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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샤이니 온앤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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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무단 배포를 금지한 글입니다. 공유를 원하시는 분은 저에게 말씀해주시면 바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이 글의 저작권은 오직 저, 쿠키가죠아에게만 있음을 다시한번 알려드립니다.

 

 

 

 


구다정과 기데레 11~13화

W.쿠키가죠아

 

 

 

 


다음 날, 아침부터 자철이 날 깨워 그만 가라고 귀찮게 군다. 눈을 비비며 뭐냐, 일어나보니 녀석이 얼른 집에 가란다. 아침부터 쫓아내려하는 녀석에게 발끈해 노려보며, 아침부터 쫓아내는 건 무슨경우냐! 하고 소리 지르자, 녀석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한다.


 

 

 

 


"아니, 그게 아니라. 이왕 데이트인데 만나는 순간부터 제대로 하자"
"뭐?"
"데이트하기위해 만날때부터 떨림을 느끼면서 제대로 시작하자니까"
"귀찮게, 그냥 같이 나가면 되지"
"안돼! 절대 안돼, 얼른 집에 가서 나와의 데이트를 준비하란 말이다"
"휴, 진짜. 별걸 다 시키네"

 

 

 

 


귀찮다는 식의 내 말에 녀석이 나를 노려본다. 그 눈길이 하도 따가워 하는 수 없이 침대에서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알았다알았어,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제야 녀석이 실실 웃으며 다시 빨리빨리 하며 재촉하기 시작한다. 대충 씻고 나갈 준비를 하니 어느새 자철의 아버지와 형이 나와 마중을 해주신다. 아침부터 부산스럽게 한거 아닌가… 하지만 기분좋게 나오셔서 인사를 건네주시는 두 사람에 살짝 미소를 지었다

 

 

 

 

 

"아버지, 신세많았습니다."
"신세는 무슨, 다음에 또 놀러오려무나. 하하"
"그래, 성용아 나중에 또 와서 우리 밥 좀 해줘. 얼마만에 제대로 된 음식이었던지"
"하하, 네. 그럴께요.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버지와 형과의 기분좋은 배웅에 간단한 인사를 마친 나는 자철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녀석은 무심하게 날 바라보지도 않으며 잘가라, 기성용 한마디 내뱉더니 방으로 들어간다. 저자식은 또 왜 저래, 찝찝한 자철의 배웅에 속으로 투덜거리며 현관문을 나섰다. 아니, 적어도 대문까지는 데려다줘야하는거 아니야? 아침부터 쫓아내면서 얼굴도, 눈도 안 보고 이딴 식으로 보낸다 이거야? 속으로 녀석을 욕하면서 대문을 나서니 왠 택시 한대가 대문 앞을 떡하니 가로막고 있다. 아침부터 남의 집 대문을 막고 서있는 택시에 안그래도 기분 안좋은 나는 차 빼달라는 한마디를 하려는 순간, 택시기사가 차에서 내리더니 내게 말을 건다

 

 

 

 

 

"아, 콜택시 부르셨죠?"
"네?"

 

 
 

 

 


부른 적도 없는 콜택시를 불렀냐는 택시기사의 질문에 잠시 어리둥절해 있을 때, 주머니에 있던 폰에서 딩동하는 메시지알림음이 들려왔다.

 

 


 

 


-내가 부른거니까 얼른 타.

 


 

 

 

구자봉이라는 이름으로 온 문자에 나는 고개를 돌려 녀석의 방의 창문 쪽을 쳐다보았다. 녀석이 창문앞에 떡하니 서서 손을 흔들고 있다. 피식 웃으며 녀석에게 똑같이 손을 흔들어주고는 택시에 타며 통화 버튼을 눌렀다. 몇번의 신호음이 가고 녀석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응,'
"아깐 획하고 돌아서더니 뭐냐, 이 택시는?"
'아, 아깐 나도 모르게 껴안아버릴 것 같아서'
"뭐? … 그건 잘 참았네"
'쳇, 이따가는 참으라고 해도 안 참을거다'
"…"

 

 

 

 


역시, 이녀석 밖에서는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건 그렇고, 서울 서초동 집까지 가서 다시 만나자는 건 무슨 심보냐, 대체?"
'아, 그건 다음날 우리 스케쥴도 있고하니까 내가 그쪽으로 가려고'
"그래? 그럼 아침부터 출발하길 잘했네"
'그치? 그럼 서초역 앞에서 1시에 보자'
"그래, 알았어. 이따봐"
'응, 조심히 들어가고'
"조심할게 뭐있냐"
'킥킥, 하긴… 그래도 마누라 걱정하는 마음은 다 그런거다. 조심해'
"피식, 알았다."
'왠일로 고분고분하지…? 아무튼, 이따 늦지 말ㄱ… 음, 아니다. 조금 늦어도 되니까 천천히 조심히 와.'

 

 

 

 

 

고분고분해도 따지긴…, 전화를 끊고나서 집에 가는 길은 살짝 심심했다. 구자철이 잠시나마 옆에 없어서 그런가… 아, 이젠 별 생각을 다하네. 킥킥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겨우 집에 도착하자 진이 다빠진다. 역시 아직은 너무 푹푹 찌는 더위가 사람을 괴롭힌다.

 

 

 
 

 


도착하자마자 집전화의 부재중 응답메시지를 확인했지만 가족들의 연락이 아직 없는거보니 아직도 영국에서 안돌아왔나보다, 혹시 계속 눌러앉을 생각은 아니겠지…? 시계를 보니 벌써 약속시간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간단히 샤워를 마친 후 옷을 고르는데 평소라면 아무거나 휙휙 손이 갔겠지만 오늘따라 손이 뻗질 않는다. 그래도 첫 데이트라고 내 눈이 옷을 가리는건가… 마치 여자처럼 이것저것 대보며 옷을 고르고 있는 내모습을 인식했을 땐 내 스스로가 부끄러워 얼굴이 달아올랐다.

 

 

 

 


"하… 내가 왜 이러고 있는거냐"

 

 

 

 

 

가까스로 고른 옷은 블랙진에 흰색카라티, 결국 가장 무난한 옷을 고를꺼면서 왜 거울 앞에서 거의 30분 가량을 소모했을까 후회된다. 어찌됐든 겨우 준비를 마친 난 집을 나섰다. 현재 시각 12:10. 역까지는 10분이면 되니까 꽤 일찍 도착할 수 있겠다. 역에 가서 기다려볼까 하는 요량으로 집을 나선 나는 역에 도착하자마자 그 생각을 고쳐야했다.

 

 

 
 

 

"성용아, 여기!"

 

 

 

 

 


저 멀리서부터 나를 발견하곤 손을 흔들며 서있는 자철이 보였다… 내가 40분이나 일찍 왔는데, 이 녀석은 도대체 언제부터 저기에 있었던 것일까, 대체 얼마나 기다리려 했던거야…?

 

 

 

 

 

"너… 왜 여깄냐?"
"무슨소리야? 그나저나 일찍 나왔네? 난 시간 딱맞춰서 나올 줄 알았는데"
"언제부터 여기 있던거야?"
"아, 11시 50분쯤부터?"
"뭐? 약속시간 1시 아니였어? 내가 잘못 들었었나?"
"아니, 1시 맞는데"
"… 근데 어째서 11시 50분에?"
"당연히 남자가 일찍와서 기다려줘야지, 뭐… 생각보다 더 일찍 도착했긴 했는데, 너도 일찍 왔으니 다행이도 30분밖에 안기다렸네, 하하"
"하… 나도 남자거든? 내가 시간 맞춰왔으면 진짜 1시간을 꼬박 기다리려고 한거냐? 전화라도 했어야지"

 

 
 

 

 

질린다는 표정으로 녀석을 바라보니 뭐가 문제냐는 듯 어깨를 으쓱이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뭐하러, 기다리는 것도 데이트의 일부인데"
"… 못말린다 진짜, 땀이나 닦고 말해"
"아, 오늘 많이 덥네… 하하"

 

 

 

 

 

내 말에 얼른 땀을 닦아내고는 어색하게 웃는 녀석에 피식 웃었다. 그때 녀석의 옷차림이 눈에 들어왔고 잠시 당황했다. 녀석의 옷차림은 블랙진에 검은카라티… 카라티의 색은 달랐지만 왠지 비슷한 패션에 신경쓰인다. 녀석도 그걸 눈치챘는지 웃기 시작한다.

 

 

 

 

 

"야, 우리 꼭 맞춰입은 것 같다?"
"맞춰입긴 무슨, 이게 가장 무난한 옷이니까 우연히 비슷할 뿐이지"
"에이, 그냥 그렇다 한마디 하면될거 가지고…"
"시끄럽고, 얼른 가기나 하지?"
"아, 아아 그래"

 

 

 

 

 

인상을 찡그리자 녀석이 아차하며 그제야 길을 안내한다는 게 고작 영화관이다. 니가 그럼 그렇지, 안으로 들어서자 역시나 사람이 북적북적 거린다. 북적거리는 건 싫지만 날씨도 덥고하니 시원한 데서 영화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것같다. 녀석을 툭툭 발로 밀며 얼른 가서 예매하고 와, 하니 녀석이 쫄래쫄래 가서 영화를 예매한다. 녀석이 예매해온 표를 보니 흔한 로멘스코미디다, 일단 시간이 아직 남아 팝콘이나 콜라를 사려 줄을 선 채 기다리는데 사람들이 계속 힐끗힐끗 쳐다보는 느낌이 든다. 녀석은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옆에서 죽어라 떠들기만 할 뿐이다.

 

 

 

 


"야, 이거 필요없으니까 그냥 들어가자"
"어? 왜, 영화볼 땐 이게 있어야 제대로ㅈ…"
"됐으니까, 빨리 와"

 

 

 

 

 

한사코 팝콘을 먹어야겠다고 고집부리는 녀석이었지만 녀석의 뒷목을 잡고 끌며 영화관 안으로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옆에서 녀석이 투덜거렸지만, 나는 싹 무시한 채 눈을 감았다

 

 

 

 

 

"어? 야! 자려고?"

"안 자,"

"근데 눈은 왜 감아?!"

"아직 광고중이잖아!!!"


 

 

 

 

옆에서 계속 쫑알쫑알거리는 자철이에 의해 순간 소리를 질렀고, 영화관 내 모든 사람들이 내 쪽을 주목했다. 흠흠, 헛기침을 하며 모른척하자 사람들의 시선이 다시 흩어진다. 옆에서 벙쪄있는 녀석을 다시 노려보며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

 

 


 

 


"죽을래? 왜 소리지르게 만들고 난리야"
"… "
"약간 어지러워서 그러니까 좀 냅둬"
"… "

 

 

 

 

퉁명스럽게 뱉은 내 말에 녀석이 말이 없어졌고, 나는 그대로 눈을 다시 감았다. 옆에서 녀석이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지지만 끝내 나는 영화시작 되기 전까지 눈을 뜨지 않았다.

 


 

 

 


잠시 후 영화가 시작되는 소리에 눈을 떴는데, 옆에 녀석이 없다. 뭐지…? 아까까지만 해도 풀죽은 얼굴로 앉아있던 녀석이 없다? 내가 소리지르고 싫은 소리를 해서 화가 나 그냥 나가버린 것일까, 데이트는 내가 먼저 하자해놓고 틱틱대기만 하고, 짜증만 내서 녀석이 싫증이라도 난거야? 그래서 이렇게 아무 말도 없이 영화도 안보고 간거야? 순간 머릿속에 드는 이런저런 생각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주위에서 술렁이는 소리가 들렸지만, 아무 생각 없이 뛰쳐나왔다.

 

 

 

 

 

"구자철… 자철아!!"

 

 


 

 


화장실이라던가, 영화관 안에서 갈만한 장소는 다 가봤지만 녀석을 끝내 보이지 않았다. 다리의 힘이 풀릴 것 같은 느낌에 가장 가까운 의자에 겨우 털썩 앉았다.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팔꿈치를 무릎에 대며 고개를 숙였다. 이대로 가버린거면 어쩌지…? 아씨, 녀석과는 항상 이렇게 지내왔기에 나도모르게 평소대로 하던 버릇이 나왔다. 데이트라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내 몸이 먼저 녀석에게 반응했다, 평소처럼. 그런 내게 질려버렸다 해도 난 할말이 없다. 내가 그렇게 만들었으니까… 이제 녀석과 끝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첫 데이트를 이렇게 한순간에 망쳐버렸다는 생각에 그저 내가 너무 원망스럽고 미웠다. 울컥하면서 터져나올 것 같은 눈물과 덜덜덜 떨리는 손에 힘을 주며 꾹 참았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저 멀리서 희미하게나마 누구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요ㅇ…!"

 

 

 

 

 

그 소리는 점점 가까워져 내 귀에도 명확하게 들려왔다

 

 
 

 

 


"…용아! 성용아!!! 기성용!!!!!"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 소리나는 쪽을 바라보니 자철이다. 눈이 커진 채 멍하니 녀석을 바라보았다. 녀석은 땀을 뻘뻘 흘린 채 내쪽을 향해 뛰어오고있었다. 나는 벌떡 일어났고 녀석은 내 앞에까지 달려와 멈추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너…"
"기성용, 너 여기서 뭐하고 있어?! 영화 안보고"
"니가…"
"응?"
"니가… 갑자기 없어졌잖아!!!"
"미안미안, 몰래 나온다고 했는데 알아차렸구나"
"내가 바본 줄 아냐? 대체 너… 어디갔다온거야, 걱정했잖아!"
"아, 음… 너 아까 어지럽다고 그랬잖아. 그래서 약사러 갔는데 근처에 약국이 없더라고… 그래서 저기 좀 먼데까지 가서 사오느라… 응? 너 울어?"
"아씨, 구자철 진짜… 이 망할놈아…"
"어…? 성용아, 왜그래. 왜 울어?"

 

 

 

 

 

녀석의 말에 기어코 눈물이 흘렀다. 내가 짜증내면서 아무생각없이 했던 말 한마디에 이녀석은 멀리 있는 약국까지 갔다 왔댄다. 망할 놈, 나같으면 화나서 갔어도 진작에 갔을텐데 녀석은 그딴건 전혀 상관없다는 듯 그저 아프다는, 어지럽다는 말에 반응해 이렇게 약까지 사왔다. 이럼 내가… 데이트하면서 이상하게 화내고 짜증내고 그런 내가 뭐가 되냐고, 이 망할 구레기… 녀석의 입장에선 갑자기 울음터진 내가 당황스러웠는지 어쩔 줄 몰라하며 그저 등만 토닥토닥 거린다.

 
 

 

 

 


"…미안해"
"응?"
"미안하다고, 화내고 짜증내서…"
"아냐, 아프다며. 그럼 그럴수도 있지. 이해해"
"… 치사한 새끼"
"뭐?"
"…"

 

 

 

 

 

끝내 날 탓하는 소리 한번 안하는 녀석의 말을 듣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치사하단 소리가 튀어나왔다. 그래도 틀린 말은 아니다, 진짜 넌… 치사한 새끼야. 괜히 나만 나쁜 놈 만들고… 겨우 울음을 그치고 진정한 내가 머리가 아파 멍하니 의자에 앉아있자, 울었더니 더 아프지? 하며 약을 건네준다 하여튼, 얘 앞에선 무슨 말을 못하겠다. 약을 받아 먹고나서 자철도 내 옆에 앉아 숨을 골랐다. 한동안 그러고 의자에 앉아있자 한 여학생이 우리 앞에 다가와 선다. 뭐지…? 고개를 들어 그 여학생을 바라보니, 여학생이 얼굴을 붉히며 꺄악꺄악 거린다

 

 

 

 


 

"저…저기 혹시 축구선수 기성용선수이랑 구자철선수 아니에요?"
"…!!"

 

 

 

 

 


여학생의 말에 순간 둘 모두 당황했다. 잠시 멈칫하며 어색하게 웃으며 난 일단 부정했다. 하지만 그 여학생은 멈칫한 우리들을 눈치챘는지 끝까지 집요하게 묻는다

 

 

 

 

 

"에이… 진짜 아니에요? 맞는것같은데… 맞죠? 맞죠?!"
"아… 저…"
"꺄악!! 저 진짜 두분 팬이에요!!! 같이 사진 좀 찍어주세요!"

 

 

 


 

 

자철이 여학생의 물음에 차마 대답 못하고 어물적거리자 여학생이 확신한 듯 꺄악거리며 다시 소리를 지른다. 그 소리에 순식간에 영화관 내 사람들의 눈이 이쪽을 향한다. 그리고 그 무리 사이에서 절로 한숨이 나오는 큰 소리가 들려왔다
 

 

 

 

 

 


"꺄아~ 구자철이랑 기성용이다!!!"

 

 

 

 

 


그 소리와 함께 우리는 순식간에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처지가 됐다. 땀삐질거리며 가까이 오기 위해 들이닥치는 사람들과 거리를 유지하고 있을 때, 자철과 눈이 마주쳤다. 잠시 눈을 바라보던 우리는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소리를 질렀다.

 

 

 

 

 
 


"어? 지성형!"

 

 

 

 

 

 

내 말에 순식간에 모든 사람의 고개가 내 손가락이 가리키고 있는 쪽을 향했고, 우리는 그틈을 이용해 사람들 사이를 빠져나와 무작정 달렸다. 뒤늦게 알아차린 사람들이 쫒아왔지만, 운동선수인 우리들의 속도를 따라잡기엔 힘겨웠는지 점차 수가 줄어들었다. 우리는 한참을 뛰어 인적드문 골목에 도착해서야 멈출 수 있었다.

 

 

 
 

 

 

"허억…허억, 제길. 쉬는 날에도 이렇게 죽어라 뛰다니…"
"하아… 진짜 순간 어떻게 되는 줄 알았네"

 

 


 

 

 

거칠게 숨을 몰아쉬던 우리 둘은 인상을 찡그리며 투덜거렸지만,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푸…ㅂ하하하하하하, 아 진짜. 그 상황에서 영원한 캡틴이라는 지성형을 파냐, 넌?"
"키키킥, 그래도 덕분에 살았잖아. 역시 지성형의 인기는 대단한데?"
"그러게, 근데 우리도 이번 올림픽하면서 인기 상승 제대로 탔나봐. 예전엔 이정도는 아니였는데…"
"난 예전에도 이랬는데?"
"… 그래, 너 잘났다"

 

 

 

 

 

어깨를 추켜세우며 하는 내 말에 녀석은 질린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 표정에 또다시 크게 웃었다. 확실히 올림픽 효과가 크긴 했나보다. 전엔 흘깃거릴뿐 이런식으로 몰려들진 않았었는데… 쳇, 이런 열정 있으면 K-리그나 좀 제대로 봐주지, 반짝이는 관심따윈 아무 소용 없다고…

 

 

 

 

 


"그나저나, 머리는 어때?"
"어? 아, 괜찮아졌어"
"다행이네, 그럼 이제 데이트를 계속 해볼까?"

 

 

 

 

 

이와중에도 내 상태를 묻는 녀석에 새삼 진짜 지금부턴 잘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괜찮다는 내 대답에 활짝 웃으며 녀석이 내 손을 잡고 끌었다. 아…, 손을 잡은적이야 있지만 이렇게 손을 잡고 걸어본 적은 없다. 약간 얼굴에서 열이 오르는 느낌에도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아마도 내 얼굴은 이미 또 붉어져있겠지…? 녀석이 앞에를 보고 있어서 다행이다.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녀석을 따라가려했지만 순간 멈칫했다.

 

 

 

 

 

"근데 또 가는데마다 아까처럼 그러면 어떡하냐?"
"음… 그럴수도 있겠네"
"어쩌지?"
"그래도 이번엔 밥먹으러 갈꺼니까 괜찮을거야"
"아, 그러고보니 배고프다"
"가자, 맛있는 거 먹으러"

 

 

 

 
 

 

녀석이 나를 이끌고 도착한 곳은 꽤 잘나간다는 소문이 돌아 한번쯤 와보고 싶었던 일식집이다. 가보고는 싶었지만 요새 바쁜 생활에 쉽게 찾지 못했던 곳이다. 초밥이나 회를 좋아하는 나를 아는 녀석이 일부러 찾아온 건가. 짜식, 감동이네. 우와, 하며 탄성을 짧게 뱉으니 이번엔 녀석이 어깨를 추켜세우곤 만족스럽다는 듯 웃는다.

 

 
 

 

 


"いらっしゃいませ(어서오세요)."

 


 

 

 

 

문이 열리자마자 들려오는 일본어에 잠시 당황했지만, 곧이어 들리는 한국어에 우리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자철이 기특하게도 미리 예약을 해놨는지, 금새 자리로 안내해준다. 안내해준 자리는 4명 정도앉을 수 있는 작은 룸이었다. 아하, 이래서 괜찮다고 한거였나? 덕분에 다른 사람의 눈을 신경쓰지 않고 편하게 먹을 수 있겠다

 


 

 

 


"일부러 룸으로 예약한거냐?"
"오붓하게 먹고싶어서 일부러 한건 맞는데… 이렇게 도움이 될줄이야"
"아무튼, 기특하네"

 

 

 

 

 

활짝 웃으며 녀석을 보니 녀석이 그런 내 얼굴을 가만히 보고 있는다. 뭐 묻었냐? 하며 얼굴을 더듬거리니 녀석이 작게 중얼거린다

 

 

 

 

 


"… 역시 웃는게 더 이쁘다"
"뭐라고?"
"아냐, 아무것도"

 

 

 

 

 

다들었다, 자봉아… 녀석이 웃으면서도 아니고 진지한 표정으로 그런 말을 하니 당황스러웠다. 잠시 멈칫하며 못들은 척 했는데, 녀석은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간다. 뭐야… 다른때는 잘만 실실 웃으며 다시 말해주면서 이번엔 이렇게 넘어가다니 살짝 아쉽다. 한편으로는 다시 듣고 싶어져 모른 척 한것도 있는데, 이럴 땐 꼭 저렇게 빗나간다니까. 종업원이 들어와 주문을 받아 다시 나가고, 녀석은 양손으로 턱을 괸 채, 나를 빤히 본다

 

 

 

 


 

"왜 또 그렇게 봐?"
"음, 생각해봤는데…"
"뭐를?"
"난 돌아다니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가만히 니 얼굴 보는게 제일 좋은 것 같아"
"… 아까까지는 별로였다는거지?"
"아, 아니! 절대 아니지!"
"나도 알아, 이번 데이트 내가 망쳤다는거"
"아니라니까? 그리고 데이트 아직 안끝났거든?"
"휴… 난 데이트가 이렇게 힘든건 줄 몰랐다"

 

 

 

 

 


녀석에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한숨을 작게 내쉬었다. 겨우 영화관 한번 갔다왔는데 진이 다빠진다. 아마도 녀석은 이런 데이트를 자주 해봤겠지? 그땐 알콩달콩 했으려나… 나도 그러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어떻게 해야겠는지 전혀 모르겠는걸… 아씨, 평생 안하던 내 성격 원망도 결국 이녀석때문에 하는구나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녀석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린다. 아무 이유도 없이 갑자기 웃는 녀석에게 왜웃냐, 물어도 녀석은 미안미안 하면서도 계속 웃었다. 미안하다니… 나때문에 웃는거냐?!

 

 

 
 

 

 

"뭐야, 기분나쁘게"
"아, 미안… 큭큭. 니가 너무 귀여워서"
"하…?"
"널 보고 있는데 자꾸 수시로 바뀌잖아, 니 표정.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길래 그래?"
"… 너 전여자친구랑은 어떻게 알콩달콩했나 하는 생각,"
"아, 응… 응?"

 

 

 

 

 


잠시 뜸 들이다가 내입에서 나온 말에 나도 놀라고 녀석도 당황한다. 어색하게 하하, 웃으니 녀석이 잠시 고민하는 듯 하다 고개를 저으며 대답한다.

 

 

 

 

 


"음… 알콩달콩한적 없는데?"
"거짓말, 많이 사겨봤으면 데이트도 많이 해봤을거 아냐"
"그건 그렇지. 똑같이 밥먹고 영화도 보고 하긴 했지만 이번만큼 알콩달콩하고 좋았던 적은 없어, 진짜야"

 

 

 

 

 

전에 들은 여자친구만 해도 한두명이 아닌데 그 여자들과의 많은 데이트 중에 한번도 알콩달콩한 적 없다는 말, 다른 사람이라면 믿지 못할 말이지만 왠지 저녀석이라면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설마하는 마음에 다시 물었다.

 

 
 

 

 

 

"그래도 뭐 즐겁다거나, 행복하다거나 그랬지?"
"아니, 항상 지루하기만 했는데."
"…너, 대체 무슨 맘으로 사귄거냐?"
"말했잖아, 협박해서 사겼다고. 그래서 데이트도 형식대로만 한거였고"
"… 그거 진짜였어?"
"응, 내가 뭐하러 이런 거짓말을 하냐?"
"근데 집엔 왜 죄다 데려갔는데?"
"그건… 밖에서 피곤하게 돌아다닐바에야 그냥 집에 있는게 편하잖아. 걔들도 딱히 불평없길래"
"집에선 뭐했는데,"
"음… 컴퓨터하거나 책읽거나 축구보거나"
"…너, 하… 아니다."
"…?"


 

 

 

 


정말이지 무슨 생각으로 살았는지 모르겠다. 사겨주지 않으면 죽어버리겠다. 어떻게 그런 어줍잖은 협박에 넘어가 연애를 하냐고… 그것도 사귀는 내내 설렘 한번 느끼지 못하면서… 사실 그땐 그냥 농담이겠지 했는데, 진짜였다니… 그러고보면 나한테 그런 애절한 고백을 한 녀석이 정말 진심이었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말하는사이 어느새 우리 앞엔 주문한 요리들이 다 세팅되어있었다. 요리를 먹으며 다시 이런저런 애기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순식간에 음식들이 사라졌다. 음식들은 소문날 만큼 맛이 좋았다. 거기다 좋아하는 요리여서인지 기분좋게 먹었더니 자철의 표정 또한 밝았다.

 

 

 
 

 


"아, 맞다. 자봉아 나 갈데 있었는데"
"어딘데?"
"미용실,"
"지금도 이쁜데, 뭐하려고?"
"까맣게 염색"
"흐음, 그것도 이뻤지. 그래 밥도 다 먹었겠다. 그만 갈까?"

 

 


 

 

 

흔쾌히 같이 가자고 해주네, 아니면 내말이라 거절을 안하는건가. 하지만 크게 신경 안쓰고 자주가던 미용실로 향했다. 미용실에 도착하고나서 자철은 갑자기 나도 갈데 있었는데, 하더니 머리하면서 기다리고 있으란다. 딱히 여기 있어도 녀석은 할게 없었으니 잘됐네, 하며 보냈지만 혼자 나가는 자철의 뒷모습을 보니 막상 서운한 감이 드는게 이상하다.

 

 

 

 

 


미용사에게 머리를 맡긴지 꽤 걸려서 머리염색이 끝났지만 자철은 돌아오지 않았다. 어디갔길래 왜 이렇게 안오지? 혹시 길이라도 잃었나하는 말도 안되는 생각도 하면서 전화기를 찾았다. 구자봉이란 이름을 찾아 통화버튼을 누르니 헉헉거리면서 녀석이 전화를 받는다.

 

 

 

 

 


"어디냐?"
'아, 헉헉. 응, 거의 다왔어'
"어딘데?"
'바로 앞이야, 금방가'
"… 빨리와. 보고싶어"
'… 뭐라고?'
"못들었으면 됐어, 빨리 오기나 해"

 

 

 

 

 

얼굴이 보이지 않는단 생각에 용기있게 내뱉은 말이었지만 녀석이 듣지 못한 듯 하다. 아… 얼굴까지 빨개지는 걸 참고 해줬더니 못들었어, 이 구찌질아… 귓구멍이라도 파줄까. 녀석이 되물었지만 얼버무리며 그냥 빨리 오라고 말한 순간 내 몸이 휙 하고 돌아간다.

 

 

 

 

 


"……너!!"
"다시 말해봐, 아까 뭐라고 했는지 다시 말해줘"
"너 언제부터 여기 있었냐…?"
"방금 온거야, 빨리 말해줘, 뭐라고 했냐니깐?"
"아, 시끄러. 못들었으면 됐어"

 

 

 


 


진짜 방금 도착한건지 땀이 송글송글 맺혀있긴 한데… 그래도 내얼굴은 아직 빨간 것 같다. 빨개진 얼굴이 부끄러워 고개를 숙이며 녀석을 지나쳐 미용실을 빠져나갔다. 그러자 녀석이 쫓아오면서도 계속 보챈다

 

 

 

 

 

 

"야아, 해달라니까. 왜 안해주는데. 다시 한번만 해줘"

 

 
 

 

 


계단을 내려가다 녀석의 말에 우뚝 서자 녀석도 따라 멈춘다. 몸을 돌려 녀석을 바라보는데 저 구글거리는 웃음 뭐냐…

 

 


 

 


"…야, 너 아까 들었지"
"못들었어, 그러니까 다시 말해줘"

 

 

 

 

 


여전히 능글맞은 웃음을 지은 채 보채는 녀석을 가만히 노려보다 녀석의 정강이를 차버렸다.

 

 

 

 

 


"윽,…"
"보고싶었다고, 이 찌질아! 됐냐?!"

 

 

 

 

 


소리를 꽥 지르곤 다시 몸을 돌려 내려가려던 찰나 녀석이 갑자기 뒤에서 날 끌어안는다.

 

 


 

 

 

"… 뭐, 뭐하는거야?"
"… 아 진짜"
"…?"
"이뻐죽겠다, 내 기성용"

 

 

 

 

 


녀석의 행동과 귀에서 들리는 녀석의 말에 귀가 뜨거워졌다. 아씨, 이자식은 항상 왜 갑자기 이러는거야. 차가운 두 손으로 달아오른 얼굴을 감싸고 식어라식어라, 하고 있을 때 또다시 귀에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사랑해, 기성용. 이건 선물이야"

 

 

 

 

 


어? 하고 녀석을 보기위해 떼어내려 하자 녀석이 먼저 떨어졌다. 그러나 아직 목에서 뭔가 느껴져 내려다보니 목걸이가 걸려있다. 근데 뭐랄까… 이건 목걸이라기 보다는 반지를 줄에 끼운 것에 가깝다. 목걸이를 만지작거리며 녀석을 쳐다보자 녀석이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 이게 뭐야?"
"커플링"
"근데 왜 목에…"
"아, 그건 그냥…. 아무튼, 잘 걸고다녀"
"…?"
"알았어?"
"응,"

 

 

 

 

 


내 대답에 고개를 끄덕거리며 자신의 목에서도 똑같은 목걸이를 걸고는 달랑달랑 흔든다. 이거때문에 그렇게 오래걸린거구나…

 

 

 

 

 


"이거 잃어버리면 절대 안되, 내가 직접 디자인한거니까"

 

 


 

 

 

새삼 감탄하며 반지를 자세히 보았다. 금색테두리에 무늬가 새겨져 있었는데, 자세히보니 아주 작은 축구공과 그 양쪽으로 사람 둘이 공을 향해 달려가는 무늬이다. 손 많이 갔겠는데…? 반지 안쪽을 살펴보니 작게 KooKiLine이라고 적혀있다. 그런 반지를 손에 꼭 쥐며 녀석을 보자 녀석이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응, 머리 잘됐다. 역시 이뻐"
"… 당연하지, 가자"

 

 

 

 

 

또또, 이쁘다는 저 무차별 공격에 얼굴이 매번 달아오르고 부끄러워하는 것도 익숙해질만 한데, 전혀 그렇지 않다. 그래도 아닌척, 아무렇지 않은척 해봤지만 녀석은 이미 봤는지 쿡쿡 웃는다. 흠흠, 시계를 보니 벌써 7시다. 내일 스케줄더 있는데 헤어지자니 막상 아쉬… 아, 그러고보니 이녀석 어디서 자려고…?

 

 

 

 

 

"… 근데 너 어디서 자려고?"
"뭘물어, 당연히 너네집이지"
"아,"

 

 

 

 

 


역시나다. 매번 서울에 일정이 잡힐때마다 우리집에서 지내긴 했지만 이번엔 좀 느낌이 다르다…? 사귄다는 의식을 하고 있어서 그런가… 별 생각 다한다 기성용 미친놈,

 

 


 

 

 

"그럼 빨리 가자,"

 

 

 

 

 


고개를 저으며 자철의 팔목을 잡고 앞장 섰다. 녀석이 어어,하다 이내 보폭을 맞춘다.

 

 

 

 

 

 

"저어, 마누라님"
"왜,"
"보통 이럴땐 손을 잡아야하는거 아니냐?"
"… 시끄러, 그냥 조용히 따라와!"

 

 

 

 

 


그제서야 킥킥거리며 웃을 뿐 조용히 따라온다. 하지만 손이 아닌 팔목을 잡았을 뿐인데도 건장한 사내 두명이 그러고 있는게 이상한지 주변에서 힐끗힐끗 바라본다. 뭐ㅇ… 아! 혹시라도 또 우릴 알아보는건가?! 주위를 둘러보니 수근수근거리는게 진짜 알아본 것 같다. 제기랄…

 

 

 

 

 

 

"야, 자봉아 뛴다!"

 

 

 


 

 


녀석에게 한마디 툭 내던지곤 녀석의 팔목을 잡은 그대로 뛰기 시작했다. 녀석이 어어, 야야! 하며 멈춰세우려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다행이도 미용실과 집은 멀지 않은 곳에 있어 오래 뛰지 않고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숨을 고르다 녀석을 슬쩍 쳐다보니 또 땀을 흘린다.

 

 

 
 

 

 

이녀석… 오늘 하루종일 땀흘리네. 수고했단 의미로 그제야 팔목을 놓아주고서 녀석의 얼굴에 나있는 땀을 닦아주었다. 녀석이 잠시 멈칫하더니 그대로 굳어 날 멍하니 바라본다. 어느 정도 닦아내고 손을 뗐음에도 아무 움직없이 날 보는 녀석의 시선에 갑자기 무안해져 집으로 먼저 쏙하니 들어왔다. 한참이 지나서야 녀석이 정신이 들었는지 집으로 들어온다. 근데 녀석의 얼굴이 빨갛다. 너무 뛰어다녀서 그런가…?

 

 

 

 

 

"너 얼굴이 빨개, 힘들어서 그러냐?"
"어? 빨개? 아, 그런가…?"
"땀 많이 흘려서 그런거 아냐? 얼른 따뜻한 물로 샤워부터 해"
"어…어"

 

 

 

 

 

정신을 차린 줄 알았는데 아직도 멍하니 답하는 녀석이 이상했지만 곧 샤워하러 들어가는 걸 보곤 소파에 앉아 티비를 보았다. 그러나 몇분도 안지나 스르르 쓰러져 잠이 든 것 같다.

 

 

 

 

 


잠결에 몸을 뒤척이다 눈을 뜬 순간… 으악하며 벌떡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바로 눈 앞에 얼굴을 갖다대고 머리의 물기를 뚝뚝 흘리고 있는 녀석때문이다. 너무 갑자기 일어나서 녀석이 피할수 없었는지 녀석의 이마와 내 이마가 부딪혔다.

 

 

 

 

 


"아씨… 뭐하고 있는거야?!"
"하하, 자는 얼굴이 너무 이뻐서"
"휴, 됐고. 가서 머리나 말려. 그러다 감기들어"
"말려줘"
"뭐?"
"니가 말려줘"
"… 니가 개냐?"
"애인이잖아, 성용아 해주라. 안그럼 나 계속 이러고 있는다?"

 

 

 
 

 

 

지가 무슨 강아지도 아니고… 애같이 떼를 쓰며 강요하는 저 부탁에 고민하다 결국 손들었다. 알았다는 말에 녀석이 수건과 드라이기를 건네고는 소파에 앉은 내 앞 바닥에 털썩 앉았다. 드라이기를 켜고 녀석의 머리카락을 헝클이며 머리를 말렸다.

 

 

 

 

 

 

"이거 기분좋다. 동물들의 마음을 알것같기도 한데?"
"동물 기분 알아서 좋기도 하겠다. 난 귀찮은데"
"에이, 이왕하는거 좀 행복하다하면 안되냐,"
"아, 행복하다"
"… 말을 말자, 망할놈"

 

 

 

 

 


내 대답이 불만인 듯 투덜거리자 나는 한마디씩 끊으며 딱딱하게 말했다. 그러자 녀석이 인상을 찡그리며 망할놈이란다. 킥킥거리며 웃는데 녀석이 다시 입을 연다.

 

 

 

 

 


"야, 여성용. 근데 아깐 왜 뛴거야?"
"사람들이 또 알아보는 것 같아서"
"알아보면 어떻다고, 갑자기 뛰는 바람에 뒤에서 내꼴이 얼마나 웃겼는지 아냐?"
"알게뭐냐, 팔목 잡고 있었잖아. 괜히 소란스러워질것같아서"
"응? 그럼 팔목을 놓으면 됐잖아"

 

 

 


 

 

…아, 그러게. 팔목을 놓으면 그만이었는데 난 왜 뛴거지? 자봉의 말에 머리를 말리던 손이 멈췄다. 녀석이 고개를 돌리며 나를 보곤 왜그래 물었지만 머리가 멍해졌다. 그저 왜 뛴거지, 라는 의문만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놓기 싫어서…?"
"응?"

 

 


 

 

 

아차, 생각한다는 것이 그만 입밖으로 튀어나왔다. 뒤늦게 입을 막았지만 녀석이 씨익 웃는걸 보니 이미 다 들은 모양이다.

 

 

 

 

 

"뭐야, 놓기 싫어서 뛴거야?"
"아니, 그런거 아니야"
"에이, 뭘 부정하고 그래"
"아니라니까,"

 

 

 

 

 

 

딴 곳을 쳐다보며 애써 부정하는 내 얼굴을 녀석이 돌려 눈을 마주치게했다. 계속 웃던 녀석은 정말 놓치기 싫어지는 녀석이야, 너 하며 중얼거린다. 아씨…, 지금 내 표정이 어떤지 도무지 감이 안잡힌다. 한가지 확실한건 분명 이상할 것 같다는 것이다. 고갤 다시 돌렸고 녀석은 쉽게 손을 풀어주었다.
 

 

 

 

 

 


"머리 다 말렸으니까 저리가"

 

 

 

 

 

 


발로 녀석의 등을 툭툭 밀었다. 녀석이 자리에서 일어나 내옆에 앉는다. 나는 일어나 방으로 향했다.

 

 

 

 

 


"나 자러간다. 넌 소파에서 자"
"어? 어째서! 같이 자!"
"미쳤냐, 안돼. 절대 들어오지마"

 

 

 

 

 


방으로 들어오려는 녀석을 밀어내고 방문을 쾅 닫고서야 문에 기대 주르륵 주저앉았다. …하, 진짜 미치겠다. 구자철이랑 같이 있으면 하루에 백번은 더 얼굴이 달아오르고 심장이 미친듯이 뛰는 것 같다. 익숙해질 때가 되기엔 아직 멀았나… 이것저것 계속 떠오르는 생각에 바로 누워 잠을 자려 했으나 좀처럼 잠이 오지 않는다. 결국 그렇게 뜬 눈으로 밤을 세우며 해를 맞았다… 왜? 방 문 하나 사이로 구자철이 있단 이유 하나만으로…

 

 

 

 

 

 

퀭한 눈으로 방을 나가니 구자봉은 소파에 누워 잘도 자고 있다. 괜히 열받아 녀석의 머리를 한대 쥐어박았지만 세상 모르고 잔다. 맘 같아선 여기저기 더 때려주고 싶었지만 그냥 화장실로 들어갔다. 씻고 나와보니 어느새 녀석이 소파에 앉아 티비를 보고있다.

 

 

 

 

 

 

"언제 일어났냐?"
"방금, 근데 왜 이마가 뜨거운 것 같지… 자다가 어디에 박았나?"

 

 

 

 

 

 

순간 뜨끔했지만 모른척했다. 녀석이 구찌질이라 다행이다… 큭큭 빨리 준비해, 또 늦으면 감독님 밥 안준댔으니까. 하며 말을 돌렸다. 그 말에 녀석도 아차, 하곤 부랴부랴 준비한다. 준비를 끝낸 우리는 집을 나와 신라호텔을 향했다.

 

 

 

 

 


오늘은 신라호텔에서 올림픽축구대표 환영파티가 있다. 드레스코드 레드까지 정해줬는데, 난 그냥 평범하게 청바지에 빨간색 체크무늬 남방을 입었고, 구자철은 정장바지에 흰 와이셔츠, 그리고 빨간 팔찌로 드레스코드를 맞췄다. 평소 쓰지도 않던 안경까지 착용했다. 누구한테 잘보이려고 저렇게나 꾸몄대…?

 

 

 

 

 


신라호텔에 도착하니 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와있었다. 다들 꽤나 근사하게 입고왔다. 이거… 내가 가장 딸리는데? 포토타임을 가지고 난 후 모여있는 동료들에게 가니 모두 머리염색에 대하 한마디씩 하더니, 다음으로 옷이 그게 뭐냐, 한마디씩 한다. 약간 기분상한 난 그래도 난, 얼굴이 있으니 됐지않냐 했더니 모두가 나에게 달려들 얼굴을 한다. 기어코 구레기놈은 발로 내 엉덩이를 차기까지 한다. 와, 내가 빼입고 왔으면 당신들 꾸미고 온거 다 죽였어. 속으로 이런저런 투정을 하고 있을 때 식의 시작을 알리는 멘트가 흘러나왔다.

 

 

 


 

 

"이제부터 환영식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올림픽축구대표 선수들과 스태프 및 관계자들은 모두 자리에 착석해주시기 바랍니다."

 

 

 

 

 

^^*

참고로 블로그는 비공개로 돌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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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미녕입니다! 다정다감한 자철과 무심한척 자철을 챙기는 성용의 모습 너무 이쁘네요 ㅎㅎ 글 잘보고 갑니다~^^
11년 전
쿠키가죠아
감사합니당 ㅋㅋㅋ
11년 전
독자2
하늬에요! 와 지느의 파워 ㅋㅋㅋ 둘이 진짜 보기 좋네요! 머리아프다는 말에 바로 약사러 가는 모습 하며 ㅋㅋ 잘 읽고가요~
11년 전
쿠키가죠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닷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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