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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김태형] 오월의 소년 15 | 인스티즈 

 


오월의 소년 

 

 


 

 


 


 


 


 


15-01 


 


 


 

시험날이다. 이런저런 일이 많았지만 어쨌든 주말은 평탄히 지나왔고 오늘이 드디어 시험날이었다. 상쾌한 아침 공기를 힘껏 들이마시며 심호흡을 했다. 손에는 어제 마지막으로 정리한 요점 노트를 꼭 쥐고. 꾸준히 열심히 준비했으니까 잘 칠 수 있을 거야. 모르는 것도 다 정리했잖아. 형광펜으로 강조된 부분을 눈으로 빠르게 훑으며 마음속으로 되새겼다. 분명 열심히 했는데, 그런데 왜 이렇게 마음이 불안한 건지. 괜히 입술을 물어뜯었다. 근데 얜 왜 이렇게 안 와. 항상 같이 등교하긴 했지만, 오늘은 시험을 치는 날이고, 난 평소보다 일찍 등교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니 자기도 일찍 가서 공부를 할 거라며 나보고 늦지 말라고 으름장까지 놓았는데. 언제 오려는 거야. 


 


 


 


 

"워!"
 

"아, 깜짝아! 왜 이제 와!" 

"미안, 편의점 좀 갔다 오느라. 뭐 살게 있어서." 

"아아. 아무튼, 빨리 가자. 일찍 가서 공부한다며." 

"그, 그랬나." 

"네가 어제 분명히 그랬거든요. 얼른!" 


 


 


 


 

김태형이 언제 오나, 멀뚱히 서서 허공을 바라보던 때 갑자기 뒤에서 내 어깨를 건드리며 소리치는 낮은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뒤돌아보았고, 김태형은 히히, 웃으며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맨날 장난치지, 초등학생도 아니고. 아침부터 편의점이라니, 간식이라도 샀나.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하며 먼저 앞서나갔다. 분명 어제 일찍 가서 공부할 거라고 문자를 몇 통이나 날려댔으면서, 기억 못하는척하기는. 먼저 앞서나간 나를 김태형은 금방 따라잡았다. 늘 그랬듯, 김태형은 나보다 다리가 훨씬 기니까. 김태형은 어느새 옆에 서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나는 그 시답잖은 이야기에도 웃음이 터져서 깔깔 웃어버리고. 그러다, 김태형은 잠깐 내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더니 대수롭지 않은 투로 물었다. 


 


 


 


 

"괜찮아?" 

"응?" 

"아니, 요새 날씨 춥잖아. 뭐 어디 아픈 덴 없고? 아, 아니면 기분은? 오늘 시험인데 안 떨려?" 

"당연히 괜찮지. 뭐든……, 다 괜찮아." 

"……다행이네." 


 


 


 


 

괜찮아? 그 물음에 모른 척 고개를 들어 응? 하고 되묻자, 김태형은 어깨를 으쓱하더니 횡설수설 말을 늘어놓았다. 날씨니, 기분이니. 그렇게 돌려돌려 말해도 김태형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는 바로 알아들었다. 김태형은 그걸 걱정하는 거겠지, 지난 금요일에 있었던 일. 생각해보면 꽤 큰일인데, 내가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고 있어도 김태형은 내심 걱정이 됐나 보다. 난, 뭐든 괜찮아. 미소를 지어 보이며 그렇게 대답하자 김태형은 또 가만히 내 눈을 쳐다보더니, 씩 웃으며 말했다. 다행이네. 사르르 휘어지는 김태형의 눈을 마주하자, 문득 기분이 이상해져 어색한 웃음소리를 흘리며 고개를 떨구었다. 늘 보던 웃음인데 왜 오늘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건지. 심장 어딘가가 콩콩거리는 것 같아 숨을 흡, 들이쉬었다. 


 

사실, 금요일 이후로 김태형이 조금 다르게 보이는 건 사실이다. 그렇게 교실에서 한바탕을 하고, 양호실에선 김태형 앞에서 우는 꼴을 보이고. 평소의 나 같았으면 절대 그러지 못했을 텐데 김태형 앞에서 잘도 울었었다. 심지어 김태형 품에 안겨서 엉엉, 학교가 떠내려가게. 평소에 잘 울지 않는데, 그렇게 다 내려놓고 우는 모습을 보였는데다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남자애 품에 안겨 울었다. 맨정신이었으면 절대 못했을 짓인데 하도 정신이 없어서 그렇게 됐었나 보다. 그러고 나서 쓰러지듯 잠이 들었는데, 깨어나 보니 김태형이 내 침대맡에 앉아 엎드려 잠들어있었다. 그냥 날 두고 수업이나 들으러 가지, 바보같이 잠든 곁에 앉아서. 그렇게 아무도 없는 불이 꺼진 양호실엔 유리창으로 들어오는 햇살만이 유일한 빛이었고, 그 빛이 눈을 감고 잠들어있는 김태형의 얼굴에 비췄는데, 그걸 보는 심장이 간질간질했다. 남자애치고 긴 속눈썹. 멍하니 금요일에 있었던 일을 회상하다, 문득 내가 이상한 애처럼 느껴져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변태같이 남의 얼굴이나 훔쳐보고 말이야. 아무튼, 그날 이후로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고. 이게 뭔진 모르겠지만 웃는 얼굴을 보면 심장께가 두근두근거리고 목구멍이 간질간질한 게. 아무튼 이상한 건 확실하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냐." 

"어? 아무것도 아닌데?"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냐. 혼자 멍 때리다, 또 고개를 마구 저어대는 내 모습이 이상해 보였는지 김태형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여 내 얼굴을 들여다보았고, 난 또 바로 앞에 보이는 김태형의 눈에 화들짝 놀라 뒷걸음질을 쳤다. 아무것도 아니야! 절대 네 생각은 안했다구, 절대. 이상하단 표정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이는 김태형을 바라보며 다시금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아, 또 이래. 막 여기가 간질간질. 어딘가 몽글몽글한 이 느낌. 오늘 시험인데 괜히 마음 싱숭생숭하게. 그렇게 멍하니 다른 생각을 하다 보니 학교 가는 길도 금방이었다. 원래 오래 걸리는 길이 아니긴 하지만,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있다 보니 눈 깜짝할새 도착한 느낌이랄까. 난 어느새 중앙계단을 올라 3층에 도착하면 바로 문과와 이과를 가르는 복도 앞에 서있었다. 


 


 


 


 

"오늘 치는 과목 공부는 다 했지?" 

"당연하지, 나 김태형이야. 완벽하게 끝냈지." 

"시험 잘 쳐, 우리 열심히 공부했잖아." 

"잘 쳐야지. 너도 잘 치고." 


 


 


 


 

그래, 다른 거 신경 쓸게 아니라 시험이 중요하지. 그동안 김태형과 카페에서 몇 시간씩이나 공부를 하고, 편의점 야외 테이블에 앉아 컵라면을 먹던 기억이 생각나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내가 그동안 그렇게 열심히 도와줬는데 잘 쳐야지. 공부는 다 했냐는 물음에 김태형은 능청스럽게 손가락으로 브이를 만들어 턱에 가져다 댔다. 나 김태형이야. 능청스러운 그 미소에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여 소리 내어 웃었다. 그래, 너도 나도 잘 치자. 이제 얼른 반에 가서 요점 노트를 봐야겠다 싶어 이만 가보겠다고 말하곤 돌아섰다. 근데 아직 할 말이 남았는지, 내가 돌아서자마자 김태형이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 걸음을 멈췄다. 


 


 


 


 

"그, 오늘 학교 끝나고 어디 가?" 

"나? 집에 갈 건데?" 

"아, 그럼 같이 가. 나, 나도 그쪽으로 가." 

"응? 그래! 끝나고 만나자. 그럼 나 간다!" 


 


 


 


 

난 또 별거라고. 엄청 중대 사안인 줄 알았네. 제 머리칼을 만지작거리며 다른 곳을 보고 넌지시 이야기하는 말투에 뭐 엄청 어려운 부탁이라도 하는 줄 알았다. 집에 한두 번 같이 간 것도 아니고. 간결하게 대답을 하고 다시 돌아섰는데, 김태형이 또 내 이름을 부르는 거였다. 아이, 한 번에 말하지 좀. 또 뭔데, 대체 뭐야. 뭔가 싶어 고개를 돌렸는데 김태형이 제 주머니에 손을 넣어 무언가 바스락 소리가 나는 걸 꺼낸다. 그리고 그걸 바로 낮게 나를 향해 던져서, 난 반사적으로 몸을 낮춰 김태형이 던진 무언가를 받았다. 손을 펼쳐 얼떨결에 받게 된 그 무언가를 확인해본 나는 이게 무엇이냐는 눈으로 김태형을 올려다보았다. 


 


 


 


 

"초콜릿. 네가 단거 먹으면 기분 좋아진다며." 

"……." 

"아, 시험 잘 치라고." 

"아아." 

"아니, 뭐 내가 너 주려고 굳이 산건 아니고. 편의점에서 원 플러스 원하길래 사, 산 거야." 

"그래, 고마워. 김태형." 


 


 


 


 

네가 단거 먹으면 기분 좋아진다며. 그 말에 기억을 더듬어 보니, 언젠가 내가 김태형에게 사탕을 건네며 그런 말을 했던 게 어렴풋이 생각이 났다. 민망했는지 김태형은 딴청을 부리며 몇 마디를 덧붙였다. 굳이 나 주려고 산 건 아니라면서. 아침에 편의점 갔다더니 초콜릿 샀구나. 알겠네요, 알겠어. 김태형이 더는 변명하지 않아도 되게 얼른 고맙다고 말하자, 김태형은 시선을 돌려 흘끔 나를 바라보더니, 멋쩍게 씩 웃었다. 나 주려고 샀다고 착각할까 봐 아주 혼신의 힘을 다해 변명하시네. 섭섭하게. 이젠 진짜 가봐야겠다 싶어서 발걸음을 돌렸다. 나 진짜 간다! 


 


 


 


 

"이거 먹고 시험 잘 칠게. 그러니까 너도 잘 쳐, 응?" 

"그래. 좀 이따 보자." 


 


 


 


 

그렇게 두번이나 발걸음을 멈추고 나서야 나는 드디어 반을 향해 갈 수 있었다. 복도를 지나, 우리반에 도착하자 몇몇 친구들이 이미 반에 와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친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아 빨리 요점 노트를 들여다보았다. 다 봤던 내용이니까 확인만 하면 되는거였다. 잘 칠 수 있어, 열심히 했으니까. 요점노트를 빠르게 읽어내리며 넘기다, 문득 고개를 들어 어딘가를 바라보았다. 텅 빈 맨 앞자리. 실장 자리였다. 가만히 그 빈 자리를 바라보다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실장은 오늘 반에서 시험을 치지 않고 양호실에서 시험을 칠 모양이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채워져 있던 자리가 텅 빈 모습을 보니 기분이 싱숭생숭했다. 시험이 끝나고 나면, 징계위원회가 열릴 거라고 했다. 보통 일이 아닌, 꽤 중대한 사건이라서 학교 측에서도 그냥 넘어갈 생각은 없어 보였다. 실장이 전과를 할 거다, 전학을 갈 거다, 유학을 갈 거다, 이런저런 이야기는 아이들 사이에서 많이 나왔지만 그 누구도 진실은 몰랐다. 어쨌든 단 한가지 확실한 건 나와 그 앤 다시 예전처럼 지낼 수 없을 거란 사실이었다. 쓴웃음을 삼키고 고개를 떨구었다. 보던 노트나 마저 봐야지. 당장 시험이 코앞인데. 잘 쳐야지. 


 


 


 


 


 


 

15-02 


 


 


 


 


 


 

"시험 어땠어?" 

"껌이었지. 백퍼 1등급이야."

"뻥치고 있네." 

"진짜야, 내기할래?" 

"됐거든." 


 


 


 


 

첫날의 시험이 끝났다. 각자 오늘 쳤던 시험에 대해 이야기하며 왁자지껄하게 수다를 떠는 아이들 사이에, 벽에 기대서 이쪽을 바라보는 키가 큰 김태형의 얼굴이 보여 반갑게 손을 들었다. 난 그저 빨리 오늘 시험이 어땠는지 물어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날 발견한 김태형이 애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내게 말을 걸기도 전에, 내가 먼저 선수쳐 질문했다. 시험 어땠어? 내 물음에 김태형은 우쭐한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꼿꼿이 들고 말했다. 껌이었지. 얼마나 잘 쳤으면 저렇게 당당하게 말하는 거야. 1등급이라니. 난 오늘 시험 좀 어려웠는데. 사탐이 좀 쉽게 나왔나. 


 


 


 


 

"아, 맞다. 나 오늘 병원 들렀다 가야 돼." 

"왜?" 

"엄마가 삼촌한테 뭐 전해주고 오라고 해서." 

"나도 갈래." 

"응?" 

"아, 아니. 뭐, 치즈 잘 지내나 보려고. 공부한다고 요새 못 봤잖아." 

"아아, 그래! 같이 가자." 


 


 


 


 

그러고 보니 예전엔 치즈 보러 매일 병원 갔었던 거 같은데, 김태형과 시험공부를 시작하면서부터 병원에 자주 못 갔던 것 같다. 괜히 미안해지는걸. 치즈는 잘 지내려나. 아기 고양이라 금방 자랄 텐데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더 자랐으려나? 김태형과 시험 이야기를 하면서 걷다 보니 병원까지 가는 건 금방이었다. 유리문에 힘껏 손을 대어 밀자 문에 달려있던 종이 딸랑 소리를 내며 울렸다. 삼촌! 익숙하게 삼촌을 부르며 병원에 들어섰는데, 가장 먼저 눈에 보인 건 삼촌이 아니라 어떤 낯선 남자였다.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는 남자의 모습에 잠시 주춤하자, 바로 내 뒤에 서있던 김태형은 왜 그러냐 물으며 병원 안으로 들어와 섰다. 누구지? 처음 보는 사람인데. 근데……, 머리색이 노란색이야. 신기하다. 그런 생각을 하며 남자의 금발머리를 힐끔 쳐다보는데, 마침 그때 안쪽 진료실에서 삼촌이 걸어 나왔다. 


 


 


 


 

"어, 왔냐. 마침 잘 왔다, 안 그래도 연락하려고 했는데." 

"안녕하세요." 

"어, 태형이 오랜만이네. 앉아, 앉아." 

"아, 어……." 


 


 


 


 

호탕하게 웃으며 나와 김태형에게 인사를 한 삼촌은 어서 앉으라며 소파를 가리켰다. 근데, 소파에 앉으려면 저 남자하고 마주 보고 앉아야 되는데, 괜히 부담스럽네. 정작 남자는 우리가 들어오든, 말든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커피를 마시며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었지만. 금발로 염색한 사람을 실제로 처음 봐서 그런지 무섭기도 하고, 손님은 아닌 것 같은데. 김태형 역시 남자가 신경 쓰이는지 그 큰 눈을 굴려 힐끔 남자를 바라보고는 내 옆자리에 앉았다. 냉장고에서 오렌지 주스를 꺼내와 우리에게 내밀며 삼촌은 장난스레 물었다. 


 


 


 


 

"짜식들, 오늘 시험은 잘 쳤냐?" 

"당연하죠, 저 엄청 열심히 했잖아요." 

"나, 나도 잘 쳤어, 삼촌!" 

"그래? 그럼 성적표 나오면 보여줘." 

"에이, 그건 좀." 


 


 


 


 


 

마침 목이 말랐는데 잘 됐다 싶어 바로 삼촌이 건네준 오렌지 주스를 들이켰다. 아, 시원하다. 시험은 잘 쳤냐는 물음에 김태형은 진짜 잘 친 모양인지 싱글벙글 웃으며 긍정의 대답을 했다. 근데 안 그래도 연락하려고 했다니. 삼촌이 날 부를 일이 있나? 엄마 심부름은 단순히 물건만 전해주면 되는 거라서 삼촌이 날 부를 일은 없는데. 우리가 삼촌과 왁자지껄하게 떠들든 말든, 시니컬한 표정을 유지하며 커피를 홀짝이는, 맞은편에 앉은 남자를 힐끗 쳐다보고 삼촌에게 물었다. 


 


 


 


 

"근데 삼촌, 연락해서 할 말이 뭐였는데?" 

"아, 그거. 안 그래도 너랑 태형이 부르려고 했었는데."

"저도요?" 

"어, 그게. 저번에 미리 말해주긴 했는데, 치즈 입양 말이야." 

"어?" 


 


 


 


 

나랑 김태형을 부를 일이 대체 뭔가 싶어 멀뚱히 삼촌을 바라보자, 삼촌은 잠깐 망설이더니 말을 꺼냈다. 치즈 입양. 그 말을 듣자 마자 왠지 내 옆에 앉아있는 김태형이 신경쓰여 돌아보았는데, 역시나 밝게 웃고 있던 표정이 순식간에 가라앉아있었다. 저번에 삼촌이 치즈 입양할 사람을 찾았다고 한번 언질을 주고 그 이후로 잊고 있었는데, 진짜 치즈를 입양보낼 날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나도 이렇게 아쉬운데 직접 치즈를 여기로 데려온 김태형은 얼마나 섭섭할까. 그런데 그 이야기를 왜 지금 꺼내는 건가 싶은 마음이 들어 삼촌의 뒷말을 기다렸다. 


 


 


 


 

"내가 말했던 입양하기로 한 후배 말이야, 곧 이 동네로 이사를 오기로 해서 그동안 치즈 못 데려 간 거거든." 

"근데요?" 

"근데 이번 주말에 이 근처로 이사 온대. 그래서 주말에 아마 치즈 데리러 올 거야." 

"그렇게 빨리?" 

"어, 근데 그 입양하기로 한 후배가." 

"……." 

"얘야." 


 


 


 


 

당장 이번 주말이라니. 청천벽력 같은 소리에 생각을 정리하기도 전에 손가락으로 내 앞에 앉은 남자를 가리키는 삼촌에, 자연스레 나와 김태형의 시선은 삼촌에게서 낯선 남자로 옮겨갔다. 그제야 손에 든 핸드폰을 내려놓고 남자는 고개를 들어 우리를 쳐다보았다. 저 날카로운 눈에 휘황찬란한 금발머리를 한 남자가 우리 치즈를 입양할 사람이라고? 고양이는커녕 자기 챙기기도 귀찮아할 것처럼 보이는 저 사람이? 삼촌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남자를 바라보는 우리의 모습을 보더니 풉 웃음을 터트리고는, 삼촌의 후배라는 남자의 무릎을 손으로 툭툭 쳤다. 야, 네 소개라도 좀 해라. 


 


 


 


 

"뭘 소개까지……." 

"좀 해라. 엄연히 따지면 얘네가 치즈 보호자야." 

"큼, 큼. 그……, 들어서 알겠지만 너네 삼촌 후배고, 민윤기야. 이번 주말에 이 동네로 이사 와." 


 


 


 


 

소개를 하라는 삼촌의 말에 세상 귀찮은 표정으로 금발머리를 긁적이던 남자는 삼촌의 부추김에 어쩔 수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민윤기. 저 새하얗고 눈이 세모난 남자 이름이 민윤기란 말이지. 간결하게 끝난 소개에 민윤기 씨는 멋쩍게 웃음을 흘렸고, 나와 김태형은 가만히 팔짱을 끼고 민윤기 씨를 바라보았다. 아니, 믿어도 되는 거야? 우리 치즈는 아직 어리고 다친데도 나은지 얼마 안 됐는데 저 사람이 잘 돌봐줄 수 있을까? 아무리 봐도 아닌데. 


 


 


 


 

"실례지만 직업이 어떻게 되시죠?" 

"뭐?" 

"고양이 키우는데 생각보다 돈 많이 들거든요.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어야 우리 치즈를 잘 키울 수 있지 않을까요?" 

"크, 크흠. 음악 쪽 일해. 프로듀서."

"그래, 얘 나름 잘 나가는 프로듀서야. 수입은 짭짤해." 


 


 


 


 

그래서 냅다 오늘 처음 본 사람에게 실례가 될 수도 있는 질문을 했다. 아주 단도직입적으로. 내 질문에 삼촌은 소리 내어 웃음을 터트렸고, 민윤기 씨는 당황한듯하다 시니컬하게 대답했다. 프로듀서라. 음악 하는 사람이라니 뭔가 좀 멋있긴 하지만 아직 부족해. 음악을 하면 수입이 불안정한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던 찰나 삼촌이 웃으며 덧붙였다. 얘 나름 잘 나가는 프로듀서야. 하긴 저작권료가 짭짤하긴 하겠다. 그럼 돈 문제는 걱정 안 해도 되고. 다음엔 뭘 물어볼까 생각하던 때에 갑자기 내 옆에 잠자코 앉아있던 김태형이 불쑥 튀어나와 물었다. 


 


 


 


 

"근데 곡 작업 같은 거 하면 고양이한테 신경 쓸 시간이 없지 않아요?" 

"그러네! 곡 만드는데 오래 걸리잖아요. 작업하느라 치즈랑 못 놀아주고 그러는 거 아니에요?" 

"나 하루에 곡 하나씩 금방 만들어. 내가 천재 작곡가라서."

"네?" 

"그래, 얘가 겉으로는 이렇게 까칠하게 생겨먹었어도 그렇게 정 없는 놈 아니야. 걱정하지 마." 


 


 


 


 

김태형의 예리한 질문에 손뼉을 딱 치고 거들자, 민윤기 씨는 갑자기 어깨를 쭉 펴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천재 작곡가라서. 순간 내가 잘못 들었나 싶어 눈을 깜빡이고 다시 민윤기 씨를 바라보았는데, 아주 자기가 잘나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쿡쿡 웃고 있었다. 뭐야, 저 사람 이상해……. 힐끔 김태형을 바라보자 김태형 역시 이상하다는 표정을 짓고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우리를 안심 시키려는 듯 삼촌은 넉살 좋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정 없는 놈 아니야, 걱정하지 마. 삼촌이 저렇게 말할 정도면 믿어도 되는 건가. 


 


 


 


 

"왜 이렇게 날 못 미더워하냐. 이사 다 하면 주소 알려줄 테니까 걱정되면 보러오던가." 

"진짜 가도 돼요?" 

"지, 진짜 오게?" 

"이사 다하고 주소 찍어 주세요. 집들이 선물 들고 놀러 갈게요." 

"얘네 되게 적극적이네요, 형." 

"얘네가 원래 좀 그래." 


 


 


 


 

걱정되면 보러 오던가. 분명 농담조로 한 말이었겠지만 내 생각엔 좋은 아이디어였다. 그래, 걱정되면 우리가 보러 가서 치즈랑 놀아주면 되잖아! 진짜 가도 돼요? 내 물음에 민윤기 씨는 헛기침을 하며 황급히 마시던 커피를 내려놓았고, 김태형은 한술 더 떠서 말했다. 집들이 선물 들고 놀러 갈게요. 민윤기 씨는 어이없다는 듯이 피식 웃음을 뱉어냈다. 진짜 걱정되니까 그렇지. 우리 치즈 좋은 주인 만나야 되는데. 그때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민윤기 씨의 휴대폰이 진동소리를 냈고 민윤기 씨는 휴대폰 화면을 확인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형, 저 이제 가봐야될거같아요. 


 


 


 


 

"어, 그래. 그럼 주말에 데리러 올 거지?" 

"네. 주말에 봐요. 어……, 혹시 너네도 주말에 올 거냐?" 

"당연하죠! 우리 치즈 배웅해줘야 되는데." 

"이번 주말 전에 시험도 끝나요. 시간 많아요." 


 


 


 


 

삼촌과 인사를 하던 민윤기 씨는 웃으며 이야기를 하다 갑자기 미간을 살짝 찌푸리곤 따라 일어난 우리를 돌아보았다. 혹시 너네도 주말에 올 거냐? 당연한 거 아닌가? 우리 치즈가 입양을 가는데! 당연하죠! 당장 낭랑한 목소리로 긍정의 대답을 했고, 김태형은 바로 덧붙였다. 우리 시간 많아요. 그래, 그때 딱 시험도 끝나고 할 것도 없을 타이밍이네. 민윤기 씨는 질렸다는 표정으로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이곤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그렇게 쭉 걸어 나가는가 싶더니, 갑자기 멈춰 서서 우리를 돌아보는 거였다. 


 


 


 


 

"근데 너네 죽 되게 잘 맞는다. 아주 환상의 짝꿍이야." 

"네?" 

"그냥 사겨라, 사겨. 천생연분이네." 


 


 


 


 

아주 환상의 짝꿍이야. 박수를 짝짝 치며 질렸단 표정을 짓는 민윤기 씨의 모습에 어리둥절하게 되물었다. 그러자 민윤기 씨는 씨익 입꼬리를 올려 웃으며 한마디를 던지고는 유유히 병원을 나가는 거였다. 근데 이게 무슨 말이야. 사귀라니, 천생연분이라니. 순간 왠지 모르게 얼굴에 열이 확 오르는 걸 느꼈고, 반사적으로 내 옆에 선 김태형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들자마자, 눈을 커다랗게 뜨고 날 내려다보고 있는 김태형과 눈이 마주쳤다. 황급히 눈을 피하고 고개를 떨궜다. 아, 또 심장이 쿵쿵. 저 사람 진짜 이상해, 왜 저런 이상한 말을 해선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드는 거야. 머쓱하게 괜히 옷자락만 만지작거리는데 뒤에서 삼촌이 툭 한마디를 던진다. 


 


 


 


 

"그래도 학생은 공부가 먼저다. 대학 가서 사겨!" 


 


 


 


 

……삼촌은 바보야. 


 


 


 


 


 


 


 


 


 


 


 


 


 


 

* 

여러분 제가 드디어 완성본을 올렸습니다! 훠우! 일단 어제 급하게 구독료 무료라고 해서 미완성인 채로 올렸었는데 드디어 뒷부분을 완성했습니다ㅠㅠ 

일단 그동안 깜깜무소식이었던 점 죄송합니다ㅠ... 개인적인 일로 많이 바빠써 글 쓸 시간이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던 것 같아요ㅠㅠ 죄송합니다 

저번 에피소드였던 시험 에피소드를 완전히 마무리 짓고 이제 새로운 에피소드 시작입니다! 

이번화에 새로운 인물이 등장했네요ㅎㅎ 민 피디님은 엄청나게 비중 있는 캐릭터는 아니지만 드문드문 등장할 예정입니다. 

치즈를 입양할 사람을 누구로 할까 고민하다 그냥 바로 느낌이 와서 민 피디님으로 결정했습니다! 민 피디님이라면 귀여운 아기 고양이 치즈를 잘 돌봐줄 거라고 믿어요.  

슬슬 둘 사이의 관계에 진전이 생기는 것 같긴 하죠? 빠른 진전이 있길 바라면서! 저는 다음 화로 만나 뵙겠습니다. 항상 읽어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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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웅앵웅]
오랜만에 뵙네요 반가워요 ㅋㅋㅋ 태형이랑 여주랑 연애 아닌 연애중인데 둘이 언제쯤 사귈까 궁금하네요 ㅋㅋㅋ

6년 전
독자2
으아 작가님 오랜만에 뵙네요ㅎㅎㅎ 미완된 오월의소년이여도 역시 작가님 글은 짱입니다ㅠㅠ 오늘 태형이 행동 하나하나가 너무 귀엽고 웃음이났어요ㅎㅎㅎ 과연 언제쯤 눈이 딱 맞아서 여주랑 태형이 만의 연애를 하게 될지 궁금해요!
6년 전
독자3
헐 작가님ㅜㅜㅜㅜ보고 싶었어요ㅜㅠㅠㅠㅠㅠㅠ 읽고 올게요❤️❤️?
6년 전
독자4
역시 풋풋한 둘의 모습 너무 보기 좋아요...❤️ 다음 이어지는 이야기도 너무너무 궁금해요오
6년 전
독자5
홀 오랜만입니다작가님 ㅠㅠㅠ 어제는일찍잠들어버려서 못봤지만 아침부터 이렇게오월의소년 볼수있어서 참좋군요ㅕ.. 둘이진짜풋풋하다 언제쯤 서로의맘을 확인할런지 ㅠㅠ
6년 전
독자6
티티님 안녕하세요! 너무너무 보고 싶었습니다 ㅠㅁㅠ 둘이 서툴게 서로를 위하는 모습이 귀여워서 눈물이 나네요... 둘은 어째서 저렇게 귀여운 거죠?... 오랜만에 정주행한 오월의 소년은 사실 만남부터 귀여웠던 것 같아요. 동물병원이랑 고양이라니 알고 보니까 시작부터 귀여웠던 거 있죠. 태형이랑 여주의 미래 관계도 기대가 되지만 지금 둘의 관계성이 참 좋은 것 같아요. 미묘하고 간질거리고 풋풋하고ㅠㅠ 오랜만에 티티님 글 읽고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따뜻해지는 기분 느껴서 좋았어요. 글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도 뵈어요!
6년 전
독자7
아ㅠㅠㅠㅠ 둘이 너무 귀여워요ㅠㅠㅠㅠㅠ 이제 진짜 치즈도 입양가네요ㅠㅠㅠ 오늘도 글 잘읽었습니다!
6년 전
독자8
핫초코
치즈가 입양간다니ㅜㅜㅜㅜ 내가 다 아쉽다 ㅠㅠ
윤기가 과연 고양이를 잘 돌볼까 ㅋㅋㅋㅋㅋㅋㅋ
집들이 간다니 너무 적극적이어 ㅋㅋㅋㅋㅋㅋ

6년 전
독자9
뜌입니다 둘다 너무 귀여워요ㅠㅠ 그리고 윤기도ㅋㅋㅋㅋㅋ 작가님 이번편도 정말 잘 읽고가요!! 글 감사합니다❤️❤️❤️❤️❤️
6년 전
비회원78.31
청록입니다!!!작가님 너무 오랜만이에요 보고싶었어요ㅠㅠ점점 태형이랑 여주랑 가까워지면서 전보다 더 미묘한 분위기가 흐르는 것 같아요 그 아슬아슬하게 수평을 맞추듯이 서로 한발씩 다가오는 것 같다고 느꼈어요 그리고 서로 비슷해져 가는 게 느껴져서 씩 웃게 되네요 금발의 낯선 남자라 해서 순간 윤기?했는데 윤기였어요ㅎㅎ갑자기 나와서 둘에게 한마디 훅 던지고 가는 데 이게 진전에 도움이 될 것 같기도하고 앞으로 종종 나와서 훅던지고 가줬으면 좋겠어요ㅎㅎ
6년 전
독자11
와... 정주행 했어요 작가님 너무 재밌어요... 술술 읽히고 인물들 감정도 따라가기 쉬운 거 같아요 풋풋한 내음 가득한 글이네요ㅠㅠㅜㅠㅠ잘 보고 갑니다 최고...❤️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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