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또라이
글 ; 노랑의자
어색하다.
지금 딱, 황민현과 나의 분위기가 그랬다. 방금 패기넘치게 나를 지목했던 황민현은 어디가고, 평소처럼 말없이 다른 곳만 바라보고 있다. 평소같았으면 내가 먼저 아무 말이라도 걸던가 할텐데, 아까 너무 심쿵을 당해서 말을 더듬을 것만 같았다.
그 와중에 혈기 넘치시는 체육 선생님께서, 강당에 있는 작은 창을 열어버리셨다. 아, 진짜 얼어 죽겠네. 팔짱을 끼고 몸을 잔뜩 움츠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황민현이 강당 구석으로 간다. 뭐지, 설마 나 이렇게 불러놓고 안 하려는 거 아니지? 그럴리는 없겠지만 곧 시작한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초조하게 눈으로 황민현을 쫓았다. 금세 다시 돌아온 황민현은, 나에게 자신의 후드티를 내밀었다.
"헐."
"어?"
"응?"
"아. 필요 없으면 다시 가져다 놓을ㄱ,"
진짜 생각지도 못한 행동이라 벙쪄서 현실 반응이 나왔다. 어? 응? 하는 바보같은 대답을 이어가자, 황민현은 내가 부담스러워 한다고 생각했는지 도로 가져다 놓으려고 했다. 다급해진 나는 얼른 붙잡으며 속사포로 말했다.
"아냐! 나 추워 엄청 막 감기걸릴 것 같아!"
"진짜? 그럼 쉴래?"
아.. 이 완벽한 남자야.. 누가 봐도 아무 말이나 내뱉는 걸로 보이는데, 조금 놀라며 걱정까지 해준다. 진짜 쏘 스윗이라는 말이 너무 잘 어울린다. 나 오늘 심장 괜찮을까. 일을 너무 많이 한 것 같은데. 붉어진 얼굴을 느끼며, 황민현의 검정색 후드티를 체육복 위에 입었다. 엄청 크다. 그리고 엄청 따뜻하다. 황민현의 후드를 입고 소매를 착착 걷어올리고 있으니 시선이 느껴진다. 살짝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드니, 저번에 황민현과 짝을 했던 그 여자애가 나를 째려보고 있다.
뭐지, 이 우쭐함. 기분이 나쁘진 않은데? 속으로는 그 여자애를 맘껏 놀리고도 남았지만, 나는 남은 1년의 고등학교 생활 동안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싶었기 때문에 최대한 티를 내지 않으려 노력했다. 참는 게 꽤 힘든 일이더라. 자꾸만 흫, 하고 작은 웃음이 삐져나왔다.
"조심."
"으악!"
황민현은 짝피구를 하는 내내 나에게 날아오는 공을 이리저리 막아주며 나를 지켜주었다. 바로 뒤에 서있다 보니 새삼 든든했다. 키는 또 왜이리 크고, 등은 또 왜이리 넓은지. 멋있기만 한 뒷모습을 멍하게 쳐다보다 공을 맞을 뻔 할때마다, 조심. 하고 작게 말하곤 나를 뒤로 이끈다. 황민현에게 잡혀있는 내 손목을 보고 생각했다. 짝피구란 좋은 것이구나..
꽤 오래 버텼는데, 결국 공에 발을 맞아서 아웃되었다. 황민현과 코트 밖에 앉아 경기를 하는 친구들을 바라보았다. 역시 아무런 말이 없는 황민현에, 이번엔 내가 입을 열었다.
"후드티, 빌려줘서 고마워."
"아, 응."
"이거 내가 빨아서 가져다줄게."
"고마워."
빨래하는 손동작을 하며 빨아서 가져다준다는 나의 말에, 황민현이 살짝 웃으며 고맙다고 한다. 그렇게.. 웃으시면.. 제 심장이.. 좀 위험한데.. 황민현은 이런 내 반응을 알 턱이 없으니 그 예쁜 미소를 계속 입가에 머금는다.
"진짜 예쁘다."
"어?"
"..응?"
"아.."
"헐. 미안!!"
또 입이 방정이다. 미친. 제대로 미친 게 분명하다. 머리로만 생각해야 될 거를 왜 입 밖으로 내냐고.. 요즘따라 필터링을 거치지 않는 내 입이 원망스러워 잔뜩 울상을 짓고 입을 챱챱 때리는데, 곧 내 손이 황민현에게 잡혀 스르륵 내려진다.
"아프니까. 그만."
아, 나 오늘 잠 다 잤다. 아주 잠깐이지만 내 손을 잡아주었고, 뒤이어 따라오는 다정한 말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어..응. 하고 작게 대답을 하고 나서도, 붉어진 얼굴이 더 빨개지는 기분이었다. 황민현이 계속 나를 웃으며 쳐다보고 있어서.
#
"짝꿍!"
"왜?"
"너 언제 그렇게 친해졌냐~?"
무슨 소리야, 하고 되물으니 눈짓으로 내가 입고 있는 후드티를 가리킨다. 김재환의 은근한 눈빛에 금방 얼굴에 열이 올라 더 화끈거렸다. 아 닥쳐, 하고 김재환을 밀어낸 후 야자를 시작할 준비를 했다. 이제 금방 중간고사를 봐야 하니 오늘부터라도 각 잡고 공부를 해야했다. 벌써부터 스트레스네, 공부라니.
"야 너 이거 할 줄 아냐?"
"뭐."
"이거. 26번."
이과인데도 수포자에 가까웠던 김재환은 야자때 마다 틈틈히 나에게 수학 문제를 물어왔다. 난 조금 자신있는 게 수학이라, 그런 김재환을 자주 가르쳐주곤 했다. 그 덕에 얻어먹는 주전부리들이 꽤 쏠쏠하기도 했고 말이다.
"오, 완전 천재."
"뭐래. 나 이제 공부할래."
"내일 로아커 쏜다."
"우리 착한 짝꿍아, 다음으로 넘어가볼까?"
자본주의에 귀찮음 따위는 던져버렸다.
#
"민현아!"
가방을 챙겨 나가는 황민현을 쫄래쫄래 쫓아가, 옆에 섰다. 나를 잠깐 본 황민현은 가자, 하고 발을 뗐다. 집에 같이 갈 수 있다니, 진짜 좋다. 지금 입고 있는 후드티에서 좋은 냄새가 은은하게 나는 것도 좋다. 날도 적당히 시원해 자꾸 미소가 지어졌다. 그런 내 얼굴을 본 건지, 황민현이 말을 걸어왔다.
"좋은 일 있어?"
"그냥. 집에 가니까!"
너랑 친해진 것 같아서 너무너무 좋다고 말하면, 황민현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나중엔 이런 말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사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밤이라서 그런지, 쌀쌀한 바람이 불어 조금 걱정되기 시작했다. 나는 후드 입어서 춥진 않은데, 황민현은 추운가?
"안 추워?"
"응."
"내가 니 옷 입고 있어서.. 감기 걸리면 나한테 말해!"
"왜?"
"어.. 약! 약 사줄게. 나 때문이니까."
"그래."
오늘따라 황민현이 자주 웃는다. 방긋 웃는 얼굴이 얼마나 예쁜지, 사진을 찍어서 액자로 만들어 벽에 걸어놓고 싶을 정도다.
"너는 운동 싫어해?"
"땀나는 거 별로 안좋아해. 염분 알러지 있어서."
"아.."
"가끔 내 땀에도 빨개지고 그래."
아까 꽤 열심히 하던데 오늘은 괜찮은가.. 걱정이 되어 힐끔힐끔 쳐다보는데, 느껴진건지 괜찮아, 오늘은. 이라고 대답해준다.
몇 마디 했다고 벌써 아파트 단지에 들어섰다. 아, 아쉬워 아쉬워 아쉬워. 이렇게 둘이 대화할 수 있는 게 집에 갈 때 뿐이라는 사실이 너무 아쉬웠다. 일부러 천천히 걸어보기도 했지만, 그래도 워낙 가까운 거리라 금방 도착해버렸다.
"잘 가. 민현아."
"아, 이름아."
"어,어,어?"
이름이래, 성이름도 아니고.. 오늘 진짜 코피 터져도 행복할 것 같다. 나를 불러놓고 잠시 망설이던 황민현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먼저 말 걸어줘서, 고마워."
"..."
"어.. 사실 나도, 친해지고 싶었어."
뜻밖의 말에 감동과 설렘이 동시에 찾아왔다. 반응도 하지 않고 그저 황민현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더니, 그런 내 시선에 자신이 더 당황한다.
"아. 나 갈게."
"..아, 응. 후드티 내일 줄게."
"그냥 가, 가져."
"엉?"
귀가 새빨개진 황민현은, 말까지 더듬더니 집으로 쏙 들어가버렸다.
엄마 아부지. 저 황민현 보쌈해버리고 싶은데 그러면 잡혀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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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노랑의자입니다 ♡
이번 화는.. 작가의 사심이 많이 들어간..
고딩 미년..♡
똘끼는 제가.. 아주 조금씩 보여드리고 있긴 한데.. 눈치 못 채셨겠지만..ㅋㅋㅋㅋㅋㅋ
아마 사귀기 시작하면 많이 보일 거에용
오늘도 다들 너무너무 고마워요!
저도 많이 애정하는거 아시죠? ♥
암호닉이에요!
정태풍 ♥
뷔밀병기 ♥
미녀나왜싫어 ♥
0810 ♥
망망이 ♥
붕어 ♥
베리 ♥
폼폼이 ♥
강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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