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언제나 나를 기다리지 않았다. 오히려 움켜쥐려 할 수록 모래시계 안의 모래들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르게 빠져나갈 뿐이었다.
그래서 사진을 찍는다는게 좋았다.
뷰파인더를 통해 보이는 세상의 모습이 렌즈에 담겨 늘 같은 모습으로 필름에 저장되는 건 정말 멋진 일이라고 생각했다.
언제 보아도 변함없이 같은 모습으로 영원히 남겨진다는 게 최고라는 생각만을 가지고 있을 때,
“ 사진 찍는 거 좋아하시나 봐요? “
“ … 네. “
“ 저는 별 보는 거 좋아해요, 반짝반짝 예쁘잖아요. “
“ 아, 그렇네요. 뭐… “
“ 언제 한 번 같이 보러 가실래요? “
유치했다.
그의 첫인상은 뜬금없이 별이 반짝반짝 빛나서 좋다고 하질 않나, 난데없이 갑자기 다가와 별을 보러 가자고 하지를 않나,
여자였다면 여느 여자와 다를 바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다가온 건가 생각해봤지만.
검은색 뿔테 안경 너머로 보이는 그의 눈동자는 그가 좋아한다던 별을 박아논 마냥 너무 순수하고도 진지했다.
" 곧 있으면 유성우 떨어진대!! 소원빌 거 정했어? '
" 소원은 무슨, 유치하게 아직도 그런 걸 믿냐? "
" 어…! 어,어!! 떨어진다, 빨리 빌어!! "
' …………해주세요…. '
그때 부터였을까.
길가에 핀 이름모를 꽃보다 환한 네 웃음이,
뷰파인더로 들여보는 세상보다 너와 함께 하고 있는 세상이,
필름에 남아 영원을 간직한 채 남아있는 사진보다 어디든지 너와 등을 맞대고 올려다보는 하늘이,
더 좋아졌다.
미치도록 빠져있던 사진보다 네가 ,
훨씬 더 좋아졌다.
“ 학연아. “
“ 응…? “
" 예쁘다… “
“ 응, 진짜 예뻐! “
“ 너도, 저 별들도. “
그리웠다.
그와 나 사이에서 톱니바퀴처럼 일제히 움직이는 별들의 모습이.
다시는 같은 모습을 볼 수 없다는 모습이 사진으로 남겨진다는 게.
이제는 내 가슴 속에 까맣게 박혀 나의 별이 되어버린 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