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ook at Me! |
“ 태환아, 인사해. 저번에 말했던 교환학생이야. ” “ 안녕하세요, 쑨 양입니다. ” “ 네가 많이 도와줘. ” “ 태환, 태환! ” “ 아… ” “ 뭐해? ” “ 여긴 왜 왔어요? ” 전날 잠을 설쳐서 신경이 예민해져있었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왔다는 커다란 이 후배는 나를 시도때도 없이 귀찮게했다. 낯도 심하고, 나름 큰 덩치와 달리 소심한 나는 아무 말도 못 하고 그가 휘두르는 대로 휘둘렸다. 그는 학교에 있는 동안에는 나를 전혀 쉬게 해주질 않았다. “ 찾으러! ” “ 그냥... 그냥 좀 수영장에서 기다려요. ” “ 기분 나빠? ” “ 예? ” 이런 식이였다. 내가 불편하다는 티를 조금이라도 내는 날에는 저렇게 비 맞은 강아지 같은 눈을 하고서 나를 바라봤다. 여자의 눈물에 약한 것은 남자다. 근데 생각하면 생각할 수 록 이해 할 수 없었다. 저건 누가 봐도 여자가 아닐뿐더러 여리고 여린 모습도 아니다. 언젠가 스쳐지나갔었던 여자친구가 말하길 나는 너무 무르다고 했다. 우유부단하고 매사에 남에게 맞춰주기 때문에 고치지 않는 이상 이렇게 피곤하게 살거라고, 그녀는 정말 나를 꿰뚫어 봤었던 듯 했다. “ 미안해. 그냥 갈게 그럼. ” “ 아, 저기 잠깐만. ” 물론 저 강아지 같은 눈망울에만 약한건 아니였다. “ 밥…, 밥 먹었어요? ” “ 아니. 같이 먹어! ” 저렇게 아이처럼 웃는 미소에 더욱더 약했다. 언제였을까 친구에게 넌지시 고민상담을 했을 때, 친구는 나에게 요즘 뭐 아이라도 보고 있냐면서, 숨겨놓은 아이타령까지 했었다. 저 190이 넘는 엄청난 거구의 남자는 내 머릿속에서 어린아이로 박힌 모양이다. 그래, 쫓아다니고 귀찮게하고 감정이 시시때때로 변하는게 딱 어린아이 같기는 하다. “ 그래서 내가 그렇게 했는데‥ ” “ 한국말 많이 늘었네요. ” “ 응? ” “ 한국말 많이 늘었다구요. ” 솔직히 말하지면 그냥 말이 많이 늘었다는 소리였다. 그걸 또 칭찬으로 들은 그는 기뻐하며 요즘은 중국 방송 말고 한국 방송도 많이 본다며 재잘재잘 떠들었다. 그의 입안에 있던 밥알이 내 앞에 툭 튀었을 무렵 나는 고기 한 점을 집어 그의 입에 쑤셔넣어주며 웃었다. “ 한국에선 식사시간에 떠들지않아. ” 그 후부터는 식사시간에 조용히 음식맛을 즐길 수 있었다. 어김없이 수영을 하고나서 몰려오는 피곤함에 벽에 머릴 기대 쉬고 있었다. 아니나다를까 눈앞에 불쑥 한 사내가 튀어올라나왔고, 눈을 감고 있어도 그건 쑨양이라는걸 알 수 있었다. “ 나 기록 줄었어! ” “ 잘했어요. ” “ 곧 따라잡을거야! ” “ 그래요. ” “ 진짠데? ” “ 알았다구요. ” “ 그럼 나 봐줄건가요? ” “ 뭐라구요? ” 그 말이 궁금했다기보다 쑨양이 날 본 이래로 처음 존댓말을 썼기 때문에 눈을 떴다. 그는 방금 수모를 벗은건지 잔뜩 헝클어져 물기가 뚝뚝 흐르는 머릴 하고서 앉아있는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다시 한번 느끼는 거지만 그는 정말 컸다. 물론 키가…. “ 나를 똑바로 봐줄거냐구요. ” “ 보고있잖아요. ” “ 어리네요. ” “ 뭐라구요? ” “ 잘봐요. 이제부터는 태환이 나를 안볼 수 없도록 내가 더 멋있어질거니까. ” “ 에? ” “ 그러니까 태환은 아직 어리다구요. ” “ 뭔 소리야? ” “ 나도 처음이니까 걱정하지마요. ” “ 뭐를? ” 그 후 쑨양은 아마도 얼굴을 붉히며 도망갔던거 같다. 그곳에 혼자 남겨진 나는 수영장물에 붉게 충혈된 눈을 하고서 한참을 헤괴한 표정을 지은채 멍하게 있었다. 이 날 이후 쑨양은 몇 일 동안 나와 마주치면 얼굴을 빨갛게 하고서 도망다녔다. 사람들의 이상야릇한 시선에 도저히 견디다 못해 도망가는 그를 쫓아가 겨우겨우 잡았을 때, 그는 나를 꽉 끌어안았다. 역시나 나는 당황해서 헤괴망칙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 이젠 태환이 나를 쫓아다니네요. ” “ …나를 좋아해요? ” “ 안돼요? ” “ …정말요? ” “ 안돼? ” 분명하게 거절했다. 나는 남자고, 그도 남자라는 것을 가르쳐주고, 윤리에 대해 가르쳐주고, 정상이라는 것을 가르쳐주었다. 그 후 얼마뒤에 그는 중국으로 떠났던거 같다. 정말 홀연히 사라졌다. 그것을 안 주변 사람들은 둘이 헤어진거야? 라며 놀려댔고, 이따금씩 혼자서 멍하게 있을때면 미안한 마음에 그가 떠오르긴 했지만 어차피 이루어질 수 없는 사이였다. 그래, 나는 잘 한거다. 그렇게 마음의 위안을 삼고 있었을 무렵이였다. 언제부턴가 환청이 들려왔다. “ 태환! ” 눈을 뜨면 그는 없었다. 알 수 없는 기묘한 현상이였다. 주변 사람들이 내게 그랬다. 간혹 나는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것처럼 한참을 그 자리에 멍하니 있는다고, 그때마다 나는 그게 아니라 그냥 멍때리는거라고 말했지만 나도 확실 할 수 없었다. 누군가 와서 나를 불러주길 기다리는 걸까? “ 태환! ” 아, 또 들린다. 귀를 틀어막고 고개를 절레이며 빠르게 걸었다. 계속해서 희미하게 들려왔다. 내가 드디어 미쳤구나 그렇게 자신에게 욕을하며 눈을 꽉 감고 더 빠르게 걸었다. 순간 나는 발을 삐끗하며 몸의 균형을 잃었다. 들고있던 서류들이 와르르 무너져 날아갔다. 눈을 떴을 때 나는 계단에 서있었고, 누군가가 나를 잡아주고 있어 굴러떨어지지 않았다. 눈 앞이 아찔하며 등골이 서늘해왔다. “ 거봐 태환은 내가 없으면 안돼. ” “ …? ” 환청이 아니였다. 고개를 돌리자 쑨양이 보였고, 쑨양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다. “ 쑨양? ” “ 그치? 내가 없으면 안돼. ” 나중에 들은 사실이지만, 쑨양도 원래 누군가를 챙겨주거나 따르거나 하는 타입이 아니라고 했다. 처음봤을 때 많이 도와줘 라고 했었던 그 말, 그 말은 내가 아닌 쑨양에게 한거라고 그때서야 듣게되었다. 나는 수영을 아주 오랫동안 해왔고, 물 안에서 지낼때가 많았기 때문에 산소공급 문제로 머리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로인해서 평소에 굉장히 멍하게 있을때가 많았다. 그래서 약속시간에 늦는다거나 훈련시간에 늦을때도 많았다. 물건을 잃어버리는 일도 많았고, 내가 뭘 해야하는지 잊을때도 많았다. 그래서 쑨양은 그렇게 지겹게도 나를 쫓아다니며 귀찮게했다고 한다. 그것 때문에 따라다니는 것을 알면 자존심 상해할까봐 최대한 조심스럽게 따라다녔다고 했다. “ 그치만 좋아한다고… ” “ 그래서 떠난거야. 순수한 마음으로 도와줄 수 가 없으니까. ” “ 근데 왜 다시… ” “ 맞아. 난 남자야. 한국말에 그런 말 있어.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베라고, 그래서 다시 왔어. ” “ 아? ” “ 안되면 되게 하라. ” “ 뭘? ” “ 될 때까지 쫓아다니지 뭐. 그렇게 결정했어. ” “ 쑨양 정말‥ ” “ 밥 먹으러 가. ” “ … ” “ 밥 먹었어? ” “ 아니‥. ” “ 먹으러 가. 같이. ” “ ‥… ” 그는 나를 바라봤고, 나 역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도 한동안은 다시 피곤해질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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팊,
그냥 편하게 읽어주세요 ㅎ_ㅎ 쑨양이 좋아서 쫓아다닌다 라는 그런 조각글이에욬ㅋㅋㅋ
글을 너무 오래 안써서 감을 찾으려고 썼는데 쓰면서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더 생기네요ㅠㅜ
감이 돌아오질 않아여... 감성적인 내바보를 다시 써야하는데.... ㅇ<-< .................
저번 글에 댓글 달아주신 암호닉 분들 다 기억하고 있어요ㅠㅜ
잊어주지않고 다시 찾아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ㅠㅜ 스릉흡느드!!!!