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처럼 씹어 넘긴 음식물이 식도를 넘어가면
쾌감과 동시에 밀려오는 죄책감
억눌렀던 식욕을 한꺼번에 뿜어내며
먹고 먹고 먹고 또 먹고
이제 어느 정도 진정이 된 것 같아
그러면 다시 끔찍한 시간이 반복되는 거야
꽉꽉 들어 찬 위 속의 악마들을 끄집어내자
혀를 내밀고, 손가락 두 개가 혀 뒤를 꽉꽉
변기 속에 일렁이는 잔물결 위로 비치는 내 얼굴
내 얼굴과 눈을 마주치고 싶지 않아
역겨움에 한 방울 눈물이 툭 떨어지면, 콧물도 한 방울 툭 떨어지면
쏟아지는 악마들,
어딘가 어긋난 희열
변기 속에 가득 담기는 그 더러운 것들
확 몰려오는 시큼하고 기분 나쁜 향에 인상을 찌푸린다
변기에서 멀어져 전신거울로 가까이 다가가면 있잖아,
겨우 지켜 낸 내 몸이 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