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또라이
글 ; 노랑의자
어제 황민현에게 간접고백을 해버리고 불편한 마음으로 학교갈 준비를 마쳤다. 심지어 황민현이 어제 내가 한 대사를 따라하며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 꿈까지 꿨다. 평소같았으면 꿈에서라도 맘놓고 감상할 수 있었다고 좋아했겠지만, 내가 저지른 일이 있는지라 딱히 달갑진 않았다. 교복 마이와 외투까지 챙겨입고, 문을 열기 전에 두 손을 모으고 간절히 기대했다. 오늘은 정말 정말 마주치지 않게 해주세요..!
쉼호흡을 크게 하고 조용히 문을 열었고, 내 기도가 통했는지 엘리베이터 앞엔 아무도 없었다. 황민현이 나타나기라도 할까 괜히 여기저기 눈치를 보다가, 얼른 내려가는 버튼을 눌러 일층으로 내려왔다.
거의 007 작전과 맞먹는다고 봐도 무방한 움직임을 학교에서도 이어가야 했다. 등교길에 마주치지 않았다면, 교실에 먼저 와 있거나 나보다 더 늦게 오거나 둘 중 하나라는 소리다. 교실에 도착해서, 절반만 투명한 교실 창문으로 황민현의 자리를 보니 비어있다. 아직 안 왔나? 혹여 다른 곳에 있을까봐 서 있는 애들까지 훑어봤다.
"뭐 해?"
"핳..!"
그러다 갑자기 옆에서 나타난 황민현에 너무 놀라서 대답도 못 하고 이상한 소리를 내며 주저앉을뻔 했다. 내가 휘청이자 나보다 더 놀라며 내 팔을 잡아준다. 헐. 처음으로 닿았어. 내 팔.. 팔 잡아줬어, 대박. 1차 심멎에 바로 이어진 2차 심쿵에 정신줄을 놓아버릴 뻔 했다. 겨우 숨을 고른 내가 아,아무것도 아니야! 하고 얼버무리니 들어가자, 하고 먼저 교실로 들어가는 황민현이다. 뭔가 기분이 좋아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왜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대하지? 어제 내가 필터링 없이 말했을 땐 동공에 지진 나더니. 까먹은건가? 황민현이 정작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나도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다. 그만큼 나를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일 수도 있지만 뭐, 대화를 나누는 사이가 됐다는 것에 의의를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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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시험기간인거 알지? 고삼 마지막 내신이다. 준비 잘 해."
결국 또 오고 말았다. 세상에서 제일 싫은 기간. 조례를 하러 들어오신 담임선생님은, 절대 듣고싶지 않았던 말을 하시곤 미련없이 교실을 나가셨다. 선생님이 나가시자마자 반 학생들 사이에서 아, 진짜 싫다- 하는 아우성이 터져나왔고, 그 중에는 물론 나와 김재환도 있었다.
"아, 우울하다 진짜."
"그런 의미에서 매점 고?"
"각."
"야 민현아. 매점 가자."
타이밍 좋게 매점 고? 하는 김짼에게 각이라고 답하며 지갑을 찾으려 가방을 뒤적거렸다. 그러다 김재환이 황민현을 부르는 소리에 하마터면 지갑을 바닥에 떨어트릴 뻔 했다. 김재환의 물음과 함께 나도 황민현을 슬쩍 쳐다봤다. 황민현은 나와 김재환을 번갈아보더니 아무 대답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재환이 오케, 하며 먼저 교실 밖으로 나갔고 나는 황민현의 뒤를 따라 총총 매점으로 향했다.
"나 빵 사줄 성이름 구함."
"나 개명했어."
"약았다 약았어."
김재환의 말은 가볍게 무시하고 내 영원한 단짝 초코렛을 골라들었다. 황민현은 뭘 먹을까 싶어 쳐다보니 흰 우유 하나를 계산하고 있다. 어쩜 저렇게 자기같은 것만 마시냐.. 피부처럼 하얀 우유를 들고 있으니 외모력이 더 빛을 발한다. 빨대를 세 개나 집어가는 황민현을 감상하다, 김재환까지 벌써 계산을 끝낸 것을 보고 나도 얼른 초코렛을 계산했다.
"..김짼."
"왜."
"민현이 왜저래..?"
매점 옆에 있는 작은 테이블에 자리를 차지하고 앉으니, 황민현이 우유에 빨대 세 개를 한번에 꼽고 쯉 하고 빨아마신다. 매점에 올 때부터 약간 표정이 어두운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귀엽기는 했지만 처음 보는 모습이라 아주 조금 당황스러워 김재환에게 물어봤다. 핫바를 양껏 베어물어 빵빵해진 볼로 대수롭지 않게 대답한다.
"냅둬. 쟤 지금 스트레스 받아서 그래. 저렇게 한번에 마시면 머릿 속에 잡생각이 다 하얗게 사라지는 느낌이라던데."
"그, 그렇구나.."
"아 이거 맵다."
"근데 왜 스트레스 받아?"
"성적 스트레스지 뭐. 부모님께서 기대 많이 하시거든."
아, 황민현 공부 잘했지. 잠깐 잊었다. 아까부터 살짝 다운되어 보이던 게 시험이 다가와서 그런가보다. 그런 줄도 모르고 귀엽다고 사진 찍고싶어 했네.. 으윽, 근데 너무 귀여운 건 사실이다. 덕질 하고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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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일어나 겟업겟업."
"아..왜.."
"다음 체육임. 옷 빨리 갈아입는 게 좋을걸."
아, 귀찮아 죽겠다. 잠이 덜 깨서 밍기적대면서도 사물함에서 체육복을 꺼내 꾸역꾸역 갈아입는 건, 열정이 넘치는 체육선생님께 잔소리를 듣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다. 윗 옷 집업까지 반쯤 올리고, 부시시한 머리를 정리하니 어느새 종 치기 1분 전이다. 복도에서 빨리 나오라고 소리치는 김재환 때문에 또 외투도 챙기지 못한 채 찬바람 쌩쌩 부는 강당으로 향했다.
"와..."
방금까지 전부 교실에서 헤드뱅잉하던 애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다들 활기차게 놀고있다. 이렇게 추운데, 집업까지 벗어놓고 뛰어다니질 않나, 농구골대로 점프하질 않나, 정말 나와는 정 반대의 성향들이다. 김재환도 그렇게 축구 축구 노래를 부르더니 어느새 한 쪽에서 반 남자애들과 축구를 하고 있다. 황민현도 운동 좋아하는 편인가? 그런데 지금 강당을 뛰어다니는 남자애들 중에는 황민현이 없었다.
어디 있지, 하고 둘러보다가 긴 다리를 뽐내며 무대 가장자리에 앉아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황민현을 발견했다. 운동 싫어하나? 저번에 짝피구 하는 거 보니까 곧잘 하던데. 짝피구를 떠올리니 단호하게 거절당했던 일이 다시 떠올라 쿠크에 금이 갔다. 윽. 오늘은 제발 짝피구 하지 말아주세요..
"짝피구 한다! 여자 남자 둘씩!"
체육선생님의 말씀은 나를 절망하게 만들었다. 또 꺅꺅 거리는 여자애가 황민현한테 찰싹 붙어있는 거 보고 쿠크 깨지긴 싫은데.. 급 울적해진 마음에 이따가 아파서 쉬겠다고 살짝 말씀드려야겠다 생각했다. 그래서 김재환이 또 주먹을 내밀어왔지만 오늘 안해, 하고 손을 흔들어보였다. 잠시 의아해하던 김재환은 금세 다른 짝을 찾았다. 오늘도 그 여자애랑 짝 하겠지 싶어 슬쩍 황민현을 쳐다보는데, 대화소리가 들려왔다.
"민현아~ 오늘도 나랑 짝하자!"
"..미안."
"응? 왜? 같이 하기로 한 사람 있어?"
"어."
"진짜? 누군데?"
같이 하기로 한 사람?? 황민현이 나를 거절하고 약속한 사람이 누군가 궁금해서 저절로 시선이 따라갔다. 와, 우리 반 여자애 중에 진짜 있으면 나 쿠크 박살날 것 같은데.
"쟤."
그리고 황민현의 시선은 나에게 닿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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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노랑의자입니다 ♡
여러분이 저한테 애정표현을 많이 해주시더라구요.. 넘나 귀여븐 것..♥
연재 완결까지 쭉쭉 할거에요! 걱정하지 말아요
저번 화도 읽어주신 분들, 댓글 달아주신 분들, 신알신 해주신 분들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암호닉이에요!
정태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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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은 제일 최근 화에 해주세요 ㅠㅠ 누락 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