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빈은 저를 도와 문을 열어주려는 여종업원의 팔을 제 손으로 막아내었다. 갑작스러운 우빈의 행동에 놀란 여종업원의 얼굴이 금새 발갛게 달아올랐다. 우빈은 동그랗게 떠진 눈을 저에게로 옮긴 여종업원을 바라보며 슬쩍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제가… 할게요. 우빈의 말에 저의 입술을 잘근 깨물던 여종업원은 느릿하게 목을 숙여 인사를 하곤 빠른 발걸음으로 복도를 벗어났다.
우빈은 여종업원의 모습이 더 이상 보이지 않음을 확인하고 난 뒤,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려 주황색 불빛을 뿜어내고 있는 연꽃모양의 전등을 바라보았다. 사람들이 이름만 듣고도 놀랄 정도로 비싼 식당이라더니 역시나 천장도 높았다. 높은 천장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있는 전등을 올려다보느라 목이 아픈줄도 모르고 있던 우빈은 작게 탄성을 내뱉었다.
특별히 8교시 보충수업까지 빼주시면서 이 곳으로 갈 택시비를 쥐어주신 담임선생님의 말씀에 의하면, 우빈과 마주하고 있는 이 문 건너편에는 우빈을 도와준다고 연락을 한 후원자가 우빈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었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후원자는 청소년 협회의 이사라고 했다. 거의 매 학기를 그 협회에서 장학금을 받았던 우빈에게 협회에서 저를 도와줄 후원자가 나타났다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근데, 그 후원하는 기간이 우빈이 대학교를 졸업할 때 까지 라고 하니 당연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장학금을 수여할 때 자리에 한 번 나타나지도 않았다던 그 이사라는 사람은 도대체 우빈에 대해서 어떻게 알았길래, 그렇게 알아낸 것이 무엇이길래 저를 그렇게까지 도와주겠다는건지 우빈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들고 있던 고개때문에 목이 저려올 때 즈음에서야 우빈은 겨우 고개를 내렸다. 하지만, 고개를 내리고 나서도 우빈은 문을 열지 않은 채로 아까와 같이 가만히 문을 바라만 보았다. 그렇게 또 한참을 보았을까, 멍해진 눈동자에 힘을 준 우빈은 고개를 한번 흔들고는 몸을 돌려 울렁거리는 유리에 저를 비춰보았다. 저의 모습이 울렁거리는게 우습기는 했지만, 딱히 저의 모습을 비춰볼 만한 거울이 없었기에 우빈은 가만히 그 유리 속의 저를 살폈다.
매고 오지 않은 가방 때문에 가벼운 제 어깨가 어색한지 우빈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가방이라도 매고 올 걸 그랬나. 어깨를 잠시 쓸어보던 우빈은 다시 시선을 돌려 힘없이 걸려 고개를 숙이고 있는 저의 명찰을 살폈다. 왠지 그 모습이 또 마음에 안 들어 우빈은 저의 바지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곤 딱히 더듬을 필요없이 금방 손에 잡히는 학생증 목걸이를 꺼내어 제 목에 걸었다. 고개를 축 늘어뜨리고 있는 것 같은 명찰보다는 확실히 학생증 목걸이가 훨씬 나은 것 같았다. 입꼬리를 말아올린 우빈은 학생증을 거느라 엉망이 된 셔츠를 정리하던 손을 옮겨 명찰으로 가져다 대었다.
평소에 떼어본적이 없는 명찰이라 그런지 계속 손에서 미끄러지는 통에 우빈의 표정이 찡그려졌다. 그렇게 한참을 씨름을 하던 우빈은 명찰을 떼어내었지만, 어설픈 손동작 때문에 그만 엄지를 명찰 바늘에 찔리고 말았다. 그리 깊이 찌르지도 않았던 바늘에 찔린 엄지에서 핏방울이 맺혔다. 휴지를 따로 들고오기에도, 그렇다고 대충 교복에다 문지르기에도 힘든 어정쩡한 양에 우빈은 슬쩍 저의 손가락을 입에다 가져다 대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우빈의 문 앞에 있던 문이 열렸다.
" 왔는데, 왜 안 들어오고 있나? "
" ……. "
" 피? "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올린 우빈은 열린 문 틈 사이로 튀어나온 얼굴에 적잖이 놀란 듯 물고있던 손을 아래로 떨구어버렸다.
말끔한 정장의 위로 보이는 얼굴은 우빈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젊어보였다. 협회의 이사라면 대진 머리가 다 벗겨진 허허홀홀 할아버지들이 하는 줄 알았는데? 젊은 외모로도 모자라 꽤나 신경을 쓴 옷차림에 우빈은 멀뚱멀뚱 그 사람을 가만히 바라보고만 서있었다. 짧은 시간동안이었지만 우빈의 머릿 속에는 별별 생각들이 다 들었다. 혹시, 이 사람이 이사라는 사람을 옆에서 도와주는 비서인가? 아니면 저를 이사에게 소개시켜준 협회 직원은 아닐까? 어쨌든, 저를 후원하기로 한 후원자는 아닐거라 생각하던 우빈은 대답을 하는 것도 잊고 멍하니 그를 보았다.
그런 우빈을 따라 멀뚱멀뚱 우빈을 바라보던 남자는 시선을 내리고는 우빈이 방금 전에 급하게 떨구었던 손을 바라보았다. 바늘에 찔린 상처가 남자의 눈에 보일리 만무했지만, 남자는 하얗게 질린 듯한 손 끝을 살폈다. 그 손 끝이 질린 게 상처 때문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는 방금 전 제가 문을 열 때 입에 물고 있었던 모습을 생각하며 피가 난 상처라고 대충 짐작했다. 그리곤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고 있는 우빈에게 턱짓으로 손가락을 가르켰다. 피? 짧은 남자의 질문에 우빈은 당황한듯 네? 하고 되물으려 크게 벌렸던 입을 꾹 다물고는 제 손을 바라보았다. 그리곤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 …네, 피. "
여기서 무슨 냄새 안나요? 킁킁 똥냄새가 나잖아요ㅜㅜ
인티에다 글 처음 쓰는 거라 엄청 떨리네유...
기무빈이 왜 오른쪽이냐고 화내시겠지만, 왼쪽에 있으신 이름을 보면 왼쪽으로 갈 수는 없었던 걸 알아주실거라 미더여...
아무튼 변기 물 안 내리고 저는 도망갑니다 튙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