㅈ하고 불쌍하고...ㅉㅉ 그래서 전화통화를 함.
나" 나 진짜 남자 맞거든. 미안하게 됐다. 받은 거 돌려줄테니까 계좌번호 불러."
곰돌이"그쪽이 ㄹㄹ누나라구요?"
나"어. 빨리 계좌 불러 ㅁㅊ놈아..."
갑자기 전화가 뚝끊김. 그러려니 하고 문자를 보냄 [계좌번호 불러]라고
답장은 오지 않았음
나는 걔를 친삭하고 친구놈네 길드를 나왔음.
근데 다음날 전화가 온거임
왜 길드 나갔냐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
쪽팔려서 나왔다고 했더니 다시 들어오라는거임ㅋㅋㅋㅋㅋㅋ
됐고 계좌번호 부르라고 했더니 끊음ㅋㅋㅋㅋㅋㅋ
이 뒤로도 얘가 자꾸 문자를 보냈음 호칭을 누나 말고 형으로 바꿔서ㅋㅋㅋㅋ
나는 껄끄럽기만 했음. 그래서 얘가 뭔 말만 걸면 계좌나부르라고답함
게임에선 자꾸 다시 친구신청하고..
지금생각해도 사람 참 짜증나게 하는 문자들만 골라서 보내왔음
새벽에 "자?"
"뭐해?" 문자 십으면 "뭐하냐니까?"
이딴것들ㅋㅋㅋㅋ
아무튼 여기까지는 내쪽에서 얘가 참 불편하고 싫었음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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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 없어도 걍 씀.
난 싸이월드 다이어리에 비공개로 매일 일기쓰는 그런놈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